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목 세태> 이동식 성매매 '리무방' 실체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3.19 10: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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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씽 달리는 차안서 쌕쌕…한강변 황홀 섹스

[일요시사=사회팀] '달리는 안마시술소'에 대한 얘기를 우연히 접했다. 한강을 끼고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퇴폐적인 성매매가 이뤄졌다는 소문이었다.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거듭 이야기를 듣다보니 "리무방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성행했다"는 의외의 사실도 발견했다. "한강변을 달궜다"는 누구의 말처럼 한시적 이벤트는 업소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미 뜨거운 감자로 자리잡고 있었다.



서울 선릉역 인근에 위치한 한 사무실. 전날 늦게까지 이어졌던 회식 탓인지 A씨는 책상 앞에서 연신 고개를 꾸벅였다. 미팅을 기다리던 그의 잠을 깨운 건 메시지 알람. 하루에도 몇 번씩 도착하는 풀싸롱 광고는 그의 화려했던(?) 과거를 짐작케 했다.

소문만 무성
이동식 안마

몇 년 전까지 A씨의 통화목록에는 '*실장' '*상무'와 같은 전화번호가 상주하고 있었다. 원래 A씨는 즐겨 찾는 단골 업소가 몇 군데나 될 정도로 밤문화와 친했다. 1년 전 결혼과 함께 A씨의 업소 탐방은 끝이 났지만 어쩌다 친구라도 만나 술 한 잔 걸치면 숨겨진 욕구가 꿈틀대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A씨도 '달리는 안마시술소'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고개를 저었다.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관계를 맺는다'는 서비스가 금시초문이라는 것.

다만 A씨는 "사람들은 주로 유명한 것만 찾는데 (새로운 걸 원한다면)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란 단서를 붙였다. 그동안 워낙 다양한 종류의 성매매가 우후죽순처럼 생긴 만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수요가 있다면 그에 따른 공급도 있지 않았겠냐"는 조심스런 의견이었다.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A씨가 확인한 사례는 두 가지. 첫 번째는 대리 운전사가 성매매를 제공하는 경우였다. 성구매자가 업체에 전화를 걸면 여성 대리 운전사가 파견돼 성구매자에게 차 안에서 성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업소 단속기간 한시적 이벤트…VVIP급만 초대
주로 스타크래프트 이용해 손님 받아 성행위

통칭 '섹시 대리운전'이라고 불렸던 이 서비스는 그 폐해가 많아 요즘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성매매를 제공한 측에서 성폭행을 주장해 경찰 조사로 이어진 전례가 있었고, 종사자 연령이 30대가 넘는 경우가 많아 그 수요가 생각보다는 많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성을 구매한 쪽에서 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심한 경우는 폭행까지 가해 위해를 입히는 등 성매매 활동으로 기대되는 대가에 비해 그 위험성이 너무 커 성노동자 역시 전업으로 뛰는 건 기피했다는 후문이다.

두 번째는 암암리에 벌어지는 '2차'다. 노래방이나 유사 성행위 업소는 물론이고, 술이 곁들여지는 룸살롱, 텐프로 등은 2차를 나가지 않는 게 관례다. 개중에는 손님 급수에 따라 업소 측에서 먼저 2차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이른바 '와꾸'(얼굴)가 맞을수록 2차를 나가기란 쉽지 않다. 부르는 곳이 많기 때문. 설사 운 좋게 2차를 나간다 하더라도 성행위는 호텔이나 모텔 등 숙박업소에서 벌어지는 게 일반이다. 하지만 강남을 기반으로 활동했던 대리운전 기사의 말을 들으면 꼭 그렇지도 않다. 의외로 자동차 성행위를 선호하는 고객이 많다는 것. 하지만 그가 말한 건 '정지된 차'였지 '움직이는 차'는 아니었다. 정지된 차에서의 행위는 너무 흔했다.

밴이 움직였다
몸도 움직였다

급한 대로 A씨의 지인을 통해 한 남성이 밝힌 '리무방'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리무방은 리무진과 보도방의 합성어로 '달리는 안마시술소'라 봐도 무방하다. 리무방을 경험했다고 밝힌 남성에게는 속칭 '연애'를 받아줄 '애인'이 있었다. 여기서 애인은 진짜 애인이 아닌 업소에서 만나는 하룻밤 파트너를 뜻한다.


