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목 세태> 이동식 성매매 '리무방' 실체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3.19 10: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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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씽 달리는 차안서 쌕쌕…한강변 황홀 섹스

[일요시사=사회팀] '달리는 안마시술소'에 대한 얘기를 우연히 접했다. 한강을 끼고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퇴폐적인 성매매가 이뤄졌다는 소문이었다.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거듭 이야기를 듣다보니 "리무방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성행했다"는 의외의 사실도 발견했다. "한강변을 달궜다"는 누구의 말처럼 한시적 이벤트는 업소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미 뜨거운 감자로 자리잡고 있었다.



서울 선릉역 인근에 위치한 한 사무실. 전날 늦게까지 이어졌던 회식 탓인지 A씨는 책상 앞에서 연신 고개를 꾸벅였다. 미팅을 기다리던 그의 잠을 깨운 건 메시지 알람. 하루에도 몇 번씩 도착하는 풀싸롱 광고는 그의 화려했던(?) 과거를 짐작케 했다.

소문만 무성
이동식 안마

몇 년 전까지 A씨의 통화목록에는 '*실장' '*상무'와 같은 전화번호가 상주하고 있었다. 원래 A씨는 즐겨 찾는 단골 업소가 몇 군데나 될 정도로 밤문화와 친했다. 1년 전 결혼과 함께 A씨의 업소 탐방은 끝이 났지만 어쩌다 친구라도 만나 술 한 잔 걸치면 숨겨진 욕구가 꿈틀대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A씨도 '달리는 안마시술소'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고개를 저었다.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관계를 맺는다'는 서비스가 금시초문이라는 것.

다만 A씨는 "사람들은 주로 유명한 것만 찾는데 (새로운 걸 원한다면)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란 단서를 붙였다. 그동안 워낙 다양한 종류의 성매매가 우후죽순처럼 생긴 만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수요가 있다면 그에 따른 공급도 있지 않았겠냐"는 조심스런 의견이었다.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A씨가 확인한 사례는 두 가지. 첫 번째는 대리 운전사가 성매매를 제공하는 경우였다. 성구매자가 업체에 전화를 걸면 여성 대리 운전사가 파견돼 성구매자에게 차 안에서 성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업소 단속기간 한시적 이벤트…VVIP급만 초대
주로 스타크래프트 이용해 손님 받아 성행위

통칭 '섹시 대리운전'이라고 불렸던 이 서비스는 그 폐해가 많아 요즘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성매매를 제공한 측에서 성폭행을 주장해 경찰 조사로 이어진 전례가 있었고, 종사자 연령이 30대가 넘는 경우가 많아 그 수요가 생각보다는 많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성을 구매한 쪽에서 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심한 경우는 폭행까지 가해 위해를 입히는 등 성매매 활동으로 기대되는 대가에 비해 그 위험성이 너무 커 성노동자 역시 전업으로 뛰는 건 기피했다는 후문이다.

두 번째는 암암리에 벌어지는 '2차'다. 노래방이나 유사 성행위 업소는 물론이고, 술이 곁들여지는 룸살롱, 텐프로 등은 2차를 나가지 않는 게 관례다. 개중에는 손님 급수에 따라 업소 측에서 먼저 2차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이른바 '와꾸'(얼굴)가 맞을수록 2차를 나가기란 쉽지 않다. 부르는 곳이 많기 때문. 설사 운 좋게 2차를 나간다 하더라도 성행위는 호텔이나 모텔 등 숙박업소에서 벌어지는 게 일반이다. 하지만 강남을 기반으로 활동했던 대리운전 기사의 말을 들으면 꼭 그렇지도 않다. 의외로 자동차 성행위를 선호하는 고객이 많다는 것. 하지만 그가 말한 건 '정지된 차'였지 '움직이는 차'는 아니었다. 정지된 차에서의 행위는 너무 흔했다.

밴이 움직였다
몸도 움직였다

급한 대로 A씨의 지인을 통해 한 남성이 밝힌 '리무방'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리무방은 리무진과 보도방의 합성어로 '달리는 안마시술소'라 봐도 무방하다. 리무방을 경험했다고 밝힌 남성에게는 속칭 '연애'를 받아줄 '애인'이 있었다. 여기서 애인은 진짜 애인이 아닌 업소에서 만나는 하룻밤 파트너를 뜻한다.

