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진단> '방패막이' 금융권 사외이사 대해부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3.11 1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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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찬성" 일당 500만원짜리 좀비 용병들

[일요시사=경제1팀] 거액의 연봉을 받는다. 그런데 책임은 없다. 하는 일이라고는 1년에 12번 정도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하는 게 전부다. 임기가 끝날 때쯤에는 알아서 연장해 준다. 모두 사외이사 얘기다. 특히 금융지주사 사외이사는 연임을 못하면 '바보'라는 얘기까지 있다.



KB,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는 모두 34명. 이들 중 28명이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자연스럽게 연임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사외이사
대부분 재선임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는 9명 중 5년간 사외이사직을 맡아 유임할 수 없는 함상문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를 제외한 8명의 사외이사가 재선임됐다. 이경재·배재욱·김영진·이종천·고승의·이영남·조재목 이사가 이에 속한다 조 이사는 올 들어 5년의 임기를 채우게 돼 내년이면 임기를 꽉 채운다. 함 교수의 자리에는 김용과 한국증권금융 고문이 신규 선임됐다.

신한금융지주는 사외이사 10명 중 9명이 임기 만료를 앞둔 가운데 8명을 재선임했다. 지난 2011년 선임된 유재근 이사가 일본 내 사업 때문에 사외이사 활동이 어려워 사임 의사를 밝힘에 따라 고부인 산세이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재선임된 사외이사에는 권태은·김기영·김석원·남궁훈·윤계섭·이정일·히라카와 하루키·필립 아기니에 이사가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총 7명의 사외이사 중 올해 6명의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4명이 연임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희택·방민준 이사는 5년 임기가 끝나 이 자리에 박영수 법무법인 산호 대표변호사와 채희율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가 신규 선임될 예정이다.


이용만·이두희·이헌·박존지환 이사는 재선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8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5명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5년 임기를 모두 채운 유병택·김경섭·이구택 이사만 바뀌고 나머지 2명은 연임될 것으로 보인다.

4대 금융사 '외인부대' 대부분 유임
"연임 못하면 바보" 95%이상 자리보전

물러나는 사외이사 자리는 정광선 하나대투증권 사외이사, 오찬석 LG하우시스 사외이사, 박문규 전 에이제이 대표이사가 맡을 예정이며 허노중·최경규 이사는 재선임 될 예정이다.

4대 금융지주회사의 주주총회는 모두 이달 내로 예정되어 있다.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22일, 하나금융지주가 26일 또는 27일, 신한금융지주는 28일 2012회계연도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등을 위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안 봐도 비디오'다. 주주총회는 사외이사들의 연임잔치가 펼쳐질 공산이 크다.

임기가 만료된 이사 28명 중 5년 임기를 다 채워 교체가 불가피한 6명을 제외한 22명이 연임을 한다면 95%가 넘는 인사가 자리를 지킨 셈이 된다.

2010년에 만들어진 '은행 등 사외이사 모범규준'에 따르면 은행이나 금융지주사는 매년 20% 안팎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강제'는 아닌 것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예전에는 정치권과 정부에서 지침과 함께 신규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차기 금융수장이 정해지지 않은 데다 박근혜 대통령 측에서도 이와 관련된 지침이 나오지 않아 교체 폭이 좁다"며 "금융지주사 사외이사 인사는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 임기가 만료된 사람만 교체하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사외이사를 새로 뽑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외(사추위)에서 사외이사의 힘은 막강하다. 사추위 절반 이상이 사외이사로 구성되어 있다. 현직 사외이사가 현직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모범규준에 있는 사외이사 임기연장 제도도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권 때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뒤에서 금융지주를 장악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력 살펴보니
정·관계 인사

지난 2011년 3월 우리은행 사외이사에서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긴 이용만 이사의 경우 고려대 금융 인맥의 대부로 알려져 있다. 이 이사는 지난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 조직인 선진국민연대에서 활동했으며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모셔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고려대-소망교회 인맥으로 꼽히는 이두희 이사(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와 야당 의원들이 제기한 '미디어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청구'에서 정부 측 변호사로 나서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을 이끌어 낸 바 있는 이헌 이사(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도 자리를 지켰다.

신한금융지주에서 재선임된 윤계섭 이사(서울대 명예교수)도 MB 측 인사다. 윤 이사는 2006년 한 칼럼을 통해 "서울시는 기업 경영 기법을 도입해 재정 지출 규모를 혁신적으로 줄였다"며 "서울시는 재정 운영의 전범을 제시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KB금융지주에서는 MB 측 인사인 조재목 이사(선진국민정책연구원 사무총장)가 재선임됐다. 2009년 처음 선임된 조 이사는 선임 당시 금융권 경력이 전무해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재선임 된 사람들이 박근혜 정권 초기 어수선한 상황을 틈타 연임을 노리고 있다"면서 "이번 인사가 예정대로 끝날 경우 향후 금융지주사 회장에 따라 갈등의 골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감시커녕 꼭두각시 전락
총 97건 중 반대 '제로'

모범규준에 따르면 사외이사의 최초 임기는 2년 이내이며 1년씩 연장이 가능하고 최장 5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5년이라는 긴 유통기한이 있는 '철밥통'을 끌어안고 '그들만의 잔치'를 반복하는 셈이다.

