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900호 특집> 미리 가본 지령 1000호 시대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4.11 09: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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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영∼' 2년 뒤 대한민국은 살맛 날까?

[일요시사=경제1팀] 창간 17년 만에 지령 900호를 맞은 <일요시사>가 오는 2015년이면 지령 1000호를 내게 된다. 박근혜 정부가 막 출범한 지금과 2년 뒤 1000호 시대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까. 타임머신을 타고 미리 살짝 들여다봤다.

첫 번째 도착지는 2015년 봄 서울, 원룸에서 홀로 생활하는 싱글 여성 김민주씨의 저녁 퇴근길이다. 김씨는 오늘 그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다. 계약직으로 구청에서 업무보조 형태의 사무보조를 하다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날이기 때문이다. 아직 비정규직으로 남아 있는 동료들도 올해 안에 정규직으로 모두 전환될 예정이다.

스마트폰 생활화
모든 음식점 금연

집 근처에 도착하니 스마트폰에 택배 알림 문자가 도착한다. 원룸촌 인근에 설치된 무인택배보관함에서 택배 물품을 수령한다. 택배기사를 가장한 강도를 더 이상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쉬는 날도, 쉬는 시간도 없다.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혼자 사는 김씨가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어두운 골목길도 더 이상 무섭지 않다. 여성들의 안전 귀가를 돕는 '안전 스카우트' 서비스 덕분이다. 집에 들어간 김씨는 가장 먼저 '외출'로 설정되어 있는 방범서비스의 보안 등급을 변경한다. 월 9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가입한 '싱글여성 홈 방범서비스'는 남자친구보다 더 든든하다.

무선감지센서가 외부침입자를 감지해 경보음을 울리고 보안업체에 긴급 연락까지 해준다. 김씨만 아는 장소에는 긴급 비상벨까지 설치되어 있다.


김씨는 얼마 전 저렴하게 구입한 3D TV를 켠다. 콘텐츠 걱정은 없다. 3D TV가 집집마다 설치되어 영화는 물론 드라마도 3D로 본다.

보고 싶었던 공포 영화를 검색한다. 눈앞에 귀신이 나타나 흉기를 휘두른다. 3D 기능을 끄는 것을 깜빡했다. 공포물에는 성인 영화처럼 등급을 매겨 심장이 약한 사람들은 법적으로 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김씨는 TV화면 앞에 손바닥을 대고 책장을 넘기는 시늉을 한다. 다른 채널로 변한다. 전화벨이 울리고 김씨는 이번에는 손바닥을 아래로 내린다. TV 볼륨이 줄어든다.

해외에 있는 부모님의 전화다. 영상 통화로 전환하니 부모님의 얼굴이 전화기 액정에 나타난다. 해외 통화료 걱정은 없다. TV, 컴퓨터, 집 전화가 모두 인터넷 환경을 이용하기 때문에 월 5만원 내외의 비용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집안 곳곳 지저분하게 늘어져 있던 인터넷선도 사라졌다. 모든 전자 제품들이 전원선을 제외하고는 선이 없다. 무선 통신 덕분이다.

다음 날 아침, 김씨는 자동차 매장으로 향한다. 이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차 가격이 일반 자동차 가격 대와 비슷해졌다. 여기에 보조금은 덤이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차를 사면 추가로 부담금을 내야 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차는 보조금을 받아 싸게 살 수 있다. 돈도 절약하고 환경도 보호하고 일석이조인 셈이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
스마트TV 집집마다…각종 콘텐츠 3D 제작
프로야구 10구단 체제·경기도 단독리그도

김씨는 전기차 구입도 고려 중이다. 시내 주요도로와 고속도로 휴게소에 전기차 충전소가 자리를 잡아 장거리 운전에 따른 부담도 크게 줄었다. 무선 충전도 가능하다. 플러그 또는 케이블이 없는 상태에서 차량 바닥에 별도의 충전장치가 설치됐다.

1회 충천으로 300km 이상, 최고속도 200km/h로 주행할 수 있으며 차량 내부에 위치한 리튬-이온배터리는 감속하거나 내리막길 주행 시 발생하는 에너지를 회수해 배터리를 실시간으로 재충전한다.


매연 없는 친환경 수소연료전지차도 양산에 들어갔다. 가볍고 수소저장용량이 높은 시스템이 개발됐고 전국 수소 충전소도 100곳으로 늘었다.

내비게이션은 더 이상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 혹은 태블릿 PC만 장착하면 내비게이션 기능은 물론 오디오, 전화 통화 등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충전도 걱정 없다. 차량 안 햇살이 들어오는 곳에 두기만 하면 바로 충전이 되기 때문이다.

저녁에는 친구들과 정규직 전환 기념 축하파티가 있다. 태블릿 PC를 통해 파티장소를 물색한다. 김씨와 김씨의 친구들 모두 비흡연자이지만 금연식당을 따로 검색할 필요는 없다. 모든 식당에서 재떨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2012년 12월 면적 150m² 이상의 음식점에서의 금연이 의무화된 이래 지난 2014년 금연 음식점 면적 기준이 100m² 이상으로 확대됐고 올해부터는 전국 68만여개의 모든 음식점·제과점에서 흡연이 금지됐다.

