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고 우습게 봤다가는 ‘훅’ 간다

4월 골프와 이상기온, 그리고 심장질환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추운 날씨가 이어졌다. 4월은 본격적 골프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언제 갑자기 이상기온이 찾아와 운동을 방해할지 모른다. 그러나 열성적으로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돌발변수에 아랑곳하지 않고 필드에 나선다. 특히 산악지형에 조성된 골프장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이상기온 속의 필드 나들이는 갑작스런 운동량 증가로 몸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

위험군은 40세 이상 남, 45세 이상 여
이른 봄 준비 없이 필드 나가면 ‘악’

지형의 경사가 심한 몇몇 골프장에선 라운드 하던 골퍼가 갑작스런 심장 이상으로 협심증의 고통을 호소하거나 심한 경우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례도 있다. 이처럼 이상기온에는 심장 혈관에 이상이 생기기 쉬운 법이다.
심장 전문의들은 추운날씨에 적응이 안 된 상태에서 실내외 온도가 30℃ 이상 차이 날 때는 심혈관 질환 발생 빈도가 높기 때문에 중·장년층 골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신체 적응력이 떨어지는 추운날씨에 피부가 노출되면 협심증이나 고혈압 같은 심혈관 질환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협심증과 심근경색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기온이 떨어져 체감온도가 낮아지면 심장은 큰 압박을 받는다. 차가운 날씨에 피부가 노출되면 혈관이 급격히 수축하고 피의 공급도 줄어든다. 이에 따라 심장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한층 빨리 뛰며 혈압과 맥박수가 급상승한다.

심장의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혈관 벽이 굳으면 이때 심장에 필요한 산소량이 부족해 협심증을 일으키거나 심한 경우 돌연사를 하게 된다.


허혈성 심질환은 대개 협심증과 심근경색으로 나눌 수 있다. 협심증은 심근허혈로 인한 가슴부위의 통증 또는 불편함을 말하며, 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의 일부가 완전히 막혀 이하 부위의 심근이 괴사되는 경우를 말한다.

허혈성 심질환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대부분 죽상경화로 인한 관상동맥협착이 그 원인이 된다. 흔히 동맥경화로 알려진 죽상경화는 혈관 내에 찌꺼기가 쌓여 동맥의 내경이 좁아지는 것을 말한다. 죽상동맥경화는 관상동맥, 대동맥, 뇌동맥, 하지동맥 등에서 잘 나타나고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진행한 후에야 협심증, 뇌졸중, 신부전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데, 대개 혈관면적의 70% 이상이 좁아진 후에야 발견하게 된다.

따라서 일단 발병한 후 치료하는 것보다 조기에 발견해 그 발작을 막는 것이 최선이다. 다행히 동맥경화는 적절한 치료와 위험인자 조절을 통해 그 진행을 막거나 되돌릴 수 있는 치료 가능한 질병이다. 이러한 심장질환의 위험군은 40세 이상 남자와 45세 이상 여자로, 고혈압, 당뇨, 고 콜레스테롤 혈증, 비만, 흡연, 운동 부족, 심한 스트레스, 가족력 등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들이다.

인생의 황금기인 중년에 만에 하나라도 있을 수 있는 돌연사를 피하기 위해서는 관상동맥의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또한 나이가 들면서 무리한 운동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년의 나이에는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몸을 체크하고 어려움을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와 더불어 반짝 추위 속에서 라운드 할 때는 추위에 적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하며, 라운드 직후 갑자기 뜨거운 물로 몸을 녹이는 것도 좋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3S’ 숙지하라

봄 골프에서 ‘타수’보다 중요한 것이 ‘부상 방지’다. 라운딩을 앞두고 여유 있게 골프장에 도착해 굳은 몸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난겨울에는 유독 강추위가 이어졌다. 주말 골퍼들이 모처럼 찾아온 따뜻한 날씨를 누구보다 반기는 이유다.
하지만 이른 봄 골프장은 여전히 여러 돌발변수를 품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첫 라운드를 시작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몸은 겨우내 움츠러들었고 코스 컨디션도 엉망이다. 오랜만에 라운드를 나와 스트레스만 받고 돌아갈 수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즐겁게 골프시즌을 시작하고 싶다면 먼저 봄 라운드 요령 중 ‘3S(스트레칭ㆍ스윙ㆍ스트레스)’는 반드시 알고 나가야 한다.

