<연속기획> '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 (96)동서그룹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4.26 17:3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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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슬쩍…딱 걸린 얌체짓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커피재벌' 동서그룹이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동서그룹 사옥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요원들을 투입해 고강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새 정부 들어 불법증여 의혹이 있는 대기업에 대한 첫 세무조사라 주목된다.

뻔뻔한 배당도

그룹 측은 "2009년 세무조사에 이은 정기 세무조사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조사를 맡은 부서가 조사4국이란 점에서 단순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특별 세무조사일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국세청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4국은 특정 혐의가 인지된 경우에만 움직이는 심층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부서. 국세청은 오너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그룹 계열사가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올렸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대상 계열사는 '성제개발'이다.

그렇다면 성제개발의 내부거래 실태는 어떨까.

동서그룹은 9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비상장 계열사로 오너일가가 대주주인 성제개발에 그룹 일감이 몰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1986년 설립된 성제개발은 매출의 절반 정도를 내부거래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매년 100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성제개발은 지난해 매출 138억원 가운데 60억원(43%)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일거리를 준 곳은 동서식품(43억원)과 동서유지(8억원), ㈜동서(6억원), 동서물산(3억원) 등이다. 물류시설 공사, 유류판매 등을 거래했다. 그전엔 더 심했다. ㈜동서(82억원), 동서식품(55억원), 동서물산(36억원), 동서유지(5억원) 등 계열사들은 2011년 매출 190억원 중 178억원(94%)에 달하는 일감을 성제개발에 퍼줬다.


성제개발의 관계사 의존도가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공시를 시작한 1999년부터 2004년까지 매출 대비 내부거래 비중이 평균 20%(1999년 1%·2000년 4%·2001년 33%·2002년 9%·2003년 17%·2004년 8%)를 넘지 않다가 이듬해부터 늘기 시작해 2009년 급증했다. 성제개발이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5년 35%(총매출 141억원-내부거래 49억원) ▲2006년 20%(104억원-21억원) ▲2007년 45%(123억원-55억원) ▲2008년 33%(129억원-42억원)였다가 ▲2009년 54%(112억원-61억원)로 오르더니 ▲2010년 91%(137억원-124억원)까지 치솟았다.

성제개발이 계열사 거래를 늘린 시점은 오너일가의 지분증여 시기와 맞물린다. 김상헌 동서그룹 회장은 2009∼2010년 자신의 성제개발 지분(32.98%)을 모두 장남 김종희 ㈜동서 상무에게 증여했다. 김상헌 회장의 동생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도 같은 시기 자신이 갖고 있던 지분(23.93%)을 쪼개 두 아들 동욱·현준씨에게 넘겼다.

오너 3세 장악 후 갑자기 '집안 매출' 급증
국세청 세무조사…지분증여·부당이익 초점

시민단체 관계자는 "오너 3세들이 성제개발 대주주로 등극한 이후 관계사 매출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후계자가 지분을 소유한 비상장 계열사를 키워 경영권 승계에 이용하는 전형적인 밀어주기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성제개발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김 상무가 지분 32.98%(32만9833주)로 대주주다. 김 상무는 동서그룹의 유력한 후계자다. 동욱·현준씨는 각각 13%(13만주), 10.93%(10만9263주)의 지분이 있다. 2010년 말까지만 해도 김재명 창업주(21.61%·21만6071주)와 친인척 문혜영(1.51%·1만5111주)·이지은(0.22%·2222주)씨도 지분을 보유하다가 ㈜동서에 팔아치웠다. ㈜동서는 19.75%(19만7500주)에서 43.09%(43만0904주)로 지분이 늘어났다.

동서그룹 오너일가는 계열사들을 등에 업은 성제개발에서 배당금까지 챙겼다. 성제개발은 2011년 주당 1500원씩 총 15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배당성향이 67%의 고배당이었다. 당시 김 상무는 4억9000만원, 동욱씨는 2억원, 현준씨는 1억6000만원을 받아갔다. 앞서 2006년 5억원, 2007년 10억원, 2008년 9억원, 2010년 10억원을 배당하기도 했다. 이때도 각각 80∼130%의 고배당이었다. 이 역시 대부분 오너일가 주머니로 들어갔다.

성제개발 외에도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동서그룹 계열사는 또 있다. '동서유지'와 '동서물산'이다. 두 회사는 계열사들에 매출을 크게 의존해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어려운 형편. 성제개발보다 내부거래 금액도 훨씬 많다.


커피포장 업체인 동서유지는 지난해 매출 1594억원 가운데 1563억원(98%)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2011년에도 관계사 매출이 98%에 달했다. 총매출 1748억원에서 ‘집안’에서 채운 금액이 1711억원이나 됐다. 동서유지 내부거래율은 ▲2005년 89%(589억원-522억원) ▲2006년 95%(706억원-671억원) ▲2007년 96%(841억원-808억원) ▲2008년 94%(1267억원-1185억원) ▲2009년 94%(1308억원-1232억원) ▲2010년 97%(1394억원-1351억원)로 나타났다. 동서유지는 오너일가 등 개인주주 지분이 32%(32만주)를 유지하다가 2011년 17%(17만주)로, 다시 지난해 3%(3만주)로 줄었다.

승계 발판용?

차류가공 업체인 동서물산의 경우 100% 동서식품 물량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 674억원이 모두 동서식품에서 나왔다. 동서물산은 ▲2005년 620억원 ▲2006년 442억원 ▲2007년 465억원 ▲2008년 509억원 ▲2009년 545억원 ▲2010년 631억원 ▲2011년 64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물론 동서식품이 지원한 결과다. 동서물산도 개인주주 지분이 37.5%(11만2500주)에 이른다. 다만 오너일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두 회사도 매년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동서유지는 120억원, 동서물산은 40억원을 배당했다. 그전에도 해마다 각각 10억∼50억원, 20억∼30억원을 배당한 바 있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일감 받는' 3개사 기부는?>

동서그룹 계열사들의 지원을 받고 있는 성제개발과 동서유지, 동서물산은 기부를 얼마나 할까.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성제개발은 지난해 기부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그전에도 마찬가지다. 2000년 이후 단 한 번도 기부한 적이 없다. 다만 처음 공시한 1999년 100만원을 기부한 것이 고작이다. 동서유지와 동서물산도 사정은 비슷하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기부 내역이 없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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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