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청빈·겸손 대명사 프란치스코 교황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3.25 11: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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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연기가 피어올랐고 개혁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일요시사=경제1팀] 이틀간 이어진 긴 콘클라베. 네 번의 검은 연기. 다섯 번째 투표만에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제266대 교황으로 즉위하는 순간이었다. 비유럽권에서 교황이 선출된 것은 1282년만에 처음. 프란치스코라는 즉위명을 선택한 새 교황은 겸손하고 소박하지만 각종 정치·경제 비리 사안에는 강경한 입장을 보여 변화와 개혁의 신호탄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3월12일, 세계 48개국의 80세 미만 추기경 115명은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 미사에서 라틴어 기도문을 읽는 것으로 교황 선출 시스템 '콘클라베'의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전 세계 가톨릭계의 눈은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 쏠렸다.

미주 대륙 교황
2000년 만에 처음

교황 선출을 의미하는 흰 연기가 솟아오를 것이냐, 아니면 교황 선출에 실패했음을 뜻하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를 것이냐를 놓고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 구름처럼 몰린 신도와 관광객들은 애태우며 결과를 기다렸다.

지난 13일 오전 3시41분 첫 번째 연기가 피어올랐다. 예상대로 검은 연기가 나왔지만 방송을 중계하던 전 세계 텔레비전에서는 '아∼'하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모두 다섯 번의 투표를 거친 끝에 지난 14일 오전 3시7분 마침내 제266대 교황 선출을 알리는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성 베드로 광장은 순식간에 축제 분위기로 들끓었다. 베네딕토 16세의 뒤를 이을 새로운 교황에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선출된 것이다.

새 교황은 이탈리아 아시시의 성자 프란치스코에서 따온 '프란치스코'라는 즉위명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탈리아의 부유한 직물상의 집에서 태어난 성 프란치스코는 방탕한 젊은 시절을 회개하고,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의 삶에 따라 청빈한 삶을 산 것으로 유명하다.


CNN의 존 앨런 바티칸 분석가는 프란치스코라는 교황명이 "청빈, 겸손, 소박과 가톨릭 교회의 재건"을 뜻한다고 밝혔다. 후대 교황이 프란치스코라는 교황명을 쓰면 교황 프란치스코의 이름은 프란치스코 1세가 된다.

가톨릭 역사 1282년 만에 비유럽권 선출
동성애·낙태 보수적…사회문제엔 진보적

투표가 끝난 뒤 성 베드로 대성당 2층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낸 프란치스코는 '파파'라는 함성을 지르며 환호하는 군중에게 손을 흔들며 "좋은 저녁입니다.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하느님께서 저를 축복해주실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라고 답례의 인사를 전했다.

프란치스코는 "콘클라베는 로마 주교를 뽑는 것이다. 그런데 동료 추기경들이 세상의 끝(아르헨티나)까지 간 것 같다"고 우스겟소리를 전한 뒤 "전 로마 주교 베네딕토 16세를 위해 기도하자"고 말했다. 그는 추기경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하느님이 여러분을 용서하길"이라는 가벼운 농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가 '교황'이라는 단어 대신 '로마 주교'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은 교황도 하나의 교구장으로 다른 지역의 교구장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를 두고 현지 언론은 교황청과 지역 간, 사제와 평신자 간에 거리를 줄이고 가톨릭의 결속력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의미로 분석했다.

프란치스코는 첫날 공식 업무에서부터 소탈한 면모를 드러냈다. 콘클라베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교통편은 교황청이 마련한 교황 전용차를 마다하고 "괜찮아. 나는 얘들(Boys)이랑 같이 탈래"라며 다른 추기경들과 함께 버스에 올라탔다.

전 세계 가톨릭계
환영·기대감 표출


콘클라베가 시작되기 전 묵었던 호텔에 들러 숙박료를 직접 계산하고 자신의 짐을 건네받기도 했다. 예전 교황들은 교황청 관계자들이 모든 뒤처리를 끝마칠 때까지 바티칸에서 대기했다.

첫 직무 수행 일정으로 로마에 있는 성 마리아 대성당을 찾을 때도 교회에 불편을 끼치지 않기 위해 도착 10분 전에야 방문을 통보했고 교황 전용차가 아닌 일반 차량을 이용했다.

