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스포츠>톱 프로골퍼 스토브리그 대이동

스폰기업들 ‘간판스타’가 바뀐다

올 국내 골프 스토브리그의 가장 큰 특징은 톱스타들의 스폰서 변경이 많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매년 겨울이면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선수들이 재계약을 하거나 스폰서가 바뀌는 것은 일상사. 하지만 올해는 해당 기업들이 얼굴 격으로 생각했던 톱스타들이 대거 이동했다는 점이 이전과 다르다. 여자골프의 인기가 높아 톱스타를 보유할 경우 홍보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전보다 훨씬 계약금 규모가 커졌음에도 선수들에 대한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

김하늘·양수진·김자영 등 스폰서 변경
미녀골퍼들 몸값 폭등…3억원은 기본

주방가구 전문업체 넵스는 간판스타 도미노이탈의 타격이 가장 컸다. 사실상 일반인들에게 무명기업이나 다름없었던 넵스는 양수진과 김자영 등 외모와 실력을 겸비한 선수들을 영입해 최근 몇 년간 가장 톡톡히 홍보효과를 누린 곳이다. 하지만 양수진은 매년 우승을 차지하며 여자골프 최강자로 자리매김했고, 김자영은 지난 시즌 3승을 거두며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이는 곧 몸값 폭등으로 이어졌고, 넵스가 감당하기엔 부담스러웠다. 결국 김자영과 양수진은 각각 LG그룹과 정관장으로 스폰서가 바뀌었다.

김자영·양수진 보낸
넵스 타격 ‘어마어마’

LG그룹은 여자골프선수를 후원한 적이 없었지만 김자영이라는 블루칩이 시장에 나오자 재빨리 계약을 맺었다. LG전자와 LG생활건강이 김자영을 활용해 홍보마케팅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정관장도 양수진이라는 대어를 낚았다. 존허, 유선영을 후원한 바 있는 정관장은 기복없는 플레이와 장타력, 패션감각을 겸비한 양수진이라는 원톱을 확보해 흡족해하고 있다.


지난해 상금왕 2연패를 차지하고 최저타수상까지 거머쥔 ‘미소천사’ 김하늘도 모자 로고가 바뀌었다. 국내 여자골프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선수 중 하나인 김하늘은 BC카드의 간판 격이었으나, 올해부터 KT선수가 됐다. 이정민·장하나와 계약을 연장한 KT는 김하늘과 함께 김혜윤까지 영입해 여자골프단 중 가장 눈에 띈다. KT는 자회사인 KTF가 골프단을 운영할 당시 김미현 등 LPGA선수들을 대거 보유한 바 있으나 올해는 KLPGA의 대형구단이 됐다.

한화는 간판스타 유소연과의 계약을 마친 대신 지은희, 김송희, 이선화, 제니신 등을 대거 영입했다.
LIG소속인 양제윤은 지난해 대상을 받으면서 몸값이 뛰었다. LIG가 재계약을 추진하고 있지만, 다른 기업들도 계속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아직 유동적이다. 여기에 지난해 LPGA투어 상금왕 박인비도 몇몇 기업들이 영입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 소속 이미림과 남자골프 김대섭(아리지CC)도 모 리조트와 계약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소연, 양제윤, 박인비 등 톱랭커들까지 자리를 잡게 되면 올 시즌 스폰서기업들 간의 치열한 물밑경쟁은 막을 내릴 전망이다.

메인스폰서가 아닌 용품 등 서브스폰서들도 올 시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혼마가 김하늘, 이미림 등을 확보한 데 이어, 볼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는 던롭도 남녀 상위랭커 선수들 상당수와 볼 사용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자골프 스토브리그가 스타선수들의 연이은 후원계약으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지만 지난해 메인스폰서와 계약이 만료된 여자골퍼는 50명 정도였다.

