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세태> 살인 부른 층간소음 분쟁 실태

이웃사촌 옛말…아이들 시끄럽다고 칼부림

[일요시사=사회팀] 정초부터 칼부림이 일어 전국을 충격 속에 빠뜨렸다. 명절을 맞이해 노부모를 뵈러 왔던 30대 형제는 40대 이웃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한순간에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이처럼 끔찍한 살인을 부른 원인은 바로 층간소음에 있었다. 특히 다세대 주택인 아파트의 경우, 층간소음문제로 이웃 간의 다툼이 자주 발생한다. 발소리, 음악소리 등 사소한 소음 때문에 멱살잡이부터 살인충동까지 일으키는 층간소음의 문제점을 집중분석했다.



한해를 여는 명절 설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한 아파트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40대 남성 김모(45)씨가 윗집의 층간소음을 이유로 항의하러 올라간 뒤, 인테리어사업을 운영 중인 30대의 김모 형제와 긴 시간 동안 언쟁을 벌이다 격분한 나머지 재차 올라가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

사소한 말다툼이
끔찍한 살인으로

사건 당일 피의자 김씨는 내연녀의 동생이 거주하는 중랑구의 모 아파트 6층으로 향했다. 연휴를 맞아 내연녀 가족과 아늑한 시간을 즐기던 중, 그는 내연녀 박모(49)씨가 “시끄럽다”며 7층에 인터폰을 걸어 말다툼하는 것을 지켜보다 분을 참지 못하고 위층으로 따라 올라가 항의했다. 이 층간소음이 피바람을 몰고 온 사건의 발단이 됐다. 윗집은 노부모만 살고 있었지만 명절을 맞아 두 아들 내외와 손자들이 방문해 사건 당일에는 평소보다 북적거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들 간 사소한 말다툼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던 이 사건은 아파트 밖 화단에서 남자들끼리 재차 시비가 벌어지며 대형 사건으로 번졌다.

싸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김씨는 평소 차에 보관해온 흉기를 갖고 혼자 다시 7층으로 올라가 피해자 형제를 아파트 밖 화단으로 불러냈다. 아파트 밖 화단에서 만난 양측은 2차 전쟁이 불붙어 욕설을 주고받으며 거칠게 싸우기 시작했다. 흥분이 극에 다른 김씨는 이들 중 형(33)을 흉기로 가슴 등 5군데 찌르고, 도망가는 동생(31)을 쫓아가 3차례 흉기를 휘둘렀다. 치명상을 입은 김씨 형제는 곧바로 병원에 실려 갔으나 이내 과다출혈과 쇼크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명절을 맞아 한자리에 모인 김씨 형제 가족은 갑작스런 봉변으로 한순간에 가정이 파탄났다. 게다가 형은 슬하에 세 살배기 딸이 있었고, 동생 또한 결혼한 지 불과 2달밖에 되지 않은 신혼이었기 때문에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설날 부모 찾은 형제…예기치 못한 날벼락
아래윗집 깊어진 갈등 폭행·살해 사건으로

반면 범인 김씨의 입장은 달랐다. 범행 후 그의 행동은 오히려 놀라울 정도로 태연하고 침착했다. 그는 살인을 저지른 뒤 집으로 올라가 옷가지를 챙겨 내연녀 박씨의 차를 타고 신림동으로 이동, 지인에게 전화해 강서구청 인근 술집에서 만나 술을 마셨으며 이튿날 오전 2시까지 노래방에서 유흥을 즐겼다. 김씨는 경찰에 붙잡히기 전까지 강남역, 장지동, 쌍문동 등 서울 시내와 의정부와 부천 등을 오갔고, 휴대폰 전원을 ‘껐다 켰다’를 반복하며 경찰의 추적을 따돌렸다. 잠자리의 주된 장소는 찜질방이었고 이동은 지하철과 경전철, 광역·간선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경찰은 도피자금이 떨어져 과거 대리운전기사로 일했던 주점에 전화를 걸어 밀린 임금을 송금해달라고 요구한 김씨의 전화번호 발신지를 추적해 지난 13일, 닷새 만에 수원 KT영통지사 앞 공중전화 부스에서 그를 검거했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2009년 돈을 빌린 이후 고소전을 벌이는 등 사이가 좋지 않은 사채업자를 위협하기 위해 지난해 3월 흉기를 구입, 차에 보관하고 다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처음에는 위협만 주려고 했는데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하고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말하며 범행일체를 시인했다.

