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횡령극> '성균관 스캔들' 풀스토리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4.15 14: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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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독 오른 선비님 "끝까지 오리발"

[일요시사=사회팀]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 자두(오얏)나무 밑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유명한 격언이다. 그러나 갓을 고쳐 쓴 건 물론이고 자두 열매까지 따먹다가 걸린 선비가 있다. 바로 최근덕 성균관장. 국내 유림의 대표이자 국내 7대 종교 지도자 중 1명인 최 관장의 공금 횡령 사건을 놓고 성균관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배우 송중기는 지난 2010년 방영된 KBS2TV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을 통해 이른바 출셋길에 올랐다. 그리고 2013년, 또 다른 '성균관 스캔들'의 주인공 최근덕(80) 성균관장은 지난 9일 호송길에 올랐다.

'유림의 수치'
구속수사 망신살

최 관장은 국고보조금 유용과 공금 횡령으로 대구지검 안동지청에 구속 수감됐다. 이른바 '성균관 스캔들'로 불리는 사상 초유의 횡령 사태다.

앞서 최 관장은 <성균관 스캔들> 방영 당시 "성균관은 우리 전통에서 유일무이한 국립대학이자 국가 경영 인재를 양성한 요람으로 '스캔들'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건 명예훼손"이라며 KBS 측에 드라마 제목 변경을 요구했다.

하지만 얄궂은 운명은 최 관장을 진짜 '성균관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한국 유림의 수장인 최 관장은 국내 7대 종단 지도자 중 최초로 구속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최 관장은 국내 유교 본가인 성균관과 전국 134개 향교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최 관장은 자승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김희중 천주교주교회의 대주교, 홍재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 임운길 천도교 도령, 한양원 민족종교협의회 회장 등과 함께 나란히 국내 7대 종교 지도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19일 최 관장은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의장 자격으로 청와대에 초청됐다. 이 자리에서 최 관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했다. 그러나 채 한 달도 못돼 최 관장은 영어의 몸으로 재소자들과 함께 밥을 먹는 신세가 됐다.

성균관은 국내 최고의 정통 유학 기관으로 그 역사만 600여년에 달하는 한국 유교의 총아다. 해방 이후부터는 전통 유교의 현대화에 힘쓰며 유학의 가치를 알리는 일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그리고 최 관장은 유교 개혁의 선봉장으로 각인돼있다. 성균관 역사 상 '최장수' 수장인 최 관장은 지난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성균관장을 맡았다. 또 2003년에는 전임자의 잔여 임기를 이어받아 현재까지 직위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7대 지도자가 '헉'…공금 수십억 꿀꺽
장기집권 중 반대파 표적 "진흙탕 권력 암투"

경남 합천에서 태어난 최 관장은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유학과 교수로 임용돼 정년을 마쳤다. 전통 서당에서 교육 받은 마지막 세대인 최 관장은 지난 1955년부터 성균관 사무에 관여해 '성균관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린다.

최 관장은 취임 일성으로 "유교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개혁이며 세계화 시대에 걸맞게 유교도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관장은 실제로 유교 내부의 파격적인 변화를 이끌었는데 종묘 제례에 여성의 참례를 허용하고, 향교의 실무 임원인 장의(掌議)에 여성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등 개혁·개방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이 때문에 유림 내부에서는 반대파도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개방을 앞세운 최 관장은 외부 활동도 활발히 벌였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건 물론 국제유교연합회를 창립,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또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대표회장 등을 지냈다.

장기집권 후폭풍
비리고발 이어져

하지만 최 관장은 관장직을 10년 넘게 유지하면서 결국 화를 불렀다. 권력을 장기 독점하는 과정에서 일부 유림 세력과의 갈등이 표출된 것. 최 관장은 지난 2006년 관장추대위를 만들어 추대위원들이 관장을 선출하도록 하는 내용의 성균관 장정(법)을 개정했다. 그리고 장정 개정 이후 최 관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최 관장의 이 같은 처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헌법을 개정해 유신 체제를 만든 것에 비견됐다.