애인을 만나기 위해 이 바닥에서 3시간 사전 예약은 상식이다. 그러나 소위 말하는 탕돌이(업소 마니아)가 아닌 이상 술을 좀 마시다보면 예약 없이 무작정 업소를 찾게 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들이 예고 없는 리무방을 경험하게 된 건 이렇듯 술에 취해 업소를 찾았을 때였다.

A씨가 소개한 이 지인은 '사전 검증'을 거쳐 해당 업소를 방문했다. 업소 고르기로는 아이 엄마가 젖병 고르듯 신중한 이 남성은 "원치 않는 선수가 걸려 내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늘 선택에 신중을 기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에 있는 유명 안마 시술소를 찾은 건 어느 가을날이었다. 이곳의 단골 고객이자 A씨의 지인인 익명의 남성 B씨는 택시를 타고 업소에 도착했다가 뜻밖의 난관에 부딪혔다. 영업을 하지 않아 로비에 사람이 없는 건 물론이고 건물 주변에도 아무 인기척이 없어 난감한 처지에 놓인 것이었다.

출발 전 친구에게 "이곳 물이 끝내주니 재밌게 놀고 가자"며 큰 소리 떵떵 쳤던 걸 생각하니 쉽사리 발걸음을 돌릴 수도 없었다.

급한 마음에 B씨가 전화를 돌린 건 '*이', 직함은 실장이지만 서로 호형호제하기로 했기에 B씨는 평소 그의 가명을 그렇게 불렀다고 했다.

"*이, 뭐야. 오늘은 영업 안 해? 미리 말을 해줬어야 될 거 아냐."

술에 취한 B씨는 다소 강한 어조로 상대를 채근하며 말을 건넸다. 그러자 상대의 답변이 돌아왔다.

"형님, 죄송합니다. 저희가 요즘은 단속이 있어서…. 대신 제가 아는 동생 하나 있는데 오늘은 그쪽으로 한 번 뫼시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사내의 목소리는 싹싹했다. 그러나 B씨는 오히려 성질을 냈다.

"내가 오랜만에 친구 만나서 여기 소개시켜준다고 얼마나 멀리서 찾아왔는데 말이야."

B씨는 어떻게든 이곳에서 서비스를 받으려고 마음을 먹었다. 대체 서비스가 얼마든지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B씨의 끈질긴 요구에도 쉽사리 응하지 않던 *이가 뜻밖의 제안을 내놨다.

"그럼 형님, 안에서 서비스는 안 되고요. 시원하게 드라이브 한 번 어떠십니까?"


예상외의 제안에 B씨는 덜컥 반문했다.

"누구랑?"

돌아온 대답은 명쾌했다.

"당연히 우리 애들이죠."

담배를 천천히 한 대 정도 태울 무렵 커다란 밴이 B씨 앞으로 도착했다. B씨는 밴을 타고 어디론가 이동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지금껏 이어져 온 이 바닥의 오랜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착한 밴의 뒷좌석에는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있었다. 이 여성은 모노톤의 짧은 원피스를 입고 B씨를 맞이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B씨는 "제법 쇼킹했었다"고 회상했다.

친절히 운전자의 안내를 받은 B씨는 차 뒷문을 열고, 원피스 여성과 동승했다. 차문이 닫히며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라는 의례적 인사가 B씨의 귓가를 맴돌았다. 정신을 차릴 때쯤 차량은 도산대로를 지나 올림픽대로를 돌며 기분 좋은 질주를 하고 있었다.


성매매특별법이
성매매 키운다?

속칭 '리무방'으로 불리는 이 같은 퇴폐 영업은 2000년대 중반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잠시 성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자 업주들은 각자 차별화된 기획으로 경쟁했는데 이중 달리는 차량에서 안마를 받는 서비스는 '참신한 기획'으로 호평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정지된 차량이 아닌 움직이는 차량이란 점에서 일부 고객들은 이 '리무방'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업소 문화에 정통한 한 남성은 "이동식 안마서비스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까닭은 VVIP급 고객에게만 서비스가 공개되기 때문"이라고 첨언했다. 또 다른 업소 종사자도 "사실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자신이 익숙한 것만 즐기려 한다"면서 "이동식 안마서비스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견해를 더했다.

