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검증대 오른 정홍원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2.22 20:3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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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고 고른 GH 회심의 카드 '먹힐까'

[일요시사=사회팀] 든든한 선발투수라고 믿었던 '김용준'이 몸도 풀기 전에 마운드서 내려오자 박근혜 당선자는 깊은 고심에 빠졌다.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누가 지명될 것인지 모두의 촉각이 곤두섰던 상황. 결국 박 당선자는 또 다시 '법조인' 카드를 꺼냈다. 바로 정홍원 후보자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장고 끝에 고른 '회심의 카드'가 먹힐까.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 요청안이 지난 12일 국회에 제출됐다.

박 당선자는 인사청문 요청 사유서에서 "정홍원 후보자는 확고한 국가관을 갖고 법과 원칙을 수호해 온 인물이며 법률구조활동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해 온 점에서 새 정부가 지향하는 '국민행복시대'를 구현할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험난한 가시밭길
인사청문회 예정

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오는 20∼21일께로 예정된 가운데 검증의 예리한 칼날은 벌써부터 정 후보자의 주변을 찌르고 있다.

정 후보자와 육군본부에서 만나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지인은 언론에 밝힌 기고문에서 "정 후보자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사범학교를 거쳐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하는 등 과거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 "주경야독으로 야간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소위 명문대 인사들 틈에서 성실한 노력으로 성공을 일궈냈다"고 정 후보자를 소개했다. 박 당선자가 밝힌 새 정부를 이끌어갈 기준인 '보통 사람'에 부합하는 인물이란 것이다.  

그러나 정 후보자는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보통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보통 후보자'에 가깝다. 청문회를 앞두고 위장전입과 아들 병역면제 의혹 등이 줄줄이 터지면서 순탄치 않은 청문회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최근 김용준 전 후보자가 검증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후보직을 자진사퇴한 데 이어 얼마 전에는 '흡사마'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스스로 멍에를 벗었다. 고르고 고른 카드들이 검증만 하면 온갖 특혜, 위법, 부정 의혹 등이 불거지니 이번 총리 후보자 지명에는 인수위가 더욱 더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조건 청문회는 일단 통과해야 한다는 막중한 '미션'이 정 후보자에게 주어진 것.

'주경야독' 야간대 졸업하고 사법시험 합격
장영자 등 대형사건 해결한 ‘특별수사통’

정 후보자는 지난해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장으로 활약하며 정계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공천 당시 당 내부에서는 온갖 잡음들이 터져 나지만 결국 새누리당은 의회 과반을 차지했다. '역사는 결과가 말한다'는 말처럼 정 후보자는 새누리당 총선 승리의 공신 중 한 명으로 등극했다.

경남 하동 출신인 정 후보자는 사범학교 출신 검사라는 다소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1963년 진주사범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인왕국민학교(현 인왕초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했다. 이듬해에는 성균관대 법정대학에 야간대학 과정으로 입학했다. 그 뒤 정 후보자는 낮에는 교사, 밤에는 대학생으로 생활했다. 1965년 군 입대 전까지 인왕국민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던 정 후보자는 1967년 만기전역 뒤에도 2년 넘게 교직생활을 계속했다. 

대학을 다니며 법조인의 꿈을 키운 정 후보자는 교사를 그만두고 사법시험 준비에 매진한다. 그리고 1972년 늦깎이로 사법시험 14회에 합격한다. 검사생활 30년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서울지검 영등포지청 검사를 시작으로 정 후보자는 대전지검 차장검사, 부산지검 울산지청 지청장, 광주고검 차장검사 등을 거쳤다. 그리고 1999년 대검찰청에서 감찰부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광주지검 검사장, 부산지검 검사장, 법무연수원 원장 등을 역임하며 요직들은 두루 거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검사 시절 맡았던 유명 사건으로는 '큰손' 장영자 사기사건, '대도' 조세형 탈주사건, 워커힐 카지노 외화 밀반출 사건 등이 있다. 주로 굵직한 사건들을 손봤기 때문에 '특별수사통'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지난 1991년 대검찰청 중수부 3과장 시절에는 국내 최초로 컴퓨터 해커를 적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울지검 남부지청장 시절에는 이른바 '민원인 후견인' 제도를 도입했다. 대검 감찰부장 재직 시 내린 '검찰 낮술 금지령'은 유명하다.

