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기관 장악, 박근혜 액션플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2.12 14: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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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목줄 쥘 '별동대'뜬다!

[일요시사=사회팀] 대통령 친인척 및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를 감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특별감찰관제' 도입이 주춤하다. 그 권한과 지위가 워낙 막강할 것으로 알려져 여야를 비롯한 검찰, 국정원 등 대다수 권력기관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 때문에 특별감찰관제 도입은 인수위 내부에서만 조심스레 논의되고 있다.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당시 의원)는 이른바 '저축은행발 게이트'로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줄줄이 터진 대통령 친인척 비리는 차기 대권을 노리는 박 당선자에게 악재로 작용했다.

'특별감찰관제’가 처음 거론된 건 이맘때쯤이다. 이상득 전 의원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지 꼭 1주일 만인 같은 달 16일. 박 당선자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대통령 직속 기관인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길들이기' 활용

당시 박 당선자가 밝혔던 특별감찰관제는 대통령 친인척 감시기구의 성격을 띠었다. 박 당선자의 발언을 종합하면 특별감찰관은 여야가 추천한 인사들로 면면이 채워진다. 이들은 대통령 친인척에 대한 독립적인 감시 기능을 수행하는데 고발권은 있지만 기소권이 없기 때문에 친인척 비리만을 전담하는 상설특검제와 연계되어 운영된다. 다시 말해 친인척에 대한 감시가 특별감찰관의 몫이라면 수사 및 기소는 특검이 맡는 구조다. 그리고 이 구상은 곧 구체화됐다.

지난해 8월 새누리당은 대선 체제로 전환하면서 7인의 정치쇄신특별위원회(이하 정치쇄신위)를 구성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은 정치쇄신위는 특별감찰관 제도화에 그 방점을 찍었다. 예정에 없던 남기춘 전 서울서부지검 검사장과 이상민 전 춘천지법 원주지원장을 정치쇄신위에 중도 합류시킨 것도 특별감찰관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제스처로 해석됐다.


실제로 정치쇄신위의 첫 작품은 특별감찰관제였다. 지난해 9월 안 전 대법관은 그 권한과 기능이 대폭 강화된 특별감찰관제의 윤곽을 드러냈다.

안 전 대법관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특별감찰관의 감시 대상은 대통령 친인척에서 관련 법률이 지정하는 '특수관계인'으로 그 범위가 확장됐다. 특수관계인에는 국무총리, 청와대 수석비서관, 감사원장, 검찰총장, 국정원장, 경찰청장 등이 포함됐다. 권력 핵심기구 수장들이 대거 대통령 직속기구 감시 리스트에 오른 것이다.

또한 이들이 운용하는 돈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계좌추적권, 통신거래내역 조회권 등의 조사권이 부여됐다. 이를 두고 정치쇄신위에서는 '실질적 조사권'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특별감찰관제와 짝을 맞춘 상설특검제도 함께 거론됐다. 안 전 대법관은 "국민들이 제도적인 특검을 원하고 있는 것 같다"며 상설특검제 병행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상설특검제 논의는 검찰의 자존심이라 불리던 대검 중앙수사부(이하 중수부)를 겨냥한 것으로 이해됐다. 이와 관련 안 전 대법관은 "우리가 특별감찰관제를 했다"면서 "'그것'과 상설특검제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던 중수부 폐지론과는 선을 그은 것. 하지만 다수 언론은 최재경 중수부장(현 전주지검 검사장)의 "검찰 무력화 시도"라는 발언을 비중 있게 다루며 "검찰 개혁의 칼을 빼들었다"는 표현까지 썼다. 특별감찰관제 논의가 '대통령 친인척 감시'에서 '검찰 개혁'쪽으로 프레임을 옮겨가고 있었다.

