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폭풍전야 막전막후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3.20 12: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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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출범하자마자 '악!' 사장 연임하자마자 '악!'

[일요시사=경제1팀] 우여곡절 끝에 연임에 성공한 민영진 KT&G 사장. 잔치를 벌여도 모자랄 판에 납작 엎드려 냉가슴을 앓고 있다. KT&G에 불어 닥친 '외풍'이 심상치 않아서다. 국세청에 경찰과 검찰까지 둘러싸면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작동된 형국이다.



민영진 KT&G 사장이 일단 연임에 성공했다. KT&G는 지난달 28일, 대전시 대덕구 KT&G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민 사장의 연임을 의결했다. 지난 1월 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사장으로 내정된 민 사장은 앞으로 3년 더 KT&G를 이끌게 됐다.

시한폭탄 작동

경북 문경 출신의 민 사장은 건국대 농학과 졸업 후 1979년 기술고시로 관직에 입문해 1986년 KT&G(당시 전매청)에 입사했다. 이후 경영전략단장과 사업지원단장, 마케팅본부장, 해외사업본부장, 생산·R&D 부문장 등을 거쳐 2010년 사장에 취임했다.

KT&G는 "민 사장은 CEO 재임 중 탁월한 경영역량을 발휘해 기존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신성장동력사업 발굴의 성과를 거뒀다"며 "공격적인 해외사업 추진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한 점도 높이 평가돼 향후 지속성장을 이끌 최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로부터 6일 후 KT&G에 달갑지 않은 '손님'들이 들이닥쳤다. 국세청, 그중에서도 무섭기로 소문난 조사4국 정예 요원들이었다. 고강도 특별 세무조사를 시작한 것. 국세청은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서울사옥과 대전 평촌동의 본사 사무실에 조사요원 100여명을 투입해 간부급 이상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 장부 등을 확보했다.

세무조사는 다양한 혐의를 염두에 두고 진행 중이다. 국세청은 우선 KT&G의 사업확장 과정에서 세금탈루 의혹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또 담배 수매·판매, 수출 과정에서 역외 탈세 부분도 혐의 선상에 올려놨다. 특히 비자금 조성에도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진의 지시와 개입 여부를 캐고 있다.


KT&G 측은 "4년에 한 번 하는 통상적인 정기 세무조사"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이번 조사에 '대형사건 전담반'인 조사4국이 투입된 점에서 그만큼 사안이 중대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사4국은 심층·기획 등의 특별 세무조사를 주로 전담하는 특수조직으로 사실상 국세청장의 직할부대다. 검찰로 따지면 '대검 중수부'와 같다.

특별조사는 사전에 철저한 내사 등을 통해 수집한 혐의가 거의 완벽할 때 실시한다. 조사4국도 특정 혐의가 인지된 경우에만 움직인다. 때문에 국세청이 KT&G의 혐의를 이미 포착하고 세무조사에 착수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다른 부서도 아닌 조사4국이 조사를 진행한다면 뭔가 특별한 의미나 배경이 있을 것"이라며 "더구나 조사요원이 100여명이나 투입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뭔가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국세청 세무조사와 맞물려 KT&G를 향한 경찰과 검찰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경·검은 KT&G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본격화할 채비를 하고 있다. 특정기업에 대해 세무당국과 수사당국이 동시에 '털기'에 나선 이례적 상황이라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직후여서 더욱 그렇다.

국세청 특별 세무조사 착수…조사4국 투입
경찰·검찰도 가세해 '대협공' 펼칠 태세

경찰은 '검은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최근 KT&G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자 조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는 하청업체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를 상대로 이뤄졌다고 한다. 경찰은 현재 은밀히 자금흐름을 파악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도 아직 내사 단계지만 언제 수사로 전환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 여부와 함께 경영진의 업무상 배임 의혹에 대한 첩보를 입수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업 인허가 의혹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사정기관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는 것은 KT&G 노조가 각종 의혹을 제기한 직후라 연관성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주노총 한국인삼공사지부는 지난달 "민 사장이 정권 교체기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꼼수 연임'을 강행하고 있다"며 민 사장의 퇴임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면서 실적 부진, 연임 부실심사 등을 이유로 들었다.


뿐만 아니다. 노조는 "민 사장 재임기간 내내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며 7가지 의혹을 꺼내들었다. 이중 2가지 의혹엔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과 최측근이 거론된다. 노조는 KT&G가 이 대통령의 친인척과 관련이 있는 회사에 특혜를 제공한 의혹을 제기했다. 또 KT&G가 이 대통령 최측근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회사에 수십억원대 광고를 몰아준 의혹도 주장했다. 두 의혹 모두 윗선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노조는 이외에도 ▲중동수입상을 통한 밀어내기식 담배 수출 및 악성채무 발생과 관련한 업무상 배임 의혹 ▲인도네시아 담배회사를 무리하게 인수해 부실을 초래한 점 ▲중국에 인삼회사를 설립했지만 중국정부가 판매를 불허해 막대한 손실을 끼친 점 ▲명동 레지던스호텔 용역 관련 의혹 ▲가맹점에 대한 횡포 의혹 등을 문제 삼았다.

당시 KT&G 측은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펄쩍 뛰었다. 회사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악의적 음해"라며 "노조가 제기한 의혹들은 일고의 가치가 없는 내용들이다. 확인 결과 명백한 허위사실로 드러났다"고 일축했다.

'기획' 가능성도

지금까지 정황을 종합해보면 KT&G를 겨냥한 국세청에 경찰과 검찰까지 가세해 '대협공'을 펼칠 태세다. 일각에선 KT&G에 닥치거나 닥칠 '외풍'을 두고 정권 차원의 '기획작품'일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정치적 '표적 조사'가 아니냐는 것이다. KT&G는 2002년 정부 지분이 모두 매각되면서 완전 민영화된 기업이지만,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파장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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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