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성추문 검사’ 공판 지상중계

섹스 했지만 성관계 없었다?

[일요시사=사회팀] 지난해 11월 전국을 화끈하게 뒤집었던 사건이 있었다. 바로 로스쿨 1기 출신 검사의 섹스 스캔들이다. 피고인 전모(32) 전 검사는 직권남용을 이용, 당시 절도 피의자인 윤모씨에게 유사성행위 및 성관계를 요구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그리고 지난 26일 오전 10시 2차 공판이 열렸다.



“도덕적으로 죄책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순간적인 충동을 못 이겨 그만…. 어리석었습니다.”

지난 달 26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조용현) 심리로 열린 전 전 검사의 2차 공판은 상당히 뜨거울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매우 엄숙하고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피고의 변호인 측은 전 전 검사에게 약간 흥분된 억양으로 하나하나 질문을 이어갔다.

반복되는 사죄

변호인 측은 녹취록을 기반으로 쩌렁쩌렁 울리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사건 신문했던 반면 전 전 검사는 진술 내내 울먹거리며 힘없는 목소리로 일관했다. 공판현장에서 알려진 사건전말은 이랬다.

전 전 검사의 진술에 따르면 조사 도중 흐느끼던 절도 피의자 윤씨가 선처를 부탁하며 전 전 검사의 신체접촉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전 전 검사는 처벌을 두려워한 윤씨에게 커피를 건넨 뒤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때 윤씨가 전 전 검사의 허리를 감싸자 전 전 검사는 “허허, 왜 이러세요”라며 당황해했지만 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 윤씨가 바지지퍼까지 내려 깜짝 놀랐다고 전해졌다.

그러나 당시 성욕이 달아올랐던 전 전 검사는 윤씨와 검사실에서 성관계를 가졌고, 이후 전 전 검사는 윤씨에게 “미안해서 어떻게 하냐”라며 나지막히 말했다. 윤씨는 “저도 되게 쿨한 여자에요”라며 담담해했다. 이어 윤씨는 전 전 검사에게 “로스쿨 1기시죠? 얼굴도 잘생겼고 멋있네요. 제가 로스쿨에 관심이 좀 많아요”라며 호기심을 보였고 “휴대폰 번호 좀 알려달라”며 개인번호를 요구했다. 이에 전 전 검사는 “사무실 번호로 전화하라”고 거절했지만, 윤씨는 “검사님이 자리에 없을 수도 있으니 휴대폰 번호를 달라”며 거듭 요구했고 둘은 서로 번호를 교환했다.


2012년 11월10일 윤씨가 절도한 장소인 이마트 합의건과 관련, 전 전 검사에게 먼저 연락을 취했다. 전 전 검사는 윤씨에게 몸이 안 좋아 다음에 오라고 했지만 윤씨는 검찰청 앞에 다왔다며 만남을 재촉했다. 긴밀히 할 말이 있다며 검찰청이 아닌 타 지역에서 보자던 윤씨는 구이역에서 전 전 검사와 만남을 가졌다.

예상외 한산 엄숙한 분위기…진술 내내 울먹
강간혐의 강제성 쟁점…“당했다”vs “합의”

전 전 검사가 출구 인근에 도착하자 윤씨는 재빨리 조수석에 탔고 “이마트 비리를 알고 있는데 합의하면 언론에 터뜨릴 수 없어 아쉽다”라는 얼토당토하지 않은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다 갑자기 윤씨는 고개를 숙여 전 전 검사의 바지를 내리고 구강성교를 시도했으며, 왕십리역 인근 모텔 앞에 내린 뒤 2회 성관계를 갖고 헤어졌다. 그러나 3일여 후 윤씨는 사전에 통보 없이 성폭행을 당했다며 전 전 검사를 상대로 고소했다. 변호사를 선임 후 5000만원을 합의금으로 요구했다. 전 전 검사는 성폭행 피소를 당한 후 패닉상태에 빠져 문득 ‘윤씨가 돈을 노린 꽃뱀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갖게 됐다. 하루아침에 범죄자 신분이 된 전 전 검사는 괘씸한 마음에 윤씨 측과 합의하지 않고 CCTV 수사를 요구했으나 끝내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까지가 피고 측의 진술이다. 변호인 측은 “윤씨가 합의금을 요구한 것은 뇌물공여죄에 해당하고 여성이 전 전 검사를 유혹·성폭행한 것”이라고 했고, 묵묵히 듣고 있던 검찰 측은 피고에게 뇌물죄 성립에 대해 언급하며 “뇌물공여자가 ‘∼해주세요’하고 해야지 뇌물이 되는 것이냐. 뇌물죄 성립에 대해 알고 있느냐”라고 묻자 변호인 측은 곧바로 판사를 향해 “검찰은 지금 반대신문이 아니라 사람의 판단을 묻고있다”며 이의제기를 했다. 판사는 곧 이를 받아들였고 장내 분위기는 잠시 술렁였다.

여기에 굴하지 않고 검찰은 “뇌물죄에 있어 재물보다 비재산적인 이익을 받는 것이 훨씬 더 심각하다”며 “피고인은 선처를 호소한 절도 피의자의 의도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강제 유사성행위는 물론, 의도적으로 장소를 옮겨 모텔에서 두 차례나 성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뇌물죄에 해당한다”고 강조하며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어 “위법한 목적으로 검사로서의 권한을 남용하고 여성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며 “심히 죄질이 불량하고 중대하다. 특히 검사로서의 지위를 망각한 채 상대에게 지를 떠넘기며 선처를 바라는 무책임한 주장을 하고 있어 더욱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 전 검사가 직무관계상 뇌물수수를 받은 혐의가 인정됨은 물론 검사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반면 전 전 검사의 변호인은 “경솔한 처신으로 검찰 신뢰를 훼손함 점 등 비난받아 마땅하다. 죄가 되는지 여부는 형사사법의 대원칙에 따라 판단해 달라”며 무죄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사건 당시 여성이 먼저 유혹하며 적극적으로 행동해 피고인이 자제심과 충동심을 잃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건 처리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며 “권한 남용행위라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피고인은 이번 일로 동료와 직장, 가족을 모두 잃었다”며 “하지만 더 추락해야할 심연만 남았다. 고통과 회한 속에서 업보를 감수하며 살겠다”고 마지막 발악을 했다.

전 전 검사는 최후진술에서 “검사로서 최선을 다해 국가와 나라에 헌신하기로 결심했지만 어리석은 행동으로 검찰 조직에 큰 실망을 안긴 점에 대해 사과한다”며“앞으로 평생 반성하며 살겠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고 고개를 숙인 채 제자리로 돌아갔다.


로스쿨 출신 무시?

공판에 참석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전 전 검사에게 징역을 구형한 검찰의 경우, 사법고시 출신이 아닌 로스쿨 출신 검사라서 남모를 텃세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만약 전 전 검사가 사시출신 검사라면 징역까지 구형했을까라는 의문점이 든다”고 말했다.

1시간40분가량 동안 검찰과 변호인 측은 각자 상반된 의견으로 뜨거운 열전을 펼쳤다. 검찰이 피고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하자 변호인 측은 판사에게 선처를 호소하는 듯한 격양된 목소리로 최종변론을 마친 반면 검찰은 단호한 말투로 징역을 구형했다.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양측 설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피고인 전 전 검사는 단 1%의 무죄가능성을 기대하며 오는 12일 오후 2시에 열릴 선고 공판을 남겨두고 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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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