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샤 ‘보라색병’의 진실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4.15 14: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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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소리 떵떵 치더니…슬그머니 꼬리 내렸다

[일요시사=경제1팀] 화장품 브랜드 ‘미샤’가 연초부터 잇단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지하철 매장 철수 소식이 알려지며 주가가 폭락한 데 이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위광고로 제재를 받았다. 방부제 성분이 들어 있지 않다고 광고해 온 에센스 제품에서 해당 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결국 법적공방으로까지 번졌던 ‘보라색병 거짓말’이 사실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무(無) 파라벤’이라는 문구를 사용해 광고했던 뷰티 브랜드 미샤의 제품에서 파라벤이 검출돼 해당 제품에 대해 2개월 광고업무 정지 처분했다고 밝혔다.

2개월 광고 정지

적발된 제품은 ‘미샤 타임 레볼루션 나이트 리페어 사이언스 액티베이터 앰플(50㎖)’이다. 이 제품은 일명 ‘보라색병’으로 불리는 미샤의 대표 효자 상품으로 출시 1년 만에 100만개를 팔아치우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제품에서 검출된 ‘파라벤’은 가공식품, 화장품, 치약, 의약품 등 인체용 제품에 방부제로 널리 쓰이고 있지만, 2000년대부터 인간의 성호르몬과 구조가 유사해 내분비계통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화장품 업계를 중심으로 점차 퇴출되고 있는 성분이다.

피부에 흡수가 잘 되는 성질을 갖고 있어서 부작용을 일으키기 쉬운 파라벤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사용했을 경우 피부가 가렵거나 붉어지고 심한 경우엔 따갑거나 물집이 생길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파라벤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2010년 덴마크 환경부가 내분비계 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프로필파라벤과 부필파라벤의 어린이 노출을 줄이기 위해 두 성분을 3세 이하 어린이용 화장품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시작됐다.


이 조치를 바탕으로 보건당국은 지난 2011년 파라벤이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영희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화장품 파라벤 사용에 대한 평가’ 자료에 따르면 화장품에 프로필파라벤과 부틸파라벤을 최대 배합한도 농도로 넣는다는 가정하에, 두 성분을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 ‘안전역(Margin of Safety, MOS)’은 50, 혼합해 사용할 때는 25로 충분한 안전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러한 유해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샤’는 자신들의 상품에 마치 파라벤이 전혀 없는 것처럼 광고, 소비자들을 유인해 많은 수익을 올린 것이다.

파문이 확산되자 서영필 대표는 “이번에 내려진 행정처분이 지난해 5월 불거진 일로 이미 제품 전량을 회수한 만큼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는 서 대표의 이런 대응이 ‘모럴 해저드’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식약청 ‘무 파라벤’허위광고 행정처분
방부제 없다던 에센스 제품서 성분 검출

 미샤는 지난해 1월 이 제품을 새롭게 출시하면서 ‘무(無)파라벤’이라며 에스티로더의 갈색병을 놓고 “비교 품평해달라”며 광고해 돌풍을 일으켰다. 경쟁사 제품의 빈 병을 갖고 오면 자사 제품으로 무상 교환해주는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에센스는 출시 3개월 만에 40만개가 넘게 팔려나가 이 회사 제품 중 최단 기간 최대 매출 진기록을 세웠다.

이후 같은해 5월 한국소비자TV에서 ‘미샤, 보라색병의 거짓말’ 리포트를 방송하면서 ‘유해성 논란’이 일었다. 방송에서는 “미샤의 ‘나이트 리페어 사이언스 액티베이터 앰플’에서 발암 물질인 파라벤 등 다량의 유해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히며 “미샤가 ‘무(無)파라벤’으로 구성돼 있다는 허위 과장 광고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직후 서 대표는 한국소비자 TV를 상대로 ‘허위 보도에 따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후 같은해 6월부터 해당 제품의 기존 명칭에 ‘뉴(new)’를 추가해 새 이름으로 판매해버리는 꼼수를 부렸다.


당시 상황에 대해 서 대표는 자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왜 뉴 사이언스 엑티베이터로 이름이 바뀌었나?’라는 제목의 해명글을 통해 “당시 케이블 TV에서 마치 엄청난 유해 물질이 들어가 있는 듯 방송을 했고, 자체 조사 결과 보라병 에센스의 한 성분(원료)에서 파라벤이 검출이 되었다”며 “40ppm이라는 극 미량이 나왔다고 해서 (무 파라벤 이라고 광고한) 도덕적 책임을 면할 수 없었기에 바로 판매중단을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시 화장품법에 따르면 사용된 원료에 함유된 보존제(파라벤과 같은)는 제품의 상자에 표기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며 “엄청난 비용의 낭비였음에도 파라벤이 검출된 즉시 판매중단과 재고를 모두 회수 폐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 대표는 “현재 절찬리 판매되고 있는 ‘뉴 사이언스 액티베이터 앰플’은 무 파라벤 상품”이라고 강조하며 “구형 사이언스 액티베이터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한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에 “‘파라벤’ 성분의 좋고 나쁨을 따지자는 게 아니라 ‘안 넣었다’고 해놓고 들어간 게 나쁘다”며 “판매량 좀 늘었다고 정정당당하게 승부 안 하려나 본데 소비자들이 들고 일어나서 불매 운동이라도 벌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썼다.

구형 제품만 문제

한 뷰티 블로거도 “서 대표는 일을 저질러 놓고, 자신의 타당성만 주장하는데 소비자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 아니냐”며 “당시에 사과 한마디 없다가 이제 논란이 되니 구형 제품과 상관없으니 같이 매도하지 말라고? 앞으로 미샤 제품은 못 믿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서 대표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해명이 아니라 떨어진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화장품 첨가물이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나서 지침을 내려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서영필 대표는?

미샤를 이끄는 에이블씨엔씨 서영필 대표는 창업 신화의 주인공이다.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과 출신인 그는 피죤 연구소에서 4년 동안 화장품 연구 및 개발 업무를 맡으며 화장품과 인연을 맺었다. 

1993년 직장을 나와 창업을 했다. 방향제사업을 시작으로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으나 연달아 고배를 마셨다. 

그러던 중 ‘잎스’라는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때마침 불어온 인터넷 붐을 타고 온라인 마케팅에 눈을 떴다. 당시 브랜드 사이트에 글을 올린 이들에게 1만 여원이 넘는 화장품을 공짜로 보내주는, ‘온오프 통합 마케팅’ 이라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를 토대로 서 대표는 온라인 여성 포털사이트인 뷰티넷을 만들었고, 이곳에서 ‘가격 파괴’의 아이디어를 얻어 3300원짜리 화장품, ‘미샤’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이며 대박을 일궜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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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