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목 세태> 이동식 성매매 '리무방' 실체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3.19 10: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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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씽 달리는 차안서 쌕쌕…한강변 황홀 섹스

[일요시사=사회팀] '달리는 안마시술소'에 대한 얘기를 우연히 접했다. 한강을 끼고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퇴폐적인 성매매가 이뤄졌다는 소문이었다.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거듭 이야기를 듣다보니 "리무방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성행했다"는 의외의 사실도 발견했다. "한강변을 달궜다"는 누구의 말처럼 한시적 이벤트는 업소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미 뜨거운 감자로 자리잡고 있었다.



서울 선릉역 인근에 위치한 한 사무실. 전날 늦게까지 이어졌던 회식 탓인지 A씨는 책상 앞에서 연신 고개를 꾸벅였다. 미팅을 기다리던 그의 잠을 깨운 건 메시지 알람. 하루에도 몇 번씩 도착하는 풀싸롱 광고는 그의 화려했던(?) 과거를 짐작케 했다.

소문만 무성
이동식 안마

몇 년 전까지 A씨의 통화목록에는 '*실장' '*상무'와 같은 전화번호가 상주하고 있었다. 원래 A씨는 즐겨 찾는 단골 업소가 몇 군데나 될 정도로 밤문화와 친했다. 1년 전 결혼과 함께 A씨의 업소 탐방은 끝이 났지만 어쩌다 친구라도 만나 술 한 잔 걸치면 숨겨진 욕구가 꿈틀대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A씨도 '달리는 안마시술소'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고개를 저었다.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관계를 맺는다'는 서비스가 금시초문이라는 것.

다만 A씨는 "사람들은 주로 유명한 것만 찾는데 (새로운 걸 원한다면)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란 단서를 붙였다. 그동안 워낙 다양한 종류의 성매매가 우후죽순처럼 생긴 만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수요가 있다면 그에 따른 공급도 있지 않았겠냐"는 조심스런 의견이었다.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A씨가 확인한 사례는 두 가지. 첫 번째는 대리 운전사가 성매매를 제공하는 경우였다. 성구매자가 업체에 전화를 걸면 여성 대리 운전사가 파견돼 성구매자에게 차 안에서 성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업소 단속기간 한시적 이벤트…VVIP급만 초대
주로 스타크래프트 이용해 손님 받아 성행위

통칭 '섹시 대리운전'이라고 불렸던 이 서비스는 그 폐해가 많아 요즘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성매매를 제공한 측에서 성폭행을 주장해 경찰 조사로 이어진 전례가 있었고, 종사자 연령이 30대가 넘는 경우가 많아 그 수요가 생각보다는 많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성을 구매한 쪽에서 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심한 경우는 폭행까지 가해 위해를 입히는 등 성매매 활동으로 기대되는 대가에 비해 그 위험성이 너무 커 성노동자 역시 전업으로 뛰는 건 기피했다는 후문이다.

두 번째는 암암리에 벌어지는 '2차'다. 노래방이나 유사 성행위 업소는 물론이고, 술이 곁들여지는 룸살롱, 텐프로 등은 2차를 나가지 않는 게 관례다. 개중에는 손님 급수에 따라 업소 측에서 먼저 2차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이른바 '와꾸'(얼굴)가 맞을수록 2차를 나가기란 쉽지 않다. 부르는 곳이 많기 때문. 설사 운 좋게 2차를 나간다 하더라도 성행위는 호텔이나 모텔 등 숙박업소에서 벌어지는 게 일반이다. 하지만 강남을 기반으로 활동했던 대리운전 기사의 말을 들으면 꼭 그렇지도 않다. 의외로 자동차 성행위를 선호하는 고객이 많다는 것. 하지만 그가 말한 건 '정지된 차'였지 '움직이는 차'는 아니었다. 정지된 차에서의 행위는 너무 흔했다.

밴이 움직였다
몸도 움직였다

급한 대로 A씨의 지인을 통해 한 남성이 밝힌 '리무방'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리무방은 리무진과 보도방의 합성어로 '달리는 안마시술소'라 봐도 무방하다. 리무방을 경험했다고 밝힌 남성에게는 속칭 '연애'를 받아줄 '애인'이 있었다. 여기서 애인은 진짜 애인이 아닌 업소에서 만나는 하룻밤 파트너를 뜻한다.