2012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신인상을 차지한 유소연(23)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3승을 거둬 일약 신데렐라로 떠오른 김자영, KLPGA 대상을 획득한 양제윤, 양수진, 동갑내기 장하나, 이정민 등 대어급 선수들이 FA시장에 대거 풀렸다.

이들 중 최대어급으로 손꼽히던 ‘미녀골퍼’ 김자영이 LG그룹과 후원 계약을 맺으면서 연쇄이동의 스타트를 끊었다. LG그룹의 LG전자와 LG생활건강은 김자영과 올해부터 2016년까지 4년 동안 계약했다. 계약조건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4~5억원선으로 국내 정상급 선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와 LG생활건강이 국내 여성 골프선수를 공식 후원하는 것은 김자영이 처음이다.


2010년 한국여자오픈 우승 후 2011년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 2012년 에쓰오일 챔피언스에서 매년 1승을 거둔 양수진도 KGC인삼공사의 정관장 골프단에 새 둥지를 틀었다. 계약기간은 2년. 이밖에 장하나, 이정민도 지난해를 끝으로 계약이 만료됐던 KT와 재계약을 마쳤다.

이에 반해 한화그룹과 LIG손해보험과 각각 계약이 만료된 유소연, 양제윤은 아직 메인스폰서를 찾지 못했다. 2011년 한화그룹과 연간 3억원+α에 계약을 맺은 유소연은 지난해 LPGA투어 제이미 파 톨레도 클래식과 KLPGA투어 한화금융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여기에 LPGA 신인상 타이틀까지 획득하며 계약 당시와는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미지 비슷한 선수 영입
‘스토리텔링’ 마케팅 인기

유소연의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의 한 관계자는 “한화와 결별한 상태에서 대기업, 금융권 등 4~5개 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고, 세부적인 조항들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LIG손해보험과 2011년 후원계약을 체결했던 양제윤은 2012년 2승을 거둬 KLPGA 대상의 영광을 안았고 스타급 대열에 합류했다. 화끈한 드라이버샷과 정교한 퍼팅, 강심장까지 갖춘 데다 미모도 뛰어나 스폰서들이 영입하려는 대상 1순위지만 폭등한 몸값이 문제다.

LG전자·LG생건
첫 여선수 후원

처음 계약할 당시보다 인지도가 높아지자 LIG손해보험은 지난달 말 양제윤과 서둘러 재계약을 하려 했지만 금액 차이로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이 선수들에게 거액을 투자하는 것은 베팅한 만큼 ‘마케팅효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대회 기간 중 카메라가 실시간 따라붙어 선수들 몸에 부착된 로고가 자연스럽게 노출됨에 따라 계약을 체결했던 기업들은 이미 뿌리칠 수 없는 홍보효과의 단맛을 봤다. 새롭게 후원계약을 원하는 기업들도 단시간에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선수를 잡자니 천정부지로 뛴 몸값이 큰 부담으로 작용되고 있다. 여기에는 지난해 프로로 전향한 ‘특급신인’ 김효주가 롯데그룹에서 무려 5억원을 받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손꼽힌다.

톱골퍼들은 “신인인 김효주도 그 정도로 받는데 이미 입증된 우리가 적게 받을 이유가 없다”며 스폰서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어느 정도 얼굴이 알려진 선수는 연간 1억5000만원, 스타급이라면 3억원을 훌쩍 넘긴 몸값을 원하고 있다.

여자 프로골퍼들을 잡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한 기업체의 임원은 “효과도 효과지만 선수들 몸값이 터무니없게 치솟았다”며 “계약을 체결하고자 금액을 제시하면 선수 쪽에서 너무 낮다고 거절하는 경우가 많아 이대로라면 골프 마케팅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골프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뚜렷하다. 대어급 선수들은 몸값이 오르면서 함박웃음을 짓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씁쓸하다.

경기 불황 여파로 스폰서시장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많은 선수들을 보유하기 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원한다. 이렇다보니 상위랭커들과 신인 유망주들만 혜택을 보는 경향이 뚜렷하다. 반면 중간급 선수들은 스폰서를 구하는데 늘 애를 먹고 있다.

