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성형 부작용 '천태만상'

깎고 세우고 늘리다…녹아내린 얼굴들

[일요시사=사회팀]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인해 멘탈붕괴 된 사람들이 있다. 예뻐지기 위해 얼굴에 칼을 대고 뼈를 깎는 극심한 고통을 참았지만, 그녀들에게 돌아온 건 성형 후 부작용. 이에 그들은 대인기피증과 우울증, 심해지면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현대 여성의 필수코스인 성형. 그리고 이에 따른 부작용과 극심한 후유증으로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 그들을 취재했다.



“세상에…. 저 사람 얼굴 괴물 같아.”

30대 중반, 미혼의 김모씨는 살아오면서 평생 콤플렉스로 남을 것 같았던 조금 비뚤어진 턱을 교정하기 위해 양악수술을 결심했다. 그는 거액에 이르는 수술비용과 후유증이 극심할 것이라는 주위의 만류와 부담에도 ‘평생 후회하는 것보다 낫지’라는 생각이 더 크게 앞서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강남 압구정의 모 성형외과에서 양악수술을 받았다. 그 병원은 일부 연예인들도 양악수술 받았던 곳이었기에 당시에는 꽤 유명한 병원으로 입소문이 자자했다.

턱 교정 하려다
오랑우탄 몰골로

하지만 그의 기대와는 달리 첫 번째 양악수술은 실패하고 말았다. 턱 교정이 잘못돼 모든 발음이 새는 불편을 겪었고 비뚤어진 턱 또한 제대로 교정되지 않았다. 첫 수술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된 김씨는 허탈감과 실망감에 휩싸였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양악수술만 전문으로 하는 병원 2∼3군데를 수소문해 상담을 받고 재수술을 결심하기에 이른다.

옮긴 병원의 담당 원장은 김씨의 상태를 본 후 차트에 ‘치아가 잘 보이게 양악을 앞으로 빼고 앞턱 길이 짧게, 무턱이니 볼륨감 있게 교정하고 전 병원에서 양악수술 후 발음이 안 좋아 발음 좋아지게’라고 적은 뒤, “심각하게 새는 발음을 완벽하게 교정시켜주고 무턱 교정도 함께 해줄 테니 믿고 수술해라”라며 신뢰감을 심어줬다. 김씨는 양악 재수술을 받은 뒤 지난번과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부기가 가라앉기만을 기다렸다.

양악 후유증 시달리다 손목 긋고 자살 시도
수차례 재수술 끝에 코끝 무너져 호흡 곤란


그렇게 기다린 지 5개월. 재수술의 기적을 맛보려 했던 김씨의 기대는 무참히 짓밟혔다. 그의 턱 상태는 재수술 이후 더 심각해졌다. 양악을 너무 집어넣어 윗입술은 끝도 없이 말려들어갔고, 특히 웃을 때는 틀니 빠진 할머니상으로 변해버려 맘껏 웃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한 차트에 적어뒀던 담당 의사의 말과 달리 수술 후 피해자는 구강이 앞으로 튀어나오고 무턱교정은커녕 하악은 꺼져 있어 되레 오랑우탄 같은 얼굴로 변해버렸다.

자신이 봐도 흉측한 몰골에 대인기피증까지 생긴 김씨에게 양악수술 후 생긴 불편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식사 한 끼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치아가 맞물려있어 음식을 먹으면 음식물이 모두 끼어 양치만으로는 음식물 제거도 힘든 상황에 놓였다. 이에 그는 매번 작은 티스푼으로 치아 사이사이를 일일이 긁어내 양치해야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발음이 좋아진다는 말 때문에 더욱 양악수술을 결심했던 김씨는 수술 후 ‘숫자 2’는 전혀 발음이 되지 않을 정도로 발음도 나빠졌다. 무턱교정 또한 되지 않았다. 보형물을 넣었음에도 무턱은 여전했고 ‘가가멜’ ‘마귀할멈’ 등 괴이한 별명을 달고 살아야 했다.

양악수술 후 한순간에 사람들의 놀림거리로 전락된 김씨의 얼굴은 스스로를 자괴감에 빠뜨리게 만들었고, 재수술한 병원 측에 지속적으로 항의했지만 나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수술을 집도했던 원장은 오히려 “애초에 수술이 잘못된 것이다. 전 병원에서 수술해서 이상해진 걸 왜 자신한테 그러느냐”라고 반박했다.