그리고 급기야 지난 2007년에는 관장 선출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재단법인 성균관 이사장에 취임한 조홍규 전 민주당 의원이 최 관장의 임기 연장 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하며 최 관장의 사퇴를 압박한 것.

그러나 성균관 측은 "종단의 수장인 성균관장에 대해 이사회장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임기 연장은 대의원인 전국 유림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정당한 절차를 거쳐 결정된 것"이라는 반박을 내놨다.

최 관장의 임기 연장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잡음이 불거진 가운데 지난해 1월 성균관 부관장인 J씨는 성균관의 치부를 드러냈다. 최 관장이 성균관 공금 25억여원을 횡령했다는 폭로였다.

당시 J씨는 최 관장을 횡령 혐의로 고발하며 "최 관장이 매년 운영자금으로 받은 공금 25억여원을 횡령해 아파트를 사는 등 개인 용도로 유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J씨의 내부 고발을 둘러싸고 권력 암투라는 소문이 돌았다. 성균관 부관장 선임을 둘러싼 내분이 고발로 이어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성균관 부관장 임명은 유림 원로에게 임명권을 위임받은 성균관장이 결정하는 구조로 사실상 성균관장이 전권을 쥐고 있다. 이 상황에서 부관장 선임 문제로 앙심을 품고 있던 일부 세력이 최 관장을 공격한 것이라는 내부 증언이 이어진 것. 이 때문에 J씨의 고발은 성균관 내부에서 큰 호응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혐의의 상당 부분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고발의 저의야 어떻든 경찰이 파악한 사건의 진위는 J씨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지난해 6월,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최 관장이 부관장 11명으로부터 매해 운영자금을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건네받았고, 이중 일부인 25억2000만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며 피의 사실을 공표했다.

또 검찰은 성균관 회계 담당자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성균관 운영자금 집행내역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최 관장은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검찰 조사에서 최 관장은 "운영자금으로 받은 25억2000만원 중 18억여원을 공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며 증빙자료를 제출했다. 또 "부관장들로부터 헌성금을 받는 건 성균관의 오랜 관행"이라는 진술을 덧붙였다.


최 관장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수사의 관건은 J씨 등 부관장들이 낸 '헌성금'의 성격을 파악하는 일이었다. 헌성금을 낸 J씨 측은 "헌성금은 공금이며, 최 관장은 공금을 유용했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고, 최 관장 측은 "헌성금은 공금이 아닌 관장의 품위유지비"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특히 최 관장의 입김이 닿았던 성균관 측은 "음해세력이 최 관장에게 씌운 억울한 누명"이라는 탄원과 함께 "성균관의 어려운 재정 때문에 관장이 직접 헌성금을 직접 관리해왔다"고 해명했다. 최 관장과 J씨 측의 진실공방이 예고된 상황.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최 관장에게 불리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났다.

2010년 이후 성균관의 한 해 평균 수입은 15억여원 규모로 전해졌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받는 국가보조금과 성균관 유림들로부터 걷어지는 회비를 더한 금액이다.

최 관장은 이 돈을 개인 또는 가족 명의의 통장으로 관리해왔다. 계좌 사이에 돈도 수억원씩 오갔다. 충분히 개인 유용이 의심받을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 관장은 "본인 이전에도 부관장들의 기부금으로 성균관을 운영해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지난 1월 밝힌 J씨 측의 주장은 달랐다. J씨는 "최 관장이 펀드에 공금을 투자하는 등 추문이 끊이지 않았다"며 "운영이 어렵다는 핑계로 늘 관장이 돈을 더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최 관장을 고발한 J씨 등 5명은 "매해 2천만원이 넘는 돈을 성균관에 기부했으나 자금과 관련한 어떠한 말도 관장으로부터 전해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즉 돈을 납입한 사람의 대부분은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도 몰랐다는 설명. 결과적으로 성균관의 자금 운영은 투명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내는 사람 따로
쓰는 사람 따로

지난 3월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자 성균관 안팎에서는 의문이 제기됐다. 사건이 이대로 유야무야 끝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또 서울중앙지검이 최 관장의 횡령 사건을 대구지검 안동지청으로 이송하면서 '축소 수사'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기우였다.

