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가업 말아먹은 철부지 후계자 ‘천태만상’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4.01 14:3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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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이 키웠더니 쪽박찬 황태자들

[일요시사=경제1팀] ‘수성’은 과연 ‘창업’보다 어려운 것인가. 기업들의 ‘2세 경영 리스크’가 잇따르고 있다. 창업주가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주자마자 속절없이 쓰러지곤 한다. 최근 몇 년간 잊을만하면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가업을 물려받은 ‘2세들의 경영능력’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시장에서 이미 퇴출됐고, 일부 기업들은 주가가 급락하면서 주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경영 실패의 책임이 전적으로 이들에게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부 기업은 젊은 경영진이 무리하게 외형을 키우다 무너진 사례인 것으로 추정된다.

물러나는 아버지
빗나간 바통터치

현대·기아차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한일이화는 유양석 대표의 배임혐의로 상장폐지 기로에 놓여있다. 유 대표는 2010년 10월 중국에 설립한 우량계열사를 자신의 개인회사에 헐값에 넘기고 회사 이익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배임금액은 1702억9155만원으로 자기자본대비 59.1%에 해당된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달 21일 유 대표를 불구속기소했고, 다음날 한일이화 주식은 거래 정지됐다.

‘의학박사’ 경력을 갖고 있던 유 대표는 지난 2009년 부친 유희춘 회장와 함께 대표이사 지위에 올랐다. 이후 4년간 함께 경영하다가 유 회장은 지난해 4월 은퇴했다.


국내 2위 벌크선사인 대한해운도 2세 경영인 체제 아래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이진방 회장이 이끄는 대한해운은 지난 2011년 초 법정관리를 신청한데 이어 자본 잠식으로 상장 폐기위기에 처했다.

현재 매각을 진행하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협상이 한차례 결렬된 후, 재협상 과정도 쉽지 않아 보인다. 사업보고서 제출기한인 1일까지 자본 전액 잠식이 해소됐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상장폐지가 현실화된다.

대한해운은 이 회장의 아버지인 고 이맹기 회장이 창업한 회사로, 이 회장은 이 창업주가 작고한 이듬해인 2005년 5월 회장으로 취임했다. 창업주의 아들이지만 이 회장은 삼성에서 20년간 샐러리맨으로 지내며 삼성물산에서 부장을, 삼성코닝에서 이사 등을 역임했다.

이후 1992년 대한해운에 입사해 당시 매출 1조1000억원의 회사를 2008년에 3조30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직격탄을 맞으며 현 상황에 이르게 됐다. 이 회장은 아버지가 창업한 회사인 만큼 회생 의지가 남다른 것으로 전해진다.

창업 2세 재벌들 헛발질에 회사 벼랑 끝으로
한일이화·대한해운·쌍용건설 상장폐지 기로

또 다른 창업 2세 기업인 쌍용건설도 고사 직전이다. 불과 29세의 나이에 사장직에 올랐던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워크아웃 당시 보유하고 있던 지분 대부분을 채권단에게 내놓고 사장 자리에 물러났다. 이후 전문경영인 신분으로 회사를 이끌며 재기에 몸부림쳤다. 

그러나 주택건설경기 침체란 파고를 넘지 못했다. 결국 쌍용건설은 지난 2월 말 두 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상장폐지 기로에 섰다. 최근 감자와 출자전환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정상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1500억∼2000억원의 유동성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때 재계 6위를 기록하던 쌍용그룹은 고 김성곤 창업주가 작고한 이후 김석원-김석준-김석동 3형제가 나누어 경영해왔지만 모두 좌초됐다.

주력회사인 쌍용양회는 일본 태평양시멘트로 경영권이 넘어갔고, 쌍용차는 중국에 넘어갔다 다시 인도에 팔려갔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쌍용건설도 한국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주인이고, 쌍용중공업은 STX그룹에, ㈜쌍용은 외국 자본에 넘어갔다. 쌍용이란 이름은 남았지만, 기업의 주인은 모두 바뀐 것이다. 현재 쌍용그룹의 2세 경영인 중에는 차남인 김 회장만이 경영 일선에 남아있다.

무리한 외형확장
날개 꺾인 2세들

이 외에도 2세 리스크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자재료업체 SSCP(구 삼성화학공업)가 오정현 대표이사 단독 경영을 시작한 지 2년여만에 상장 폐지됐다. 12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서다.

한때 홍콩 상장사를 자회사로 거느릴 정도로 우량기업으로 손꼽히던 SSCP가 12억원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를 맞자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오 대표의 무리한 외형 확장이 아버지 회사를 망쳤다는 비난을 샀다.

