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경유 소주' 미스터리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4.11 10: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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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냄새가…참이슬 대소동

[일요시사=경제1팀] 국내 소주시장 최고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참이슬'에서 경유 성분이 검출됐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록 정확한 유입경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회사 측은 제조과정에는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경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어떻게 된 것일까. '경유 소주' 미스터리를 재구성해봤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충북 청주의 한 음식점에서 지인들과 참이슬 소주를 마시던 이모씨는 심한 경유 냄새를 느끼고 고통을 호소, 충북대학교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 정밀검사를 받았으나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를 받은 청남경찰서는 해당 음식점에서 이씨 일행이 뚜껑을 개봉한 참이슬 4병과 개봉하지 않은 11병, 총 15병의 참이슬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에 성분 검사를 의뢰했다.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제조? 유통? 보관?

15병 중 8병의 제품에서 경유가 검출됐다. 소주병 겉면에도 경유 성분이 나왔다. 경유는 소방기본법상 위험물 제4류로 분류된 인화성 물질이다. 흡입하거나 섭취하게 되면 설사, 두통, 졸음, 현기증 등을 일으키는 위험물질이다.

경찰은 어떤 경로로 소주에 경유 성분이 유입됐는지 원인을 밝히기 위해 제조 공정을 포함해 모든 유통 과정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 한 달이 지나도록 정확한 유입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비슷한 사건에서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수사가 종료된 적도 있다. 지난 2005년 최모씨 등 일행 4명이 전남 광주 동구의 한 음식점에서 A소주를 맥주잔에 담아 마셨는데, 소주에서 석유 냄새가 강하게 나 구토 증세를 호소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제조과정에서도 보관과정에서도 별다른 문제점을 찾지 못했다.

2010년 3월 부산의 한 음식점에서도 경유 소주 문제가 불거졌는데 이때 문제가 됐던 소주 역시 참이슬이었다. 당시 하이트진로 측은 "도매상에서 소주와 함께 보관했던 석유난로와 석유통 때문인 것 같다"고 밝혔지만 문제가 된 제품이 수거되지 않아 원인 규명이 흐지부지된 바 있다. 하이트진로는 "문제를 제기한 음식점 고객이 소주병을 내놓지 않아 원인을 밝힐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유 유입 가능성은 총 3가지다. 문제의 소주 제품은 지난 1월23일 하이트진로 충북 청원공장에서 제조·출고되어 2월25일 주류도매상사, 3월2일 음식점 등 총 3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쳤다.

가장 먼저 의심을 받았던 곳은 제조공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는 "가능성이 제로"라고 주장했다. 하이트진로는 '경유 소주' 파동이 불거지자 해당 생산일자에 똑같은 생산라인에서 만든 참이슬 제품들을 수거해 자체적으로 경유 성분 여부를 검사했지만 경유가 일절 검출되지 않았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공장 내 모든 생산설비가 자동화돼 있는데 이는 전기로 가동된다"며 "공장 난방도 경유와는 무관하다. 청원공장 내부에는 경유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 달 넘도록 정확한 유입 경로 찾지 못해
이대로 미제?…당황한 사측 원인규명 앞장

소주를 병에 주입하기 전에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다. 공병이 재활용되는 과정에서다. 그러나 이 가능성도 주류업계에서는 '0%'라고 밝히고 있다. 공병은 모든 소주업체들이 고압으로 자동 세척하기 때문에 이전에 경유를 담았던 병이라고 해도 병 겉면이나 병 속에서 경유 성분이 남아 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세척 과정을 거치면서 수많은 공병이 뒤섞이는 데 경유 성분이 있는 병 8개가 한 상자에 포장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유통이나 보관 과정에서 외부에 있던 경유 성분이 유입됐을 가능성도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주류를 포함 모든 식품류는 진공 포장이 아닌 이상 외부 성분 유입이 가능하다"며 "소주병을 석유류와 함께 보관할 경우 휘발성 기체가 소주병 안으로 혼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주 상자를 실어나르는 차량이나 보관하는 장소에 경유 성분을 함유한 물질에 장기간 노출됐다면 소주 안으로 스며들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의 소주를 판매한 음식점 측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이 음식점 주인은 "문제가 되기 하루 전날 주류 대리점에서 소주 3박스를 직접 가져왔다"며 "불과 하루 보관한, 열지 않은 소주에 어떻게 경유 성분이 들어갈 수 있겠느냐"고 전했다.

그는 또 "당시 진로 소주와 함께 가져온 다른 회사 제품에서는 이런 현상이 없었다"며 "결국 진로 소주의 유통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결국 경유 유입 경로를 밝히기 어렵게 된 경찰은 감독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국과수 분석 결과를 통보하고 수사를 종결하기로 했다. 식약처는 자체 조사에 착수했지만 현재 정황상 명확한 원인 규명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경유 소주'는 영구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하이트진로로서는 이 상황이 달갑지가 않다. 원인이 규명되지 않으면 의혹만 증폭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 하듯 하이트진로는 지난 4일 정확하고 조속한 원인규명을 위해 경찰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하이트진로는 탄원서에서 "확인되지 않은 언론 보도가 많이 나오다보니 이를 경쟁업체가 영업현장에서 악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사례도 발견되고 있다"며 "정확한 사실 관계를 모르고 소비자들은 당사 제품에 대한 맹목적인 불신을 갖게 됐으며 이는 제품에 대한 불매로 이어지고 있다"고 적시했다.

탄원서 배경 관심

하이트진로는 조속한 원인 규명을 위해 생산설비 등 공장 시설에 대한 수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도 경찰에 전달했다.

탄원서까지 제출하며 원인 규명에 앞장서고 있는 하이트진로가 경유 소주 원인이 유통·보관 과정의 문제로 밝혀져 명예회복을 할지, 아니면 제조공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오히려 굴욕을 겪을지 조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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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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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