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스토리> 두 얼굴 공무원의 천태만상

편하니 딴 생각…철밥통의 위험한 이중생활

[일요시사=사회팀] 타의 모범이 돼야할 공무원들이 연이은 막장행태를 보이고 있다. 의붓딸 성폭행, 수차례에 걸친 미성년자 성매매와 사기도박 행렬, 수억원대 공금횡령까지 강력범죄를 일삼는 무개념 공무원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반듯한 이미지와 추악한 욕망이 공존하는 공무원의 충격적인 이중생활을 공개한다.  



영화 <배트맨>의 ‘투페이스’가 현실에서도 존재했다. 주인공은 바로 공무원. 이들 중 일부는 각종 성범죄와 도박, 사기 등 강력범죄와 다를 바가 없는 범죄를 저지르며 국민을 기만하는 행동을 일삼고 있다. 이처럼 공무원의 범죄 수위는 날로 높아지는 반면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양의 탈 쓴
늑대 아빠

지난 15일 동거녀의 미성년자 두 딸에게 음란물을 보여주고 수차례 성폭행한 30대 남성 양모(30)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양씨는 무기 계약직 공무원으로 2007년부터 동거녀와 더불어 동거녀의 딸들, 초등학교 재학 중인 연년생 자매와도 한 집에서 살았다.

동거녀는 양씨의 근면성실함과 한결같음에 반했고, 특히 어린 두 자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는 점이 마음에 들어 동거를 결심했다. 양씨는 잘못이 있을 때는 아이들을 엄하게 대했지만 두 자매를 친아버지 못지않게 살뜰히 챙겨줬다. 두 자매는 점차 양씨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고 친아버지처럼 양씨를 잘 따르게 됐다.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연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양씨는 숨겨왔던 검은 욕망을 하나씩 들춰내기 시작했다. 동거를 시작한 지 2년이 지났을 무렵 양씨는 당시 8살, 7살이던 두 자매를 자신의 변태적인 성욕을 채우는 성노리개로 전락시켰다. 양씨는 당시에 음란 화상채팅에 중독돼 있었고 성욕을 채우기 위해 두 자매에게 음란물을 보여주며 버젓이 음란 행위를 따라 하도록 강요했다.


어린 의붓딸 상습 성폭행…변태 성행위도
미성년 성범죄 교육공무원 비율 10배 이상

너무 어린 나이 탓에 ‘성’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서 있지 않았던 두 자매는 아버지 같은 양씨의 말을 곧이곧대로 따르며 자신들이 성폭행을 당하는지도 모른 채 양씨에게 끔찍한 유린을 당했다. 양씨의 변태적인 행각은 2009년부터 동거가 끝나는 2011년까지 일주일에 한 차례 이상 3년 넘게 이어졌고 두 아이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아이들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비밀을 무려 4년이 지나서야 이모에게 조심스레 털어놓았고 이모의 신고로 두 자매는 양씨와의 ‘위험한 동거’를 끝낼 수 있었다. 양씨는 경찰에서 “당시에 음란 채팅에 빠져서 욕정을 참지 못해 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양씨에 대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공무원의 성추문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해 10월 인천 중구 운서동의 한 호텔룸에서 세관 하청업체 여직원을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세관 공무원 박모(38)씨가 준강간미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9급 공무원인 박씨는 주말에 자신이 관리감독 하고 있던 하청업체 여직원(24)을 업무 핑계로 출근 시킨 뒤 인근 주점에 데리고 가 술을 마셨다. 그는 여직원이 술에 취해 정신을 잃자 근처 호텔로 데려가 성폭행하려다 여직원이 정신을 차리고 완강히 거부의사를 표해 미수에 그치고 말았다. 이에 격분한 박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여직원의 나체사진을 찍어 협박했고, 이를 약점 잡아 괴롭히기 시작했다.

피해자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박씨는 모든 혐의를 시인했다. 경찰조사결과 박씨는 하청업체 소속인 여직원이 자신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할 것을 악용해 강제 성관계를 맺으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룸서 집단강간
7급 공무원도


이 외에도 공무원의 인면수심 성범죄가 잇따르고 있었다. 2011년 4월 초 문화체육관광부 7급 공무원 유모(31)씨 등 3명이 서울 노원구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혼자 온 여대생(20)을 집단 성폭행한 뒤 신고를 막기 위해 강제추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유씨와 공범 2명은 즉석만남을 통해 피해자와 합석했고, 룸에서 나가지 못하게 막은 뒤 돌아가며 성폭행을 시도했다. 이들은 피해자를 밀치고 어깨를 누르는 등 힘으로 제압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뒤 변태적인 행위를 강요했다.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반발하자 온몸을 더듬으며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등 강체추행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엘리트 공무원으로 정평이 난 유씨는 경찰조사에서 합의하에 관계를 맺은 것이라며 자신의 범행을 거듭 부인했고, 검찰에 넘겨진 사건은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되며 증거확보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끝내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수사가 답보상태에 빠질 때 즈음, 유전자 검사결과가 나왔고 피해자의 신체에서 유씨 일행의 것으로 추정되는 타액이 검출돼 혐의가 일부 드러나 그들은 특수강간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다음해 7월, 서울북부지법은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특수강간 등)로 불구속 기소된 공무원 유씨에게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죄질이 불량하고 잘못을 뉘우치지 않은 채 피해자가 합의금을 노리고 허위 진술한다며 비난하고 있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미성년자 성매매도 예외라고 볼 수 없다. 특히 학생들의 가까이에서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 공무원들의 미성년자 성매매 비율이 타 부서 공무원보다 10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조사 결과 교육 공무원 10명 중 4명은 성매매 혹은 도박에 손을 댄 적이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벌금형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른 복직도 가능했다.



