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박시후 성폭행 진실공방

아랫도리 잘못 놀려…잘 나가다 치명타

[일요시사=연예팀] 드라마 <역전의 여왕> <검사 프린세스>로 ‘꼬픈남(꼬시고 싶은 남자)’으로 등극, 최근 종영한 <청담동 앨리스>에서 럭셔리 허당 재벌 2세를 연기해 모든 여성들의 ‘워너비 스타’로 떠오른 박시후가 난데없는 성추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박시후는 합의하에 이뤄진 관계였다고 해명했지만, 고소인은 강간이라며 엇갈린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 훈남’ 박시후(35)가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다. 그는 멀끔한 외모와 완벽한 근육몸매로 뭇 여성들의 애간장을 녹였고, 근 2∼3년 동안 선보인 탄탄한 연기력까지 인정받아 포스트 한류스타로 승승장구해나가던 차 성추문이라는 끔찍한 구설수에 휩싸여 곤욕을 치르고 있다. 더구나 술 한 잔도 못하는 ‘바른생활 사나이’로 추앙받는 그가 술을 마신 뒤 낯선 여성과 잠자리를 했다는 사건은 지금까지 공들여 쌓아왔던 이미지를 한순간에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한류스타대열에 오르며 주가상승 중인 박시후가 이번 사건에 연루됨에 따라 불어 닥칠 타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돼 우려를 낳고 있다.

국민훈남이
원나잇 종결자로

사건은 지난 14일 밤 10시에서 다음 날 새벽 2시 사이에 발생했다. 박시후는 후배 김모(24)씨와 강남의 모 술집에서 홍초 소주를 나눠 마시며 담화를 이어나갔다. 그러던 중 연기자 지망생 이모(22)씨는 박시후 일행과 동석했고 세 사람은 즐거운 분위기에서 홍초 소주 2병을 비웠다. 술자리가 끝나고 박시후는 13만원 가량의 술값을 계산한 뒤 두 사람을 청담동에 위치한 자신의 아파트에 데려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씨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정신이 말짱했다. 이를 목격한 해당 주점 관계자는 “15개가 넘는 계단을 혼자 걸어 내려갈 수 있을 정도로 정상적인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어 “박시후는 행여나 그녀가 넘어질까 가벼운 에스코트만 해줬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오전 1시40분 유유히 술집을 빠져나온 3인은 박시후의 자가용을 이용해 장소를 옮겼다. 당시 김씨는 대리기사를 부르지 않고 직접 운전을 한 점을 미뤄 아예 술을 마시지 않거나 가볍게 1잔 정도의 술을 마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10여 분이 지났을까. 세 사람은 박시후의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 후배 김씨와 박시후, 이씨 세 사람은 동시에 아파트로 자택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씨는 먼저 내려왔고, 자택엔 두 사람만 남아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연기자 지망생과 취중 동침…합의? 강간?
양쪽 주장 엇갈려 진흙탕 싸움 전개 가능성도


박시후와 헤어진 뒤 오후 8시경 이씨는 은평구 서부경찰서를 찾았다. 이어 그녀는 원스톱지원센터(성폭력전담팀)에 “술에 취해 정신을 잃고 다음 날 새벽 2시에 눈을 떴는데, 이미 박시후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이후였다”고 진술한 뒤 고소절차를 밟고 오후 11시까지 조사를 받았다. 이씨는 원스톱지원센터의 의뢰로 은평구 응암동의 한 산부인과에 가서 진료를 받은 뒤 성관계와 관련된 증거를 채취, 경찰에 넘겼고 현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증거 및 약물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이씨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하루아침에 융단폭격을 맞은 박시후는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자택에서 칩거 중이다. 하지만 여론이 들끓는 복잡한 상황에서도 그는 “술자리와 잠자리를 가진 것은 인정하지만 결코 강제성은 없었다. 서로 호감을 갖고 합의하에 이뤄진 관계”였다고 침착하게 대응했다. 이어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한다”며 “팬 여러분이 우려하는 위력 행사는 없었으며 이를 증명하기 위해 경찰의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상보다 커진 사건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이에 언론매체와 자신의 팬 사이트, 소속사 보도자료를 통해 줄곧 억울함을 호소하며 강력히 반박했다. 그는 “CCTV 자료를 제공할 용의도 있다”며 당당한 모습으로 일관하기도 했다.

온갖 억측 난무
진실은 수렁 속에

쌍방 간 엇갈린 주장이 계속되자 합의점을 찾을 도리가 없던 경찰도 결국 주점 및 박시후의 자택 주차장에 설치된 CCTV자료를 확보하며 적극적인 수사에 나섰다. 이는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결정적인 증거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경찰이 입수한 CCTV에는 두 사람과 박시후의 지인인 김씨가 술자리를 가진 청담동 주점 입구부터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모습, 세 사람이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 들어서는 장면이 담겨있었다. 

주점에서의 이씨는 주점 관계자가 언급한대로 멀쩡한 상태였다. 경사진 계단도 줄곧 내려갈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약 10여 분이 흐른 뒤 박시후의 집 주차장에서의 그녀는 몸을 제대로 못 가눌 정도로 만취해 있었다. 그런 이씨를 후배 김씨가 자신의 등에 업고 박시후의 자택으로 데리고 들어갔고, 곧 박시후도 뒤따라 들어갔다. 주점 관계자의 정황 설명과 주차장 CCTV에 찍힌 영상대로라면, 이씨는 술집에서 나온 이후 청담동의 아파트로 이동하는 10분새 몸을 가누지 못했다는 의미와 같다.

