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⑤장진호의 진로그룹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3.20 11: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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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 빚지고 해외서 호화 도피생활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
잘 나가던 기업이 망했다는 소식은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런데 망한 재벌이 '깡통'을 찼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IMF 이후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공중분해 됐지만 해당 기업에서 중책을 맡았던 경영진과 그 가족들은 멀쩡히 잘 살고 있다. 미리 '주머니'를 채워놔서일까.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망한 기업' 수뇌부들의 현주소를 조명해봤다.



'두꺼비 소주' 신화 진로는 1924년 10월 평안도 용강군에서 진천양조상회라는 이름으로 창업주 장학엽씨에 의해 설립됐다. 진천양조상회의 심벌은 '원숭이'였다. 평안도 지방에서는 원숭이가 복을 상징하는 영특한 동물로 여겨졌기 때문에 심벌로 선택되어진 것인데 원숭이 좌우로는 쌀이 있어서, 쌀로 빚은 복주를 마시면 복을 누리며 장수한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 회사
말아먹은 아들

장학엽씨는 50년 12월 월남해 1년 뒤 부산 동화양조, 52년에는 부산 구포양조를 설립했다. 54년 장학엽씨는 고향과 부산에서의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서광주조를 차렸다. 원숭이가 '두꺼비'로 바뀐 때가 이때다. 장학엽씨는 61년 진로그룹의 최초 계열사인 서광산업이라는 피혁회사를 설립하고 회장직에 올랐다.

진로라는 이름이 탄생한 것은 66년. 서광주조는 66년 진로주조로 상호를 변경했다가 75년 진로로 상호를 바꿨다.

50년대까지만 해도 소주 업계는 전남 목포에 기반을 둔 삼학소주가 장악하고 있었다. 한때 전국시장점유율 65%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던 삼학소주가 진로에게 밀리기 시작한 때는 65년 진로가 생산방식을 증류식에서 희석식으로 전환하면서부터다.

70년 12월 진로는 소주 시장 1위를 차지하면서 한국의 대표 주류회사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진로는 85년 장학엽씨가 사망하기 전인 84년 11월에 불거진 경영권 분쟁으로 일대위기를 맞았다.


이미 경영권 분쟁은 75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장학엽씨가 자신의 5형제 가운데 둘째인 학섭씨의 장남 익용씨에게 그룹을 맞길 때부터 예고돼 있었다. 장학엽씨의 아들 진호씨가 당시 나이 23세로 경영을 맡기에는 어린나이였기 때문이다. 익용씨는 ㈜진로 사장, 진로위스키 회장, ㈜서광 사장을 역임하면서 실질적인 회장직을 수행했다.

총수 과욕·탐욕으로 무너진 '두꺼비 신화'
장본인 장진호 캄보디아·중국서 호의호식

84년 말, 장학엽씨가 병환이 심해지자 진호씨와 장학엽씨의 이복형 봉용씨가 익용씨에게 이제 경영권을 넘겨줄 때가 됐다고 말했지만 거절당하고 만다. 이에 진호씨는 익용씨몰래 주식을 매입하고 우호지분을 끌어 모아 85년 10월 주총에서 경영권을 손에 넣게 됐다. 그의 나이 33세 때의 일이다.

이후 익용씨는 ㈜서광을, 봉용씨는 소주 원료를 생산하는 진로발효를, 진호씨는 진로그룹을 맡는 것으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88년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장진호 진로그룹 회장은 '탈주류'를 선언하고 빠른 속도로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80년대 후반에만 종합광고업에 진출하고 연합전선, 진로위스키, 진로종합유통, 진로백화점, 진로제약, 진로건설 등을 인수하거나 설립했다. 91년에는 수출입 전문회자 JRI를 설립하고 식품회사인 펭귄과 진로음료를 합병해 진로종합식품으로 상호를 변경했으며 한국터미널과 진로유통을 합병해 진로종합유통을 설립했다.

92년에는 진로쿠어스맥주를 설립해 94년 '카스'를 생산개시했으며 영국 그랜트와 합작해 위스키 시장에 진출했다. 중국 북진그룹과 합작으로 총 20억달러 규모의 종합빌딩 타운 개발사업에도 진출했고 청주 제2백화점 착공, 홈비디오와 멀티미디어 사업에도 참여했다. 96년 말 기준 진로그룹은 총 24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순위 19위의 재벌로 급부상했다.

그룹 무너뜨린
'탈주류'선언


이러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진로는 계열사들에게 출자금, 대여금 등으로 엄청난 자금을 지원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97년 초부터 진로의 자금 사정이 급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97년 4월 기준 진로그룹의 부채총액은 은행권 1조200억원, 제2금융권 2조5000억원 등 총 3조7000억원에 달했고 자기자본비율은 4.34%에 불과했다. 24개 계열사 중 10여 개 사는 적자였다.

위기탈출을 위해 진로는 트럭터미널과 남부터미널, 아크리스백화점 청주 진로백화점 등 계열사들을 대거 처분, 총 1조2000억원을 마련해 구조조정자금으로 사용키로 했고 상업은행과 서울은행에 추가융자를 요청, 각각 600억원, 400억원을 빌렸다.

"진로일가, 아직도 막강한 재력 자랑"

그러나 경기침체로 계열사와 부동산 매각은 쉽지 않았고 은행들은 추가지원을 거부했다. 이렇게 되자 정부가 나섰다. 강경식 당시 부총리는 막 구상단계에 있던 부도방지협약을 적용, 진로 살리기에 나섰다.

