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 ⑧전윤수의 성원건설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4.12 10: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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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명 피눈물나게 한 '양아치 회장님'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
잘 나가던 기업이 망했다는 소식은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런데 망한 재벌이 '깡통'을 찼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IMF 이후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공중분해 됐지만 해당 기업에서 중책을 맡았던 경영진과 그 가족들은 멀쩡히 잘 살고 있다. 미리 '주머니'를 채워놔서일까.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망한 기업' 수뇌부들의 현주소를 조명해봤다.


 

아파트 브랜드 '상떼빌'로 유명한 성원건설은 1977년 용산구 이태원에서 설립된 태우종합개발(주)을 모회사로 한다. 설립 1년 뒤 사명을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굵직한 사업 수행
유력 건설사가 왜?

79년 주택건설사업 면허를 얻고 81년 환경오염방지시설업 및 철강재 설치 공사업을 추가했다. 같은 해 4월에는 포장공사업을 추가했으며 87년 군납업 등록을 했다.

90년 주택건설지정업자로 지정되고 해외건설업 면허를 얻으면서 전북 전주로 본사를 옮긴 성원건설은 91년 한국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했다. 96년 한국품질인증센터 ISO(국제표준화기구) 9001 인증과 영국 로이드 ISO 9001 인증을 획득하고, 시설물 유지·보수 및 관리운영업, 임대주택 건설 및 임대업, 종합감리업, 종합건설기술용역업, 사회간접자본 시설투자 및 운영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국내에 아파트 브랜드가 처음 도입된 90년 대 말 '상떼빌'이라는 자체 아파트 사업을 중심으로 국가산업발전의 동맥인 군장산업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 지하철 6호선을 비롯 전수화산체육관 제2경기장, 전주권광역쓰레기 매립공사 등 정부 발주의 굵직한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어음 418억원을 막지 못해 부도에 이르렀지만 수천억원의 부채탕감 등 화의절차를 거쳐 2003년 회생에 성공했다. 이듬해에는 광주도시철도 1호선(TK-1공구) 공사의 공로로 은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2006년에는 두바이 지사를 2007년에는 바레인 지사를 설치했으며 2008년 토양정화업,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고 아부다비 지사를 설치했다.

곧 돌아온다던 전윤수 회장 2년째 행방 묘연
미국서 골프치고 유람…수백억 재산은닉 의혹

하지만 2008년 재차 찾아온 금융위기 때부터 자금사정이 급속히 나빠졌다. 주택사업과 해외사업 부진이 원인이었다. 수도권 내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많았고, 공사가 중단된 사업장들도 줄을 이었다. 전국 곳곳에서는 분양 계약자들과 분쟁을 빚기도 했으며 리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연합 등 해외사업이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하면서 유동성 문제는 더 심화됐다.

2010년 2월 말까지 성원건설의 금융권 채무는 총 1조3000억원, 직원들의 체불임금도 200억원에 달했다.

결국 2009년 말 어음 25억원을 막지 못해 대주단 협약에 가입했고 2010년 1월부터 채권단 실사를 거쳐 법정관리를 신청, 2011년 4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수차례에 걸쳐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 현재까지도 정상화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2010년 700명이던 직원은 지난 3일 기준 자회사인 성원산업개발 직원을 모두 합쳐도 45명에 불과하다.

성원건설은 3년을 넘게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성원건설 채권단은 지난해 SM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지난 3월13일 인수가 부결됐다. 채권단과 SM그룹의 인수 가격차이가 이유였다. 업계 관계자는 "SM그룹은 230억원 정도로 성원건설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반면, 채권단은 500억∼600억원 수준으로 요구했다"며 "SM그룹이 중도에 인수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회장 방만경영
회사 위기 자초

이에 따라 성원건설 채권단은 다른 인수 후보자와의 수의계약을 추진하거나 인수자가 없을 경우 파산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성원건설 최대 채권자는 영업정지된 솔로몬, 한국 등의 저축은행으로 현재 파산관리를 맡고 있는 예금보험공사가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재계는 전윤수 회장의 방만경영이 성원건설의 위기를 자초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전 회장은 스캔들과 논란을 몰고 다녔다.

2004년 대검찰청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은 공적자금 투입 기업 등에 대해 약 3년간 수사를 벌였다. 당시 전 회장은 그룹 계열사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등의 혐의로 기소돼 2007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밝힌 전 회장의 여러 혐의 중 한 대목은 전 국민을 경악케 했다.

검찰에 따르면 전 회장은 99년 회사 부도가 난 당일 계열사 소유 부동산을 매각한 대금 14억3000만원을 빼돌려 회사 고문 법무사 명의로 서울 성북동에 대지 530평을 매입해 시가 35억원 규모의 호화주택을 지었다. 또 일부는 자녀 유학비용으로 사용, 전 회장은 나중에 전 재산이 압류된 상황에서도 1남3년 모두 해외 유학을 마치게 했다.

