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암투] 서초구청에 무슨 일이…

툭 하면 쌈질…바람 잘 날 없는 ‘부자구청’

 [일요시사=사회팀] 서초구청이 시끄럽다. 최근 청원경찰 사인을 놓고 허준혁 전 서울시의원(서초구)이 의혹을 제기하면서 박성중 전 구청장과 진익철 현 구청장 간 공천갈등도 다시금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다.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 서초구 사태. 청원경찰 사인 뒤에 숨겨진 이면을 들춰봤다.


2013년 1월10일 오전 10시. 서초구청 청원경찰로 근무하고 있던 이모(47)씨가 주차장 내 번호판 교체장소에 쪼그려 앞에 앉아 있었다. 이를 발견한 구청 직원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이씨 쪽으로 다가갔다. 이씨는 호흡곤란 상태였고, 직원은 바로 구급차를 불러 인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응급실로 호송했다. 이씨는 당시 급성심근경색 증상을 보여 즉시 시술을 받았지만 결국 오후 3시경에 급성심근경색에 따른 심장 쇼크사 및 폐부종으로 생을 마감했다.

온라인서 공방 열전
구청 측 변명 급급

지난달 10일 발생한 서초구청 청경 사망사건이다. 청경 이씨는 22년째 근무해온 우수 근속자였다. 그는 1월2일 시무식이 시행된 날 진익철 서초구청장이 탄 관용차를 지각 안내했다는 이유로 9일, 영하 11.7도, 체감온도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혹한의 날씨에 해당 구청으로부터 24시간 야외근무를 지시받았다. 이씨를 포함해 같이 근무를 하던 주차장 근무 직원 3명이 시무식을 마친 후 구청으로 돌아오던 진 구청장의 관용차가 들어옴에도 지각대응한 점, 혼잡했던 주차장 상황을 미처 살피지 못하고 초소에 들어가 잡담을 하며 민원차량 주차안내 등을 소홀히 한 점에 대한 비공식 징벌이었다.

당시 진 구청장과 동승했던 조이제 행정지원국장은 그들에게 근무상태 불량을 지적하며 옥외초소 문을 잠근 뒤 “주차장 혼잡 시 모두 초소에 들어가 있을 생각하지 말고 교대로 초소 앞에서 근무할 것을 명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씨의 야외근무는 단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 9일 이씨는 주간근무에 이어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당직근무를 섰다. 즉 영하의 날씨에 24시간 동안 야외에서 근무한 셈이다.

이씨는 오전 9시까지 근무를 마치고 동료직원들과 아침식사를 한 뒤 9시30분경에 초소로 복귀했다. 이후 10시쯤 심장에 무리가 온 듯 청경 이씨는 초소 앞에서 가슴을 부여잡고 쪼그려 앉았고, 이를 지켜보던 동료 직원들이 동료 직원들이 병원으로 호송했지만 끝내 숨졌다. 물론 이씨의 사인이 동사가 아닌 급성심근경색이었고, 야외근무를 지시한 지 일주일이 지난 후 사망한 사건이라 구청 측에 책임을 운운하긴 어렵지만 구청장 관용차량 지각안내에 따른 과도한 문책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갈 문제임에 틀림없었다.


‘돌연사’청원경찰 사인 두고 구청장·의회 충돌
“혹한에 가혹근무로 죽었다”vs“평소 지병 때문”

이윽고 청경죽음이 구청에서 내린 징벌과 연관성이 짙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진 구청장에 대한 해임과 형사처벌(구속)하라는 누리꾼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서초구청은 진 구청장을 감싸는 반박기사를 내는데 급급했다. 진 구청장과 동승했던 조 행정지원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 총무과에 열쇠를 맡기며 교대로 초소를 이용하게끔 근무교육을 시키라고만 했는데 실무팀에서는 3일 오후 1시를 훌쩍 넘어 초소문을 열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영하의 날씨에 청경들은 초소 안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야외근무를 섰으며 28시간 만에 난방기가 설치된 초소문이 열린 셈이 된다.

반면 서초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청경을 24시간 야외근무 시켰다는 주장은 물론 진 구청장 관용차량의 주차안내가 늦었다는 이유로 부당징벌 했다는 건 사실무근이다. 최근 청경이 사망한 것은 맞지만 동사가 아닌 고지혈증과 당뇨를 오랜 기간 앓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청원경찰은 바깥 근무를 할 때, 1시간 근무 후 2시간 휴식을 원칙으로 하루에 총 세 시간의 근무를 선다. 동절기에 야외에서 근무하는 청경들을 위해 오리털 파카, 방한용품 등을 지급, 휴식시간에는 환풍기와 온돌판넬이 설치된 구청사 10층 청경 휴게실에서 쉴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현 구청장
공천갈등 연장전?