프란치스코는 교황 선출 당시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도 교황의 위엄을 나타내는 붉은 망토를 걸치지 않았다.

지난 2월11일 제265대 교황인 베네딕토 16세의 갑작스런 사임에 따라 개막된 콘클라베에서 이틀 만에 선출된 새 교황은 비유럽권 출신으로 시리아 출신인 그레고리오 3세 이후 1282년 만이다. 미주 대륙에서는 가톨릭교회 2000년 사상 첫 교황 탄생이다. 프란치스코는 1534년 로욜라가 설립한 수도회 예수회에서 배출된 첫 교황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한국 천주교회
한국 배려 기대

가톨릭 교회가 사상 첫 미주 대륙 출신 교황이라는 파격적인 선택을 한 데는 내부의 변화와 개혁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가톨릭교회는 가톨릭의 전통가치와 대립하는 동성애와 낙태 등 사회 이슈가 대두되면서 안팎으로 도전을 받아왔다. 때문에 비유럽권 교황을 통해 돌파구를 찾자는 결론을 도출한 것이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000년 가톨릭 역사상 미주 대륙에서 교황이 처음 탄생한 의미를 "500년의 기다림 끝에 가톨릭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마침내 우뚝 서다"고 표현했으며 브라질 가톨릭주교협의회(CNBB)는 성명을 통해 "남미 대륙의 첫 교황이 희망의 대륙 남미의 교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가톨릭 국가들도 비유럽 출신 첫 교황을 미주 대륙에 넘겨주긴 했지만 아르헨티나 출신 교황을 환영하고 있다. 다음 교황 선출 때는 사상 최초로 아프리카와 아시아 출신의 교황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내 천주교회도 프란치스코를 환영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는 축하 메시지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대리해 지상의 교회를 이끌어 나갈 교황이 가난한 이에게 기쁜 소식을, 억압받는 이에게 해방을 선포하는 평화의 사도가 돼 줄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도 새벽 미사 강론을 통해 "새 교황이 우리 교회가 세상에 사랑과 일치, 진리와 희망, 빛과 기쁨을 가져 오는 '평화의 도구'가 되도록 이끌어 주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국 천주교 신자는 531만명으로 필리핀(7700만명), 인도(1900만명), 인도네시아(740만명), 베트남(640만명)에 이어 아시아에서 다섯 번째다. 2009년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직후 로마교황청 관보 1면에 김 추기경의 선종 소식이 실렸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84년 방한 당시 한국 천주교 순교자 103위를 위한 시성식을 집전했을 만큼 한국 천주교는 세계 가톨릭에서 적지 않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천주교회는 새 교황의 한국 배려에 대해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염수정 대주교는 "새 교황께서 한국 천주교회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내 주시고 한반도 전체의 평화와 아시아의 복음화를 위해서도 많은 도움을 주시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정치권은 화합과 평화, 한반도에 대한 관심을 기대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은 "1282년만의 비유럽 출신 교황 탄생으로 세계는 종교 간의 화합의 관계가 증진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며 "세계평화와 인감 존엄의 가치를 지키고 약자와 빈자를 배려하며 지구상의 다양한 종교 간의 화합을 이끄는 지도자가 돼 주실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새 교황께서 지금까지 교회가 그래왔듯이 갈등이 있는 곳에 화해를, 분쟁이 있는 곳에 평화를 이루게 힘써 줄 것을 기대한다"며 "지구촌 구석구석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실 것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프란치스코는 1936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탈리아 출신 철도노동자 가정의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22세가 되던 해 예수회에 입문해 수도사의 길을 시작한 그는 산미겔 산호세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독일어와 이탈리아어에 능통하다. 1969년 사제서품을 받은 그는 수도사로서 탁월한 지도력을 인정받아 1970년대 후반까지 주로 아르헨티나에서 사목활동을 했다. 1980년에는 산미겔 예수회 수도원 원장으로 발탁됐으며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에 오른 그는 2001년 추기경에 임명됐다.

그는 여느 아르헨티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축구와 탱고를 좋아한다. 그간 그는 소박한 삶을 추구하며 빈자들을 돌봐 왔다. 추기경 관저를 벗어나 시내 중심가의 작은 아파트에서 생활해 왔으며 전용 차량을 마다한 채 버스를 이용하고 요리를 직접했으며 옷도 직접 고쳐 입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빈민가 사람들은 그를 '빈자의 아버지'라고 불렀다.

