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성접대 파문 '키맨5'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4.05 14: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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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흐지부지? 5명은 알고 있다!

[일요시사=사회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고위층 성접대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삐거덕거리는 모습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실명과 동영상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면서부터 수사는 혼선을 빚고 있다. 동영상만 믿고 들어간 첫 기획 단계부터 무리한 수사였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경찰의 계속된 언론 플레이에 의혹만 여기저기 춤추고 있다.



검찰이 고위층 성접대 의혹과 관련, 경찰의 출국금지 신청을 대부분 불허하면서 사건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앞서 경찰은 성접대 의혹에 연루된 12∼13명에 대한 출국 금지를 요청했는데 검찰이 이중 6∼7명을 불허하면서 수사가 난관에 부딪힌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사건 핵심인물로 지목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출국금지 리스트에서 제외되면서 의문은 더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성접대 수사가 이대로 흐지부지 종결될 것인지. 수수께끼 열쇠를 쥐고 있는 '키맨' 5명을 조명했다.

[키맨1]
[김학의 전 차관]

결과적으로 경찰은 지금까지 김 전 차관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 문제가 된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인지 확실하지 않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는 최초 경찰로부터 동영상을 넘겨받았을 때 분석에 애를 먹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동영상 속의 잡음과 음악소리로 인해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과 동일인물인지 음성대조가 불가능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영상도 마찬가지다.

경찰청 특수수사과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동영상 속 인물과 김 전 차관은 얼굴 형태 윤곽선이 유사한 것으로 관찰됐다. 그러나 이게 전부였다.


경찰은 "성접대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 결과를 받았다"고 말했지만 "꼭 그렇다는 건 아니다"란 단서를 붙여 애매모호한 해석을 낳았다. '김 전 차관일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는 <일요시사>에 동영상을 봤다고 진술한 한 관계자의 설명과도 일치한다. 그는 "자신이 직접 동영상을 봤다"고 말하면서 "해당 동영상만으로는 김 전 차관인 걸 특정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남녀가 성관계를 맺는 행위 자체를 묘사할 수는 있지만 화질이 좋지 않아 얼굴은 구별할 수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처럼 이 관계자가 지난 2월에 묘사한 내용과 최근 경찰이 국과수에 보낸 동영상 내용은 정확히 일치했다.

즉 경찰은 동영상 입수 단계부터 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는 확신이 없었다. 이 때문에 J변호사 등을 불러 김 전 차관임을 입증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국과수에 분석을 의뢰했다는 것이다.

국과수 분석결과가 지난 25일 언론에 공개되자 이날 김 전 차관은 경찰 기자단에 입장자료를 보냈다. 성접대 의혹을 적극 부인하는 내용이었다.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Y씨 소유의 강원도 별장에서 향응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별장 주인인 Y씨를 조사하면 참석자가 누구인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동영상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포함한 사건의 전모가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 전 차관은 몇몇 언론사에 내용 증명 자료를 요청했다. 이를 두고 김 전 차관의 '반격'이 시작됐다는 얘기가 법조계에서 흘러나왔다. 며칠전에는 '김 전 차관이 모 언론사에 수백억원대의 소송을 제기했다'는 말까지 돌았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의 변호사 등으로 지목된 인물에게 문의한 결과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확보한 거의 유일한 증거인 동영상이 증거로서의 효력을 잃자 경찰 역시 긴장하는 분위기. 김 전 차관이 Y씨에게 대가성 특혜를 준 여부도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한 관계자는 전했다.

상황은 앞으로 더 지켜봐야겠지만 만약 현 수사팀이 김 전 차관에 대한 혐의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경찰은 문책성 인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건 혐의 입증 작업이 쉽지 않을 거란 것. 이래저래 사건은 김 전 차관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고위층 별장파티 의혹 경찰 수사 혼선 빚어
동영상만 믿었는데…첫 단추부터 무리 지적

[키맨2]
[Y씨 내연녀 K씨]

Y씨의 내연녀로 알려진 K씨, K씨는 이번 스캔들의 최대 피해자 중 1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Y씨로부터 고위 공직자에 대한 성접대를 강요받았다"는 진술을 일관되게 하고 있다. 그러나 K씨는 현재 간통 혐의로 피소된 피의자 신분이기도 하다.