스토브리그는 여자골퍼들에게만 열려있는 건 아니다. 남자골퍼들 역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Q스쿨) 최연소 합격자 김시우의 메인스폰서 계약이 있었고, 노승열의 계약 소식이 잇따랐다.


눈을 해외로 돌려도 대박 계약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골프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궜던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계약도 곧 발표된다.

경기 불황 여파
스폰서시장 위축

최근 골프선수 스폰서 계약에서 새롭게 떠오른 트렌드가 있다. 바로 이미지가 비슷한 선수를 대거 영입해 ‘스토리텔링’을 만드는 것이다. 톱골퍼 한두 명만 단발로 계약해서는 골프팬에게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고 판단해서다. 한국 남자골프 기대주 노승열과 계약을 맺은 나이키는 스포츠 브랜드 공룡답게 스폰서 계약에서도 ‘올인’ 스타일을 고집한다. 옛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지 현 ‘골프킹’ 매킬로이를 영입해 세계 남자골프 ‘원투펀치’를 모두 거느리게 됐다. 매킬로이는 나이키로부터 10년간 무려 2억달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 뿐만이 아니다. 나이키는 ‘장타 군단’ 콘셉트를 내세운다. 우즈와 매킬로이 뿐 아니라 올해 계약을 맺은 노승열, 카일 스탠리, 닉 와트니가 모두 300야드를 거뜬히 보낼 수 있는 장타자들이다. 몇 년 전 나이키가 미셸 위에게 선뜻 1000만달러의 거액을 내민 이유도 골프 성(性)대결에 나선 ‘장타소녀’ 이미지를 높이 샀기 때문이다.
CJ가 김시우를 후원하기로 한 이유도 분명하다. 이미 계약을 맺고 있는 PGA Q스쿨 수석 합격자 이동환과 함께 활약하면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PGA Q스쿨 수석 합격자와 최연소 합격자가 만들어내는 ‘도전 스토리’만으로도 큰 화제를 몰고 다닐 게 분명하다. CJ는 김시우에게 국내 최고 대우 계약금뿐 아니라 ‘최연소 우승’ 등 앞으로 PGA 투어에서 달성할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최연소’ 타이틀에 거액의 보너스를 주는 당근을 내세웠다.

김하늘, 이미림, 이승현 등 여자골퍼와 용품사용 계약을 맺은 혼마는 소속 선수들을 통한 스토리텔링을 아주 잘 활용하는 업체다.

아예 용품사용 계약 선수들에게 ‘팀 혼마’라는 이름을 붙여 소속감을 부여했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우승을 합해 ‘팀 혼마 우승 스토리’로 덧씌우는 아이디어를 냈다. 혼마는 이들을 통한 광고뿐 아니라 2013년 캘린더까지 만들어내는 등 적극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지난해 계약을 맺은 유소연, 김자영, 양수진, 김혜윤 등 국내외 여자골프 무대를 호령하고 있는 선수들에다 김하늘, 이미림, 이승현까지 추가한 혼마는 올해 8승 이상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작심한 듯 ‘용모 단정한’ 여자골퍼로만 후원선수들을 뽑는 넵스도 분명 미녀 여자골퍼들이 그려내는 스토리텔링이 주방가구 전문업체의 이미지를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

정관장 ‘건강미인’
잇따라 후원 계약

작년부터 여자골퍼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는 정관장의 스토리텔링 포인트는 건강이다. ‘건강 미인’ 양수진과 최근 계약을 맺었고 지난해에도 건강 이미지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여자골퍼 이보미, 송보배와 후원 계약을 했다.

비록 단발계약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다승왕에 오른 김자영과 후원 계약을 맺은 LG그룹이 기대하고 있는 이야깃거리도 분명히 있다. LG그룹 스마일 로고가 웃음이 아름다운 골퍼 김자영을 통해 더욱 미소 지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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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