전 회장은 앞서 99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홍업씨에게 화의인가 청탁과 함께 13억원을 건넨 불법로비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으며 2008년에는 두바이 재개발사업과 관련 공시 전 계열사를 통해 자사 주식을 매수한 내부자 거래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특히 전 회장은 자신은 회장, 부인 조애숙씨는 부회장, 처남은 부회장, 사위는 사장, 장녀 정원씨는 자금본부장, 차녀 순원씨는 기획조정실장, 형은 성원건설계열 골프장 사장을 시키는 등 자신의 가족 전체를 성원건설 임원으로 임명하는 등 그야말로 구멍가게식 족벌체제로 성원을 운영했다.

지난해 1월에는 2008년 성원건설 주가가 크게 올랐을 당시 약 26억원 어치의 자사 주식을 부인과 딸 등 가족과 지인 명의로 처분해 차익을 올리고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았다는 혐의가 추가되기도 했다.

외손자 보호자로
미국 체류하는 듯

하지만 전 회장이 법정에 섰다는 소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정확한 소재파악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 회장은 해외 도피 중이다. 성원건설은 임휘문 성원산업개발 대표가 법정관리인을 맡고 있다. 2011년 3월 전 회장은 임직원 499명에게 지급될 임금 200억∼300여억원을 체불하고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던 중 '신병치료'라는 명목으로 외국으로 출국했다. 당시 전 회장 측은 "지병 치료차 개인 일정으로 출국했다"며 "귀국 일정은 잡혀있지 않지만 조만간 귀국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기업 자산으로 묶여있던 골프장을 매각해 마련한 700억원의 자금을 가지고 홀연 사라진 것에 대한 충분한 이유는 되지 못했다. 전 회장은 아직까지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2011년 9월 방송된 MBC <PD수첩>에 따르면 전 회장은 미국으로 도피,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 전 회장은 미국 뉴저지주 허드슨강이 보이는 부촌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 방 3개짜리 집을 임대해 사용했다. 딸의 명의로 고급 승용차 BMW를 구매하기도 했다. 2011년 6월 한 달간 사용한 직불카드 사용 금액은 1만5000달러(한화 1760만원)에 달할 정도였다.

전 회장은 미국 생활 도중 불법 체류 혐의로 현지에서 검거됐던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미 블로거 안치용씨에 따르면 전 회장은 골프장을 자주 찾았으며 나이아가라 폭포 등에도 유람을 다녔다고 한다. 현지 이민 사기브로커에게 합법적 체류신분(영주권)을 조건으로 수억원대의 돈을 뜯겼다는 풍문도 있다.

그렇다면 불법체류자 신분인 전 회장이 어떻게 미국에 계속 거주할 수 있는 것일까. 이와 관련 성원건설 노조 관계자는 "전 회장의 외손자가 미국 시민권자"라며 "전 회장이 보호자 신분으로 미국에 계속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전 회장의 나머지 가족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일요시사>는 2010년 성원건설이 퇴출 위기에 몰렸을 때 전 회장의 고급 빌라 보유에 대한 의혹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일요시사> 는 전 회장 일가가 전 회장의 부인 조애숙씨와 외아들 동엽군이 각각 7대 3지분 비율로 공동 소유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고급빌라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가족들 한자리씩…무너진 족벌경영 
직원들 월급 200억 떼먹고 도피생활

성원건설 노조에 따르면 현재 해당 빌라는 전 회장의 친척 쪽으로 가등기 되어 있는 상태로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동엽군의 보유주식은 259억원으로 구본준 LG상사 부회장 딸 연제양(272억원)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장녀 정원씨는 지난해 1월 회사 대출금을 횡령하고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징역 1년6월과 추징금 2억4300만원 등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성원건설의 자금사정이 매우 악화된 상태에서 자금유치에 수반된 부정한 청탁과 관련해 거액의 돈을 받은 점 등으로 미뤄 피고인의 범죄가 회사 자금 사정 악화에 일부 원인을 제공했고, 이 건설사 운영자 자녀라는 특수관계의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성원건설의 자금을 관리하는 업체에 감사로 근무하던 정원씨는 PF자금 조달 알선·자문업체 직원 손모씨로부터 청탁을 받고 지난 2008년 3월부터 5월까지 3차례에 걸쳐 성원건설 자금 조달 관련 용역을 수주해 준 대가로 모두 2억6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청탁 업체의 용역수수료를 부풀려 그 차액인 3억8000만원을 빼돌려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잇따른 총수 구속에
가슴 졸이는 전윤수

성원건설 노조에 따르면 전 회장은 지난해 말 불구속 수사를 요청하면서 귀국 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최근 그룹 총수들이 잇따라 구속되는 등 전 회장이 귀국 후 겪게 될 엄청난 후폭풍이 무서워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만 있는 것도 아니다. 전 회장의 경영실패로 피해를 본 채권자 1600여명과 주주 1만3000여명이 눈에 불을 키고 전 회장의 귀국 혹은 체포를 기다리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성원건설은?>

▲1977년 태우종합개발 설립
▲1978년 성원건설로 사명 변경
▲1987년 전윤수 회장 취임
▲1990년 서해안고속도로 착공
▲1994년 지하철 6호선 착공
▲1999년 1차 부도
▲2003년 화의절차 후 회생 성공
▲2006∼2008년 두바이·바레인·아부다비 지사 설치
▲2009년 대주단 협약 가입
▲2010년 법정관리 신청
▲2011년 법정관리 시작
▲2013년 SM그룹, 성원건설 인수 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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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