그는 대체적으로 깐깐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참여정부 때 정 후보자와 함께 일한 검찰 관계자는 정 후보자에 대해 "강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실제 삼성 비자금사건이 터졌을 당시 정 후보자는 특검 후보로 거론되는 등 주위의 신망도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는데 이때 도입한 매니페스토 선거운동은 현재까지 그 의의가 이어져 오고 있다. 지난 2004년 법무연수원장을 끝으로 검찰에서 용퇴한 정 후보자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맡아 법률 취약계층 보호에도 힘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교편접고 사시
검사생활 30년

정 후보자가 정치권 전면에 등장한 건 2012년이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개혁을 부르짖은 새누리당은 정 후보자를 공직후보자추천위원장으로 선임했다. 당시 정 후보자는 공천 심사를 통해 문제가 됐던 현역 의원들을 줄줄이 낙마시켰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이 반발해 탈당하는 등 진통을 겪었지만 결국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승리하며 대선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박 당선자 입장에서는 정 후보자에게 큰 빚을 진 셈이다.

총선 직후 대선을 준비했던 당 내부에서는 정 후보자가 언젠가 다시 정계로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이 나돌았다. 대선 캠프 합류설도 있었다. 하지만 정 후보자는 공천위원장 임기가 끝난 후 곧바로 정치권을 떠났다. 또한 정치적 언행도 자제하는 등 처신을 깔끔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박 당선자의 신뢰가 깊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비록 정 후보자가 대선 캠프에 합류하지는 않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무언가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소문들은 끊이지 않았다. 함께 일했던 사람을 선호하는 박 당선자의 인선 스타일과도 부합했다. 결국 '믿을맨'이었던 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자 박 당선자는 고심 끝에 정 후보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정 후보자는 총리직 제안을 받자 동시에 인사 청문회를 준비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에서 신상털기 식의 검증이 없지는 않다"며 우회적으로 인사청문위원들과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펼쳤다. 박 당선자도 정 후보자는 '보통 사람'이라며 '정 총리' 인선을 위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인수위는 김 후보자의 중도하차 이후 정 후보자에 대한 사전검증작업에 충실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재산증식 의혹, 위장전입, 아들 병역문제 등이 검증 과제로 급부상했다.

먼저 재산증식 부분. 정 후보자가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에 있던 지난 2011년, 정부에 신고한 재산은 19억8180여만원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0년 17억1499만원이던 재산신고액은 다음해 1억7200여만원 증가했다.


문제는 예금이었다. 항목별로 본 재산신고액에서 정 후보자 부부는 예금 자산이 가장 많았는데 2010년 6억9477만원을 예치했던 정 후보자 부부는 2011년 8억8619만원을 맡겨둔 것으로 조사됐다. 예금 2억여원이 1년새 증가한 것.



뿐만 아니다. 1995년 정 후보자가 공개한 재산 내역을 보면 저축 예금은 5725만원이다. 이 금액은 2004년 5월, 그가 검찰을 떠날 때까지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정 후보자가 변호사를 시작한 뒤 공직으로 돌아오면서 공개한 예금은 3억100여만원. 넉 달 새 2억여 가량 증가한 것이다.

총 재산으로 보면 정 후보자가 첫 번째 재산을 공개한 1995년, 4억9352만원이었던 재산신고액은 2011년까지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와 관련 정 후보자는 "변호사 보수로 월 평균 3000만원 정도를 받았는데 업계 상황을 고려하면 과하지 않다"고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이를 두고 주변에서는 전관예우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청문회의 주요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 후보자의 부인인 최옥자씨가 상속받은 김해 진영읍 설창리 일대의 임야는 2010년 기준 증여됐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증여세 탈루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채권자와 낙찰자 모두 최씨의 친인척이었기 때문. 이 땅은 지난 2003년 채무로 인해 강제 경매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정 후보자는 "사실상 상속을 포기했던 땅"이라며 "처가 가족들에게 모든 처분을 맡겨놓았던 상태"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해의 땅 문제가 쟁점화 될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정 후보자가 김해시 삼정동 일대 대지(466.3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산액 1억9071만원으로 신고 됐던 이 땅은 정부가 지정한 투기우려지역으로 분류됐다가 1992년 조치가 해제된 땅이다. 이 땅을 1995년 매입한 정 후보자는 "퇴임 후 살게 될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서 땅을 구입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 일대는 '활천2지구 토지구획 정리사업 계획'에 따라 구획 정리가 끝난 땅, 다시 말해 개발이 추진되고 있던 땅이었다. '전원주택'의 용도와는 맞지 않는다는 설명. 즉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이 땅을 구입하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다. 실제 이 땅의 시세는 4억원에 이른다는 지역 부동산 업자의 설명도 있었다. 그러나 정 후보자는 "개발정보를 사전에 알고 취득한 것이 아니다"라는 해명을 내놓고 있어 향후 공방이 예상된다.

