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 (93)영풍그룹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3.25 14: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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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겨 아들·딸 입에 '탈탈'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당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내부거래로 오너의 '금고'를 채워주던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어떤 식으로든 정리해야 하지만 자칫 지배구조가 뒤엉키거나 흔들릴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 고민 고민하다 결국 짜낸 것이 '꼬리 자르기'다.

2년 만에 4배 차익

계열사에 합병 또는 매각하거나 아예 문을 닫아버리는 방법이 주로 쓰인다. 그중에서도 싸늘한 시선을 의식해 '공짜'로 문제의 회사를 처리하는 수순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재계순위 33위(공기업 제외)인 영풍그룹(23개 계열사)도 예외가 아니다. 내부거래로 먹고사는 계열사가 적지 않다. 무려 4개씩이나 된다. 업계에서 일감 몰아주기 과세대상 1호로 거론될 정도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영풍그룹은 최근 교통정리에 나섰다. 오너일가가 보유지분을 잇달아 처분하고 있는 것. 문제는 다른 그룹들과 달리 '제값'에 팔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웃돈'을 얹어 주머니를 채우기도 했다.

가장 먼저 변화를 보인 곳은 '엑스메텍'이다. 2009년 설립된 엔지니어링 서비스업체 엑스메텍은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다. 2011년 매출 335억원 가운데 94억원(28%)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그전엔 더 심했다. 영풍그룹 계열사들은 2010년 엑스메텍의 매출 81억원 중 49억원(60%)에 달하는 일감을 퍼줬다.

엑스메텍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다. 오너 자녀들의 지분이 있었다.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의 장남 세준씨 12%(4만8000주), 차남 세환씨와 외동딸 혜선씨 각각 11%(4만4000주) 등 총 34%(13만6000주)를 보유했다.


국세청은 오는 7월부터 특수관계법인이 정상거래비중(30%)을 초과한 일감을 계열사로부터 받으면 해당 법인의 지배주주와 친족 중 출자(3% 이상)한 대주주를 과세 대상으로 규정하고 세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이를 의식해선지 장 회장의 자녀들은 2011년 9월 엑스메텍 지분 전량을 ㈜영풍에 매각했다. 매매가는 주당 1만9500원씩 총 26억5500만원이었다. ㈜영풍 측은 "외부 평가를 거친 적정한 가격"이라고 밝혔지만, 엑스메텍 설립 당시 주당 5000원씩 출자한 것을 감안하면 영풍 2세들은 불과 2년 만에 출자금의 4배에 달하는 약 20억원을 차익으로 남긴 셈이다.

그렇다고 내부거래 논란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오너일가의 지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장남 최제임스성(한국명 최내현)씨는 15%(6만주)의 엑스메텍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최 명예회장은 장 회장과 함께 영풍그룹을 공동경영 중이다. 고려아연·영풍 일가는 '최기호-장병희'선대 때부터 동업자 관계였다.

2010년 설립된 에너지시설업체 '케이지그린텍'도 사정은 같다. 2011년 매출 27억원이 전부 고려아연에서 나왔다. 2010년엔 15억원이 그랬다. 케이지그린텍은 세환씨와 최 명예회장의 동생 최창규 고려아연 부회장이 각각 지분 10%(8000주)씩 소유했다.

정부 압박에 오너일가 속보이는 지분 정리
무상 아닌 제값 처분…웃돈 얹어 챙기기도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지분 전량을 고려아연에 팔았다. 매매가는 각각 주당 1만1000원으로 총 9070만원씩이다. 케이지그린텍 자본금이 4억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세환씨와 최 부회장은 개인당 4000만원을 투자해 2배로 불린 셈이다.

'케이지인터내셔날'도 매출에서 차지하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2010년 설립된 광물수입업체 케이지인터내셔날은 그해 매출 196억원에서 119억원(61%)을 계열사에서 채웠다. 이듬해의 경우 매출 229억원 중 121억원(53%)이 '집안'에서 나왔다.

케이지인터내셔날은 세준·세환 형제가 각각 16.67%(3만주)씩 총 33.34%(6만주)를 보유하다가 지난 1월 서린상사에 합병됐다. 영풍 측은 "대내외 환경에 효율적 대처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업계에선 '내부거래 희석용'이란 시각이 많다. 과세 등 당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자구책이 아니냐는 것이다.


오너일가는 금전적으로도 이득을 봤다. 합병비율(1:0.060260)에 따라 세준·세환씨는 각각 서린상사 지분 0.55%(1694주)를 갖게 됐다. 형제는 개인당 1억5000만원씩 케이지인터내셔날에 투자해 2년 만에 10억원이 넘는 가치의 지분을 쥐게 됐다. 지난해 말 기준 서린상사의 총자산은 3093억원, 총자본은 2633억원, 연매출은 3292억원이다.

세 회사를 처분했다고 '골칫거리'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애물단지인 영풍개발이 아직 남아있다. 1989년 설립된 건물관리업체 영풍개발은 매년 100%에 가까운 금액이 계열사들과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매출 대비 내부거래 비중은 97∼99% 수준으로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어렵다. 그 금액은 100억원이 넘는다.

1억5천만원→10억

그러나 영풍그룹은 영풍개발에 쉽게 손을 대지 못하는 눈치다. 지배구조와 경영승계에서 '고리'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영풍개발은 세준·세환·혜선씨가 지분을 각각 11%(1100주)씩 갖고 있다. 영풍그룹은 '㈜영풍→영풍문고→영풍개발→㈜영풍'으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를 띠고 있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엑스메텍·영풍개발 기부는?

영풍그룹 계열사들의 지원을 받고 있는 엑스메텍과 영풍개발은 기부를 얼마나 할까.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엑스메텍은 지난해 130만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이는 매출(67억원)의 0.02%에 불과한 금액. 2011년에도 120만원을 기부했는데, 이 역시 매출(335억원) 대비 0.004%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영풍개발은 지난해 단 한 푼도 기부하지 않았다. 2011년 역시 기부금이 '0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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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