세간에 이번 성접대 사건은 K씨가 Y씨를 고소하면서 불거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조금 다르다.  K씨가 Y씨를 성폭행으로 고소하기 전 별건이 경찰에 접수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내막은 이렇다. Y씨는 자신의 별장에서 K씨와 성관계를 맺는 장면을 정지된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그러나 Y씨의 휴대전화에서 이 동영상을 발견한 Y씨의 아내는 Y씨를 K씨와 함께 간통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자 K씨는 혐의를 벗기 위해 Y씨를 성폭행으로 역고소한 것이다.

하지만 서초경찰서는 K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폭행 혐의는 무혐의로 결론 났다. 반대로 Y씨의 아내가 K씨에게 제기한 간통 혐의는 인정됐다. 지난 2월 K씨는 Y씨와 함께 모두 70여 차례에 걸쳐 간통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기소됐다.

이처럼 K씨에겐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를 적극 부인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더불어 사진 동호회를 함께하고, 경매로 넘어간 별장까지 대리 인수해 줄 정도로 친분이 있던 Y씨의 배신은 K씨에게 또 다른 자극이 됐을 것이다.

최근 경찰은 K씨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정황을 확보했다. 먼저 K씨는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성폭행 건으로 조사받을 당시 "Y씨가 건네 준 알약을 먹고 환각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K씨가 최음제를 먹은 상태에서 성관계에 응했을 확률은 낮은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K씨의 주장에 따르면 K씨는 2011년 말께 Y씨로부터 '환각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그러나 K씨의 머리카락을 국과수에서 분석한 결과 K씨의 머리카락 중간 부분(약 6cm)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 K씨의 진술대로라면 머리카락 끝 부분(12cm)에서 마약이 검출돼야했다.

즉 K씨는 2011년 말께 마약을 복용한 것이 아니라 2012년 중반께 마약을 복용한 것이다. 이에 국과수는 서초경찰서에 "신중한 조사를 요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증거로 제출된 Y씨의 성관계 동영상에서도 강제성은 없던 것으로 판명 났다. 성폭행 혐의로 조사받던 Y씨는 자신이 갖고 있던 동영상과 녹취록을 반박자료로 제출해 K씨와의 내연 관계를 입증했다. 결국 경찰은 Y씨의 손을 들어줬고, 경찰은 Y씨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불기소 의견을 냈다.

K씨의 부탁으로 Y씨에게서 벤츠를 찾아온 대부업자 P씨의 의견도 비슷하다. 그는 한 유력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K씨가 성접대에 동원된 또 다른 여성에게 보낸 문자를 봤는데 그 문자에는 'Y씨의 성폭행을 증언 해주면 2000만원을 주겠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K씨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로 인해 K씨의 복수설 또한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현재 성접대 수사는 K씨의 진술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만약 K씨의 진술이 신빙성을 잃는다면 경찰은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키맨3]
[대부업자 P씨]

대부업자 P씨는 K씨의 벤츠에서 동영상 CD 원본을 입수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사건이 지금처럼 커진 건 P씨의 공도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내용은 이렇다. P씨는 K씨로부터 Y씨에게 뺏긴 벤츠를 찾아줄 것을 부탁받았다. 그리고 P씨는 자신의 운전기사를 동원해 Y씨가 타고 다니던 벤츠를 빼앗았다. 그리고 우연히 벤츠 뒷 트렁크에서 CD 7장을 입수했다. 바로 성접대 동영상 원본으로 불리는 풀버전 영상이었다.

