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기관 장악, 박근혜 액션플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2.12 14: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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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목줄 쥘 '별동대'뜬다!

[일요시사=사회팀] 대통령 친인척 및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를 감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특별감찰관제' 도입이 주춤하다. 그 권한과 지위가 워낙 막강할 것으로 알려져 여야를 비롯한 검찰, 국정원 등 대다수 권력기관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 때문에 특별감찰관제 도입은 인수위 내부에서만 조심스레 논의되고 있다.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당시 의원)는 이른바 '저축은행발 게이트'로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줄줄이 터진 대통령 친인척 비리는 차기 대권을 노리는 박 당선자에게 악재로 작용했다.

'특별감찰관제’가 처음 거론된 건 이맘때쯤이다. 이상득 전 의원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지 꼭 1주일 만인 같은 달 16일. 박 당선자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대통령 직속 기관인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길들이기' 활용

당시 박 당선자가 밝혔던 특별감찰관제는 대통령 친인척 감시기구의 성격을 띠었다. 박 당선자의 발언을 종합하면 특별감찰관은 여야가 추천한 인사들로 면면이 채워진다. 이들은 대통령 친인척에 대한 독립적인 감시 기능을 수행하는데 고발권은 있지만 기소권이 없기 때문에 친인척 비리만을 전담하는 상설특검제와 연계되어 운영된다. 다시 말해 친인척에 대한 감시가 특별감찰관의 몫이라면 수사 및 기소는 특검이 맡는 구조다. 그리고 이 구상은 곧 구체화됐다.

지난해 8월 새누리당은 대선 체제로 전환하면서 7인의 정치쇄신특별위원회(이하 정치쇄신위)를 구성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은 정치쇄신위는 특별감찰관 제도화에 그 방점을 찍었다. 예정에 없던 남기춘 전 서울서부지검 검사장과 이상민 전 춘천지법 원주지원장을 정치쇄신위에 중도 합류시킨 것도 특별감찰관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제스처로 해석됐다.


실제로 정치쇄신위의 첫 작품은 특별감찰관제였다. 지난해 9월 안 전 대법관은 그 권한과 기능이 대폭 강화된 특별감찰관제의 윤곽을 드러냈다.

안 전 대법관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특별감찰관의 감시 대상은 대통령 친인척에서 관련 법률이 지정하는 '특수관계인'으로 그 범위가 확장됐다. 특수관계인에는 국무총리, 청와대 수석비서관, 감사원장, 검찰총장, 국정원장, 경찰청장 등이 포함됐다. 권력 핵심기구 수장들이 대거 대통령 직속기구 감시 리스트에 오른 것이다.

또한 이들이 운용하는 돈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계좌추적권, 통신거래내역 조회권 등의 조사권이 부여됐다. 이를 두고 정치쇄신위에서는 '실질적 조사권'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특별감찰관제와 짝을 맞춘 상설특검제도 함께 거론됐다. 안 전 대법관은 "국민들이 제도적인 특검을 원하고 있는 것 같다"며 상설특검제 병행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상설특검제 논의는 검찰의 자존심이라 불리던 대검 중앙수사부(이하 중수부)를 겨냥한 것으로 이해됐다. 이와 관련 안 전 대법관은 "우리가 특별감찰관제를 했다"면서 "'그것'과 상설특검제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던 중수부 폐지론과는 선을 그은 것. 하지만 다수 언론은 최재경 중수부장(현 전주지검 검사장)의 "검찰 무력화 시도"라는 발언을 비중 있게 다루며 "검찰 개혁의 칼을 빼들었다"는 표현까지 썼다. 특별감찰관제 논의가 '대통령 친인척 감시'에서 '검찰 개혁'쪽으로 프레임을 옮겨가고 있었다.

