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성접대 파문 '키맨5'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4.05 14: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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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흐지부지? 5명은 알고 있다!

[일요시사=사회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고위층 성접대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삐거덕거리는 모습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실명과 동영상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면서부터 수사는 혼선을 빚고 있다. 동영상만 믿고 들어간 첫 기획 단계부터 무리한 수사였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경찰의 계속된 언론 플레이에 의혹만 여기저기 춤추고 있다.



검찰이 고위층 성접대 의혹과 관련, 경찰의 출국금지 신청을 대부분 불허하면서 사건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앞서 경찰은 성접대 의혹에 연루된 12∼13명에 대한 출국 금지를 요청했는데 검찰이 이중 6∼7명을 불허하면서 수사가 난관에 부딪힌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사건 핵심인물로 지목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출국금지 리스트에서 제외되면서 의문은 더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성접대 수사가 이대로 흐지부지 종결될 것인지. 수수께끼 열쇠를 쥐고 있는 '키맨' 5명을 조명했다.

[키맨1]
[김학의 전 차관]

결과적으로 경찰은 지금까지 김 전 차관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 문제가 된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인지 확실하지 않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는 최초 경찰로부터 동영상을 넘겨받았을 때 분석에 애를 먹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동영상 속의 잡음과 음악소리로 인해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과 동일인물인지 음성대조가 불가능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영상도 마찬가지다.

경찰청 특수수사과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동영상 속 인물과 김 전 차관은 얼굴 형태 윤곽선이 유사한 것으로 관찰됐다. 그러나 이게 전부였다.


경찰은 "성접대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 결과를 받았다"고 말했지만 "꼭 그렇다는 건 아니다"란 단서를 붙여 애매모호한 해석을 낳았다. '김 전 차관일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는 <일요시사>에 동영상을 봤다고 진술한 한 관계자의 설명과도 일치한다. 그는 "자신이 직접 동영상을 봤다"고 말하면서 "해당 동영상만으로는 김 전 차관인 걸 특정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남녀가 성관계를 맺는 행위 자체를 묘사할 수는 있지만 화질이 좋지 않아 얼굴은 구별할 수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처럼 이 관계자가 지난 2월에 묘사한 내용과 최근 경찰이 국과수에 보낸 동영상 내용은 정확히 일치했다.

즉 경찰은 동영상 입수 단계부터 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는 확신이 없었다. 이 때문에 J변호사 등을 불러 김 전 차관임을 입증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국과수에 분석을 의뢰했다는 것이다.

국과수 분석결과가 지난 25일 언론에 공개되자 이날 김 전 차관은 경찰 기자단에 입장자료를 보냈다. 성접대 의혹을 적극 부인하는 내용이었다.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Y씨 소유의 강원도 별장에서 향응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별장 주인인 Y씨를 조사하면 참석자가 누구인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동영상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포함한 사건의 전모가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 전 차관은 몇몇 언론사에 내용 증명 자료를 요청했다. 이를 두고 김 전 차관의 '반격'이 시작됐다는 얘기가 법조계에서 흘러나왔다. 며칠전에는 '김 전 차관이 모 언론사에 수백억원대의 소송을 제기했다'는 말까지 돌았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의 변호사 등으로 지목된 인물에게 문의한 결과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확보한 거의 유일한 증거인 동영상이 증거로서의 효력을 잃자 경찰 역시 긴장하는 분위기. 김 전 차관이 Y씨에게 대가성 특혜를 준 여부도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한 관계자는 전했다.

상황은 앞으로 더 지켜봐야겠지만 만약 현 수사팀이 김 전 차관에 대한 혐의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경찰은 문책성 인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건 혐의 입증 작업이 쉽지 않을 거란 것. 이래저래 사건은 김 전 차관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고위층 별장파티 의혹 경찰 수사 혼선 빚어
동영상만 믿었는데…첫 단추부터 무리 지적

[키맨2]
[Y씨 내연녀 K씨]

Y씨의 내연녀로 알려진 K씨, K씨는 이번 스캔들의 최대 피해자 중 1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Y씨로부터 고위 공직자에 대한 성접대를 강요받았다"는 진술을 일관되게 하고 있다. 그러나 K씨는 현재 간통 혐의로 피소된 피의자 신분이기도 하다.

