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유부녀 몰리는 복고클럽 가보니…

성인전용 놀이터…바람난 아줌마들 '북적북적'

[일요시사=사회팀] 80∼90년대 락카페가 성행했다면 2000년대인 지금은 클럽이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다. 클럽은 모든 연령대에 맞춰 운영되고 있는데, 특히 성인나이트클럽 및 복고클럽 등은 기혼남녀들의 신 놀이터로 자리매김하는 추세다. 이 같은 클럽들은 평일·주말을 불문하고 유부남녀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유부들의 새로운 탈선장소로 떠오른 성인전용클럽. 본지 기자가 생생한 현장을 취재했다.



유부들의 일탈이 점점 더 과감해지고 있다. 과거에도 성인을 위한 전용 놀이터(?) ‘락카페’가 있었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춰 기존의 락카페는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엔 성인관광나이트 및 복고 클럽이 대신하고 있다. 30∼40대 기혼남성들은 잠시라도 업무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여성의 경우 육아 및 자녀교육스트레스에서 탈피하고자 일탈이라는 명목하에 이 같은 클럽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30∼40대 위주
여성고객 우대

나이트클럽을 찾는 유부남녀들은 대부분 친구들과 동행하거나 회사 동료와 함께 클럽문을 두드렸다. 성인클럽의 메카라고 불리는 서울 강북구 수유리의 모 클럽에는 평일 밤에도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지난 15일 기자는 신분을 숨기고 수유리의 모 성인클럽에 들어가 유부들의 탈선현장을 포착했다.

대부분의 성인클럽의 경우 평일 밤 10시 이전에 입장하는 여성들에게는 입장료 무료, 기본과일안주와 마른안주, 맥주가 무료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물론 지정한 웨이터로부터 ‘ADMISSION CARD’ 쿠폰을 받은 사람에 한해서만 가능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오후 9시 반 즈음부터 무료입장을 기다리는 중년여성들로 가득했다. 개중에는 현장에서 홍보하는 ‘삐끼’의 주선으로 영업용 차량에서 내리는 여성들도 꽤 있었다.

입장 전 현관 앞 명패에는 ‘30세 미만 출입금지’라는 말이 명시돼있었고, 연륜이 묻어난 외목 덕에 클럽을 찾은 모든 기혼고객들은 신분증 검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입장이 가능했다. 빨간 카펫이 깔려진 계단을 계속 걸어 내려가니 리셉션 창구에 보안요원으로 보이는 중년남성이 서 있었고, 클럽 내부에는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 웨이터들이 일렬로 서서 고객 맞이에 한창이었다. 본 기자와 사전에 연락을 주고받았던 웨이터는 ‘박카스’라는 닉네임을 가진 30대 중반의 남성이었고, 에스코트부터 테이블 세팅까지 완벽하게 준비했다.  

평일·주말 불문 일탈 유부남녀로 북새통
밤 11시되면 테이블 만석…대기줄 진풍경

클럽을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 때문인지 10시 정도엔 무료입장을 기다린 여성들만 테이블을 차지했고, 남성은 웨이터만 있었을 뿐 일반 손님으로 온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성인클럽도 여느 클럽과 마찬가지로 스테이지 쪽에만 화려한 오색 레이저조명이 사방으로 퍼졌고 테이블석은 빨간 호롱불만 있을 뿐 암흑 그 차체였다. 가장자리에는 25여개의 룸들이 나란히 붙어있었다.

기자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웨이터에게 연락한 뒤 무료입장 쿠폰을 받았다. 테이블 한자리를 차지한 기자는 스테이지 위에서 본격적인 쇼를 감상했다. 첫무대는 화려한 깃발을 휘저으며 춤사위를 벌이는 것으로 장식했다. 10여분의 시간 동안 현란한 춤사위가 끝나고 이어진 볼거리는 남성 무용수의 스트립쇼였다. 한 건장한 남성이 티팬티만 입고 나와서 음란한 춤을 추면 몇몇 여성들은 불쾌감에 고개를 돌리지만 대부분은 이를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이 무대는 남성고객들에게는 혐오감을 심어줄 수 있어 주로 여성들이 대부분인 오픈시간대에 펼쳐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용수 마모씨는 사회자의 주문에 따라 노출된 자신의 신체를 강조하며 에로틱한 춤을 췄고, 심지어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사회자가 “누구보다 독보적인…. 잠들어 있는데도 20cm”라고 소개하자 마씨는 ‘올 것이 왔다’라는 심산으로 자신의 성기까지 가감 없이 노출하기도 했다. 무방비상태에서 그 광경을 목격한 기자는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다른 테이블의 여성들은 흔한 일인 듯 고객을 살짝 끄덕이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마씨는 에로댄스를 마치고 여성들만 있는 테이블을 차례대로 돌며 술 접대를 한 뒤 유유히 퇴장했다.  