일례로 제주교육청의 교육 공무원들이 성매매 혹은 성범죄 사건으로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교육청 측은 해당 교사 및 직원들에게 경범죄에 가까운 벌금이나 징계 수준의 처벌을 내렸고, 몇 개월 후 복직시켰다. 다른 사례로는 이사장의 아들인 중학교 교사 정모(50)씨가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여중생을 차 안으로 유인해 관계를 맺은 뒤 8만원을 건네 미성년자 불법성매매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지만 이후에도 정씨의 사표는 수리되지 않은 채 어물쩍 넘어가기도 했다.

이처럼 공무원들의 파렴치한 미성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 및 성매매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피의자들이 저지른 범죄에 걸맞은 중형이 가해져야 하는데 그런 사례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복직을 시켜주거나 동료 직원 및 교사가 선처를 요하는 투서를 보내는 등 교육부의 체면 세우기에만 급급해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 같은 공무원들의 기강해이에 따른 강력범죄는 비단 성범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기도박과 불륜, 수십억원대 공금횡령 등 공무원의 범법행위는 연중행사처럼 꼬리를 문다.

사기도박·횡령
이젠 일상범죄?

지난해 8월 불법게임장을 운영하던 교육 공무원과 전문적인 수법을 이용해 사기도박을 벌여온 교육 공무원이 덜미를 잡혔다. 아에대해 구속영장이 신청되는 등 교육 공무원의 근무기강이 흔들리고 있다. 인천경찰청 수사과는 마킹 카드를 이용해 상습 사기도박을 벌인 인천의 한 중학교 행정실 김모(55)씨 등 2명에 대해 사기도박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함께 도박에 가담한 자 1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2011년 7월부터 최근까지 인천 남구 숭의동 사무실에서 마킹 카드를 이용해 사기도박 판을 벌여 1억45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경찰조사 결과 교육 공무원과 인천시 기술직인 이들은 매회 500만∼1000만원의 판돈을 걸고 16차례에 걸쳐 도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박·대낮술판·공금횡령 다반사 
뿌리 깊은 부정부패…강력처벌 시급


이에 앞서 인천의 현직 교육청 공무원이 자신의 부인과 내연녀 등을 바지 사장으로 내세워 불법 게임장을 수년 동안 운영해 수십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겨 오다 경찰에 붙잡혔다. 2012년 5월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 근무 중인 조모(47·기능직 교육 공무원)씨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도박개장)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2008년 초부터 10월까지 인천 서구 석남동의 한 상가 2층을 임대해 동거녀를 바지사장으로 세워 놓고 ‘바다이야기’ 게임기 30대를 설치 운영하고, 같은 해 11월부터 다음해인 2009년 3월까지 동서를 바지사장으로 세워 같은 방법으로 불법 게임장을 운영했다. 또 조씨는 이 같은 방법으로 지난 2010년 2월까지 장소를 옮겨 다니며 자신의 처와 동서, 내연녀 조카 등을 바지 사장으로 내세워 불법 사행성 게임장을 운영해 하루에 500만원씩 무려 20여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

이 같은 교육 공무원의 부적절한 행위가 이어지자 교육부는 기강해이 다잡기에 나섰지만 쉽게 누그러지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공무원의 부정행위는 나아가 억대 공금횡령에 마침표를 찍는다. 행정 공무원의 공금횡령은 보편화된 범죄로 인식될 정도로 빈번하다.

전남 여수시의 8급 공무원 김모(48)씨는 2009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총 80여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공금을 대담하게 횡령했으며 그의 부인 및 친척도 사채놀이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김씨의 범행이 발각됐지만 사라진 공금은 제대로 환수가 불가능했고, 그는 징역 11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이외에도 같은 해 12월 전남 완도군에서는 군청 여직원 최모(38)씨가 5억원대의 공금횡령을, 역시 같은 달 광주시 동구청 여직원 임모(44)씨가 건강보험공단에서 나온 동료들의 환급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등 수천만원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범죄 근절 위해
강력 징계해야

범법수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정부도 징역 5년 이상의 중징계 및 파면처분을 하는 등 처벌법을 강화하고 있지만 뿌리 깊이 박힌 공무원의 부정부패는 쉽사리 근절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근무시간임에도 사우나를 다니며 대낮술판을 벌이고, 외근을 핑계로 도박장이나 불법변태업소를 기웃거리는 불량 공무원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각종 비리와 범죄로 얼룩져버린 공무원의 기강해이를 바로잡기 위한 강력 처벌이 시급해 보인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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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