애인을 만나기 위해 이 바닥에서 3시간 사전 예약은 상식이다. 그러나 소위 말하는 탕돌이(업소 마니아)가 아닌 이상 술을 좀 마시다보면 예약 없이 무작정 업소를 찾게 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들이 예고 없는 리무방을 경험하게 된 건 이렇듯 술에 취해 업소를 찾았을 때였다.

A씨가 소개한 이 지인은 '사전 검증'을 거쳐 해당 업소를 방문했다. 업소 고르기로는 아이 엄마가 젖병 고르듯 신중한 이 남성은 "원치 않는 선수가 걸려 내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늘 선택에 신중을 기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에 있는 유명 안마 시술소를 찾은 건 어느 가을날이었다. 이곳의 단골 고객이자 A씨의 지인인 익명의 남성 B씨는 택시를 타고 업소에 도착했다가 뜻밖의 난관에 부딪혔다. 영업을 하지 않아 로비에 사람이 없는 건 물론이고 건물 주변에도 아무 인기척이 없어 난감한 처지에 놓인 것이었다.

출발 전 친구에게 "이곳 물이 끝내주니 재밌게 놀고 가자"며 큰 소리 떵떵 쳤던 걸 생각하니 쉽사리 발걸음을 돌릴 수도 없었다.

급한 마음에 B씨가 전화를 돌린 건 '*이', 직함은 실장이지만 서로 호형호제하기로 했기에 B씨는 평소 그의 가명을 그렇게 불렀다고 했다.

"*이, 뭐야. 오늘은 영업 안 해? 미리 말을 해줬어야 될 거 아냐."

술에 취한 B씨는 다소 강한 어조로 상대를 채근하며 말을 건넸다. 그러자 상대의 답변이 돌아왔다.

"형님, 죄송합니다. 저희가 요즘은 단속이 있어서…. 대신 제가 아는 동생 하나 있는데 오늘은 그쪽으로 한 번 뫼시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사내의 목소리는 싹싹했다. 그러나 B씨는 오히려 성질을 냈다.

"내가 오랜만에 친구 만나서 여기 소개시켜준다고 얼마나 멀리서 찾아왔는데 말이야."

B씨는 어떻게든 이곳에서 서비스를 받으려고 마음을 먹었다. 대체 서비스가 얼마든지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B씨의 끈질긴 요구에도 쉽사리 응하지 않던 *이가 뜻밖의 제안을 내놨다.

"그럼 형님, 안에서 서비스는 안 되고요. 시원하게 드라이브 한 번 어떠십니까?"

예상외의 제안에 B씨는 덜컥 반문했다.

"누구랑?"

돌아온 대답은 명쾌했다.

"당연히 우리 애들이죠."

담배를 천천히 한 대 정도 태울 무렵 커다란 밴이 B씨 앞으로 도착했다. B씨는 밴을 타고 어디론가 이동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지금껏 이어져 온 이 바닥의 오랜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착한 밴의 뒷좌석에는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있었다. 이 여성은 모노톤의 짧은 원피스를 입고 B씨를 맞이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B씨는 "제법 쇼킹했었다"고 회상했다.

친절히 운전자의 안내를 받은 B씨는 차 뒷문을 열고, 원피스 여성과 동승했다. 차문이 닫히며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라는 의례적 인사가 B씨의 귓가를 맴돌았다. 정신을 차릴 때쯤 차량은 도산대로를 지나 올림픽대로를 돌며 기분 좋은 질주를 하고 있었다.

성매매특별법이
성매매 키운다?

속칭 '리무방'으로 불리는 이 같은 퇴폐 영업은 2000년대 중반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잠시 성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자 업주들은 각자 차별화된 기획으로 경쟁했는데 이중 달리는 차량에서 안마를 받는 서비스는 '참신한 기획'으로 호평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정지된 차량이 아닌 움직이는 차량이란 점에서 일부 고객들은 이 '리무방'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업소 문화에 정통한 한 남성은 "이동식 안마서비스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까닭은 VVIP급 고객에게만 서비스가 공개되기 때문"이라고 첨언했다. 또 다른 업소 종사자도 "사실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자신이 익숙한 것만 즐기려 한다"면서 "이동식 안마서비스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견해를 더했다.