세간에 이번 성접대 사건은 K씨가 Y씨를 고소하면서 불거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조금 다르다.  K씨가 Y씨를 성폭행으로 고소하기 전 별건이 경찰에 접수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내막은 이렇다. Y씨는 자신의 별장에서 K씨와 성관계를 맺는 장면을 정지된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그러나 Y씨의 휴대전화에서 이 동영상을 발견한 Y씨의 아내는 Y씨를 K씨와 함께 간통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자 K씨는 혐의를 벗기 위해 Y씨를 성폭행으로 역고소한 것이다.

하지만 서초경찰서는 K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폭행 혐의는 무혐의로 결론 났다. 반대로 Y씨의 아내가 K씨에게 제기한 간통 혐의는 인정됐다. 지난 2월 K씨는 Y씨와 함께 모두 70여 차례에 걸쳐 간통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기소됐다.

이처럼 K씨에겐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를 적극 부인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더불어 사진 동호회를 함께하고, 경매로 넘어간 별장까지 대리 인수해 줄 정도로 친분이 있던 Y씨의 배신은 K씨에게 또 다른 자극이 됐을 것이다.

최근 경찰은 K씨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정황을 확보했다. 먼저 K씨는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성폭행 건으로 조사받을 당시 "Y씨가 건네 준 알약을 먹고 환각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K씨가 최음제를 먹은 상태에서 성관계에 응했을 확률은 낮은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K씨의 주장에 따르면 K씨는 2011년 말께 Y씨로부터 '환각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그러나 K씨의 머리카락을 국과수에서 분석한 결과 K씨의 머리카락 중간 부분(약 6cm)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 K씨의 진술대로라면 머리카락 끝 부분(12cm)에서 마약이 검출돼야했다.

즉 K씨는 2011년 말께 마약을 복용한 것이 아니라 2012년 중반께 마약을 복용한 것이다. 이에 국과수는 서초경찰서에 "신중한 조사를 요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증거로 제출된 Y씨의 성관계 동영상에서도 강제성은 없던 것으로 판명 났다. 성폭행 혐의로 조사받던 Y씨는 자신이 갖고 있던 동영상과 녹취록을 반박자료로 제출해 K씨와의 내연 관계를 입증했다. 결국 경찰은 Y씨의 손을 들어줬고, 경찰은 Y씨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불기소 의견을 냈다.

K씨의 부탁으로 Y씨에게서 벤츠를 찾아온 대부업자 P씨의 의견도 비슷하다. 그는 한 유력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K씨가 성접대에 동원된 또 다른 여성에게 보낸 문자를 봤는데 그 문자에는 'Y씨의 성폭행을 증언 해주면 2000만원을 주겠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K씨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로 인해 K씨의 복수설 또한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현재 성접대 수사는 K씨의 진술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만약 K씨의 진술이 신빙성을 잃는다면 경찰은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키맨3]
[대부업자 P씨]

대부업자 P씨는 K씨의 벤츠에서 동영상 CD 원본을 입수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사건이 지금처럼 커진 건 P씨의 공도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내용은 이렇다. P씨는 K씨로부터 Y씨에게 뺏긴 벤츠를 찾아줄 것을 부탁받았다. 그리고 P씨는 자신의 운전기사를 동원해 Y씨가 타고 다니던 벤츠를 빼앗았다. 그리고 우연히 벤츠 뒷 트렁크에서 CD 7장을 입수했다. 바로 성접대 동영상 원본으로 불리는 풀버전 영상이었다.