P씨는 이 영상을 돌려보는 과정에서 김 전 차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발견했다. 그리고 문제의 성접대 동영상에 K씨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마음이 바뀐 P씨는 벤츠를 판 뒤 도리어 K씨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동영상이 있다는 걸 확인시키기 위해 P씨는 K씨의 휴대폰으로 성관계 동영상을 전송했다. K씨는 나중에 이 동영상을 경찰에 증거 자료로 제출했는데 경찰은 이 동영상을 믿고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지난 2월 내사 단계에서 P씨에게 접근했던 것으로 한 관계자는 전했다. 충북 제천에 머물고 있는 P씨를 경찰이 수소문했다는 것. 경찰이 직접 P씨와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만남 이후 P씨가 경찰의 정보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증언도 있다.


소문대로라면 원본을 갖고 있는 P씨는 이 사건의 핵심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비교적 장막에 가려져 있다. 한 유력 언론은 P씨와의 인터뷰를 전하며 "P씨가 동영상을 입수한 뒤 김 전 차관을 협박해 20억원을 받아내려 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K씨도 조사 과정에서 비슷한 진술을 했다. K씨는 "P씨가 이 동영상을 빌미로 김 전 차관을 협박하자고 했다"며 "이 동영상은 20억원이라는 말을 했다"고도 증언했다.

P씨는 K씨에게 "내가 이 영상으로 누굴 협박하면 몇 년 사는지도 알아봤다"면서 범행에 가담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K씨는 P씨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별장에 함께 갔던 지인들을 만나 이 같은 협박 사실을 털어놨다.

이 과정에서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K씨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K씨는 성접대 사실을 경찰에 폭로했다. 숨겨졌던 성접대 파문이 수면 위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하지만 반전이 등장했다. Y씨에게서 벤츠를 빼앗은 P씨의 운전기사가 "차 안에는 동영상이 없었다"며 지금까지의 사실 관계를 모두 뒤집은 것이다. K씨와 P씨의 측근 중 어느 한쪽은 거짓말을 하는 상황.

한 경찰 관계자는 "P씨가 지금까지 동영상을 갖고 있을 확률은 거의 없다"며 "한때는 P씨가 김 전 차관을 만나 딜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지금으로선 그 부분에 대해 확답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검찰 비협조로 난관
미궁 속으로 빠지나

[키맨4]
[허준영 전 청장]

최초 P씨가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진 원본 성접대 동영상,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회 저명인사들이 찍혔다던 이 동영상은 현재 자취를 감췄다. '판도라의 상자'라 불렸던 7장의 CD도 이젠 그 존재조차 불투명한 상황.

그런데 경찰 수사 과정에서 언젠가부터 성접대 동영상 리스트라 불리는 명단이 떠돌기 시작했다. 전·현직 사정기관 간부, 정부 고위관료, 유명 병원장 등이 포함된 이 리스트에 언론은 칼춤을 췄고, 수사 과정은 매일 실시간 생중계됐다.

이 사건을 오래 전부터 취재했던 한 기자는 이 리스트에 의문을 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경찰 고위 관계자가 너무 많이 포함돼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말을 토대로 복수 관계자의 증언을 종합하면 해당 리스트는 중간에 조작됐거나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높다.

먼저 해당 리스트에 검찰 고위간부가 포함돼 있는 건 이해 가능하지만 경찰 고위간부들이 대거 포함돼 있는 건 다소 석연찮다는 반응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누워서 침 뱉는 격으로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낼 이유가 없기 때문.

또 리스트에 따르는 구체적인 증언이나 주변 제보가 필수적인데 관련 인물들은 물론 성접대 피해자들까지 일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한다.

최초 경찰 조사에서 고위층과의 성관계를 시인했던 한 여성은 수사가 진행되자 진술을 번복하는 등 수사에 혼선을 주고 있으며, 자신이 직접 성접대한 인물을 정확히 특정하지 못하는 등 태도를 바꿨다는 후문이다.

