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목 세태> 이동식 성매매 '리무방' 실체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3.19 10: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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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씽 달리는 차안서 쌕쌕…한강변 황홀 섹스

[일요시사=사회팀] '달리는 안마시술소'에 대한 얘기를 우연히 접했다. 한강을 끼고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퇴폐적인 성매매가 이뤄졌다는 소문이었다.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거듭 이야기를 듣다보니 "리무방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성행했다"는 의외의 사실도 발견했다. "한강변을 달궜다"는 누구의 말처럼 한시적 이벤트는 업소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미 뜨거운 감자로 자리잡고 있었다.



서울 선릉역 인근에 위치한 한 사무실. 전날 늦게까지 이어졌던 회식 탓인지 A씨는 책상 앞에서 연신 고개를 꾸벅였다. 미팅을 기다리던 그의 잠을 깨운 건 메시지 알람. 하루에도 몇 번씩 도착하는 풀싸롱 광고는 그의 화려했던(?) 과거를 짐작케 했다.

소문만 무성
이동식 안마

몇 년 전까지 A씨의 통화목록에는 '*실장' '*상무'와 같은 전화번호가 상주하고 있었다. 원래 A씨는 즐겨 찾는 단골 업소가 몇 군데나 될 정도로 밤문화와 친했다. 1년 전 결혼과 함께 A씨의 업소 탐방은 끝이 났지만 어쩌다 친구라도 만나 술 한 잔 걸치면 숨겨진 욕구가 꿈틀대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A씨도 '달리는 안마시술소'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고개를 저었다.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관계를 맺는다'는 서비스가 금시초문이라는 것.

다만 A씨는 "사람들은 주로 유명한 것만 찾는데 (새로운 걸 원한다면)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란 단서를 붙였다. 그동안 워낙 다양한 종류의 성매매가 우후죽순처럼 생긴 만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수요가 있다면 그에 따른 공급도 있지 않았겠냐"는 조심스런 의견이었다.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A씨가 확인한 사례는 두 가지. 첫 번째는 대리 운전사가 성매매를 제공하는 경우였다. 성구매자가 업체에 전화를 걸면 여성 대리 운전사가 파견돼 성구매자에게 차 안에서 성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업소 단속기간 한시적 이벤트…VVIP급만 초대
주로 스타크래프트 이용해 손님 받아 성행위

통칭 '섹시 대리운전'이라고 불렸던 이 서비스는 그 폐해가 많아 요즘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성매매를 제공한 측에서 성폭행을 주장해 경찰 조사로 이어진 전례가 있었고, 종사자 연령이 30대가 넘는 경우가 많아 그 수요가 생각보다는 많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성을 구매한 쪽에서 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심한 경우는 폭행까지 가해 위해를 입히는 등 성매매 활동으로 기대되는 대가에 비해 그 위험성이 너무 커 성노동자 역시 전업으로 뛰는 건 기피했다는 후문이다.

두 번째는 암암리에 벌어지는 '2차'다. 노래방이나 유사 성행위 업소는 물론이고, 술이 곁들여지는 룸살롱, 텐프로 등은 2차를 나가지 않는 게 관례다. 개중에는 손님 급수에 따라 업소 측에서 먼저 2차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이른바 '와꾸'(얼굴)가 맞을수록 2차를 나가기란 쉽지 않다. 부르는 곳이 많기 때문. 설사 운 좋게 2차를 나간다 하더라도 성행위는 호텔이나 모텔 등 숙박업소에서 벌어지는 게 일반이다. 하지만 강남을 기반으로 활동했던 대리운전 기사의 말을 들으면 꼭 그렇지도 않다. 의외로 자동차 성행위를 선호하는 고객이 많다는 것. 하지만 그가 말한 건 '정지된 차'였지 '움직이는 차'는 아니었다. 정지된 차에서의 행위는 너무 흔했다.

밴이 움직였다
몸도 움직였다

급한 대로 A씨의 지인을 통해 한 남성이 밝힌 '리무방'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리무방은 리무진과 보도방의 합성어로 '달리는 안마시술소'라 봐도 무방하다. 리무방을 경험했다고 밝힌 남성에게는 속칭 '연애'를 받아줄 '애인'이 있었다. 여기서 애인은 진짜 애인이 아닌 업소에서 만나는 하룻밤 파트너를 뜻한다.