이동식 성매매는 이처럼 '아는 사람들만 아는 번외 서비스'의 영역이다. 수요도 많지 않을뿐더러 일반 고객들에게 제의했을 시 반응도 적극적이지 않아 부득이하게 성매매 업소가 영업을 하지 않을 때만 행하는 이벤트 서비스라는 설명이 주를 이룬다.

실제 성인을 겨냥한 몇몇 사이트에는 '달리는 안마시술소'를 경험했다는 수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수기와 몇몇 증언들을 토대로 종합한 결과 '리무방'에 사용되는 차량은 개조된 스타크래프트 밴으로 확인됐다. 일부는 대형SUV를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캠핑카를 타봤다는 증언은 듣지 못했다.

성매매를 목적으로 차량이 개조된 만큼 내부 구조도 상당히 특이하다. 흡사 미니 안마시술소를 연상케 하는데 운전석과 조수석을 제외하고는 차량 내부가 침대, 샤워시설, 수납장 등으로 채워져 있다.



또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에는 두꺼운 커튼이 쳐져 손님 입장에서는 '둘만의 사생활'이 침해받지 않도록 보호된다. 후기를 적었던 한 30대 고객은 "오히려 섹스 도중 내 앞에 누군가 있다는 게 더 스릴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 이색서비스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건 속도감과 전망이다. 흡사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달리는 차 안에서 서울 시내의 야경을 바라보며 성행위를 할 수 있다는 건 흔치 않은 경험이다. 덜컹거리는 불편함과 상대적으로 간소화된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리무방'이 소수의 마니아를 이끌었던 건 이 같은 분위기가 워낙 훌륭했던 까닭이다.

주행 시간은 대략 1시간으로 정해져있는데 올림픽대로가 주요 코스로 지목된 건 한 마디로 '와꾸(아귀)'가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도로 사정과 주변 전망, 출발 지점과의 왕복거리 등을 고려할 때 올림픽대로 만한 장소가 없다는 것.

아울러 집이 가까운 손님들은 업소로 되돌아 올 필요 없이 그대로 집까지 바래다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리무방'은 때때로 귀가 택시에 비유되기도 한다.

강남∼여의도 올림픽대로 코스 
차안서 제공 이색서비스 다양 "서울시내 야경 보면서…"

한 업소 관계자는 "정확히 말해 리무방과 이동식 안마는 다른 서비스"라고 말했다. 리무방이 성행위에만 방점을 찍는다면 이동식 안마는 오일과 찜수건과 등을 활용한 안마가 곁들여진다는 것. 이 관계자는 "이동식 안마의 경우 특별히 고안된 게 아니라 일본에 있는 테마 안마시술소를 본 떠 만든 것에 불과하다"며 "처음에는 자동차 테마가 색다르게 인식돼 인기도 좀 있었지만 안마 업소 측에서 비용부담을 느껴 최근에는 개시되지 않는 서비스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즉 '리무방'만 전문적으로 하는 업소와 퇴폐 안마의 한 코스로 '이동식 안마'를 운영하는 별개의 업소가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선릉역 부근의 대형 업소인 ㄱ안마시술소를 찾아 소문을 확인했다. ㄱ안마시술소는 '스타크래프트'를 이용한 이동식 안마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 업소다. 이 업소의 한 관계자는 "VIP 고객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했던 적이 있다"고 사실을 확인했다. 한강변에 출몰하는 스타크래프트, 그 안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던 것이다.

또 이 관계자는 "당시 도입을 두고 여러 말들이 많았지만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함이라든가 일본식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함이라든가 이런 것들은 사실과 거리가 멀고, 고객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기획됐던 아이템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다시 말해 자동차 컨셉을 원하는 손님들의 요구에 응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ㄱ안마시술소는 현재 공식적으로 "해당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보안상의 이유인지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는 말만 주변을 통해 전해들었다.

"지금은 안해"
"누군가는 해"

과거 성매매업소는 구매자를 유혹하기 위해 차별화된 서비스와 아이템을 선보였다. 그러나 최근 '오피'나 '출장'이 뜨면서 서비스와 아이템의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때 수도권까지 유행이 퍼졌던 '리무방' 바람이 주춤한 것도 결국에는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한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 복수 관계자들에게서 나왔다. 관리비만 많이 드는 시설로 승부하기보단 예쁘장한 '선수'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인 셈. 더욱 음성화되고 다양화된 성매매에 이래저래 단속 의무를 쥔 경찰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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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