1973년 삼성화학공업으로 출발한 SSCP는 설립초기 전자제품 코팅 소재를 시작으로 IT코팅소재, 디스플레이용 핵심소재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창업주 오주헌 회장의 아들로 2002년 대표이사에 오른 오 대표는 미국 코넬대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취임 직후 중국 후이저우법인, 상하이법인을 설립했고, 톈진시에 5000평 규모의 공장을 신축했다. 2002년 710억원이던 매출은 10년 새 2.5배 가까이 늘었지만 지난 2010년 부채비율이 처음으로 100%를 넘어서는 등 재무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상장폐지 등 사건이 불거지자 오 대표는 현재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SCP에 앞서 상장폐지된 금강제강도 주력 계열사인 함양제강이 무너지면서 본사까지 여파가 밀려왔다. 함양제강의 경영을 맡은 것은 임윤용 금강제강 대표이사의 아들 임상문씨다. 1979년생인 임씨는 함양제강 외형을 무리하게 확장시키다가 사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신규 시설을 늘리는 방식으로 불황에 대처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함양제강 2011년 매출액은 897억5800만원으로 전년(313억원)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으나 영업손실은 72억3800만원으로 전년의 2배였다.

2011년에는 중견 제약사 신풍제약이 대표이사의 회계처리 위반으로 2세 경영의 막을 내렸다. 장원준 부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른지 불과 2년 만이었다.

신풍제약은 1962년 설립된 의약품제조 회사로 관절기능개선제, 소염진통제, 항생제 등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장 부사장은 이 회사를 창업한 장용택 회장의 아들로, 2009년 3월 대표이사에 올라 본격적인 ‘2세 경영’에 나섰다. 이후 어려운 제약 환경 속에서도 나름 경영 성과를 내는 듯 보였다.


2008년 1813억원이던 회사 매출은 장 부사장이 회사를 맡은 첫해 2000억원을 넘어섰고 2010년에는 2200억원대로 늘었다. 영업이익도 2008년 280억원에서 2010년 427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이 실적 중 상당액이 분식으로 밝혀졌다. 증권선물거래위원회가 적발한 내용에 따르면 장 부사장은 2009년과 2010년 실적 중 의약품 판매대금을 판매촉진 리베이트로 사용한 사실을 회계처리하지 않아 107억원의 매출채권을 과대계상 했다.


SSCP·함양제강·신풍제약 대물림 직후 부도
경영수업 부족…체계적인 승계준비 성패 좌우

반면 휴폐업 등으로 회수가 불확실한 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은 6억원 이상 과소계상 했다. 여기에 지분법 적용 투자주식을 비싸게 평가하고, 3개 해외 현지법인과 48억원 상당의 거래를 주석에 따로 기재하지 않기도 했다. 이에 따라 2009년 순이익은 당초 발표한 210억원이 아닌 188억원이었고, 자기자본도 2010년 분ㆍ반기 보고서에 100억원 넘게 과다하게 잡혔다.

증선위는 이와 같은 회계처리 오류에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신풍제약에 과징금 2600만원 가량을 부과하는 한편, 향후 2년 간 감사인을 지정함으로써 분식회계 재발을 차단했다. 동시에 장 부사장은 대표이사 직함을 뗐다. 그러나 그가 지분 17.91%를 보유한 최대주주인데다 아직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것도 아니어서 향후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이 배제된 것은 아니다.

로열 패밀리의
유별난 자식사랑

이처럼 2세에 대한 ‘부의 승계’는 단순히 금융자산의 승계만을 통해 완성될 수 없다. 충분한 경영수업을 받지 않고서는 성공적인 승계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BK경제연구소가 기업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성공적인 가업승계를 위한 후계자 교육기간’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5년 이상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는 답이 60.9%로 가장 높게 나왔다. 그 다음은 3∼5년(32.8%), 1∼3년(4.7%), 1년 미만(1.6%) 순으로 나타났다. 결국 창업자가 현직에 있을 때 그 밑에서 철저하게 준비한 2세가 가업승계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창업 2세들이 ‘로열 패밀리’라는 이유로 경영능력의 검증 없이 낙하산으로 바로 CEO가 된 경우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나곤 한다”며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아무리 좋아도 경영이 바로 서지 않는다면 기업은 서서히 쇠락해갈 수 있다. 가업승계를 위해서는 최소 10년 이상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체계적인 승계 준비를 하는 경우가 드물다. 중기중앙회가 기업을 대상으로 ‘가업승계 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31.5%만이 승계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준비 안 된 승계 작업은 언제든지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영학과 한 교수는 “국내에서도 가업승계에 성공한 100년 이상 장수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전문가들로부터 체계적인 도움을 받는 등 후계자의 역량 강화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오너가 된 이후에도 관계자들과의 충분한 의견 교환은 물론 모든 사안은 공식적 합의를 거친 후 결정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갑부들은
3대 못 넘긴다?

‘부자는 3대를 못간다’는 속담이 있다. 부모가 애써 일궈놓은 부를 자식들이 흥청망청 쓰다가 손자대에 가면 결국 망하게 된다는 뜻이다. 부를 물려줘도 그 중에 10%만 물려준 부를 유지하고 3대에 이르면 그 중에 1%만이 부를 유지한다는 통계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2세 리스크가 최근까지도 잇따르고 있는 것을 보면 속담이 결코 옛 이야기만은 아닌 것이다. 실패를 맛본 2세들이 향후 경영인으로 재기하게 될지 혹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지 업계 안팎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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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카지노>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세부섬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