이동식 성매매는 이처럼 '아는 사람들만 아는 번외 서비스'의 영역이다. 수요도 많지 않을뿐더러 일반 고객들에게 제의했을 시 반응도 적극적이지 않아 부득이하게 성매매 업소가 영업을 하지 않을 때만 행하는 이벤트 서비스라는 설명이 주를 이룬다.

실제 성인을 겨냥한 몇몇 사이트에는 '달리는 안마시술소'를 경험했다는 수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수기와 몇몇 증언들을 토대로 종합한 결과 '리무방'에 사용되는 차량은 개조된 스타크래프트 밴으로 확인됐다. 일부는 대형SUV를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캠핑카를 타봤다는 증언은 듣지 못했다.

성매매를 목적으로 차량이 개조된 만큼 내부 구조도 상당히 특이하다. 흡사 미니 안마시술소를 연상케 하는데 운전석과 조수석을 제외하고는 차량 내부가 침대, 샤워시설, 수납장 등으로 채워져 있다.



또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에는 두꺼운 커튼이 쳐져 손님 입장에서는 '둘만의 사생활'이 침해받지 않도록 보호된다. 후기를 적었던 한 30대 고객은 "오히려 섹스 도중 내 앞에 누군가 있다는 게 더 스릴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 이색서비스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건 속도감과 전망이다. 흡사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달리는 차 안에서 서울 시내의 야경을 바라보며 성행위를 할 수 있다는 건 흔치 않은 경험이다. 덜컹거리는 불편함과 상대적으로 간소화된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리무방'이 소수의 마니아를 이끌었던 건 이 같은 분위기가 워낙 훌륭했던 까닭이다.

주행 시간은 대략 1시간으로 정해져있는데 올림픽대로가 주요 코스로 지목된 건 한 마디로 '와꾸(아귀)'가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도로 사정과 주변 전망, 출발 지점과의 왕복거리 등을 고려할 때 올림픽대로 만한 장소가 없다는 것.

아울러 집이 가까운 손님들은 업소로 되돌아 올 필요 없이 그대로 집까지 바래다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리무방'은 때때로 귀가 택시에 비유되기도 한다.

강남∼여의도 올림픽대로 코스 
차안서 제공 이색서비스 다양 "서울시내 야경 보면서…"

한 업소 관계자는 "정확히 말해 리무방과 이동식 안마는 다른 서비스"라고 말했다. 리무방이 성행위에만 방점을 찍는다면 이동식 안마는 오일과 찜수건과 등을 활용한 안마가 곁들여진다는 것. 이 관계자는 "이동식 안마의 경우 특별히 고안된 게 아니라 일본에 있는 테마 안마시술소를 본 떠 만든 것에 불과하다"며 "처음에는 자동차 테마가 색다르게 인식돼 인기도 좀 있었지만 안마 업소 측에서 비용부담을 느껴 최근에는 개시되지 않는 서비스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즉 '리무방'만 전문적으로 하는 업소와 퇴폐 안마의 한 코스로 '이동식 안마'를 운영하는 별개의 업소가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선릉역 부근의 대형 업소인 ㄱ안마시술소를 찾아 소문을 확인했다. ㄱ안마시술소는 '스타크래프트'를 이용한 이동식 안마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 업소다. 이 업소의 한 관계자는 "VIP 고객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했던 적이 있다"고 사실을 확인했다. 한강변에 출몰하는 스타크래프트, 그 안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던 것이다.

또 이 관계자는 "당시 도입을 두고 여러 말들이 많았지만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함이라든가 일본식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함이라든가 이런 것들은 사실과 거리가 멀고, 고객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기획됐던 아이템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다시 말해 자동차 컨셉을 원하는 손님들의 요구에 응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ㄱ안마시술소는 현재 공식적으로 "해당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보안상의 이유인지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는 말만 주변을 통해 전해들었다.

"지금은 안해"
"누군가는 해"

과거 성매매업소는 구매자를 유혹하기 위해 차별화된 서비스와 아이템을 선보였다. 그러나 최근 '오피'나 '출장'이 뜨면서 서비스와 아이템의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때 수도권까지 유행이 퍼졌던 '리무방' 바람이 주춤한 것도 결국에는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한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 복수 관계자들에게서 나왔다. 관리비만 많이 드는 시설로 승부하기보단 예쁘장한 '선수'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인 셈. 더욱 음성화되고 다양화된 성매매에 이래저래 단속 의무를 쥔 경찰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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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