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장악' 7인회 배후설 추적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3.13 13:3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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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 뒤에 보이지 않는 손 '꿈틀'

[일요시사=사회팀] 조만간 차기 검찰총장 후보 인선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 가운데 '7인회'의 김기춘 전 대법관이 총장 선임을 가르는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 청와대와 주파수를 맞추려는 김진태 대검 차장이 유력 후보로 떠오른 가운데 막후의 권력기관 장악 시나리오는 이미 시작됐다.



검찰이 바빠졌다. 지난 4일 황교안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보고서가 채택되면서 수면 아래 있던 검찰개혁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태 유력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는 건 각계 공통된 반응이다. 특히 검찰발 정보는 여론의 흐름을 주도하며 박근혜 정부의 난맥상을 가리고 있다.

지난달 19일 인천지검 외사부(김형규 부장)는 노현정·박상아 자녀의 외국인 부정입학 정황을 언론에 공개했다. 5개월 전 같은 의혹이 불거졌을 때 "박상아가 수사대상에 올라와 있는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와 함께 인천지검 특수부는 지난달부터 '프로야구 비리'와 관련한 내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명 야구인이 포함된 수사리스트가 공개될 경우 적잖은 파장이 예고되는 상황. 그러나 의정부지검 형사5부(유혁 부장)는 인천지검보다 앞서 스포츠 비리를 터뜨렸다. 프로농구 승부조작에 관여한 강동희 감독을 지난 7일 소환 조사한 것. '거물'을 잡은 의정부지검은 "밥값 했다"는 평가를 들으며 청와대의 시선을 잡아끄는데 성공했다. 의정부지검은 또 다른 현역 감독으로 칼끝을 돌리고 있다.


백미는 서울중앙지검이다. 프로포폴 연예인 수사리스트, 서미갤러리 탈세, 조용기 목사 배임 등이 연이어 터졌다. 지난 1월 있었던 유명 디자이너 박준의 성폭행 피소는 정부조직개편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시점에 공개됐다.

한 검찰 소식통은 이를 두고 "검찰이 위력시위를 하면서 청와대에 줄서기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가 잘 하고 있으니 예쁘게 봐 달라"는 일종의 '충성경쟁'이라는 분석.

법조계 내부 한 관계자는 "검찰총장 후보자추천위원회가 세 후보를 추천하자 인수위가 이를 반려했다는 후문을 들었다"며 "박근혜 정부가 검찰 내부 인선에까지 개입하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 마디로 청와대가 검찰의 인사권을 쥐고 은근슬쩍 줄서기를 종용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누가 검찰을 장악하려 하는 것일까?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결국 7인회에 달렸다는 뼈있는 농담이 들렸다"며 소문을 확인했다. "대통령 최측근인 7인회가 검찰 내부 인선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믿을만한 전언이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사상 초유의 '검란사태'를 맞이하며,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중도 사퇴하는 부침을 겪었다. 조직 수장이 공석으로 남겨진 상황에서 검찰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는 박근혜 정부 출범 전인 2월7일 차기 총장 후보로 김진태 대검 차장, 채동욱 서울고검장, 소병철 대구고검장 등 3명을 후보자로 추천했다.

7인회 핵심 멤버인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이 박근혜 정부 인선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혹도 이맘때쯤 들려왔다. 정수장학회 1기 장학생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김 전 장관이 정홍원 국무총리,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을 추천했다는 소문이었다. 이들은 모두 공안라인으로 특수부 출신 검사들과는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정황을 근거로 검찰총장 세 후보자 중 가장 선임 가능성이 높은 검사는 김 차장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 전 장관은 1988년 검찰총장을 역임하며 오랫동안 김 차장과 막역한 사이로 지내왔다. 또 황 장관의 사례처럼 김 전 장관이 박 대통령의 핵심 참모진에게 "김 차장을 밀어달라"고 말했다는 비화가 돌고 있는 상황이다.


또 김 차장은 검찰 조직 내 보기 드문 친불교 성향을 갖고 있어 조계종 종단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조계종과 악연이 깊은 황 장관에 이어 검찰수장까지 기독교 인사로 채워질 경우 종교 편향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차장은 매력적인 카드로 꼽힌다.

하지만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청문권을 갖고 있는 한 법사위 소속 관계자는 "만약 김 차장을 추천한다면 황 장관과 '코드'가 안 맞을 것"이라며 "지역 안배 차원에서라도 호남 출신인 소 고검장이 되지 않겠느냐"는 추측을 내놨다. 

검찰총장 인선 앞두고 앞다퉈 '충성경쟁'
'7인회' 주요 변수로 부상…카르텔 형성?

그러나 이에 대해 한 검찰 소식통은 "그건 조직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소 고검장의 선임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이 소식통은 "소 고검장은 15기로 김 차장, 황 고검장보다 한 기수 낮은데 검찰 관행상 후배가 검찰총장이 되면 선배기수는 모조리 사퇴해야 한다"면서 "검찰 물갈이를 바라는 국회라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14기 검사는 지금 용퇴할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

이들 외에 남은 1명의 후보자 채 고검장은 대체로 검찰 내부 평가에서 합격점을 받고 있다. 채 고검장에 대한 인물평을 부탁하자 한 관계자는 "검란사태 당시 지휘부 중 가장 먼저 전면에 나서 한 전 총장을 끌어내릴 정도로 정치적 감각이 있는 지휘자"라고 전했다.

채 고검장은 박근혜 측근인 모 오페라단 A이사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A이사장은 박 대통령과 독대를 할 정도로 청와대 문고리와 가깝다. 만약 채 고검장이 이 같은 인맥을 활용해 '막판 뒤집기'를 시도한다면 김 차장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황 장관과 손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황 장관의 선택은 결국 김 전 장관의 머리에서 좌우될 것이라는 게 유력한 관측이다. 김 전 장관이 황 장관을 추천한 이상 조직 내부 장악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황 장관이 독자 판단을 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 더불어 '7인회'를 등에 업었다는 건 박근혜 정부에서 권부에 가까워졌다는 방증이기 때문에 김 전 장관과 쉽게 척을 질 수 없을 것이라는 추측도 검찰 안팎에서 나왔다.

한 변호사는 "김 전 장관이 법무부장관을 역임할 때 김 차장은 법무부에서 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같은 경남 출신인 이 두 사람이 막후와 실세로 재회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견해를 덧붙였다.

굳히기? 뒤집기?

현재 김 차장은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누구의 지시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일련의 검찰발 정보가 새어나오는 게 김 차장이 청와대 쪽에 '성의를 보이는 것'이라는 주장이 여의도에서 제기되고 있다. 검찰 조직을 개혁으로부터 안전하게 보전해주는 대가로 '충성 맹세'를 하고 있다는 것.

무엇보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김 차장의 검찰, 정 총리의 청와대, 황 장관의 법무부를 잇는 박근혜 정부 핫라인이 바로 김 전 장관"이라며 "이들은 드러나지 않는 막후에서 권력기관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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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