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진단> '방패막이' 금융권 사외이사 대해부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3.11 1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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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찬성" 일당 500만원짜리 좀비 용병들

[일요시사=경제1팀] 거액의 연봉을 받는다. 그런데 책임은 없다. 하는 일이라고는 1년에 12번 정도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하는 게 전부다. 임기가 끝날 때쯤에는 알아서 연장해 준다. 모두 사외이사 얘기다. 특히 금융지주사 사외이사는 연임을 못하면 '바보'라는 얘기까지 있다.



KB,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는 모두 34명. 이들 중 28명이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자연스럽게 연임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사외이사
대부분 재선임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는 9명 중 5년간 사외이사직을 맡아 유임할 수 없는 함상문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를 제외한 8명의 사외이사가 재선임됐다. 이경재·배재욱·김영진·이종천·고승의·이영남·조재목 이사가 이에 속한다 조 이사는 올 들어 5년의 임기를 채우게 돼 내년이면 임기를 꽉 채운다. 함 교수의 자리에는 김용과 한국증권금융 고문이 신규 선임됐다.

신한금융지주는 사외이사 10명 중 9명이 임기 만료를 앞둔 가운데 8명을 재선임했다. 지난 2011년 선임된 유재근 이사가 일본 내 사업 때문에 사외이사 활동이 어려워 사임 의사를 밝힘에 따라 고부인 산세이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재선임된 사외이사에는 권태은·김기영·김석원·남궁훈·윤계섭·이정일·히라카와 하루키·필립 아기니에 이사가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총 7명의 사외이사 중 올해 6명의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4명이 연임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희택·방민준 이사는 5년 임기가 끝나 이 자리에 박영수 법무법인 산호 대표변호사와 채희율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가 신규 선임될 예정이다.

이용만·이두희·이헌·박존지환 이사는 재선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8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5명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5년 임기를 모두 채운 유병택·김경섭·이구택 이사만 바뀌고 나머지 2명은 연임될 것으로 보인다.

4대 금융사 '외인부대' 대부분 유임
"연임 못하면 바보" 95%이상 자리보전

물러나는 사외이사 자리는 정광선 하나대투증권 사외이사, 오찬석 LG하우시스 사외이사, 박문규 전 에이제이 대표이사가 맡을 예정이며 허노중·최경규 이사는 재선임 될 예정이다.

4대 금융지주회사의 주주총회는 모두 이달 내로 예정되어 있다.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22일, 하나금융지주가 26일 또는 27일, 신한금융지주는 28일 2012회계연도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등을 위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안 봐도 비디오'다. 주주총회는 사외이사들의 연임잔치가 펼쳐질 공산이 크다.

임기가 만료된 이사 28명 중 5년 임기를 다 채워 교체가 불가피한 6명을 제외한 22명이 연임을 한다면 95%가 넘는 인사가 자리를 지킨 셈이 된다.

2010년에 만들어진 '은행 등 사외이사 모범규준'에 따르면 은행이나 금융지주사는 매년 20% 안팎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강제'는 아닌 것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예전에는 정치권과 정부에서 지침과 함께 신규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차기 금융수장이 정해지지 않은 데다 박근혜 대통령 측에서도 이와 관련된 지침이 나오지 않아 교체 폭이 좁다"며 "금융지주사 사외이사 인사는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 임기가 만료된 사람만 교체하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사외이사를 새로 뽑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외(사추위)에서 사외이사의 힘은 막강하다. 사추위 절반 이상이 사외이사로 구성되어 있다. 현직 사외이사가 현직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모범규준에 있는 사외이사 임기연장 제도도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권 때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뒤에서 금융지주를 장악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력 살펴보니
정·관계 인사

지난 2011년 3월 우리은행 사외이사에서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긴 이용만 이사의 경우 고려대 금융 인맥의 대부로 알려져 있다. 이 이사는 지난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 조직인 선진국민연대에서 활동했으며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모셔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고려대-소망교회 인맥으로 꼽히는 이두희 이사(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와 야당 의원들이 제기한 '미디어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청구'에서 정부 측 변호사로 나서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을 이끌어 낸 바 있는 이헌 이사(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도 자리를 지켰다.

신한금융지주에서 재선임된 윤계섭 이사(서울대 명예교수)도 MB 측 인사다. 윤 이사는 2006년 한 칼럼을 통해 "서울시는 기업 경영 기법을 도입해 재정 지출 규모를 혁신적으로 줄였다"며 "서울시는 재정 운영의 전범을 제시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KB금융지주에서는 MB 측 인사인 조재목 이사(선진국민정책연구원 사무총장)가 재선임됐다. 2009년 처음 선임된 조 이사는 선임 당시 금융권 경력이 전무해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재선임 된 사람들이 박근혜 정권 초기 어수선한 상황을 틈타 연임을 노리고 있다"면서 "이번 인사가 예정대로 끝날 경우 향후 금융지주사 회장에 따라 갈등의 골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감시커녕 꼭두각시 전락
총 97건 중 반대 '제로'

모범규준에 따르면 사외이사의 최초 임기는 2년 이내이며 1년씩 연장이 가능하고 최장 5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5년이라는 긴 유통기한이 있는 '철밥통'을 끌어안고 '그들만의 잔치'를 반복하는 셈이다.

