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야심작’ 기초연금 빛과 그림자

국민 위한 연금 때문에 국민이 뿔났다

[일요시사=사회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공약인 ‘기초연금제도’가 본격적으로 윤곽을 드러내면서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기존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65세 이상 노인만 수령 가능한 기초연금을 두고 역차별 논란을 제기한 것. 인수위는 소득별 혹은 연금수급여부에 따라 차등배분을 할 것이라 단언했지만, 납세자들의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멋대로 정해놓고 국민의 의무? 그럼 나 이제부터 국민 안 해!”

영화 <남쪽으로 튀어>에서 국민연금납부를 거부하는 최해갑이 나라를 위해 단 한 푼도 줄 수 없다며 내뱉은 말이다. 배우 김윤석이 연기한 최해갑은 영화에서 “나라가 해준 것도 없는데 왜 내가 연금을 내야하냐”며 국민의 의무인 세금과도 같은 국민연금납부를 극구 거부한다. 이는 단지 영화에서만 나오는 얘기가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올해 개정될 아이러니한 연금제도 때문에 세대 간 갈등과 계층 간 역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납세자연맹은 “차라리 국민연금 제도를 폐지하라”며 납부거부 태세에 돌입했다. 기초연금제도는 남기고 수년간 납입했던 적립금은 국민에게 돌려줘야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돈 내는 사람 따로
돈 받는 사람 따로

논란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기초연금제도를 핵심공약으로 내세우면서부터 시작됐다. 애초 박 당선인이 기초노령연금제도와 국민연금의 통합운영을 공약했지만 젊은 세대들은 추후 연금고갈을 우려, 기초연금안에 반기를 들며 사실상 국민연금납부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 당시 새누리당 대선공약집에는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화해 모든 어르신에게 현재의 2배 수준으로 올려 지급하겠다’고 명시돼 있었다. 이는 65세 이상 모든 대상자에게 9만7100원이던 기초연금을 현재의 2배인 20만원 수준으로 올려주겠다는 의미와 같다. 여러 논란이 뒤따를 수 있는 민감한 사안임에도 박 당선인은 당시 명확하고 일관되게 공약을 내세웠다. 이에 10원 한 푼 내지 않고도 20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노령층은 하나같이 박 당선인을 지지하고 나섰다. 


그러나 부작용은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 기초연금제도가 본격 시동을 걸면서 인수위 출범 후 기초연금의 재원을 국민연금의 적립금에서 충당하겠다고 발표해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 나아가 재산권 침해 논란까지 불거지며 극심한 세대 갈등이 벌어졌다.

이 같은 논란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도 20만원씩 주겠다는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생겼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10년간 매달 8만9100원을 내면 65세 이후에 한 달에 15만원을, 18만7200원을 납부하면 22만5700원을 받을 수 있는데, 박 당선인의 공약대로 기초연금제를 도입하면 국민연금 가입자와 비가입자 간 차이가 대략 2만원밖에 차이나지 않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젊은 세대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새누리당 측은 기초연금 재원을 국민연금이 아니라 국고에서 마련할 것이라고 둘러대며 논란을 잠재우는 듯 했으나, 인수위가 차등지급법안을 발표하며 재차 논란이 커졌다. 이는 세대 간 갈등에서 벗어나 국민연금 저소득 가입자들을 중심으로 국민연금 형평성 논란으로 바뀌었다.

당선인 핵심공약 ‘기초연금제도’본격 윤곽
‘매달 20만원씩’65세 이상 노인만 수령 가능

애초 기초연금 수급 대상자를 65세 이상 모든 노인으로 제한했던 박 당선인과는 달리 인수위의 경우, 국민연금 혹은 기초노령연금 수급 여부에 따라 지급 방식을 차등화 한다는 다소 엇갈린 방안을 내놓았다. 젊은 세대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을 예상한 인수위가 시급히 내놓은 대책마련이 차등화 지급이었던 것.

인수위가 구상 중인 4개 그룹별 기초연금 차등화 방안은 국민연금 가입 여부와 현행 기초노령연금 수급 여부에 따라 연금액을 차등 지급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을 성실히 납부한 가입자라면 기초노령연금 수령 여부에 따라 지급 받는 연금액이 달라진다. 국민연금 가입자이면서 소득이 하위 70%면 기존 국민연금에 기초연금 일부를 더해서 받는다. 기초연금은 현재 소득 하위 70%에 지급되는 기초노령연금 9만7100원에 추가 지급분 1만∼9만7100원으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 가입자 중 소득 상위 30%에 속한다면 기초연금 차등지급분인 1만∼9만7100원을 받게 된다.

얼핏 보면 국민연금 ‘성실 납입자’가 역차별 받는 것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차등 지급으로 보완하는 대안 같지만, 기초연금의 도입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재원 마련에 대해서도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결국 차등화 지급은 소득수준과 가입여부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비효율적 방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연금공단 자금 운용
비난 목소리 거세


반면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노인에게는 기초연금 20만원이 모두 지급된다. 그러나 국민연금 미가입자 중 소득 상위 30%로 현재 기초노령연금 미수급자라면 기초연금 20만원도 받을 수 없다. 이들에게 소액이라도 추가로 기초연금을 지급할지는 검토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공무원 연금 등 특수직역 연금 가입자도 기초연금 대상에서 배제키로 했다. 공무원과 군인, 사학연금 가입자는 전체 노인의 약 4% 가량으로 나타났는데, 인수위는 이들이 충분한 연금을 받는 것으로 보고 있어 기초연금 지급대상에서 배제된 것으로 추측된다.