김씨는 20여 년 전 저지른 상해와 도박 등 3건의 전과를 제외하면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다. 운영하던 자동차 타이어 수리 사업이 외환위기 때 망한 후 가정형편 문제로 이혼까지 당한 그는 의류노점상 등을 전전하며 생계를 꾸려왔다. 현재 부인과는 서류상으로 재결합한 상태지만 7년 전부터 왕래가 전혀 없었다. 내연녀 박씨는 “김씨는 평소 폭력성도 없고 술조차 마시지 않는 사람이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층간소음갈등에
방화·폭행 빈번

사실 층간소음살인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지난 2010년 3월 대구시 수성구 모 맨션에서 배모(47)씨 집에서 배씨가 위층에 사는 이모(37)씨를 식칼로 찔러 숨지게 하고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배씨는 3년 전부터 평소 이씨 집에서 소음과 냄새가 난다며 수시로 현관문을 발로차고 욕설을 하는 등 갈등을 빚어 왔으며 자신의 항의 사실을 따지러 온 이씨와 말다툼 끝에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4월에도 경기도 남양주시 모 아파트에 2층에 거주하는 이모(64)씨가 위층에 사는 한모(48)씨와 말다툼을 하다 흉기를 휘둘러 한씨를 숨지게 하는 층간소음살인이 연이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조사결과 혼자 사는 이씨는 6개월 전부터 층간소음문제로 이웃 한씨와 자주 다퉜으며, 이날 한씨와 화해하기 위해 술을 마시던 중 다시 말다툼을 하다가 홧김에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해 5월, 서울 은평구 모 빌라에서도 정신병을 앓고 있던 이모(31)씨가 2층에 사는 소모(46·여)씨 집에 찾아가 “평소 왜 시끄럽게 하느냐”며 주방에 있던 흉기로 소씨의 배 등을 세 차례 찌르고 목을 졸라 살해해 층간소음이 ‘단순한 갈등’이 아닌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음과 바닥두께와 관련, 건설공법에 어긋날 시 적합한 처벌법이 마련·시행되지 않아 층간소음은 이웃 간 갈등으로 치부되다 올해 층간소음살인과 방화 사건이 잇따르면서 다시금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살인은 손에 꼽을 정도지만 폭행 및 협박, 흉기를 휘두르며 위협을 주는 행위 등은 수없이 많았다. 대표적 사건이 바로 설 명절 당일에 일어난 방화사건이다.   


설이던 지난 10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3층짜리 다가구주택에서 층간소음 갈등으로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주택 1층에 사는 박모(49)씨는 이날 오후 1시30분께 2층 홍모(67)씨 집에 들어가 휘발유가 든 맥주병을 거실에 던지고 불을 붙였다. 당시 집에는 설을 맞아 부모를 찾은 홍씨의 자녀와 두 살배기 손녀 등이 있었다. 다행이 불은 17분여 만에 꺼졌지만 홍씨 부부는 중화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쳤고 자녀 3명도 경미한 화상을 입었다.
조사 결과 박씨와 홍씨는 4년 전부터 층간소음문제 뿐 아니라 수도문제로 갈등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씨 집에서 샌 물로 피해를 봤다며 소송으로 보상금까지 받은 박씨는 범행 1주일 전부터 층간소음으로 인해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려 왔고, 사건 당일에도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에 감정이 격해져 방화를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파트 층간소음 갈등으로 인한 폭행 사건이 인천에서도 발생했다. 이번에는 아래층 소음에 위층이 항의하면서 벌어졌다. 지난 10일 인천시 계양구 모 아파트 2층에 사는 오모(36)씨 등 3명은 소음에 못 이겨 김모(55)씨가 살고 있는 아랫집 1층에 내려가 현관문을 발로 차며 “안 나오면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했다. 김씨가 문을 열자 오씨 등은 층간소음에 항의하며 멱살을 잡고 밀치는 등 폭행을 가했다. 이에 김씨도 방어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했고, 양측의 싸움이 짙어지자 현관 안전장치가 파손되기도 했다.