P씨는 이 영상을 돌려보는 과정에서 김 전 차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발견했다. 그리고 문제의 성접대 동영상에 K씨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마음이 바뀐 P씨는 벤츠를 판 뒤 도리어 K씨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동영상이 있다는 걸 확인시키기 위해 P씨는 K씨의 휴대폰으로 성관계 동영상을 전송했다. K씨는 나중에 이 동영상을 경찰에 증거 자료로 제출했는데 경찰은 이 동영상을 믿고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지난 2월 내사 단계에서 P씨에게 접근했던 것으로 한 관계자는 전했다. 충북 제천에 머물고 있는 P씨를 경찰이 수소문했다는 것. 경찰이 직접 P씨와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만남 이후 P씨가 경찰의 정보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증언도 있다.


소문대로라면 원본을 갖고 있는 P씨는 이 사건의 핵심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비교적 장막에 가려져 있다. 한 유력 언론은 P씨와의 인터뷰를 전하며 "P씨가 동영상을 입수한 뒤 김 전 차관을 협박해 20억원을 받아내려 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K씨도 조사 과정에서 비슷한 진술을 했다. K씨는 "P씨가 이 동영상을 빌미로 김 전 차관을 협박하자고 했다"며 "이 동영상은 20억원이라는 말을 했다"고도 증언했다.

P씨는 K씨에게 "내가 이 영상으로 누굴 협박하면 몇 년 사는지도 알아봤다"면서 범행에 가담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K씨는 P씨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별장에 함께 갔던 지인들을 만나 이 같은 협박 사실을 털어놨다.

이 과정에서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K씨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K씨는 성접대 사실을 경찰에 폭로했다. 숨겨졌던 성접대 파문이 수면 위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하지만 반전이 등장했다. Y씨에게서 벤츠를 빼앗은 P씨의 운전기사가 "차 안에는 동영상이 없었다"며 지금까지의 사실 관계를 모두 뒤집은 것이다. K씨와 P씨의 측근 중 어느 한쪽은 거짓말을 하는 상황.

한 경찰 관계자는 "P씨가 지금까지 동영상을 갖고 있을 확률은 거의 없다"며 "한때는 P씨가 김 전 차관을 만나 딜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지금으로선 그 부분에 대해 확답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검찰 비협조로 난관
미궁 속으로 빠지나

[키맨4]
[허준영 전 청장]

최초 P씨가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진 원본 성접대 동영상,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회 저명인사들이 찍혔다던 이 동영상은 현재 자취를 감췄다. '판도라의 상자'라 불렸던 7장의 CD도 이젠 그 존재조차 불투명한 상황.

그런데 경찰 수사 과정에서 언젠가부터 성접대 동영상 리스트라 불리는 명단이 떠돌기 시작했다. 전·현직 사정기관 간부, 정부 고위관료, 유명 병원장 등이 포함된 이 리스트에 언론은 칼춤을 췄고, 수사 과정은 매일 실시간 생중계됐다.

이 사건을 오래 전부터 취재했던 한 기자는 이 리스트에 의문을 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경찰 고위 관계자가 너무 많이 포함돼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말을 토대로 복수 관계자의 증언을 종합하면 해당 리스트는 중간에 조작됐거나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높다.

먼저 해당 리스트에 검찰 고위간부가 포함돼 있는 건 이해 가능하지만 경찰 고위간부들이 대거 포함돼 있는 건 다소 석연찮다는 반응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누워서 침 뱉는 격으로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낼 이유가 없기 때문.

또 리스트에 따르는 구체적인 증언이나 주변 제보가 필수적인데 관련 인물들은 물론 성접대 피해자들까지 일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한다.

최초 경찰 조사에서 고위층과의 성관계를 시인했던 한 여성은 수사가 진행되자 진술을 번복하는 등 수사에 혼선을 주고 있으며, 자신이 직접 성접대한 인물을 정확히 특정하지 못하는 등 태도를 바꿨다는 후문이다.