극비리 인수위 내부서 특별감찰관 도입 만지작
당초 대통령 친인척서 권력수장들로 칼끝 돌려

그런데 문제는 특별감찰관제가 검찰 개혁이 아닌 '검찰 회유용 카드'로 활용됐다는 점에 있었다. 검찰 내부 소식에 밝은 한 소식통은 "중수부는 하루아침에 없어질 만한 그런 호락호락한 조직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특별감찰관제 논의는 검찰 쪽으로 보내는 모종의 시그널"이라고 설명했다. 대선을 앞둔 검찰은 여·야 중 자신들의 조직 이익에 더욱 부합하는 정치세력을 찾는데 이 같은 조직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중수부장 출신인 안 전 대법관이 검찰과의 협상 카드로 특별감찰관을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최근 국회 행전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가 주관한 정부조직개편 공청회에 참석한 윤태범 방송통신대학교 교수는 "특별감찰관제는 오래전부터 논의되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와는 성격을 달리한다"면서 "측근 비리를 수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립된 조직이어야 하는데 수사권이 없으면 결국 검찰 조직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 당선자는 대선 기간 내내 특별감찰관제 도입을 약속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특별감찰관이 언급될수록 검찰은 여당 측에 더 '가까움'을 느꼈다는 얘기도 중수부 지근에서 들렸다. 박 당선자의 당선 이후 정치쇄신위는 퇴장했고, 컨트롤타워를 잃은 특별감찰관제는 잠시 주춤하고 있다. 이 사이 검찰은 최근 대규모의 인사이동을 마쳤다.

국회 행안위 소속 한 관계자는 "특별감찰관제 도입은 인수위 차원에서만 논의되고 있다"면서 "이를 견실하게 도입하기 위해서는 여야 간 5+5 회의 등을 통해 좀 더 활발한 토론이 이뤄져야 하는데 솔직히 특별감찰관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논의 모두 국회에서는 후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관계자 역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인준 문제가 당면한 현안이다 보니 특별감찰관과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여야 간 합의 테이블이 없었고, 논의의 별다른 진전 또한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인수위 내부에서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특별감찰관 카드가 박근혜정부 정식 출범 이후 '권력기구 길들이기' 차원에서 활용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특별감찰관에 대한 인수위의 공식적인 브리핑은 지난달 21일이 마지막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한 청와대 개편안에 특별감찰관제 구상은 누락됐다.

이에 대해 유민봉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총괄간사는 "특별감찰관의 독립적인 지위 보장을 고민하고 있어 이번 조직개편에서 누락됐다"고 설명한 뒤 "만약 특별감찰관을 청와대 시스템 안에 포함시키면 민정수석, 비서실, 대통령으로 보고 체계가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특별감찰 대상은?

그러나 인수위 한 관계자는 "특별감찰관이 민정수석과 동등한 지위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경우는 비서실을 거쳐 대통령으로 직접 보고가 올라가는 형태를 띠게 된다. 결국은 박 당선자의 '복심'이 특별감찰관 수장에 임명될 것이라는 얘기도 이에 근거한다.

현재 초대 수장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는 남 전 지검장이다. 안 전 대법관이 처음부터 이를 염두에 두고 정치쇄신위에 추천했다는 얘기도 있다. 남 전 지검장만한 '검찰 커뮤니케이터'가 인수위에는 없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특별감찰관은 결국 검찰과 함께 '동거'해야 할 운명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는?>

야권은 수년 전부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신설을 요구해왔다. 공수처는 박근혜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특별감찰관과 '타깃'은 같지만 방법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우선 특별감찰관에게 '기소권'과 '수사권'은 없다. 다만 '고발권'과 수사에 준하는 '조사권'이 부여된다. 즉 특별감찰관은 압수수색이나 공소제기가 불가능한 한계를 갖는다. 하지만 공수처는 독자적인 '기소권'과 '수사권'을 갖는다. 다시 말해 검찰과 분리된 형태의 독자 수사기구가 생기는 셈이다. 검찰 입장에서 공수처 신설은 곧 중수부 축소와 맥을 같이한다. 또 기소독점주의를 유지해 온 검찰은 타 기구에서 기소권을 갖는다는 걸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이 같은 배경하에 검찰은 줄곧 공수처 신설에 반대해왔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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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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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