사건 실마리가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이자 네티즌들은 박시후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여러 가지 의혹을 품기 시작했다. ‘연기자 지망생인 이씨가 이름을 알리기 위해 톱스타 반열에 오른 박시후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성관계를 유도했다’ ‘전 소속사 측이 박시후와의 불협화음으로 재계약이 불발되자 괘씸한 마음에 계획적으로 후배 연기자 김씨와 꽃뱀을 고용한 뒤 수렁 속에 빠뜨렸다’는 등 다양한 억측이 제기됐다.


CCTV 속 여성 모습 수수께끼
주점서 멀쩡…아파트선 만취

꽃뱀의혹이 증폭되자 경찰 측은 “셋이서 홍초소주 2병을 마셨는데 내가 그렇게 순식간에 취한 것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는 당시 이씨의 진술을 언론에 밝혀 지나친 억측을 자제토록 유도했다. 전 소속사의 계획된 사건이라는 의혹 또한 무리수로 판명됐다. 박시후가 전작 <청담동 앨리스> 촬영 중 전 소속사와 계약이 만료돼 1인 기획사 ‘후 팩토리’를 설립했지만 홀로서기를 하는데 적잖은 불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당시 한 연예계 측근이 “이야기 엔터테인먼트가 박시후에게 전속계약 소송을 준비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라고 증언한 점, 사건 터지기 2주 전에 소속사와 결별한 점도 ‘박시후 죽이기’ 의혹에 힘을 싣는데 충분했다.

그러나 연예계 관계자 및 네티즌의 예상과는 달리 해당 소속사는 박시후가 성추문에 휩싸인 뒤 모르쇠로 일관하지 않고 오히려 “추후 이루어질 수사과정에 성실히 임해 혐의를 벗겠다는 배우 본인의 입장 표명이 있었다. 박시후 본인의 진정성 있는 입장 표명을 믿고 함께 기다려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라며 ‘전 소속배우 감싸기’에 심혈을 기울이며 관련 의혹을 단숨에 가라앉혔다. 

화려한 모습 뒤
인간적 욕망도

반면 일부 네티즌들은 “술 한 잔도 못해 선배 연기자에게 찍혔다더니 음주는 물론 뒤에서 할 짓 다했다” “나이트클럽과 주점에서 종종 박시후를 목격했다. 박시후가 이미지 관리를 위해 거짓말로 포장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의심을 품었다. 특히 사건이 터지면서 그가 77년생인 나이를 78년생이라고 속여 왔던 점이 자연스럽게 밝혀지면서 그에 대한 신뢰감도 대폭 감소한 상태다.

박시후에게 이씨를 소개시켜준 장본인인 후배 김씨는 만남의 주최자, 즉 제 3의 인물로 지목돼 상당히 곤욕스러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측근은 모 인터넷매체 TV리포트와 인터뷰에서 “그 자리는 김씨의 소개로 이뤄졌다. 강남 포장마차에서 함께 마신 후 셋이 박시후의 집으로 이동했고, 두 사람은 좋은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다”며 “술집과 박시후의 집에서 모두 즐거워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다음날 오전 각자 집으로 헤어진 후 이씨는 김씨와 문자 메시지로 안부를 주고받기도 했다”며 “강제성이 있었다면 나중에 그런 인사를 전할 수 없었다. 고소 징후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갑자기 이씨가 돌변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 성추문 관련 루머가 많이 퍼져있어서 김씨가 굉장히 억울해 한다. 무엇보다 박시후 선배에게 가장 미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톱스타와 지망생
미묘한 관계

하지만 사건 현장에 동석했던 김시 역시 이씨에게 고소당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사건은 점혀 뜻밖의 국면으오 치닫고 있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지난 14일 밤 11시쯤 강남구의 한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신 뒤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 한 혐의로 박시후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한데 이어 동석했던 김씨의 고소장도 함께 받았다"고 22일 밝혔다.

한편 모 연예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연예인 지망생의 삶은 일반인보다 못한 게 사실이다. 생활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톱스타와 친분을 쌓으며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다반사”라며 “이번 일은 연예계의 부적절한 관례가 고소사건으로 확대됨에 따라 세상에 알려지게 된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소장까지 접수한 것을 보아 당사자 이씨도 보통 성격은 아닐 것으로 생각하지만 마지막에는 합의금으로 무마되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한번 성추문에 휩싸인 연예인들은 그 꼬리표가 평생 따라다닌다. 설사 박시후씨가 무혐의로 풀려난다고 할지라도 향후 1년 동안은 자숙하며 지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들인 ‘훈남’이미지 와르르∼
사건 배후 음모론도 ‘모락모락’

박시후는 현재 이번 사건과 관련 무혐의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고소인의 입장도 고려, 사건 당시 박시후가 항거불능이나 심신상실의 상태를 이용해 강제성 관계 여부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강 동안남’ ‘로맨틱코미디계의 황태자’로 급부상해오던 박시후는 단 한 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하루아침에 만신창이가 됐다. 어긋난 욕망이 결국 자신에게 독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국내외 수많은 팬들의 염원대로 박시후가 이번 성추문 사건에서 무혐의로 풀려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