◆스트레칭=이른 봄 라운드에 스트레칭은 필수다. 겨우내 굳어 있던 근육과 관절 상태를 잊고 마음만 앞서 풀 스윙이라도 한다면 부상을 입고 최악의 경우에는 시즌을 접을 수도 있다.
고수들의 봄 골프 스트레칭 방법을 따라해 보자. 먼저 티오프 1시간 전쯤 여유 있게 골프장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
준비는 라커룸부터 시작된다. 옷을 갈아입기 전 뜨거운 물로 짧게 샤워를 한다. 근육과 관절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미리 준비시키는 것이다.
코스에 나간다면 손목ㆍ발목, 무릎ㆍ팔꿈치, 허리, 어깨 등 심장에서 먼 곳부터 천천히 풀어나간다. 체온이 올라가고 약간 땀이 난 듯하면 스윙연습을 시작한다. 이때 몸에 무리가 덜 가는 짧은 클럽부터 단계적으로 스윙을 하는 것이 좋다.
스윙은 느려도 좋다. 천천히 몸의 리듬감을 찾아가는 것이 포인트다.
라운드 도중에도 몸이 굳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답은 ‘걷기’다. 카트를 자주 타면 체온이 떨어지고 근육, 관절, 혈관이 수축돼 부상 원인이 된다. 또 보온을 위해 땀 흡수가 잘되는 내피와 방한·방풍 효과가 있는 외투를 겹쳐 입고 수시로 벗고 입으며 일정하게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스윙=이제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섰다. 시즌 첫 라운드의 시작을 알린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뜨기 마련이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천천히’를 되뇌어야 한다. 그리고 스윙 크기와 힘을 모두 평소 3분의 2 수준으로 하면 된다.
‘멀리 날려야지’ ‘핀에 붙여야지’ 하는 욕심이 들어가는 순간 샷은 급해지고 스코어는 엉망이 된다. 특히 이른 봄 맨땅이 드러난 페어웨이 공략법을 잘 알아야 한다.
임팩트를 정확히 하기 위해서는 스윙 크기를 평소 75% 수준으로 하기 때문에 한 클럽 긴 채를 선택하고 그립은 2인치 정도 내려 잡고 스윙하면 된다.
한 가지 더. 들뜬 기분에 ‘찍어 치는’ 샷을 했다가는 낭패다. 공 방향성이 나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부상까지 당할 수 있다.
우드샷은 물론 아이언샷을 할 때도 ‘쓸어 치는’ 샷이 유리하다. 공이 잔디 위에 떠 있지 않고 착 달라붙어 있기 때문이다. 퍼팅을 할 때는 평소보다 강하게 스트로크하고 모래가 많아 브레이크를 덜 읽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트레스=스트레칭과 샷 요령을 알았다면 즐거운 라운드만 남았다. 하지만 지난 시즌 감이 좋을 때만 생각한다면 엉뚱한 샷과 망가진 스코어에 실망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스코어에 욕심을 내 무리하기보다는 평정심을 유지하고, 스윙감을 되찾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이때 버디나 파 욕심을 버리고, 보기 이상은 하지 않겠다는 전략이 필요하다. 보기와 싸우다 보면 파도 나올 수 있고, 운이 좋다면 행운의 버디를 잡을 수도 있다.
‘올드 맨 파’(Old Man Par)라는 말이 있다. 전설의 아마추어 골퍼인 보비 존스가 처음 쓴 말이다. 골프는 매 홀 ‘파’(par)와 싸워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말은 프로골퍼나 아마 고수에게 해당되는 것이다. 주말골퍼라면 이를 응용해 ‘올드 맨 보기’(Old Man Bogey)를 생각하면 된다. 매 홀 보기와 싸우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상황이 나쁜 봄철 라운드에서는 존스의 명구가 진가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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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