철밥통이 유통기한만 긴 것은 아니다. 밥통에서 지어지는 '밥' 즉, 연봉도 어마어마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4대 금융지주사 사외이사의 평균연봉을 분석한 결과 1인당 평균 5000만원 내외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거마비까지 합하면 최대 1억원에 달한다는 게 업계 측의 설명이다. 1년에 12번 내외의 이사회가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사외이사의 하루 일당이 500만원에 이른다는 얘기다. 지난해 근로자 월평균임금은 299만5000원이다.


사외이사 연봉은 KB금융지주가 7650만원(2011년 기준)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금융지주가 5790만원(2012년 기준), 신한금융지주가 5300만원(2012년 기준), 우리금융지주가 3300만원(2012년 기준)으로 그 뒤를 이었다.

감시 업무보다
충실한 '거수기'

거액의 연봉 뿐만아니라 사외이사는 임원에 준하는 대접을 받는다. 해외 연수나 세미나, 출장비 지원 등 부가수입이 짭짤하다. 과거에는 유상증자 때 소액주주들이 포기해 생기는 실권주를 사외이사에게 배정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거액의 연봉을 받으면서도 사외이사는 본연의 '감시' 업무보다 '거수기'역할에 충실했다. 이사회 출석률이 50% 미만인 사외이사도 부지기수며 사외이사로서의 역할보다는 이력서 채우기용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4대 금융지주는 지난 9개월간(2012년 1∼9월) 40번의 이사회에서 97개의 안건을 처리했다.

KB금융지주는 10번의 이사회에서 20개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일부 사외이사들이 불참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을 뿐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12번의 이사회에서 27개 안건을 처리한 우리금융지주와 8번의 이사회에서 30개의 안건을 처리한 하나금융지주도 반대표는 없었다. 10번의 이사회에서 20개의 안건을 처리한 KB금융지주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만의 거액 연봉 잔치'
KB 7650만원 하나 5790만원 
신한 5300만원 우리 3300만원

경영진에 찬성표만 던지고 있는 사외이사들. 이들이 하는 일은 대체 뭘까.

사외이사는 경영진과 관련 없는 외부 인사를 이사회에 참가시켜 대주주의 독단 경영과 전횡을 사전에 차단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1998년 사외이사를 처음 도입, 의무화하고 있다. 초창기만 해도 주로 학계, 시민단체 등의 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됐지만 이런 현상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사외이사진을 정관계 고위급 인사들로 구성하는 게 관행이 돼 버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사외이사들의 가장 큰 역할을 '방패막이'라고 분석한다. 4대 금융지주사에 재선임 혹은 신규선임으로 추천된 인사들 면면만 봐도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전직 관료나 현직 로펌 고문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러한 사외이사들의 면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들은 '전문성'을 그 이유로 든다. 금융회사의 특성상 업무이해도가 높아야 하기 때문에 정관계에서 전문지식과 경험을 쌓은 인물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론 '보험용' 내지는 '로비용'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KB금융지주 사외이사에 재선임된 배재욱 변호사는 대통령민정수석실 사정비서관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과장·공보담당관 경력이 있으며 고승의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 자문위원을, 신규선임된 김영과 고문은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장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 원장을 역임했다.

금융 전문성 결여
독립성도 확보해야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재선임된 이용만 현 이사회 의장이 재무부장관, 은행감독원장으로 재직했고 이헌 대표는 홍익법무법인과 법무법인 바른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신규선임된 박영수 변호사는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부장을 역임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재선임된 반장식 원장이 기획예산처 차관·재정운용실장을 역임했고 김경림 고문은 현직 법무법인 지평지성 상임고문이다. 하나금융지주도 행정안전부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최경규 교수를 재선임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 제도는 기업을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이제는 기업의 로비 활동을 위한 창고로만 쓰이고 있다"며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소액주주 과반 찬성을 선임요건으로 한다든지, 기존 사추위와 별도로 소액주주 대표들로 구성되는 사추위를 두는 등 독립성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달 각 기업 정기주주총회에서 선임되는 사외이사는 약 150명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찰·국세청·공정위 수장들 영입

대기업들이 전직 검찰, 국세청 고위 인사를 잇달아 사외이사로 영입한다. '경제검찰'로 위상이 높아진 공정위 고위관료 출신 또한 대기업 사외이사로 영입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15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송광수 전 검찰총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송 전 총장은 사법고시 13회 출신으로 서울지방검찰청 부장검사와 법무부 법무실장을 역임했다.

삼성전기는 이승재 전 해양경찰청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이 전 청장은 사법고시 24회 출신으로 서울 서초경찰서 서장을 역임했다.

GS는 22일 주총을 통해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관실 사정비서관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현대제철은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냈던 정호열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며 신세계는 손인옥 전 공정위 부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SK텔레콤은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신규 사외이사 후보에 올렸다. 오 전 청장은 행정고시 21회로 공직에 입문해 국세청 정책홍보관리관·조사국 국장,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역임한 대표적 국세청 관료다.

현대모비스는 박찬욱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할 예정이며 현대건설은 이승재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을 재선임 명단에 올렸다. 롯데케미칼은 대구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서현수 세무법인 우경 회장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CJ제일제당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지낸 김갑순 회게법인 딜로이트코리아 부회장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신규 선임했다.

KT는 송도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을 추천했다. 송 고문은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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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