김씨는 “문을 부수고 한꺼번에 세 사람이 덮쳤다. 평소에 위층의 소음 때문에 헤드폰하고 귀마개를 항상 구비해 놓고 있는데 일방적으로 봉변을 당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윗집의 오씨 측은 “계속 저희 집에 찾아와서 항의 소음을 내더라. 매번 그래서 아이들이 잠을 못 자니까 마침 놀러 온 손님들 중 1명이 항의하러 내려간 것이다”라며 “전 세입자도 아랫집 사람과 층간소음 때문에 항의도 했고 멱살잡이도 해서 결국 1년을 다 못 채우고 이사를 나왔다고 들었다”고 반박했다. 

고문 같은 소음에
깨알 같은 복수도

층간소음으로 고통을 받은 이들은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 우울증, 원형탈모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이들 중 일부는 “감정이 격해져 하루에도 몇 번씩 살인충동이 일어난 적도 있었다”며 “층간소음살인은 그 고통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소리로 많은 이들에게 심적 고통과 불편을 안기는 층간소음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층간소음의 주된 원인은 아이의 뛰는 소리나 어른의 발소리가 73.1%로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되레 망치질 소리(3.7%)와 가구 끄는 소리(2.3%)는 낮은 비율을 기록했다. 반면 피아노 등 악기 소리(5.6%), 애완견이 짖는 소리(10.4%)는 적잖은 비율을 차지해 비애완인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잠깐 벌어지는 상황이 아니라 꾸준히 지속되는 경우 분쟁 빈도가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야외활동이 비교적 적고 실내 활동이 많은 겨울철에는 문의가 많다. 실제로 지난해 층간소음으로 불편을 겪는 민원이 무려 8천여 건에 이른 것으로 밝혀졌다.

담배연기 뿜기 등 아랫집 복수법 활개
정부 대책 마련 “먼저 대화로 풀어야”

층간소음문제로 지속적인 항의를 했음에도 뚜렷한 대안이 없자 아예 이웃에 대한 복수를 자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인터넷 카페에 “화장실 환기통에 음산한 음악이나 야동을 틀어놓으세요. 효과 좋습니다” “새벽 야식 전단지에 윗집 전화번호를 인쇄해 배포 했습니다” “윗윗집과 친하게 지내세요” 등 ‘층간소음 보복법’ 사례들을 이미지까지 첨부하면서 친절히 설명했다. 이 밖에 긴 막대로 천장을 두드리는 것부터 천장에 우퍼를 밀착시켜놓고 메탈 음악을 트는 것까지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심지어 모터를 달고 전원만 켜면 지속적으로 충격음을 윗집에 전달하는 기계를 집안 천장에 만들어 인증사진을 올린 경우도 있다. 화장실 환기통에 담배연기를 뿜어 윗집에 보복하거나 샤워하면서 크게 노래를 부르는 등 깨알 같은 복수법도 소개됐다.

층간소음갈등이 비단 말다툼에서 끝나지 않고 폭행, 협박, 나아가 살인까지 불러오면서 심각성을 깨달은 정부와 다세대 공동주택이 많은 서울시는 구체적·실용적인 층간소음개선안을 구축했다.

국토해양부는 층간소음 분쟁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아파트 건설기준을 마련, 법제처 심의를 앞두고 있다. 국토부가 마련한 개선안은 벽식(내부 벽이 기둥 역할)과 기둥식 아파트 바닥 두께 기준은 지금처럼 각각 210㎜와 150㎜로 유지하되, 소음발생이 심한 무량판식 바닥(보가 없는 바닥)을 현행 180㎜에서 210㎜로 두껍게 하는 것이 골자다. 이와 함께 바닥충격음을 가볍고 딱딱한 충격에 의한 소음인 경량충격음은 58㏈, 무겁고 부드러운 충격에 의한 중량충격음은 50㏈을 충족하도록 규제했다. 이와 관련 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현재 350만원으로 정해진 금전배상 대신 올해까지는 소음원인에 대한 조정을 주로 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강압적 항의보다
대화가 해결책


층간소음갈등해결을 도맡는 이웃사이센터는 “층간소음을 해결할 때 가장 중점을 둬야 하는 부분이 위층의 사생활에 최소한의 변화만 주면서 소음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며 “이동 가능한 가구의 다리에 테니스공을 끼우거나 가족 구성원이 슬리퍼를 신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로, 직접 찾아가 강압적으로 해결하기보다 당사자끼리 대화로 풀어야 비로소 갈등이 풀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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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