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가업 말아먹은 철부지 후계자 ‘천태만상’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4.01 14:3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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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이 키웠더니 쪽박찬 황태자들

[일요시사=경제1팀] ‘수성’은 과연 ‘창업’보다 어려운 것인가. 기업들의 ‘2세 경영 리스크’가 잇따르고 있다. 창업주가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주자마자 속절없이 쓰러지곤 한다. 최근 몇 년간 잊을만하면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가업을 물려받은 ‘2세들의 경영능력’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시장에서 이미 퇴출됐고, 일부 기업들은 주가가 급락하면서 주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경영 실패의 책임이 전적으로 이들에게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부 기업은 젊은 경영진이 무리하게 외형을 키우다 무너진 사례인 것으로 추정된다.

물러나는 아버지
빗나간 바통터치

현대·기아차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한일이화는 유양석 대표의 배임혐의로 상장폐지 기로에 놓여있다. 유 대표는 2010년 10월 중국에 설립한 우량계열사를 자신의 개인회사에 헐값에 넘기고 회사 이익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배임금액은 1702억9155만원으로 자기자본대비 59.1%에 해당된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달 21일 유 대표를 불구속기소했고, 다음날 한일이화 주식은 거래 정지됐다.

‘의학박사’ 경력을 갖고 있던 유 대표는 지난 2009년 부친 유희춘 회장와 함께 대표이사 지위에 올랐다. 이후 4년간 함께 경영하다가 유 회장은 지난해 4월 은퇴했다.


국내 2위 벌크선사인 대한해운도 2세 경영인 체제 아래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이진방 회장이 이끄는 대한해운은 지난 2011년 초 법정관리를 신청한데 이어 자본 잠식으로 상장 폐기위기에 처했다.

현재 매각을 진행하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협상이 한차례 결렬된 후, 재협상 과정도 쉽지 않아 보인다. 사업보고서 제출기한인 1일까지 자본 전액 잠식이 해소됐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상장폐지가 현실화된다.

대한해운은 이 회장의 아버지인 고 이맹기 회장이 창업한 회사로, 이 회장은 이 창업주가 작고한 이듬해인 2005년 5월 회장으로 취임했다. 창업주의 아들이지만 이 회장은 삼성에서 20년간 샐러리맨으로 지내며 삼성물산에서 부장을, 삼성코닝에서 이사 등을 역임했다.

이후 1992년 대한해운에 입사해 당시 매출 1조1000억원의 회사를 2008년에 3조30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직격탄을 맞으며 현 상황에 이르게 됐다. 이 회장은 아버지가 창업한 회사인 만큼 회생 의지가 남다른 것으로 전해진다.

창업 2세 재벌들 헛발질에 회사 벼랑 끝으로
한일이화·대한해운·쌍용건설 상장폐지 기로

또 다른 창업 2세 기업인 쌍용건설도 고사 직전이다. 불과 29세의 나이에 사장직에 올랐던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워크아웃 당시 보유하고 있던 지분 대부분을 채권단에게 내놓고 사장 자리에 물러났다. 이후 전문경영인 신분으로 회사를 이끌며 재기에 몸부림쳤다. 

그러나 주택건설경기 침체란 파고를 넘지 못했다. 결국 쌍용건설은 지난 2월 말 두 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상장폐지 기로에 섰다. 최근 감자와 출자전환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정상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1500억∼2000억원의 유동성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때 재계 6위를 기록하던 쌍용그룹은 고 김성곤 창업주가 작고한 이후 김석원-김석준-김석동 3형제가 나누어 경영해왔지만 모두 좌초됐다.

주력회사인 쌍용양회는 일본 태평양시멘트로 경영권이 넘어갔고, 쌍용차는 중국에 넘어갔다 다시 인도에 팔려갔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쌍용건설도 한국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주인이고, 쌍용중공업은 STX그룹에, ㈜쌍용은 외국 자본에 넘어갔다. 쌍용이란 이름은 남았지만, 기업의 주인은 모두 바뀐 것이다. 현재 쌍용그룹의 2세 경영인 중에는 차남인 김 회장만이 경영 일선에 남아있다.

무리한 외형확장
날개 꺾인 2세들

이 외에도 2세 리스크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자재료업체 SSCP(구 삼성화학공업)가 오정현 대표이사 단독 경영을 시작한 지 2년여만에 상장 폐지됐다. 12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서다.

한때 홍콩 상장사를 자회사로 거느릴 정도로 우량기업으로 손꼽히던 SSCP가 12억원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를 맞자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오 대표의 무리한 외형 확장이 아버지 회사를 망쳤다는 비난을 샀다.