가스 배출량 따라
보조금 부과·지급

식당마다 재떨이가 놓여있는 소규모 흡연실이 마련됐지만 밀폐공간인데다 환풍기 등 환기시설을 잘 갖춰 담배연기가 밖으로 새어나오지는 않는다.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음식점에서 흡연하다가 적발시 흡연자는 10만원 이하, 업주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다.

다음 행선지는 수원야구장이다. 이민호씨는 요즘 야구 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프로야구가 10구단 체제로 막을 올렸기 때문이다. 구단만 많아진 게 아니다. 시스템도 대폭 바뀌었다. 경기수가 늘어 야구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하루 4경기가 5경기로 늘어났다. 지하철로 이동이 가능한 수도권 4개 구장(잠실·목동·문학·수원)에서 한꺼번에 경기가 열린다.

11구단, 12구단 창단 논의도 한창이다. 12구단 체제가 되면 양대 리그로의 체제 변환이 가능하다. 대구와 광주, 수원에 신축된 경기장 덕에 시즌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관중 수는 1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꿈의 1000만 관중시대가 올해 안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유니버시아드와
프레지던트컵

경기도에는 독립리그가 출범했다. 도 내 시 군 중에서 인구 40만명 이상의 6개 지역(파주시·시흥시 등)을 연고지로 6개 팀이 만들어졌다. 야구장은 관중 수용인원 2000~3000명 정도의 볼파크 형태로 소규모로 지어졌다.

프로구단에서 지명을 받지 못해 생계와 진로의 고민에 빠져있던 아마추어 선수들 200여명이 경기도 독립리그를 통해 새로운 길을 찾았다. 은퇴한 레전드 선수들도 독립리그에서 또 다른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몇 달 뒤 6월에는 캐나다에서 2015년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이 열린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본선에 진출, 한국 여자 축구 암흑기를 벗어나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아쉽게도 세계 최강 전력 북한 여자축구대표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11년 금지약물 복용으로 월드컵 출전자격을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볼거리는 많다. 국내에서는 광주광역시에서 하계유니버시아드가 열린다. 7월1일부터 7월12일까지 12일 동안 170여 개국, 2만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총 21개 종목에서 경합을 벌일 예정이다. 대한민국에서 1997년 동계 유니버시아드와 2003년 하계 유니버시아드에 이어서 세 번째로 개최되는 대회다. 벌써부터 선수촌에는 손연재, 박태환 등 선수들이 모여 메달 획득을 향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하계유니버시아드가 끝난 뒤에는 전 세계 상위권 골퍼들이 한국에 모이는 프레지던트컵이 열린다. 현직 대통령이 대회장으로 주관하는 프레지던트컵은 라이더컵을 본따 만든 대회로 미국대 다국적 선수 대항전으로 열리는 대회다. 프레지던트컵이 미국,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캐나다가 아닌 나라에서 열리는 것은 올해 대회가 처음이다.

수업이 한창인 학교 교실도 들여다봤다. 종이교과서가 놓여 있어야할 학생들의 책상에 디지털교과서가 대신 자리하고 있다. 초등학교도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온라인을 통해 박물관을 체험한다.

더 이상 밤길 무섭지 않은 여성들
전작권 환수 문제로 국민갈등 예상

질병 또는 천재지변으로 인해 등교하지 못한 학생들은 원격 화상 시스템을 통해 수업을 듣는다. 전국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무선 인터넷 환경과 보안 시스템이 구축됐고 교과부에는 스마트교육추진위원회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 미래교육연구센터가 설립됐다.

일부 중학교에서는 자율학기제가 시행 중이다.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를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제도인데 조사·발표·토론·실습·프로젝트 수행 등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과 다양한 문화·예술·체육·진로 프로그램을 운영해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찾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학생들의 시험부담 완화를 위해 중학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과목도 기존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5과목에서 국어, 영어, 수학 3과목으로 축소됐고 초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는 폐지됐다.

교내 폭력도 많이 줄었다. 대부분의 학교에 얼굴까지 식별 가능한 고화질 방범용 CCTV가 설치됐고 2013년 51%에 불과한 경비실은 86%까지 늘어났다. 

암진단부터 수술까지 '1주일 시대'도 열렸다. 차세대 '양성자 치료기'가 가동되어 세계 최고 수준의 암치료 인프라를 갖췄다. 치료 효과를 보기 어려웠던 안구암 및 뇌, 척수 척색종 등을 앓고 있는 환자들과 그의 가족들이 안도의 한숨의 내쉬고 있다. 암 수술 후의 재건, 감염 예방 및 치료, 재활, 완화 치료, 통증 관리 등과 함께 장기 생존자를 위한 특수클리닉을 시행하는 통합치유센터도 운영 중이다.

꿈의 암 치료기
양성자 기기 가동

시청 앞 광장에서는 12월1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촛불시위가 한창이다. 주한미군이 갖고 있는 전작권은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7년 2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2012년 4월17일부로 한국군이 환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명박정권이 들어선 후 2010년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2015년 12월1일로 이양시점을 연기했다. 한국군의 독자적인 전쟁수행 능력 부족과 함께 안보환경 변화가 이유였다.

각종 SNS에서는 국민들이 전작권 환수에 대해 "미군에 계속 의지 불가"의 찬성 의견과 "환수 여건 미흡"의 반대의견으로 나눠져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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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