연금고갈의 문제도 크다. 현재 젊은 층은 수십년간 열심히 인해서 적립금으로 모아둔 국민연금을 기초노령연금과 통합하게 되면 본인 앞으로 적립한 국민연금은 전부 노인연금에 충당할 것이고, 20∼30년 후엔 못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눈치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기금이 고갈돼서 국민연금을 못 받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처럼 세금을 더 거둘 수도 없고 대외신인도가 낮아 국채발행을 할 수 없을 때, 즉 나라에 외환위기나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라고 입을 모으며 해명에 나섰다.

기존 국민연금 가입자들 “역차별” 주장
수십년 10만원씩 내도 고작 2만원 차이

연금논란은 과거 국민연금공단이 거액을 들여 투자했던 해외의 빌딩과 이마트 등 기업으로까지 불똥이 튀며 진퇴양난에 빠졌다. 국민연금은 2009년 10월 당시 ‘88 우드 스트리트’ 건물을 매입, 작년 6월 런던 사무소를 개설했다. 당시 빌딩 매입 가격은 1억8300만파운드(약 3150억원)로 국민연금은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850억원을 투자했다. 해당 건물 외에도 국민연금은 천문학적 숫자의 거액을 들여 영국 내 3개의 건물과 미국, 호주, 독일 내 건물을 매입·투자하면서 국민혈세를 남용한다는 강한 반발이 일었는데, 최근 기초연금제가 화두에 오르며 빌딩매입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어 궁지에 몰렸다.

이밖에 국민연금이 지난해 6개월 동안 6237억원에 달하는 술·담배·도박 산업에 대한 투자액, 직원사찰과 노조탄압으로 빈축을 산 이마트 등 비윤리적 기업에 대한 투자도 적지 않다. 국민연금은 최근 노동탄압 사실이 드러난 이마트 주식을 62만주(지분율 2.24%) 보유하고 있다. 이마트 외에도 최근 다수의 노동자가 희생된 한진중공업(지분율 3.21%)과 쌍용차에도 투자하고 있다. 이는 ‘노동자의 노후보장을 위해 마련된 연금이 되레 노동자를 탄압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격’으로 해석되며 세간에서는 “국민연금이 모순적 행보를 걷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뚜껑 열기 전까진
아무도 알 수 없어

국민연금공단 측은 사실상 노령연금도 지급하고 있어 현재 보유한 재원만으로는 인수위가 발표한 기초노령연금 20만원 지급이 당장은 어려운 실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논란이 커진 후 민원이 여러 곳에서 발생하자 본부에서는 회의를 열어 가입자들을 상대로 하는 가이드라인을 급히 만들었고, 국민연금 가입자 중 연금 지급 사유(장애나 사망 등)가 발생할 시 연금을 조기 수급하는 경우를 대비해 상황을 지켜보고 정부에서 정확한 발표가 나오면 그때 환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덧붙여 자영업자 등 워낙 많은 가입자와 이해 관계자가 걸려 있기 때문에 예상과는 달리 국민연금 재원은 차기 정부에서도 쉽게 건드릴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시선이 많다. 인수위가 발표한 기초노령연금제도는 연금 지급의 기준이 되는 계산 공식도 복잡하기 때문에 정확한 안이 나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

<일요시사>와 통화한 국민연금공단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국민연금공단 차원에서 대응 방안이 문건화된 건 없다. 단 국민연금을 해지하겠다는 민원인들이 많아 전국 콜센터가 상담에 애를 먹고 있다”며 “재정 확보 문제가 걸려 있어 현 수급 연령(60세)을 단계적으로 상향해 65세로 조정하고  최대한 연금 수급을 늦출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인수위에서 국민들이 반응을 한 번 떠 본 것 아닌가 생각된다. 아직 정부가 출범하지도 않은 시점에 발표부터 먼저 한 것은 국민들의 반응을 보고 거기에 맞게 수정하겠다는 의중이 숨어있다고 봐야할지, 공약 이행 의지가 있는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국민연금 적정부담수준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보험료 인상 충격을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보험료율을 높여야 한다. 이 경우 보험료는 현재 9.0%에서 13.0%까지 높아진다”고 했다. 이어 “올해부터 추진되는 3차 국민연금 개혁이 무산될 경우 보험료 인상폭은 더 커질 수 있다”며 “인상시기를 10년 미루면 보험료 인상폭을 61%로 더 높여야 2080년까지 기금을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구 세대 간 갈등
한동안 지속될 듯

박 당선인의 주요 공약인 기초연금제도. 이는 소득과 국민연금 가입 여부에 따라 세분화하고, 국민연금과 통합 운영한다는 전제조건이 맞물리면서 젊은층, 노령층 어느 한 계층도 만족시키지 못해 ‘허무맹랑한 공약’이라고 불리고 있다. 지금도 새누리당과 인수위, 국민연금공단은 기초연금에 관련해 가장 효율적인 제도와 방안을 찾고 있지만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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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