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신한사태' 막전막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2.05 13: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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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나오는 '양파비리' 갈데까지 간 '막장회장'

[일요시사=경제1팀] 깠다. 또 깠다. 전 사장과 전 은행장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래서 다 깐 줄 알았다. 그런데 깔게 더 남았다. 이번엔 전 회장이다. '신한사태'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갈 길이 먼 '한동우-서진원' '투톱체제'가 발목을 잡혔다.


신한금융그룹 내부 비리 사태, 일명 '신한사태'는 2010년 9월2일 신한은행이 신상훈 당시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은행이 전직 행장이자 모회사 사장을 검찰에 고소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특히 이날은 신한금융 창립 9주년 기념식 바로 다음 날이었다.

전 사장·전 행장
집행유예 선고

당시 신한은행 측은 "최근 은행에 신 전 사장의 친인척 관련 여신에 대한 민원이 접수돼 조사한 결과 950억원에 이르는 대출 취급 과정에서 배임 혐의가 있었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신한은행은 또 신 전 사장이 신한금융 창업자인 이희건 명예회장에게 지급될 고문료 중 15억원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신한사태의 시작을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이 2009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비자금 사건에 연루되면서부터로 보고 있다. 2009년 정치권에서 라 전 회장이 차명계좌를 통해 박 전 회장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그 발원지로 신 전 사장이 지목됐기 때문이다. 1인자 라 전 회장이 3인자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과 손잡고 2인자 신 전 사장을 내치려했다는 관측이다.

이를 뒷받침 하듯 신한은행은 신 전 사장 고소 후 곧바로 해임을 위한 사외이사 '표심잡기'에 나섰다. 이 전 행장은 일본 오사카와 도쿄를 방문하며 재일동포 사외이사와 주주들을 만나 신 전 사장을 배임·횡령 혐의로 고소한 배경을 설명하고 신 전 사장 해임을 위한 이사회 참석 등 협조를 당부했다.


라 전 회장, 이 전 행장, 신 전 사장은 사태 일주일 만에 일본 오사카에서 재일동포 사외이사, 주주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친회를 열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재일교포 주주 중 일부가 신 전 사장을 검찰조사 결과발표 이전에 해임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 모든 문제를 이사회 결정에 따르기로 협의했다.

라응찬 전 회장 차명계좌 의혹 일파만파
발목 잡힌 '한동우-서진원' 투톱 체제

9월14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해임'이 아닌 '직무정지'안이 10대1의 표결로 통과됐다. 이 때까지만 해도 라 전 회장이나 이 전 행장이 승리를 거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반전은 꽤 빠르게 찾아왔다. 10월7일 금융감독원이 라 전 회장에게 금융실명제법 위반혐의로 중징계 방침을 전격 통보한 것. 이에 앞서 한국정치평론가와 한국시민단체네크워크 등 5개 시민단체는 라 전 회장을 금융실명제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무혐의 내사 종결됐던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와 실명제법위반 의혹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바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라 전 회장은 해외 기업설명회 도중 급히 귀국했다. 하지만 10월11일 다시 기업설명회 참석을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했고 금융당국은 이러한 라 전 회장의 행보에 대해 유감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라 전 회장은 결국 10월25일 해외 일정을 앞당겨 귀국했고 10월30일 열린 신한금융 이사회에 참석, 대표이사 회장직을 사퇴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겉으로는 자진사퇴. 알고 보면 불명에 퇴진이었다.

신 전 사장은 신한사태 발생 100여일이 지난 후 사장직 사퇴의사를 밝혔고 이 전 행장은 신 전 사장 상대 횡령·배임 혐의 고소를 취하했다.

스리슬쩍 넘어간
라 전 회장 비리혐의


하지만 검찰은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 모두 이희건 명예회장의 자문료를 횡령했다고 보고 각각 불구속 기소하고 라 전 회장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자문료 15억여원 가운데 이 명예회장에게 지급된 금액은 7억1100만원, 나머지 8억여원 가운데 2억6000여만원은 이 행장이 사용했고 3억7500만원은 라 전 회장의 변호사 비용으로 지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전 행장은 이날 사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그로부터 2년여 후인 지난달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30부는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에 각각 징역 1년6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신 전 사장의 경우 검찰의 공소사실 중 대부분이 무죄로 선고됐으나 일부 횡령 혐의 등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됐다.

우선 재판부는 신 전 사장의 혐의 중 재일교포 주주로부터 수수한 8억원 가운데 2억원을 수수한 혐의와 이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 명목의 은행자금 15억여원 중 2008년 2억6000여만원을 사용한 부문에 대해서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신 전 사장이 투모로그룹 등에 400억원대의 불법대출에 관여한 혐의 등에 대해서는 무죄로 결론 내렸다.

다시 살아난 불씨
차명계좌 23개

이 전 행장의 경우 재판부는 재일교포 주주로부터 기탁금 5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유죄를 인정했고 신 전 사장과 함께 2008년 은행자금 2억6000여만원을 사용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로써 금융계를 들어다 놨다 했던 신한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신한은행은 한동우 신한금융회장과 서진원 신한은행장 '투톱체계'를 구축하고 경영안정화와 내부 결속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한 회장과 신 행장의 취임 첫 해인 2011년 사상 최대인 3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뒀고 지난해에는 금융지주사 중 최고인 약 2조5000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등 실적에서도 순조로운 행보를 이어왔다.