하지만 완성되지 않았던 부도방지협약은 은행권보다 제2금융권의 대출비중이 높은 기업에 부도방지협약이 적용되면 제2금융권이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고, 이를 의식한 제2금융권이 대출회수에 나설 경우, 오히려 부도를 촉진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큰 문제점이 있었다. 진로그룹이 여기에 딱 들어맞았다.

검찰 수배 받고도
술집·카지노 운영

예상대로 채권은행들은 진로그룹의 모든 어음 지급을 동결하고 긴급자금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제2금융권은 경쟁적으로 어음을 돌려 자금을 회수하려 했다.

마침내 진로는 97년 4월21일 조흥은행 서초동지점에 돌아온 어음 213억원과 상업은행 서초동지점에 지급 제시된 당좌수표 83억원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되고 말았다. 이후 채권단에 의해 화의 인가 결정을 받았지만, 결국 2003년 4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진로그룹의 계열사들은 청산절차를 밟거나 타사에 인수되거나 일부 사업부문이 양도되는 형식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주력 기업인 진로는 하이트그룹에 인수되어 하이트진로그룹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으며 진로건설은 대우조선해양에 인수되어 대우조선해양건설로 새롭게 태어났다.

진로쿠어스맥주는 OB맥주에 인수되었다가 OB맥주 또한 구조조정 차원에서 폴란드 인터브루사에 지분을 넘겨 실질적 소유권은 외국의 다국적 맥주회사로 넘어간 상태다. 진로엔지니어링은 LG그룹으로 넘어가 LG ENC로 새출발했고 청주진로백화점과 진로하이리빙은 개인 소유로 넘어갔다. 기타 계열사들은 대부분 청산됐다.

2003년 9월 자신이 소유하던 진로 주식 119만9474주(8.14%)를 포기한다는 각서를 쓰고 경영권에서 물러난 장진호 전 회장은 5496억원을 사기 대출받고 비자금 7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수차례 재판 끝에 장 전 회장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5년형을 받고 풀려났다. 하지만 2005년 2월 가족들과 함께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그 직후 다른 비자금 건으로 검찰의 수배를 받았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장 전 회장은 이미 2002년 '찬삼락'이라는 현지 이름을 취득한 상태로 진로그룹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이전부터 캄보디아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보인다.

무분별한 사업다각화로 그룹 공중분해
소주는 경쟁사, 맥주는 외국사에 매각


캄보디아에서 장 전 회장은 'ABA은행'을 운영했다. ABA은행은 지난 1996년 진로그룹에 의해 설립된 은행으로 현지에서는 '한국의 은행'으로 통했다. 그러나 이 은행은 진로그룹이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때 채권단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장 전 회장은 은행 뿐 아니라 부동산 개발회사, 경견장, 스몰카지노, 단란주점까지 손을 댔다. 금융 브로커로 알려진 김재록씨와 함께 소주회사를 설립하는 '55 프로젝트'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회장은 현재 세금 미납액과 각종 금융 기관의 체납액, 벌금 등 수백억원이 넘는 빚이 있다. 그럼에도 장 전 회장이 아무 제약 없이 현지에서 사업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훈센 총리의 장녀 '훈마나'의 비호 덕분이었다. 훈마나는 캄보디아에서 정치권력은 물론 언론까지 장악하고 있어 장 전 회장은 훈마나와 모종의 거래관계를 맺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장 전 회장은 ABA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탈세를 하는 등 '먹튀' 전략을 쓰는 바람에 캄보디아 관리들에게 신뢰를 잃어 그는 현재 캄보디아를 떠나 중국으로 건너간 상태다.

지난해 2월에는 장 전 회장이 중국 북경 왕진 소재에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 전 회장은 이곳에 머물면서 중국인 사장을 앞세워 법인을 둔 게임 업체 '이다양광'에 투자, 운영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장 전 회장의 근황을 보도한 언론에 따르면 장 전 회장이 투자한 이다양광 게임사에서 최근 게임 개발에 착수했던 개발자들이 몇 개월 동안 임금이 지급되지 않아 국내로 복귀한 상태다. 장 전 회장은 현재 중국 게임업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업에 투자를 하고 있으며 현지인 법인을 통해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0년 역사의 진로그룹을 공중 분해시킨 장본인은 아무 걱정 없이 화려한 도피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서 해외서도
잘 먹고 잘 산다


국내에 남아있는 장 전 회장의 가족들도 탄탄한 재력을 자랑하고 있다. 2011년 사망한 장 전 회장의 이복형인 장봉용 전 진로발효 회장의 부인 서태선씨는 27.%의 진로발효 주식을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있으며 올해 21억원을 배당받아 여성 배당부자 7위에 올랐고 자녀 진혁씨와 진이씨는 각각 18.3%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사촌형인 장익용 회장은 여성 정장 제조업을 하는 ㈜서광을 이끌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진로그룹은?>

▲1924년 진천양조상회 설립
▲1954년 서광주조(진로) 설립
▲1970년 소주시장 1위
▲1985년 장학엽 창업주 사망
▲1988년 장진호 회장 취임
▲1980년대 새그린, 연합전선, 진로위스키, 진로종합유통, 진로백화점, 진로제약, 진로건설 인수 및 설립
▲1990년대 초 진로쿠어스맥주, 진로베스토아, 진로종합식품, 진로인터스트리즈, 여성전문 케이블 텔레비전, 진로하이리빙, 진로지리산샘물 등 계열사 확장
▲1997년 부도
▲1998년 화의 인가 결정
▲2003년 4월 이후 법정관리, 계열사 매각 및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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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