당시 검찰은 비교적 성격이 명확했던 9억7000여만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헌성금에 대해 최 관장의 횡령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를 모으고 있었다. 이 가운데 최 관장의 추가적인 피의 사실이 안동지청에서 포착된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성균관은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청소년 인성교육 현장교실' 사업을 명목으로 매해 8억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최 관장의 측근인 성균관 직원 K씨는 한문·예절교재의 제작비용을 과다 책정하는 수법으로 5억4700만여원을 횡령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던 안동지청은 K씨의 입을 통해 놀라운 얘기를 전해 들었다. 최 관장이 K씨에게 국고보조금 중 5000여만원을 빼돌릴 것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K씨에 따르면 성균관은 교재 제작을 주문하면서 실제 비용보다 부풀린 대금을 인쇄 업체에 지급하고, 나중에 일부를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정부 지원금을 착복했는데 이중 5000여만원이 최 관장에게 흘러들어갔다는 증언이었다.

붙잡힌 K씨는 모든 범죄 사실을 시인하고, 결재서류와 통장 사본, 인쇄업체와의 거래내용 등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 그리고 검찰은 최 관장이 국고보조금을 포함한 1억7000만원을 마치 부관장들로부터 헌성금을 받은 것으로 속여 자신의 계좌에 입금한 사실을 추가로 적발했다.

기부금에 국고보조금까지 손대
'1년 수사' 측근들 줄줄이 구속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최 관장과 연루된 추가적인 비리 혐의가 계속 쏟아지면서 검찰은 구속 시기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혐의 사실을 모아 한꺼번에 기소하겠다는 복안이었다.

먼저 성균관 교무부장인 Y씨는 국고 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으며, 성균관이 운영하는 한국선비문화수련원 원장 L씨도 정부보조금 930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Y씨 등이 최 관장의 제자이자 측근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검찰은 그들이 빼돌린 돈의 일부가 최 관장에게 전해졌을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했다. 좁혀지는 수사망에 최 관장에 대한 구속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었다.

최 관장과 관련한 혐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성균관 내부의 목소리도 달라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성균관에게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이 올 것이라는 기류가 형성된 것.

K씨가 구속 수감되는 것을 지켜본 한 성균관 관계자는 "최 관장에 대한 사법처리가 지연될수록 성균관의 대내외 이미지나 위상은 더욱 추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팎의 따가운 눈총 속에 최 관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 유림회관 3층 대강당에서 성균관 정기총회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최 관장은 "항간에 떠도는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말고 일치단결하여 유림회관건립에 매진하자"며 "성균관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고, 유림의 앞날은 밝을 것입니다"라고 연설했다. 그리고 그 연설이 유림들 앞에서 한 마지막 연설이 됐다.

지난 9일 검찰은 부하 직원에게 국고보조금 유용을 지시하고 공금을 개인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최 관장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영장을 심사한 대구지법 안동지원 이혜란 판사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영장이 떨어지자 최 관장은 흰색 두루마기 차림으로 법원에 출두했다. 성균관 관계자 4명이 최 관장의 곁을 지켰다.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최 관장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법원으로 들어간 최 관장은 선비의 상징인 두루마기 대신 범죄자가 입는 수의를 입게 됐다.

혐의 눈덩이
엄정수사 촉구

최 관장 구속 후 몇몇 유림들은 "선조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며 망연자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에서는 "전체 유림의 수치"라는 분노의 목소리가 들렸다.  

며칠 전 경북도청년유도회와 안동청년유도회, 유교문화선양회 등 유림단체들은 성명을 냈다. "전국 유림의 명예를 실추시킨 최 관장과 성균관 운영진의 즉각적인 퇴진과 엄정한 사법처리를 촉구한다"는 내용이었다. 최 관장이 그토록 지키고 싶어 하던 유림 왕조는 그의 구속과 함께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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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