애인을 만나기 위해 이 바닥에서 3시간 사전 예약은 상식이다. 그러나 소위 말하는 탕돌이(업소 마니아)가 아닌 이상 술을 좀 마시다보면 예약 없이 무작정 업소를 찾게 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들이 예고 없는 리무방을 경험하게 된 건 이렇듯 술에 취해 업소를 찾았을 때였다.

A씨가 소개한 이 지인은 '사전 검증'을 거쳐 해당 업소를 방문했다. 업소 고르기로는 아이 엄마가 젖병 고르듯 신중한 이 남성은 "원치 않는 선수가 걸려 내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늘 선택에 신중을 기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에 있는 유명 안마 시술소를 찾은 건 어느 가을날이었다. 이곳의 단골 고객이자 A씨의 지인인 익명의 남성 B씨는 택시를 타고 업소에 도착했다가 뜻밖의 난관에 부딪혔다. 영업을 하지 않아 로비에 사람이 없는 건 물론이고 건물 주변에도 아무 인기척이 없어 난감한 처지에 놓인 것이었다.

출발 전 친구에게 "이곳 물이 끝내주니 재밌게 놀고 가자"며 큰 소리 떵떵 쳤던 걸 생각하니 쉽사리 발걸음을 돌릴 수도 없었다.

급한 마음에 B씨가 전화를 돌린 건 '*이', 직함은 실장이지만 서로 호형호제하기로 했기에 B씨는 평소 그의 가명을 그렇게 불렀다고 했다.

"*이, 뭐야. 오늘은 영업 안 해? 미리 말을 해줬어야 될 거 아냐."

술에 취한 B씨는 다소 강한 어조로 상대를 채근하며 말을 건넸다. 그러자 상대의 답변이 돌아왔다.

"형님, 죄송합니다. 저희가 요즘은 단속이 있어서…. 대신 제가 아는 동생 하나 있는데 오늘은 그쪽으로 한 번 뫼시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사내의 목소리는 싹싹했다. 그러나 B씨는 오히려 성질을 냈다.

"내가 오랜만에 친구 만나서 여기 소개시켜준다고 얼마나 멀리서 찾아왔는데 말이야."

B씨는 어떻게든 이곳에서 서비스를 받으려고 마음을 먹었다. 대체 서비스가 얼마든지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B씨의 끈질긴 요구에도 쉽사리 응하지 않던 *이가 뜻밖의 제안을 내놨다.

"그럼 형님, 안에서 서비스는 안 되고요. 시원하게 드라이브 한 번 어떠십니까?"


예상외의 제안에 B씨는 덜컥 반문했다.

"누구랑?"

돌아온 대답은 명쾌했다.

"당연히 우리 애들이죠."

담배를 천천히 한 대 정도 태울 무렵 커다란 밴이 B씨 앞으로 도착했다. B씨는 밴을 타고 어디론가 이동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지금껏 이어져 온 이 바닥의 오랜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착한 밴의 뒷좌석에는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있었다. 이 여성은 모노톤의 짧은 원피스를 입고 B씨를 맞이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B씨는 "제법 쇼킹했었다"고 회상했다.

친절히 운전자의 안내를 받은 B씨는 차 뒷문을 열고, 원피스 여성과 동승했다. 차문이 닫히며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라는 의례적 인사가 B씨의 귓가를 맴돌았다. 정신을 차릴 때쯤 차량은 도산대로를 지나 올림픽대로를 돌며 기분 좋은 질주를 하고 있었다.


성매매특별법이
성매매 키운다?

속칭 '리무방'으로 불리는 이 같은 퇴폐 영업은 2000년대 중반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잠시 성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자 업주들은 각자 차별화된 기획으로 경쟁했는데 이중 달리는 차량에서 안마를 받는 서비스는 '참신한 기획'으로 호평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정지된 차량이 아닌 움직이는 차량이란 점에서 일부 고객들은 이 '리무방'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업소 문화에 정통한 한 남성은 "이동식 안마서비스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까닭은 VVIP급 고객에게만 서비스가 공개되기 때문"이라고 첨언했다. 또 다른 업소 종사자도 "사실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자신이 익숙한 것만 즐기려 한다"면서 "이동식 안마서비스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견해를 더했다.