기억에 의존한 수사다보니 물증 확보도 손에 꼽을 정도. 경찰 입장에선 별장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CCTV 외 리스트를 입증할 증거도 요원하다. 설사 지목된 인사가 CCTV에 찍혔다 하더라도 성접대를 부인하면 경찰 입장에서는 아무 것도 밝혀낼 수 없다. 혐의를 확신했던 경찰에게 암운이 드리우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성접대 리스트를 검찰 측에서 고의로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건 추이를 미리 파악하고 있던 검찰이 경찰의 강제수사 전환에 발맞춰 일부러 리스트를 흘렸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성접대 리스트가 경찰 수사에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는 푸념이 경찰 내부에서 들렸다. 여론 부담이 커지다보니 언론 플레이에 의존하게 되고, 관련 인물들은 시간을 벌면서 수사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

이 대목에서 리스트에 포함된 허준영 전 경찰청장이 "사실이라면 할복자살 하겠다"고 말한 건 꽤나 의미심장하다. 괜한 객기가 아니라 그만큼 결백함에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경찰과는 별도로 사건을 수사 중인 청와대에서도 허 전 청장에 대한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 전 청장은 서울 노원병을 지역구로 이번 4월 재보선에 출마한다. 공천 과정에서 검증을 거쳤을 것이란 점을 상기하면 Y씨가 허 전 청장을 상대로 성접대를 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처럼 리스트에 언급된 인물들은 하나 같이 Y씨와의 커넥션을 부인하고 있고 또 경찰 조사에서 그들의 혐의가 입증될 가능성 또한 낮아 보인다.

[키맨5]
[건설업자 Y씨]

최근 경찰은 건설업자 Y씨의 통화내역에서 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경찰청을 발견했다. 그러나 Y씨가 실제로 누구와 통화를 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Y씨와 자주 통화한 각 사정기관 담당자도 수사 선상에 오르고 있다. 경찰은 "2011년 말부터 Y씨의 통화내역에서 검찰이나 경찰 인사의 전화번호가 나왔다"면서 Y씨가 20차례 이상 입건됐음에도 무혐의 처분을 받는 과정에서 사정기관의 비호가 있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경찰은 이번 수사의 초점을 김 전 차관에서 Y씨로 옮겼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의 목적은 성접대 규명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Y씨가 각종 공사 수주나 인허가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저질렀는지 여부가 핵심이란 설명. 또 Y씨가 고위 공직자들에게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했는지와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얼마 전 경찰은 Y씨가 공동대표로 재직하던 D건설의 병원 인테리어 공사 의혹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광범위하게 퍼진 수사망을 실체적 혐의가 있는 사람들로 압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수사 전문가는 "그날 별장에서 실제로 성접대가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대가성 여부를 입증하지 못하면 관련자들을 처벌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Y씨의 통화내역에서 누구를 발견하든 결국에는 Y씨가 청탁 사실을 털어놓지 않으면 진상 규명 또한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Y씨를 둘러싼 의혹은 불거진 것만 수십 가지. 그가 모 대기업 출신 사업가로 국내 대규모 건설사에게 수백억원대의 특혜를 받아왔다는 설, 법조 브로커로 각종 소송에 개입해 이득을 챙겼다는 설, 대선자금과 관련된 한 그룹이 추진하는 사업에 연루됐다는 설 등 온통 '설'뿐이다. 그리고 확인된 건 없다. 그가 사회 고위층들과 광범위한 인맥을 형성해 온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게 꼭 불법성이 있다고는 할 수 없는 애매한 상황이다.

다만 Y씨가 자신이 분양한 한 빌딩의 입주예정자들로부터 71억원 규모의 소송을 당했는데 이 건이 지난 2012년 1월 불기소 처분된 점은 법조계 로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Y씨의 광범위한 성접대가 결국은 이 분양 소송과 관련해 시작됐기 때문.

한 사건 관계자는 "Y씨가 건설 소송을 유리하게 진행하기 위해 인맥을 넓혔던 것이 별장파티로 이어졌고, 이것이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성접대로) 커졌다"면서 "아마 이번 스캔들로 가장 피해를 보는 데가 있다면 그건 아마 (뒤를 봐준) 경찰일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검·경 힘겨루기와 Y씨의 인맥, K씨의 사적인 감정 등이 맞물려 사건이 실제보다 확대된 측면이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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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