철밥통이 유통기한만 긴 것은 아니다. 밥통에서 지어지는 '밥' 즉, 연봉도 어마어마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4대 금융지주사 사외이사의 평균연봉을 분석한 결과 1인당 평균 5000만원 내외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거마비까지 합하면 최대 1억원에 달한다는 게 업계 측의 설명이다. 1년에 12번 내외의 이사회가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사외이사의 하루 일당이 500만원에 이른다는 얘기다. 지난해 근로자 월평균임금은 299만5000원이다.

사외이사 연봉은 KB금융지주가 7650만원(2011년 기준)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금융지주가 5790만원(2012년 기준), 신한금융지주가 5300만원(2012년 기준), 우리금융지주가 3300만원(2012년 기준)으로 그 뒤를 이었다.

감시 업무보다
충실한 '거수기'

거액의 연봉 뿐만아니라 사외이사는 임원에 준하는 대접을 받는다. 해외 연수나 세미나, 출장비 지원 등 부가수입이 짭짤하다. 과거에는 유상증자 때 소액주주들이 포기해 생기는 실권주를 사외이사에게 배정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거액의 연봉을 받으면서도 사외이사는 본연의 '감시' 업무보다 '거수기'역할에 충실했다. 이사회 출석률이 50% 미만인 사외이사도 부지기수며 사외이사로서의 역할보다는 이력서 채우기용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4대 금융지주는 지난 9개월간(2012년 1∼9월) 40번의 이사회에서 97개의 안건을 처리했다.

KB금융지주는 10번의 이사회에서 20개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일부 사외이사들이 불참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을 뿐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12번의 이사회에서 27개 안건을 처리한 우리금융지주와 8번의 이사회에서 30개의 안건을 처리한 하나금융지주도 반대표는 없었다. 10번의 이사회에서 20개의 안건을 처리한 KB금융지주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만의 거액 연봉 잔치'
KB 7650만원 하나 5790만원 
신한 5300만원 우리 3300만원

경영진에 찬성표만 던지고 있는 사외이사들. 이들이 하는 일은 대체 뭘까.

사외이사는 경영진과 관련 없는 외부 인사를 이사회에 참가시켜 대주주의 독단 경영과 전횡을 사전에 차단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1998년 사외이사를 처음 도입, 의무화하고 있다. 초창기만 해도 주로 학계, 시민단체 등의 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됐지만 이런 현상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사외이사진을 정관계 고위급 인사들로 구성하는 게 관행이 돼 버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사외이사들의 가장 큰 역할을 '방패막이'라고 분석한다. 4대 금융지주사에 재선임 혹은 신규선임으로 추천된 인사들 면면만 봐도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전직 관료나 현직 로펌 고문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러한 사외이사들의 면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들은 '전문성'을 그 이유로 든다. 금융회사의 특성상 업무이해도가 높아야 하기 때문에 정관계에서 전문지식과 경험을 쌓은 인물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론 '보험용' 내지는 '로비용'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KB금융지주 사외이사에 재선임된 배재욱 변호사는 대통령민정수석실 사정비서관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과장·공보담당관 경력이 있으며 고승의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 자문위원을, 신규선임된 김영과 고문은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장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 원장을 역임했다.

금융 전문성 결여
독립성도 확보해야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재선임된 이용만 현 이사회 의장이 재무부장관, 은행감독원장으로 재직했고 이헌 대표는 홍익법무법인과 법무법인 바른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신규선임된 박영수 변호사는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부장을 역임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재선임된 반장식 원장이 기획예산처 차관·재정운용실장을 역임했고 김경림 고문은 현직 법무법인 지평지성 상임고문이다. 하나금융지주도 행정안전부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최경규 교수를 재선임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 제도는 기업을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이제는 기업의 로비 활동을 위한 창고로만 쓰이고 있다"며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소액주주 과반 찬성을 선임요건으로 한다든지, 기존 사추위와 별도로 소액주주 대표들로 구성되는 사추위를 두는 등 독립성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달 각 기업 정기주주총회에서 선임되는 사외이사는 약 150명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찰·국세청·공정위 수장들 영입

대기업들이 전직 검찰, 국세청 고위 인사를 잇달아 사외이사로 영입한다. '경제검찰'로 위상이 높아진 공정위 고위관료 출신 또한 대기업 사외이사로 영입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15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송광수 전 검찰총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송 전 총장은 사법고시 13회 출신으로 서울지방검찰청 부장검사와 법무부 법무실장을 역임했다.

삼성전기는 이승재 전 해양경찰청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이 전 청장은 사법고시 24회 출신으로 서울 서초경찰서 서장을 역임했다.

GS는 22일 주총을 통해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관실 사정비서관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현대제철은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냈던 정호열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며 신세계는 손인옥 전 공정위 부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SK텔레콤은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신규 사외이사 후보에 올렸다. 오 전 청장은 행정고시 21회로 공직에 입문해 국세청 정책홍보관리관·조사국 국장,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역임한 대표적 국세청 관료다.

현대모비스는 박찬욱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할 예정이며 현대건설은 이승재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을 재선임 명단에 올렸다. 롯데케미칼은 대구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서현수 세무법인 우경 회장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CJ제일제당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지낸 김갑순 회게법인 딜로이트코리아 부회장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신규 선임했다.

KT는 송도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을 추천했다. 송 고문은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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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