거울 파편조각으로
손목 그어 자살시도

다른 병원에서도 3차 재수술 상담을 받아봤으나 도저히 바꾸기엔 불가능하다고 얘기만 들었을 뿐, 간호조무사를 비롯한 병원 내 사람들은 김씨의 웃는 모습을 보며 “어머어머, 세상에 완전 괴물이다. 영화 <스크림>에 나오는 하얀 가면 같아. 무서워”라며 수군댔다. 심지어 김씨의 가족들마저도 그에게 “어디 가서 절대 웃지 말라”고 만류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눈초리와 언급에 큰 충격을 받은 김씨는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하지 않으면 일절 바깥출입을 하지 않고 댓글알바나 펫시터를 하며 생활비를 충당, 마치 ‘히키코모리(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병적인 사람)’처럼 집에서 은둔생활 했다. 웃지 말라는 주위의 당부에 근 1년 동안 웃지 않고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자신이 웃는 모습이 어땠는지 궁금했던 그는 거울 앞에 서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말 그대로 괴물과도 같았다. 윗입술이 말려들어가면서 이 없는 80세 노인인상으로 바뀐 김씨는 그 자리에서 거울을 깨고 파편조각으로 손목을 그었다. 평생 이대로 살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더 낫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호소한 그는 사실 이후에도 몇 차례 더 자살시도를 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시집도 못 가고 남성 뿐 아니라 일반인도 만나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는 김씨. 양악 후 일찌감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 생계를 위해 사채까지 끌어 삶을 연명하고 있다는 그는 “양악수술은 제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 생각한다”며 “건강상이 아닌 단지 미용목적으로 양악을 하려는 사람들은 직접 때려서라도 뜯어말리고 싶다”고 전했다.


대기업 비서로 근무하던 20대 중반의 임모씨는 자신의 낮은 매부리코와 심하게 낮은 코끝에 불만을 갖고 코 성형을 시도했다. 임씨는 큰 욕심 없이 단지 일반 사람들의 코 높이정도만 되길 원했다. 그는 발품을 팔아 강남 신사의 한 유명한 병원을 찾았고 의사에게 “저는 코끝은 뾰족하게 하되 콧대는 많이 안 높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부탁했다. 임씨의 주문을 받은 담당 의사는 콧대는 실리콘, 코끝은 귀 연골을 넣어 높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코끝만 살짝 올라가길 원했던 그의 소망은 칼이 지나간 후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다.      

수술 후 부기와 멍을 없애기 위해 주사를 맞고 약을 복용하며 사후관리에 철저했던 임씨는 기대감에 부푼 마음으로 부기가 빠지길 기다렸다. 소염제와 부기 제거에 좋다는 배즙을 하루도 빠짐없이 챙겨먹은 지만 꼬박 한 달이 지났지만 임씨의 몰골은 여전히 멍 자국과 부푼 주먹코가 자리하고 있었다. 눈 밑 멍은 수술한 지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지워지지 않고 있다. 부기 빠지기만을 기다린 지 3개월. 임씨의 코는 부기는 그대로에 콧대만 높고 코끝은 전혀 올라가지 않아서 코끝은 뭉툭하고 콧대만 높은 단지 큰 주먹코 형태로 변해버렸다. 오히려 수술 전인 낮았던 코보다 못한 무식한 코가 돼버린 것이다.

임씨의 코를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코만 보인다. 코가 왜 그러냐. 무서워 보인다. 인상이 바뀌었다” 등 혐오감을 드러냈다. 그의 오랜 친구 중 1명은 “예전이 더 나은데 그냥 살지 왜 그랬냐. 나도 수술하고 싶었는데 네 코보고 수술할 생각이 싹 사라졌다”고 말했다. 친구의 말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은 임씨는 그 자리에서 절교를 선언했고, 다른 친구들과도 인연을 끊는 등 대인기피증에 시달렸다.

피해망상에
우울감 증폭

직장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비서직으로 사람들을 자주 마주하는 직종에서 근무하던 그는 수술 후 사람들을 마주하지 못함은 물론 그들이 볼 때마다 인사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고개만 떨궜다. 혹여 사람들이 웃을 때면 속으로 ‘저 사람이 내 코가 이상해서 비웃나?’라는 별별 망상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렇게 6개월가량을 임씨는 집-회사-병원만 다니며 지인들과의 사적인 만남도 피해왔다. 그는 병원 측에 거듭된 항의를 통해 재수술에 성공했지만 재수술 후에도 코에 염증을 동반한 코끝 무너짐이 나타나는 등 거듭된 부작용에 고통을 호소했다. 수십 번에 걸쳐 주사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며 사후관리를 했음에도 결국 딸기코에 한쪽 콧구멍이 찌그러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벗어날 수 없는 자괴감에 빠진 임씨는 직장도 그만두고 가족들에게 오만 짜증을 내며 심적 스트레스를 풀었다. 3번째 재수술을 받은 지금도 임씨의 코는 여전히 한쪽 콧구멍만 들린 상태로 비뚤어진 들창코로 살아가고 있다. 임씨는 해당 병원을 상대로 고소 준비 중이며 정신적 피해보상을 동반한 재수술 비용, 주사와 약물치료에 들어간 치료비 등을 보상받길 바라고 있다.

