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는 지금' KDI 출신 전성시대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2.26 14:4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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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 지고 '한개연' 뜬다

[일요시사=경제1팀] 새 정부 경제사령탑에 현오석 전 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이 올랐다. 연구원 출신들은 새누리당 내 정책라인에 두루 포진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브레인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도 이 연구원 출신이다. 바야흐로 한국개발연구원 전성시대다. 




현오석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됐다. 청와대 경제수석에는 2011년 KDI 부설 특수전문대학원인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를 지냈던 조원동 현 조세연구원장이 내정됐다. 이명박 정부에선 이른바 '모피아'들이 장관을 맡았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부총리로 직행

경제사령탑에 KDI 원장 출신이 발탁된 것은 1986년 김만제 초대 원장 이후 27년 만이다. 김 전 원장은 KDI 설립에 앞장섰던 공로를 인정받아 초대 원장에 오른 뒤 한미은행 초대은행장과 제30대 재무부 장관을 거쳐 1986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에 올랐다.

김 전 원장과 현 전 원장이 부총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에는 차이점이 있다. 김 전 원장은 '경유'했고 현 원장은 '직행’했다는 점이다. 현 전 원장은 장·차관을 거치지 않고 경제부총리로 직행한 유일한 인사다.

1950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난 현 전 원장은 경기고·서울대 상대를 졸업, 행정고시 14회로 관료의 길에 첫 발을 디뎠다. 이후 한국은행 조사부에 잠시 들렀다가 경제기획원에 있을 때 미국 펜실베니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터진 외환위기로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에서 국고국장으로 전보된 후 경제 관료 생활을 떠났다.


이후 세무대학장과 무역협회 산하 무역연구소장,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를 역임하며 사실상 야인생활을 하다가 2009년 KDI 원장이 되면서 다시 경제정책에 입김을 행사하게 된다. 지난해 3월에는 원장 연임에 성공했고 1년도 채 되지 않아 경제부총리에 내정됐다. 일반적으로 경제부총리에는 장·차관을 거친 인물이 임명되어 온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인사다.

현 전 원장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현 전 원장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위기 극복, 유로존 재정 위기에 따른 글로벌 침체로 이어지는 기간을 KDI원장으로서 보낸 만큼 고차원의 정책감각을 갖고 있고 현안에도 밝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앞으로 5년간 국가 경제를 진두지휘할 경제사령탑에 KDI출신 인사가 오름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 중 하나로 알려진 KDI가 다시 세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KDI는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입안 때 전문 경제연구소의 필요성을 절감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1971년 3월 설립된 국책연구기관이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 동대문구 홍릉에 KDI건물을 올리면서 두 번이나 시찰했고 지금도 KDI 본관 로비에 박 전 대통령의 '번영을 향한 경제 설계'라는 친필휘호가 걸려 있을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이 KDI 설립 당시 사재 100만원을 내놓았다는 후문도 있다.

현오석 전 원장 새 정부 경제사령탑 올라
경제정책 인재 산실…'박근혜 멘토' 활약

이후 KDI는 한국경제의 초고속성장 신화를 위한 개발정책 수립에 큰 역할을 해왔다. 그만큼 KDI에는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많다. 지난 42년간 KDI를 거쳐 간 인사만 1000여 명에 달한다.


특히 KDI 원장 출신들의 현직 활동이 두드러진다. 현 원장 전 KDI '지휘봉'을 잡았던 현정택 12대 원장은 무역위원회 위원장으로, 김중수 11대 원장은 한국은행 총재로 활동 중이며 강봉균 10대 원장은 제2대 재정경제부 장관, 16, 17,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강 전 의원은 이번 부총리 후보로 강력하게 거론되기도 했다.

3∼9대 원장을 지냈던 안승철·박영철·구본호·송희연·황인정·차동세·이진순 원장 등 8명은 국내 대학교나 연구기관에서 교수나 원장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김기환 2대 원장은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KOPEC)와 서울파이낸스 포럼에서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멘토'들도 KDI 출신 인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경제브레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오래 전 KDI에 몸담은 적이 있으며 박 대통령의 후보시절 '경제과외'를 해왔던 이종훈 새누리당 전 의원도 코넬대에서 노동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KDI 연구위원을 거쳤다.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깜짝 발탁됐던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 역시 KDI에서 근무한 바 있다. 유 의원은 현 전 원장과는 경기고부터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까지 동문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위스콘신 대학 박사 학위 취득 후 KDI에서 국내 재벌정책과 관련된 연구 논문을 발표하며 주목받았고 이혜훈 최고의원도 1996년부터 2002년까지 KDI에서 일했다. 이 최고의원은 KDI와 대학에서 노사관계, 노동시장 분야를 연구한 '노동정책 전문가'다. 그는 지난해 9월16일 출범한 국민행복추진위 산하 행복한 일자리 추진단을 이끌면서 노동정책을 담당했다. 지난 총선에서 서울 서초갑에서 재선됐으나 19대 총선에서는 강세지역에 3번 공천을 줄 수 없다는 공천위원회 원칙에 따라 공천을 받지 못했다. 따라서 이 최고의원은 내각에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을 이끌며 대표적인 여성 친박 인사로 꼽혀왔다.

"현안 밝을 것"

또 다른 여성 친박 인사인 김현숙 대통령직 인수위 여성문화분과 위원도 KDI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KDI 출신 인사들은 폭넓은 행보를 보였다. 김중수 한은총재를 중심으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양수길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이 KDI를 거쳐 갔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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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