애인을 만나기 위해 이 바닥에서 3시간 사전 예약은 상식이다. 그러나 소위 말하는 탕돌이(업소 마니아)가 아닌 이상 술을 좀 마시다보면 예약 없이 무작정 업소를 찾게 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들이 예고 없는 리무방을 경험하게 된 건 이렇듯 술에 취해 업소를 찾았을 때였다.

A씨가 소개한 이 지인은 '사전 검증'을 거쳐 해당 업소를 방문했다. 업소 고르기로는 아이 엄마가 젖병 고르듯 신중한 이 남성은 "원치 않는 선수가 걸려 내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늘 선택에 신중을 기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에 있는 유명 안마 시술소를 찾은 건 어느 가을날이었다. 이곳의 단골 고객이자 A씨의 지인인 익명의 남성 B씨는 택시를 타고 업소에 도착했다가 뜻밖의 난관에 부딪혔다. 영업을 하지 않아 로비에 사람이 없는 건 물론이고 건물 주변에도 아무 인기척이 없어 난감한 처지에 놓인 것이었다.

출발 전 친구에게 "이곳 물이 끝내주니 재밌게 놀고 가자"며 큰 소리 떵떵 쳤던 걸 생각하니 쉽사리 발걸음을 돌릴 수도 없었다.

급한 마음에 B씨가 전화를 돌린 건 '*이', 직함은 실장이지만 서로 호형호제하기로 했기에 B씨는 평소 그의 가명을 그렇게 불렀다고 했다.

"*이, 뭐야. 오늘은 영업 안 해? 미리 말을 해줬어야 될 거 아냐."

술에 취한 B씨는 다소 강한 어조로 상대를 채근하며 말을 건넸다. 그러자 상대의 답변이 돌아왔다.

"형님, 죄송합니다. 저희가 요즘은 단속이 있어서…. 대신 제가 아는 동생 하나 있는데 오늘은 그쪽으로 한 번 뫼시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사내의 목소리는 싹싹했다. 그러나 B씨는 오히려 성질을 냈다.

"내가 오랜만에 친구 만나서 여기 소개시켜준다고 얼마나 멀리서 찾아왔는데 말이야."

B씨는 어떻게든 이곳에서 서비스를 받으려고 마음을 먹었다. 대체 서비스가 얼마든지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B씨의 끈질긴 요구에도 쉽사리 응하지 않던 *이가 뜻밖의 제안을 내놨다.

"그럼 형님, 안에서 서비스는 안 되고요. 시원하게 드라이브 한 번 어떠십니까?"


예상외의 제안에 B씨는 덜컥 반문했다.

"누구랑?"

돌아온 대답은 명쾌했다.

"당연히 우리 애들이죠."

담배를 천천히 한 대 정도 태울 무렵 커다란 밴이 B씨 앞으로 도착했다. B씨는 밴을 타고 어디론가 이동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지금껏 이어져 온 이 바닥의 오랜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착한 밴의 뒷좌석에는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있었다. 이 여성은 모노톤의 짧은 원피스를 입고 B씨를 맞이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B씨는 "제법 쇼킹했었다"고 회상했다.

친절히 운전자의 안내를 받은 B씨는 차 뒷문을 열고, 원피스 여성과 동승했다. 차문이 닫히며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라는 의례적 인사가 B씨의 귓가를 맴돌았다. 정신을 차릴 때쯤 차량은 도산대로를 지나 올림픽대로를 돌며 기분 좋은 질주를 하고 있었다.


성매매특별법이
성매매 키운다?

속칭 '리무방'으로 불리는 이 같은 퇴폐 영업은 2000년대 중반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잠시 성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자 업주들은 각자 차별화된 기획으로 경쟁했는데 이중 달리는 차량에서 안마를 받는 서비스는 '참신한 기획'으로 호평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정지된 차량이 아닌 움직이는 차량이란 점에서 일부 고객들은 이 '리무방'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업소 문화에 정통한 한 남성은 "이동식 안마서비스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까닭은 VVIP급 고객에게만 서비스가 공개되기 때문"이라고 첨언했다. 또 다른 업소 종사자도 "사실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자신이 익숙한 것만 즐기려 한다"면서 "이동식 안마서비스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견해를 더했다.