임씨는 “당장 정신병원에 가서 진단할 생각이다. 재수술에 매번 실패한 뒤 내 삶은 완전히 엉망진창이 됐다. 그 좋은 직장도 그만둬야 했고, 사실상 생계를 이어나가기가 힘든 상태”라며 “매일 거울을 보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있지만 우울해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적절한 보상을 받을 때까지 열심히 싸울 생각이다”라고 단언했다.

국내 성인여성들이 가장 많이 한다고 알려져 있는 지방흡입. 가히 성형의 대세라고 칭할 수 있지만 부작용과 후유증이 심한 성형인 것도 사실이다. 사람에 따라 시술 후 피부가 썩는 등 피부괴사가 일어나기도 하며, 시술의사의 경험횟수에 따라 몸 구석구석에 쭈글쭈글한 노인주름을 평생 안고 가야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통증도 심할 뿐 아니라 시술비용도 만만치 않아 시술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불구 지방흡입은 과체중 여성들의 한줄기 빛과 같은 존재로 여겨지고 있는데 최근 한 30대 초반의 여성이 지방흡입을 하다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린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대인기피증으로 지인과 인연 끊고 외톨이 생활
마스크·모자 항시 착용…대출로 수술해 빚더미

익명을 요구한 이 여성은 상체는 비교적 마른반면 허벅지와 종아리에 지방이 집중적으로 뭉쳐있어 심각한 하체비만을 안고 살다 지인의 소개로 유명한 지방흡입전문 성형외과를 찾았다. 담당의는 여성의 허벅지와 종아리에서 약 2000cc에 달하는 지방을 제거했고, 두 달 후쯤엔 확연히 가늘어진 다리를 가질 수 있을 거라며 신뢰를 심어줬다.

제거 이후 그는 통증 완화를 위해 주사와 약물치료를 병행했고, 2주 뒤에는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며 다리 살이 빠지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한 달 이상을 보낸 여성은 자신의 다리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시술 후 잠깐 있다 없어질 흉터라고 생각했던 피부반점과 염증현상은 점점 커져서 그 공간을 넓혀갔다. 상처 또한 아물기는커녕 점점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예쁜 각선미를 뽐낼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그의 바람이 착각으로 돌변해버린 순간이었다. 그것은 단순 피부흉터가 아닌 피부괴사였다. 지방을 흡입한 부분의 살이 썩어 벗겨진 피부에서 물집이 생겼던 것.    

여성은 시술받은 병원에 항의전화와 방문을 거듭하며 상처치료는 받을 수 있었지만 이 또한 곤욕이었다. 그는 여름 내내 썩은 냄새를 맡으면서 2개월 이상 하루에 2번 소독 치료를 하고, 12만원 짜리 테이핑도 항상 하고 다녀야했다. 4개월 이상 압박붕대에 긴 바지만 입는 불편도 동시에 겪었다. 상처에 땀나면 안 된다는 간호사의 말에 운동은 물론 한여름에 오른쪽 다리는 샤워 한번 하지 못했고, 무릎 옆쪽에는 시술 부작용에 따른 상처가 생겨 평생 짧은 치마한번 입지 못하는 신세에 놓였다. 제일 결정적인 문제점은 지방제거를 했는데도 살이 전혀 빠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성은 지방흡입 부작용인 피부괴사에 따른 피해보상으로 재수술 및 치료비를 병원 측에 요구했지만 원장은 도리어 “네 피부가 원래 그런 거를 왜 내 책임으로 떠미느냐”며 화를 냈고 고소장을 내밀자 ‘네 마음대로 하라’는 식의 안하무인 태도로 일관했다. 여성은 현재 성형외과 원장을 상대로 민사소송 중에 있으며 타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의 약력
제대로 살펴야

이외에도 부작용에 고통을 호소,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은 무수히 많다. 이들 중 대부분은 전문의의 약력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입수하지 않고, 지인의 소개나 방송출연 등을 통해 유명해진 의원을 방문해 수술을 강행해 큰 부작용과 후유증에 시달렸다.

일례로 한 40대 주부가 해외의 모 아카데미에서 수술자격증을 불법으로 취득한 의료진에게 눈·코 성형을 받아 괴물 같은 모습으로 변해버린 사건이 있었다. 부작용에 따른 후유증에 시달린 이 주부는 결국 방송에 도움을 요청했고, 해당 프로그램을 시청한 사람들 중 그 병원에서 수술 받다 부작용이 일었던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됐다. 하지만 해당 병원 원장은 피해자에 대한 보상 없이 지금도 당당하게 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피해자에게 문제가 있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정규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고 시술경험만으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의사들은 꽤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과대광고에 휘말려 무심코 지나쳐버린 전문의 약력확인. 이는 성형부작용을 예방하는 필수코스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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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