특히 신한사태로 흔들렸던 일본 오사카 쪽 주주들의 신뢰와 지지도 상당부분 회복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라응찬-신상훈-이백순' 신한 빅3 중 유일하게 무혐의를 받아 멀찍이에서 재판과정을 구경하던 라 전 회장에 대한 새로운 의혹들이 속속들이 제기되면서 제대로 발목을 잡힌 모양세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을 파헤치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박 전 회장에게 라 전 회장이 50억원을 건넨 사실을 밝히고 2008년 12월 라 전 회장을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수사했다.

라 전 회장 측은 "50억원은 1991년 신한은행장 취임 당시 이 명예회장이 재일동포 원로주주 4명과 모아서 준 격려금 30억원을 4명의 주주에게 동의를 얻어 장기간 차명예금으로 관리해오다 이자가 계속 붙었고, 이 가운데 50억원을 호형호제하며 가까이 지내던 박 전 회장의 권유에 따라 경남 김해의 골프장 가야컨트리클럽 운영업체인 가야개발 지분 투자 목적으로 줬다"고 해명했다.

이에 검찰은 두 차례 수사 끝에 2009년 6월 무혐의 처분했다. 금융당국 역시 라 전 회장이 실명제 위반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판단했지만 재일동포 주주 4명의 차명계좌 운용만 문제 삼아 3개월 직무정지를 내렸다.


게다가 라 전 회장이 회장직을 내려놓으면서 다른 의혹은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일부 언론이 라 전 회장이 차명계좌 23개를 통해 은행 돈을 빌려 쓰는가 하면 자사주를 매매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하면서 불씨가 살아났다. 금융당국도 확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검사자료 재검토, 끊이지 않는 의혹
관계당국 비리 감싸기 의혹도 '재수사 촉구'

이 매체에 따르면 라 전 회장은 신한은행장 임기 마지막 해인 1998년부터 지인 2명과 차남의 동업자, 재일동포 주주 4명, 신한증권 임원 출신인 김모씨와 그의 친인척 9명 등 모두 23명의 이름으로 차명계좌를 만들어 2008년까지 누적으로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운영했다. 이는 금감원이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 조사 당시 적발한 것보다 훨씬 큰 규모다.

2009년 5월 박모 당시 신한금융 업무지원팀장이 작성한 '총괄표'라는 문건에는 라 전 회장이 단지 실명제 위반뿐 니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불법·탈법적인 자금거래를 한 기록까지 들어있다. 예금계좌와 증권계좌로 자금이 수시로 이동했고 신한금융지주 주식 수만주씩을 사고판 흔적도 있다.

뿐만아니라 차명계좌로 받은 은행 대출금을 라 전 회장과 아들 계좌에 입금하고 나중에 다른 차명계좌에서 인출해 이를 갚은 기록도 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여러 차명계좌를 통해 라 전 회장의 세 아들에게 전달된 돈은 46억원에 이른다.


경제개혁연대는 "각종 의혹에도 사정 당국의 라 전 회장 봐주기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09년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를 벌이다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에서 박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전달된 50억원에 대해 국세청이 이를 확인해 검찰에 수사 통보를 했지만 사정 당국이 소홀히 취급했다"며 "그동안 의혹으로만 남은 부분을 추가 조사하고 제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또 "과거 금융당국이 라 전 회장을 금융실명법 위반으로 징계했지만 발견된 추가 차명계좌의 법령 위반 여부도 조사해야 한다"며 "차명계좌로 신한금융 주식을 보유한 것도 라 전 회장의 주식보유신고서 공시의무 위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된 만큼 내부문건을 확인하고, 당시 검사자료와 검사담당자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 문제에 대한 재조사가 시작될 경우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1심 선고가 내려진 신한 사태와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사건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신한 사태 재판 과정에서 라 전 회장의 지시로 이 전 행장이 이상득 전 의원에게 현금 3억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채 슬쩍 넘어간 바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남산3억원' 미스터리다.

베일에 싸인
남산 3억 실체

이 돈은 2008년 초 이백순 당시 지주 부사장이 "라 전 회장의 지시"라며 서울 남산자유센터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자에게 전달한 3억원에 관련된 돈이다. 재판 과정에서 이상득 전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증언이 나왔지만 정체는 아직 베일에 싸여있는 상태다.

신 전 사장이 1심에서 유죄를 인정받은 2억6000여만원이 남산3억원에 해당하는 돈인 것으로 알려졌다. 2심에서 '남산3억원'이 핵심 안건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신 전 사장은 항소를 준비 중이다.

신 전 사장은 1심 선고 후 "자금조달을 지시한 라 전 회장은 빠져나갔는데 자금 관리에만 관여한 죄로 유죄를 선고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신한금융 관계자는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 관련 혐의는 과거 검찰과 금융감독원이 조사를 진행했던 사안이 다시 부각됐을 뿐이다"며 "새로운 의혹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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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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