회식 잦은 평일
룸 가득 메워

충격적인 광경을 마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대 뒤에서 5명의 아마추어 가수들이 흥겨운 90년대 댄스메들리 음악을 부르며 손님들을 스테이지로 유도했다. 놀란 가슴을 달래려 몇몇 주부들은 마음에 드는 음악이 흘러나오자 스테이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엔 비어있던 스테이지는 빠른 템포의 음악이 연이어 나오자 곧 주부들과 넥타이 부대들로 가득 찼고, 댄스음악에 몸을 맡긴 그들은 짝을 지어 막춤 삼매경에 빠졌다. 5인조 혼성그룹이 ‘돌아와’를 마지막으로 노래를 마무리하고 퇴장하자 곧바로 발라드 음악이 나왔다. 무대에서 짝지어 춤을 추던 중년남녀 중 한두 커플은 발라드음악에 맞춰 블루스를 추기도 했다. 테이블로 돌아간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여성이 블루스를 멈추고 자리로 돌아가려 하자 남성은 몸을 더 밀착시켜 춤을 이어나갔다.  

1시간 정도 흘렀을까. 11시 경, 무리지은 남성들이 하나둘씩 입장하기 시작했다. 평일에는 본격적으로 남성이 출입할 시간인 11시부터 2시사이가 피크타임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령대는 30대 초반에서 50대까지 다양했고, 회식을 마치고 2차로 클럽을 방문한 30대 중후반의 유부남과 미혼남들은 예약이라도 한 듯 입장하자마자 룸부터 들어갔다. 비교적 안주와 술값이 저렴한 테이블석에 앉은 남성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사실상 테이블석의 90% 이상은 여성들의 몫이었다.

모임·회식 핑계로 죄책감 없이 부킹
노골적인 번호교환…눈 맞으면 2차행

남녀성비에 많은 차이가 없자 본격적인 부킹이 이뤄졌다. 유부녀들은 동행한 친구와 얘기를 나누다 웨이터의 손에 이끌려 이 방 저 방 옮겨 다니기 시작했다. 못 이기는 척 끌려 다니는 그들의 입가에는 뜻 모를 미소도 번졌다. 반면 부킹은 극도로 꺼려하면서 다른 남성들과 춤만 추는 여성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인위적인 만남보다 자신과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스테이지에서 만난 후 테이블로 자리를 옮겨 술을 마시곤 했다.

클럽 내 분위기를 살피던 중 기자에게 부킹요청이 들어왔다. 처음으로 간 룸은 올해 불혹에 접어든 남성 3명과 여성 2명이 자리해 있었다. 그중 자신이 개그맨 ‘이수근’과 닮았다며 농담을 건넨 이는 “업무로 스트레스 받고 집에 가기는 싫을 때 가끔 이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얘기하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털어놨다. 이들 3명은 모두 처와 자식이 있었지만 친구와 만나고 싶을 때면 이곳에 매달 2회 이상은 꾸준히 출근도장을 찍으며 회포를 푼다고 한다. 학창시절부터 친구였다는 세 남성은 이날 각자 퇴근 후 다른 곳에서 1차를 마치고 기분전환 겸 들렀다고 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유부녀들은 각자 옆에 있는 남성들과 러브샷을 들이키며 대화를 나누고 휴대폰 번호까지 교환했다. 그 중 맞벌이를 한다는 여성 A씨는 슬하에 1남1녀를 둔 학부모였다. 그녀는 수유리 인근에 살고 있었음에도 남편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클럽에 드나들고 있었다. 그녀는 “신랑이랑 맞벌이를 해오고 있다. 오늘도 회사에서 회식이 있는 줄 알고 있어 상관없다”라며 “아이들은 매일 칼퇴(정시에 퇴근)하는 애아빠가 봐주고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여성과 동행한 또 다른 여성 B씨는 전업주부임에도 2주에 한번씩은 클럽에 드나든다고 했다. B씨는 “살림만 하다보면 급격하게 우울해진다. 예전에는 애들만 위해서 사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즐길 수 있을 때 못 즐기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마음에 모임을 핑계로 가끔 바람 쐬러 나오곤 한다”고 토로했다.