극비리 인수위 내부서 특별감찰관 도입 만지작
당초 대통령 친인척서 권력수장들로 칼끝 돌려

그런데 문제는 특별감찰관제가 검찰 개혁이 아닌 '검찰 회유용 카드'로 활용됐다는 점에 있었다. 검찰 내부 소식에 밝은 한 소식통은 "중수부는 하루아침에 없어질 만한 그런 호락호락한 조직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특별감찰관제 논의는 검찰 쪽으로 보내는 모종의 시그널"이라고 설명했다. 대선을 앞둔 검찰은 여·야 중 자신들의 조직 이익에 더욱 부합하는 정치세력을 찾는데 이 같은 조직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중수부장 출신인 안 전 대법관이 검찰과의 협상 카드로 특별감찰관을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최근 국회 행전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가 주관한 정부조직개편 공청회에 참석한 윤태범 방송통신대학교 교수는 "특별감찰관제는 오래전부터 논의되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와는 성격을 달리한다"면서 "측근 비리를 수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립된 조직이어야 하는데 수사권이 없으면 결국 검찰 조직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 당선자는 대선 기간 내내 특별감찰관제 도입을 약속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특별감찰관이 언급될수록 검찰은 여당 측에 더 '가까움'을 느꼈다는 얘기도 중수부 지근에서 들렸다. 박 당선자의 당선 이후 정치쇄신위는 퇴장했고, 컨트롤타워를 잃은 특별감찰관제는 잠시 주춤하고 있다. 이 사이 검찰은 최근 대규모의 인사이동을 마쳤다.

국회 행안위 소속 한 관계자는 "특별감찰관제 도입은 인수위 차원에서만 논의되고 있다"면서 "이를 견실하게 도입하기 위해서는 여야 간 5+5 회의 등을 통해 좀 더 활발한 토론이 이뤄져야 하는데 솔직히 특별감찰관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논의 모두 국회에서는 후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관계자 역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인준 문제가 당면한 현안이다 보니 특별감찰관과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여야 간 합의 테이블이 없었고, 논의의 별다른 진전 또한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인수위 내부에서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특별감찰관 카드가 박근혜정부 정식 출범 이후 '권력기구 길들이기' 차원에서 활용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특별감찰관에 대한 인수위의 공식적인 브리핑은 지난달 21일이 마지막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한 청와대 개편안에 특별감찰관제 구상은 누락됐다.

이에 대해 유민봉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총괄간사는 "특별감찰관의 독립적인 지위 보장을 고민하고 있어 이번 조직개편에서 누락됐다"고 설명한 뒤 "만약 특별감찰관을 청와대 시스템 안에 포함시키면 민정수석, 비서실, 대통령으로 보고 체계가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특별감찰 대상은?

그러나 인수위 한 관계자는 "특별감찰관이 민정수석과 동등한 지위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경우는 비서실을 거쳐 대통령으로 직접 보고가 올라가는 형태를 띠게 된다. 결국은 박 당선자의 '복심'이 특별감찰관 수장에 임명될 것이라는 얘기도 이에 근거한다.

현재 초대 수장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는 남 전 지검장이다. 안 전 대법관이 처음부터 이를 염두에 두고 정치쇄신위에 추천했다는 얘기도 있다. 남 전 지검장만한 '검찰 커뮤니케이터'가 인수위에는 없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특별감찰관은 결국 검찰과 함께 '동거'해야 할 운명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는?>

야권은 수년 전부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신설을 요구해왔다. 공수처는 박근혜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특별감찰관과 '타깃'은 같지만 방법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우선 특별감찰관에게 '기소권'과 '수사권'은 없다. 다만 '고발권'과 수사에 준하는 '조사권'이 부여된다. 즉 특별감찰관은 압수수색이나 공소제기가 불가능한 한계를 갖는다. 하지만 공수처는 독자적인 '기소권'과 '수사권'을 갖는다. 다시 말해 검찰과 분리된 형태의 독자 수사기구가 생기는 셈이다. 검찰 입장에서 공수처 신설은 곧 중수부 축소와 맥을 같이한다. 또 기소독점주의를 유지해 온 검찰은 타 기구에서 기소권을 갖는다는 걸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이 같은 배경하에 검찰은 줄곧 공수처 신설에 반대해왔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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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