재산증식 의문
화끈 검증 예고

정 후보자 본인이 재빨리 인정한 부분도 있다. 바로 '위장전입'이다. 정 후보자는 부산지검에 근무하던 1988년 주택청약을 위해 주소지를 서울에 남겨뒀다. 고위공직자 필수 검증 코스인 '위장전입'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정 후보자가 수도권 주택 청약을 유지하기 위해 위장전입한 곳은 바로 서울 구로구 독산동의 한 연립주택. 정 후보자 누나가 살고 있는 곳이다. 정 후보자는 당시 서울지역 청약저축으로 국민주택 청약 1순위였으나 근무지인 부산으로 거주지를 옮길 경우 1순위 자격을 상실할 수 있었다. 이에 위장전입을 선택해 본인만 서울로 거주지를 유지한 뒤 부인과 아들을 부산으로 내려 보낸 것.

이에 대해 정 후보자 측 국무총리실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위장전입은) 정 후보자가 무주택자로서 주택청약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위장전입의 목적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서 고의로 주민등록지를 옮긴 행위는 그간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늘 심각한 도덕성 결함과 결부됐던 만큼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도 이 위장전입 부분이 조금 더 쟁점화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외아들 정우준 검사의 병역문제도 검증 과제로 남아 있다. 정 검사는 서울대 출신의 사법시험 48회 합격자로 현재 창원지검 통영지청에 근무 중이다. 정 검사는 통영 초등생 살해사건의 담당 검사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군대는 다녀오지 않았다.

정 검사는 1997년 4월15일 신체등위 1급으로 현역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대학원 재학을 이유로 2001년까지 입영을 연기했다. 그리고 2001년 11월 8일 수핵탈출증(디스크)으로 제2국민역(5급) 판정을 받아 병역이 면제됐다.

위장전입·병역·불법투기 의혹
'전관예우' 재산증식 과정도 의문

이에 대해 정 후보자 측은 "정 검사가 석사 과정을 밟을 때 각종 장비를 다루는 실험에 참여했다가 허리에 디스크가 발생했다"면서 "당시 여름 휴가철을 기점으로 통증이 본격화돼 강남의 한 척추전문병원에서 MRI 촬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후유증을 고려해 1년 넘게 물리치료 등을 받았고, 2001년 10월30일 강남성모병원에서 진단서를 발급받았다"고 해명했다.

당시 정 검사가 국방부에 제출한 강남성모병원 진단서에는 "요통 및 우하지(오른쪽 다리) 통증에 따른 운동 제한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이 적혀있다.

그러나 정 검사가 병역 면제 판정을 받은 후 2006년 사법고시에 합격하기까지 장시간에 걸쳐 책상에 앉아 고시 공부를 했다는 정황은 추가 해명을 필요로 하고 있다. 특히 정 검사의 고시 준비생 시절 디스크 치료를 병행한 것에 대한 의료기록 또한 공개해야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 후보자 측이 공개한 자료에는 사법고시 합격 전후인 2005년 이후의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검사가 병역 면제 판정을 받은 후 2006년 사법고시에 합격하기까지 장시간에 걸쳐 책상에 앉아 고시준비를 했다는 설명은 추가 해명을 필요로 하고 있다. 특히 정 검사의 고시 준비생 시절 디스크 치료를 병행한 것에 대한 의료기록 또한 공개해야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 후보자 측이 공개한 자료에는 사법고시 합격 전후인 2005년 이후의 자료는 없기 때문이다.

꿈많은 위장전입
아들 군면제 도마

'털면 결국 다 나오게 돼있다'는 말처럼 정 후보자와 관련된 검증 의혹은 계속 진행 중이다. 지난 15일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와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2000년 초 자신의 가족 명의로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 주식 468주를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 후보자는 하이닉스반도체의 사외이사를 지냈는데 그 전신인 현대전자 주식을 매수한 시점이 마침 '현대전자 주가조작'이 불거졌을 때라는 설명이다. 즉 내부 정보를 알고 미리 주식투자를 해 시세 차익을 노리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인 것. 정 후보자 일가가 활발하게 주식을 파고 산 시점은 정 검사의 디스크 발병 시점과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정홍원 후보자는?

▲1972년 제14회 사법시험 합격
▲1995년 대전지방검찰청 차장검사
▲1996년 부산지방검찰청 울산지청 지청장
▲1999년 광주고등검찰청 차장검사
▲2000년 대검찰청 감찰부장
▲2002년 광주지방검찰청 검사장
▲2003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2004년 법무연수원 원장
▲2004년 법무법인로고스 대표변호사
▲2004∼2006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2008∼2011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2012년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장
▲전 하이닉스반도체 사외이사
▲현 법무법인로고스 상임고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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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