기억에 의존한 수사다보니 물증 확보도 손에 꼽을 정도. 경찰 입장에선 별장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CCTV 외 리스트를 입증할 증거도 요원하다. 설사 지목된 인사가 CCTV에 찍혔다 하더라도 성접대를 부인하면 경찰 입장에서는 아무 것도 밝혀낼 수 없다. 혐의를 확신했던 경찰에게 암운이 드리우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성접대 리스트를 검찰 측에서 고의로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건 추이를 미리 파악하고 있던 검찰이 경찰의 강제수사 전환에 발맞춰 일부러 리스트를 흘렸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성접대 리스트가 경찰 수사에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는 푸념이 경찰 내부에서 들렸다. 여론 부담이 커지다보니 언론 플레이에 의존하게 되고, 관련 인물들은 시간을 벌면서 수사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

이 대목에서 리스트에 포함된 허준영 전 경찰청장이 "사실이라면 할복자살 하겠다"고 말한 건 꽤나 의미심장하다. 괜한 객기가 아니라 그만큼 결백함에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경찰과는 별도로 사건을 수사 중인 청와대에서도 허 전 청장에 대한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 전 청장은 서울 노원병을 지역구로 이번 4월 재보선에 출마한다. 공천 과정에서 검증을 거쳤을 것이란 점을 상기하면 Y씨가 허 전 청장을 상대로 성접대를 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처럼 리스트에 언급된 인물들은 하나 같이 Y씨와의 커넥션을 부인하고 있고 또 경찰 조사에서 그들의 혐의가 입증될 가능성 또한 낮아 보인다.

[키맨5]
[건설업자 Y씨]

최근 경찰은 건설업자 Y씨의 통화내역에서 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경찰청을 발견했다. 그러나 Y씨가 실제로 누구와 통화를 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Y씨와 자주 통화한 각 사정기관 담당자도 수사 선상에 오르고 있다. 경찰은 "2011년 말부터 Y씨의 통화내역에서 검찰이나 경찰 인사의 전화번호가 나왔다"면서 Y씨가 20차례 이상 입건됐음에도 무혐의 처분을 받는 과정에서 사정기관의 비호가 있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경찰은 이번 수사의 초점을 김 전 차관에서 Y씨로 옮겼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의 목적은 성접대 규명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Y씨가 각종 공사 수주나 인허가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저질렀는지 여부가 핵심이란 설명. 또 Y씨가 고위 공직자들에게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했는지와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얼마 전 경찰은 Y씨가 공동대표로 재직하던 D건설의 병원 인테리어 공사 의혹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광범위하게 퍼진 수사망을 실체적 혐의가 있는 사람들로 압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수사 전문가는 "그날 별장에서 실제로 성접대가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대가성 여부를 입증하지 못하면 관련자들을 처벌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Y씨의 통화내역에서 누구를 발견하든 결국에는 Y씨가 청탁 사실을 털어놓지 않으면 진상 규명 또한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Y씨를 둘러싼 의혹은 불거진 것만 수십 가지. 그가 모 대기업 출신 사업가로 국내 대규모 건설사에게 수백억원대의 특혜를 받아왔다는 설, 법조 브로커로 각종 소송에 개입해 이득을 챙겼다는 설, 대선자금과 관련된 한 그룹이 추진하는 사업에 연루됐다는 설 등 온통 '설'뿐이다. 그리고 확인된 건 없다. 그가 사회 고위층들과 광범위한 인맥을 형성해 온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게 꼭 불법성이 있다고는 할 수 없는 애매한 상황이다.

다만 Y씨가 자신이 분양한 한 빌딩의 입주예정자들로부터 71억원 규모의 소송을 당했는데 이 건이 지난 2012년 1월 불기소 처분된 점은 법조계 로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Y씨의 광범위한 성접대가 결국은 이 분양 소송과 관련해 시작됐기 때문.

한 사건 관계자는 "Y씨가 건설 소송을 유리하게 진행하기 위해 인맥을 넓혔던 것이 별장파티로 이어졌고, 이것이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성접대로) 커졌다"면서 "아마 이번 스캔들로 가장 피해를 보는 데가 있다면 그건 아마 (뒤를 봐준) 경찰일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검·경 힘겨루기와 Y씨의 인맥, K씨의 사적인 감정 등이 맞물려 사건이 실제보다 확대된 측면이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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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