이동식 성매매는 이처럼 '아는 사람들만 아는 번외 서비스'의 영역이다. 수요도 많지 않을뿐더러 일반 고객들에게 제의했을 시 반응도 적극적이지 않아 부득이하게 성매매 업소가 영업을 하지 않을 때만 행하는 이벤트 서비스라는 설명이 주를 이룬다.

실제 성인을 겨냥한 몇몇 사이트에는 '달리는 안마시술소'를 경험했다는 수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수기와 몇몇 증언들을 토대로 종합한 결과 '리무방'에 사용되는 차량은 개조된 스타크래프트 밴으로 확인됐다. 일부는 대형SUV를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캠핑카를 타봤다는 증언은 듣지 못했다.

성매매를 목적으로 차량이 개조된 만큼 내부 구조도 상당히 특이하다. 흡사 미니 안마시술소를 연상케 하는데 운전석과 조수석을 제외하고는 차량 내부가 침대, 샤워시설, 수납장 등으로 채워져 있다.



또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에는 두꺼운 커튼이 쳐져 손님 입장에서는 '둘만의 사생활'이 침해받지 않도록 보호된다. 후기를 적었던 한 30대 고객은 "오히려 섹스 도중 내 앞에 누군가 있다는 게 더 스릴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 이색서비스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건 속도감과 전망이다. 흡사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달리는 차 안에서 서울 시내의 야경을 바라보며 성행위를 할 수 있다는 건 흔치 않은 경험이다. 덜컹거리는 불편함과 상대적으로 간소화된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리무방'이 소수의 마니아를 이끌었던 건 이 같은 분위기가 워낙 훌륭했던 까닭이다.

주행 시간은 대략 1시간으로 정해져있는데 올림픽대로가 주요 코스로 지목된 건 한 마디로 '와꾸(아귀)'가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도로 사정과 주변 전망, 출발 지점과의 왕복거리 등을 고려할 때 올림픽대로 만한 장소가 없다는 것.

아울러 집이 가까운 손님들은 업소로 되돌아 올 필요 없이 그대로 집까지 바래다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리무방'은 때때로 귀가 택시에 비유되기도 한다.

강남∼여의도 올림픽대로 코스 
차안서 제공 이색서비스 다양 "서울시내 야경 보면서…"

한 업소 관계자는 "정확히 말해 리무방과 이동식 안마는 다른 서비스"라고 말했다. 리무방이 성행위에만 방점을 찍는다면 이동식 안마는 오일과 찜수건과 등을 활용한 안마가 곁들여진다는 것. 이 관계자는 "이동식 안마의 경우 특별히 고안된 게 아니라 일본에 있는 테마 안마시술소를 본 떠 만든 것에 불과하다"며 "처음에는 자동차 테마가 색다르게 인식돼 인기도 좀 있었지만 안마 업소 측에서 비용부담을 느껴 최근에는 개시되지 않는 서비스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즉 '리무방'만 전문적으로 하는 업소와 퇴폐 안마의 한 코스로 '이동식 안마'를 운영하는 별개의 업소가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선릉역 부근의 대형 업소인 ㄱ안마시술소를 찾아 소문을 확인했다. ㄱ안마시술소는 '스타크래프트'를 이용한 이동식 안마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 업소다. 이 업소의 한 관계자는 "VIP 고객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했던 적이 있다"고 사실을 확인했다. 한강변에 출몰하는 스타크래프트, 그 안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던 것이다.

또 이 관계자는 "당시 도입을 두고 여러 말들이 많았지만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함이라든가 일본식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함이라든가 이런 것들은 사실과 거리가 멀고, 고객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기획됐던 아이템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다시 말해 자동차 컨셉을 원하는 손님들의 요구에 응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ㄱ안마시술소는 현재 공식적으로 "해당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보안상의 이유인지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는 말만 주변을 통해 전해들었다.

"지금은 안해"
"누군가는 해"

과거 성매매업소는 구매자를 유혹하기 위해 차별화된 서비스와 아이템을 선보였다. 그러나 최근 '오피'나 '출장'이 뜨면서 서비스와 아이템의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때 수도권까지 유행이 퍼졌던 '리무방' 바람이 주춤한 것도 결국에는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한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 복수 관계자들에게서 나왔다. 관리비만 많이 드는 시설로 승부하기보단 예쁘장한 '선수'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인 셈. 더욱 음성화되고 다양화된 성매매에 이래저래 단속 의무를 쥔 경찰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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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