공식 업무 첫날부터 파격 소탈 행보
숙박료 직접 계산…전용차 대신 버스

그는 현재 가톨릭계를 위협하는 동성결혼과 낙태, 피임, 안락사 등에 비판적이지만 사회 개혁을 요구하는 등 사회 문제에서는 진보적 태도를 보인다. 질병을 박기 위한 피임기구 사용에는 찬성하고 동성결혼은 반대하지만 동성애자들의 권리는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남미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편인 아르헨티나 가톨릭을 현대화로 이끈 개혁적 인물로 꼽힌다.


2007년 라틴아메리카 주교단회의에서 그는 "우리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곳에서 살고 있다"며 "높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빈곤의 고통은 가장 더디게 줄어들고 있다"고 불평등을 지적한 바 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과는 불편한 관계다. 정부가 동성결혼, 낙태수술 허용, 피임기구 무료 배포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지난해 프란치스코는 "아르헨티나가 전체주의와 부패에 빠져있다"며 정치인들을 비판했다.

하지만 모두가 그를 칭송하는 것은 아니다.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이 1976년부터 3년여간 민주세력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던 시기에 소극적 자세를 보였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당시 예수회를 이끌던 그는 '비정치화'를 외치며 현실에 침묵했다. 예수회 소속 수도사가 군부에 체포되는 것을 묵인했으며 군부에 의한 피해자를 도와야 한다는 예수회 본부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건강도 불확실하다. 프란치스코는 베네딕토 16세의 2005년 즉위 당시 나이(78)보다 겨우 두 살 적다. 역대 교황 266명 중 아홉 번째로 많다. 구체적 수술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10대 때 폐 한쪽을 떼어내는 수술을 받은 것도 건강에 대한 의심을 부른다.

프란치스코 앞에는 맞부딪쳐야할 무거운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줄줄이 터져나온 사제들의 성범죄와 교황청의 부패, 그리고 돈 문제가 가장 큰 숙제다.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재임기간 내내 바티칸을 둘러싼 성추문에 시달렸다. 베네딕토가 직접 나서 "입에 담을 수 없는 범죄"라며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관련자들이 공개 사과하고 합의에 나서는 등 사태해결에 매달렸지만 바티칸 안팎으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성추문 사건들이 많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바티리스크'도 문제다. 지난해 교황청 내부에서 고위 성직자들이 뇌물을 받고 외부 업체와 수의계약을 하며 가격을 부풀리는 등 불법 거래를 일삼았다는 기밀문서가 유출됐다. 여기에 바티칸 은행이 돈세탁에 관여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임 교황이 바티칸 은행에 자체 감독기구를 설치하는 등 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외부에서는 더 투명한 자료 공개와 추가적인 감독 체계 강화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도 프란치스코는 동성애과 동성결혼 문제, 가톨릭 내 여성지위 문제, 낙태, 안락사 문제 등 사회 변화로 인해 가톨릭이 도전받는 현안 등도 과제로 안고 있다.

이에 일환으로 프란치스코는 영적 쇄신을 강하게 주문했다. 교황 선출 후 가진 첫 미사에서 프란치스코는 예수와 십자가라는 기본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는 시스티나 성당에서 처음 집전한 미사에서 "우리가 어디든 갈 수 있고 많은 것을 지을 수 있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찬양하지 않는 다면 우리는 단지 인심 좋은 비정부기구에 지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각종 난제 산적
영적 쇄신 강조

그는 "영적인 가치가 아닌 세속적 가치를 바탕으로 어떤 일을 이룩하려 한다면 어린이가 모래성을 쌓는 것과 같아서 곧 모두 무너져 버릴 것"이라고 경고했고 "세속적인 가치를 앞세운다면 우리는 주교일 수도, 사제일 수도, 추기경일 수도, 교황일 수도, 그리고 그 모든 사람일 수도 있지만 주 예수의 제자는 아니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프란치스코 교황은?>

▲1936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생
▲1958년 예수회 입문, 산미겔 산호세 대학 철학 전공
▲1970년대 아르헨티나 지방 돌며 사목 활동
▲1980년 산미겔 예수회 수도원 원장
▲199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
▲2001년 추기경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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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