이동식 성매매는 이처럼 '아는 사람들만 아는 번외 서비스'의 영역이다. 수요도 많지 않을뿐더러 일반 고객들에게 제의했을 시 반응도 적극적이지 않아 부득이하게 성매매 업소가 영업을 하지 않을 때만 행하는 이벤트 서비스라는 설명이 주를 이룬다.

실제 성인을 겨냥한 몇몇 사이트에는 '달리는 안마시술소'를 경험했다는 수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수기와 몇몇 증언들을 토대로 종합한 결과 '리무방'에 사용되는 차량은 개조된 스타크래프트 밴으로 확인됐다. 일부는 대형SUV를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캠핑카를 타봤다는 증언은 듣지 못했다.

성매매를 목적으로 차량이 개조된 만큼 내부 구조도 상당히 특이하다. 흡사 미니 안마시술소를 연상케 하는데 운전석과 조수석을 제외하고는 차량 내부가 침대, 샤워시설, 수납장 등으로 채워져 있다.



또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에는 두꺼운 커튼이 쳐져 손님 입장에서는 '둘만의 사생활'이 침해받지 않도록 보호된다. 후기를 적었던 한 30대 고객은 "오히려 섹스 도중 내 앞에 누군가 있다는 게 더 스릴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 이색서비스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건 속도감과 전망이다. 흡사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달리는 차 안에서 서울 시내의 야경을 바라보며 성행위를 할 수 있다는 건 흔치 않은 경험이다. 덜컹거리는 불편함과 상대적으로 간소화된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리무방'이 소수의 마니아를 이끌었던 건 이 같은 분위기가 워낙 훌륭했던 까닭이다.

주행 시간은 대략 1시간으로 정해져있는데 올림픽대로가 주요 코스로 지목된 건 한 마디로 '와꾸(아귀)'가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도로 사정과 주변 전망, 출발 지점과의 왕복거리 등을 고려할 때 올림픽대로 만한 장소가 없다는 것.

아울러 집이 가까운 손님들은 업소로 되돌아 올 필요 없이 그대로 집까지 바래다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리무방'은 때때로 귀가 택시에 비유되기도 한다.

강남∼여의도 올림픽대로 코스 
차안서 제공 이색서비스 다양 "서울시내 야경 보면서…"

한 업소 관계자는 "정확히 말해 리무방과 이동식 안마는 다른 서비스"라고 말했다. 리무방이 성행위에만 방점을 찍는다면 이동식 안마는 오일과 찜수건과 등을 활용한 안마가 곁들여진다는 것. 이 관계자는 "이동식 안마의 경우 특별히 고안된 게 아니라 일본에 있는 테마 안마시술소를 본 떠 만든 것에 불과하다"며 "처음에는 자동차 테마가 색다르게 인식돼 인기도 좀 있었지만 안마 업소 측에서 비용부담을 느껴 최근에는 개시되지 않는 서비스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즉 '리무방'만 전문적으로 하는 업소와 퇴폐 안마의 한 코스로 '이동식 안마'를 운영하는 별개의 업소가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선릉역 부근의 대형 업소인 ㄱ안마시술소를 찾아 소문을 확인했다. ㄱ안마시술소는 '스타크래프트'를 이용한 이동식 안마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 업소다. 이 업소의 한 관계자는 "VIP 고객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했던 적이 있다"고 사실을 확인했다. 한강변에 출몰하는 스타크래프트, 그 안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던 것이다.

또 이 관계자는 "당시 도입을 두고 여러 말들이 많았지만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함이라든가 일본식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함이라든가 이런 것들은 사실과 거리가 멀고, 고객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기획됐던 아이템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다시 말해 자동차 컨셉을 원하는 손님들의 요구에 응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ㄱ안마시술소는 현재 공식적으로 "해당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보안상의 이유인지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는 말만 주변을 통해 전해들었다.

"지금은 안해"
"누군가는 해"

과거 성매매업소는 구매자를 유혹하기 위해 차별화된 서비스와 아이템을 선보였다. 그러나 최근 '오피'나 '출장'이 뜨면서 서비스와 아이템의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때 수도권까지 유행이 퍼졌던 '리무방' 바람이 주춤한 것도 결국에는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한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 복수 관계자들에게서 나왔다. 관리비만 많이 드는 시설로 승부하기보단 예쁘장한 '선수'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인 셈. 더욱 음성화되고 다양화된 성매매에 이래저래 단속 의무를 쥔 경찰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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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