1973년 삼성화학공업으로 출발한 SSCP는 설립초기 전자제품 코팅 소재를 시작으로 IT코팅소재, 디스플레이용 핵심소재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창업주 오주헌 회장의 아들로 2002년 대표이사에 오른 오 대표는 미국 코넬대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취임 직후 중국 후이저우법인, 상하이법인을 설립했고, 톈진시에 5000평 규모의 공장을 신축했다. 2002년 710억원이던 매출은 10년 새 2.5배 가까이 늘었지만 지난 2010년 부채비율이 처음으로 100%를 넘어서는 등 재무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상장폐지 등 사건이 불거지자 오 대표는 현재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SCP에 앞서 상장폐지된 금강제강도 주력 계열사인 함양제강이 무너지면서 본사까지 여파가 밀려왔다. 함양제강의 경영을 맡은 것은 임윤용 금강제강 대표이사의 아들 임상문씨다. 1979년생인 임씨는 함양제강 외형을 무리하게 확장시키다가 사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신규 시설을 늘리는 방식으로 불황에 대처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함양제강 2011년 매출액은 897억5800만원으로 전년(313억원)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으나 영업손실은 72억3800만원으로 전년의 2배였다.

2011년에는 중견 제약사 신풍제약이 대표이사의 회계처리 위반으로 2세 경영의 막을 내렸다. 장원준 부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른지 불과 2년 만이었다.

신풍제약은 1962년 설립된 의약품제조 회사로 관절기능개선제, 소염진통제, 항생제 등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장 부사장은 이 회사를 창업한 장용택 회장의 아들로, 2009년 3월 대표이사에 올라 본격적인 ‘2세 경영’에 나섰다. 이후 어려운 제약 환경 속에서도 나름 경영 성과를 내는 듯 보였다.


2008년 1813억원이던 회사 매출은 장 부사장이 회사를 맡은 첫해 2000억원을 넘어섰고 2010년에는 2200억원대로 늘었다. 영업이익도 2008년 280억원에서 2010년 427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이 실적 중 상당액이 분식으로 밝혀졌다. 증권선물거래위원회가 적발한 내용에 따르면 장 부사장은 2009년과 2010년 실적 중 의약품 판매대금을 판매촉진 리베이트로 사용한 사실을 회계처리하지 않아 107억원의 매출채권을 과대계상 했다.


SSCP·함양제강·신풍제약 대물림 직후 부도
경영수업 부족…체계적인 승계준비 성패 좌우

반면 휴폐업 등으로 회수가 불확실한 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은 6억원 이상 과소계상 했다. 여기에 지분법 적용 투자주식을 비싸게 평가하고, 3개 해외 현지법인과 48억원 상당의 거래를 주석에 따로 기재하지 않기도 했다. 이에 따라 2009년 순이익은 당초 발표한 210억원이 아닌 188억원이었고, 자기자본도 2010년 분ㆍ반기 보고서에 100억원 넘게 과다하게 잡혔다.

증선위는 이와 같은 회계처리 오류에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신풍제약에 과징금 2600만원 가량을 부과하는 한편, 향후 2년 간 감사인을 지정함으로써 분식회계 재발을 차단했다. 동시에 장 부사장은 대표이사 직함을 뗐다. 그러나 그가 지분 17.91%를 보유한 최대주주인데다 아직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것도 아니어서 향후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이 배제된 것은 아니다.

로열 패밀리의
유별난 자식사랑

이처럼 2세에 대한 ‘부의 승계’는 단순히 금융자산의 승계만을 통해 완성될 수 없다. 충분한 경영수업을 받지 않고서는 성공적인 승계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BK경제연구소가 기업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성공적인 가업승계를 위한 후계자 교육기간’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5년 이상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는 답이 60.9%로 가장 높게 나왔다. 그 다음은 3∼5년(32.8%), 1∼3년(4.7%), 1년 미만(1.6%) 순으로 나타났다. 결국 창업자가 현직에 있을 때 그 밑에서 철저하게 준비한 2세가 가업승계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창업 2세들이 ‘로열 패밀리’라는 이유로 경영능력의 검증 없이 낙하산으로 바로 CEO가 된 경우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나곤 한다”며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아무리 좋아도 경영이 바로 서지 않는다면 기업은 서서히 쇠락해갈 수 있다. 가업승계를 위해서는 최소 10년 이상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체계적인 승계 준비를 하는 경우가 드물다. 중기중앙회가 기업을 대상으로 ‘가업승계 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31.5%만이 승계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준비 안 된 승계 작업은 언제든지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영학과 한 교수는 “국내에서도 가업승계에 성공한 100년 이상 장수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전문가들로부터 체계적인 도움을 받는 등 후계자의 역량 강화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오너가 된 이후에도 관계자들과의 충분한 의견 교환은 물론 모든 사안은 공식적 합의를 거친 후 결정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갑부들은
3대 못 넘긴다?

‘부자는 3대를 못간다’는 속담이 있다. 부모가 애써 일궈놓은 부를 자식들이 흥청망청 쓰다가 손자대에 가면 결국 망하게 된다는 뜻이다. 부를 물려줘도 그 중에 10%만 물려준 부를 유지하고 3대에 이르면 그 중에 1%만이 부를 유지한다는 통계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2세 리스크가 최근까지도 잇따르고 있는 것을 보면 속담이 결코 옛 이야기만은 아닌 것이다. 실패를 맛본 2세들이 향후 경영인으로 재기하게 될지 혹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지 업계 안팎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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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