마음에 드는 여성
부킹시 팁 주기도

두 번째 부킹요청으로 들어간 방엔 남성 2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외모가 꽤 젊어 보이는 남성들은 여성이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술잔에 술을 채우며 나이부터 사는 곳, 남자친구 유무 등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질문 중에는 직업도 있었다. 기자가 일반 회사원이라고 답하자 한 남성은 “우리 회사에서 비서직을 하면 한 달에 500만원은 보장해주겠다”고 꾀었다. 부킹을 주선한 웨이터가 그들이 미리 주문한 맥주를 갖고 다시 들어오자 기자의 옆에 자리한 남성이 “여성이 마음에 든다. 수고했다”며 팁으로 몇 만원을 쥐어주기도 했다.

이윽고 기자의 또래로 보이는 한 젊은 여성이 동석했고, 그녀는 술과 분위기에 취한 듯 노래를 부르며 흥겨운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 여성은 “사실 29살이다. 성인나이트 특성상 신분증 검사를 잘 안하기 때문에 쉽게 들어올 수 있었다”며 “마침 신랑도 오늘 친구들이랑 술 마신다고 해서 바로 친구들과 만나 이곳으로 왔다. 결혼하니 친구들을 자주 볼 수 없어 신랑이 늦게 오는 날을 틈타 종종 나이트나 클럽에 간다”고 말했다.

여성의 옆에 앉은 남성도 37살의 유부남이지만 회사에서 회식이 있거나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을 때는 클럽이나 단란주점에 들른다고 했다. 그는 “유부남, 유부녀라고해서 이런데 오지 말란 법이 어디 있나. 오히려 생계나 가사, 육아에 스트레스를 받는 유부들이야말로 시원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솔직히 바람을 피우는 것도 아니고 잠깐 술 마시고 얘기하는 건데 그리 죄책감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내 아내가 이런 곳에 와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해도 난 이해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기본 1∼2시간
기다려야 입장

기자가 취재를 끝내고 나온 시간은 1시가 조금 안 된 시간이었다. 새벽시간에도 클럽을 향하는 유부남녀들의 발길을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자리가 없어서 기본 1∼2시간씩은 기다려야한다는 성인클럽. 이는 기혼자들의 신개념 놀이터로 인식되고 있지만, 욕구충족에 치중할 경우 위험한 탈선현장으로 전락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 같이 세인의 진심어린 걱정에도 기혼 당사자들은 ‘탈선’ ‘일탈’로만 치부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가끔은 이렇게라도 숨통을 트여주는 게 되레 부부관계나 스트레스 해소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사람에 따라 탈선의 현장이 되기도, 스트레스 해소 돌파구가 되기도 하는 성인클럽은 퇴폐적으로도, 성인들의 건전한 놀이터로도 인식하기 어려운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이상한 실종아동 전단지

미아 얼굴 밑에 '웨이터OO"

실종된 여자 어린이들의 사진과 인적사항을 배경으로 나이트클럽 홍보문구를 넣은 전단지가 인천 시내 곳곳에 뿌려져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인천시 연수구 선학동의 유흥가 인근 골목에서 실종아동 인적사항 밑에 나이트클럽 홍보문구가 삽입돼있는 전단지가 발견됐다. 전단지에는 경찰청 마크, 실종아동의 얼굴, 인적사항 등을 배경 외에 연수구에 한 성인 나이트클럽 홍보문구가 들어가 있었다.

이 같은 전단지는 연수구와 남동구 만수동 일대를 중심으로 붙어있는 상황이라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들은 경찰청 마크가 들어가 있는 탓에 경찰에서 나이트클럽의 지원을 받아 전단지를 제작한 것으로 오인하고 있을 정도.

정모(47)씨는 “실종아동의 부모가 전단지를 본다면 억장이 무너질 것”이라며 “경찰에서 돈이 없어서 나이트클럽 돈을 받고 실종아동 전단지를 제작했다고 생각했고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었다”고 불만을 표했다.

시민들의 이 같은 반응에 경찰은 억울하다는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실제 연수경찰서에서 해당 나이트클럽에 확인한 결과, 인터넷에 있는 실종아동의 사진 등을 사용해 나이트클럽이 직접 전단지를 제작한 것으로 드러난 것.

나이트클럽 관계자는 경찰에 “실종아동이 들어가 있으면 시민들이 지나가며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인터넷에서 실종아동 사진 등을 퍼와 전단지를 제작했다”고 시인했다.

경찰은 나이트클럽 관계자를 불러 즉결심판에 넘기고, 인천시내 곳곳에 붙은 전단지를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나이트클럽에서 경찰마크까지 도용해 홍보를 했다. 경찰청 마크가 들어가면 철거가 어려울 것이라고도 생각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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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