서초구청 측의 거듭된 해명에도 청원경찰 사인을 둘러싼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포털 다음 아고라에는 현재 3000여 명에 달하는 누리꾼들이 ‘서초구청장 구속 청원’에 동참했는데,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이 사건과 관련된 검색어가 꽤 오랫동안 1∼2위를 차지하고 있었음에도 곧바로 지워져 구청 측의 직접적인 개입의혹이 잇따랐다. 또 허준혁 전 시의원이 본인의 블로그에 “구청장님 관용차 주차가 늦었다고 사람을 얼려죽이다니…”라는 제목의 게시물로 청원경찰 사인에 진 구청장의 책임이 크다고 일갈한 바 있어 의혹은 더욱 커져만 갔다. 이에 서초구의회도 청경 돌연사 의혹을 낱낱이 밝히기 위해 김익태 진상 조사위원장을 포함한 구의원 8명으로 구성된 ‘서초구 청원경찰 조사특위원회’가 지난달 29일 열리기도 했다.

특위 주재자인 김 의원은 “구청의 해명대로 이씨가 1시간만 근무하고 2시간은 휴게실에서 쉬었다면 8층에 있는 휴게실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는 게 맞다. 그러나 지난 28일 CCTV를 확인한 결과 엘리베이터 CCTV 자료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며 “초소 문을 잠근 당일인 2일 영상이 남아있지 않다. 의도적으로 이를 훼손한 게 아니냐”고 구청의 자료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총무과 관계자는 “고의적으로 없앤 건 아니다. 관리회사에 문의하니 복구가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고 해명했다.

구청장 차량 안내 늦어서 징벌?
영하 16도 외부서 24시간 근무?

항간에선 이 사건을 두고 단순 청원경찰 돌연사로 치부하기보다 ‘전-현 구청장 간 공천후유증’이라는 의견으로 모아지고 있다. 특히 진 구청장 측이 “최근 발생한 청원경찰 돌연사를 빌미로 차기 서초구청장을 노리는 몇몇 인사가 짜고 현 구청장을 궁지에 빠뜨리기 위해 벌인 비겁한 언론 플레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세력을 비난하면서 공천갈등이 끝나지 않았음을 암시했다. 또한 서초구청 측이 개인 블로그에 현 구청장을 공개 디스한 허 전 시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면서, 두 사람의 공천갈등이 정점을 찍은 것으로 추측된다. 

진 구청장 측은 “허 전 시의원은 진 구청장과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서초구청장 공천을 신청했던 인물”이라고 밝혔다. 공천 갈등이 사건의 배후라는 점을 은근히 내비친 것이다. 진 구청장은 허 전 시의원을 고소하기에 앞서 최근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서초경찰서에 고발했다. 박 전 구청장이 재직 당시인 지난 2009년 5000만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다. 당시 진 구청장은 “2010년 취임 직후부터 관련 공무원 실명으로 투서가 수차례 들어와 박 전 구청장에 대한 법적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며 “부서원에 돌아갈 돈을 박 전 구청장이 착복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전 구청장은 “터무니없는 혐의다. 만약 1만원이라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면 구청 앞에서 할복하겠다”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 “경찰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무고로 고소할 것”이라고 일침했다.

마권발매소
교회 인허가

사실 진 구청장과 박 전 구청장의 갈등은 진 구청장이 취임하면서부터 계속됐다. 그들의 악연은 공천이라는 굴레에서 먼저 시작됐다. 진 구청장과 박 전 구청장은 경남고 선후배 사이지만 행정고시 23회 동기다. 먼저 서초구청장을 지낸 박 전 구청장은 지난 2010년 재선에 나서려 했다. 박 전 구청장은 열정적인 청장으로 평판이 자자했지만 주민들과의 잦은 마찰로 진 구청장에게 밀려 공천을 받지 못했다. 당시 구청 주변에서는 행시 23기동기인 고승덕(당시 한나라당·서초을) 전 의원이 진 구청장을 밀어준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박 전 구청장은 2012년 총선에서 서초을 공천을 다시 한 번 노렸으나 고 전 의원이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터뜨리며 또 실패했다. 박 전 구청장 측은 분을 삼키지 못하고 “고 전 의원과 진 구청장이 조직적으로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서초구 의원들은 공천을 앞두고 서로를 물고 뜯는 진흙탕 싸움을 전통관례처럼 이어가고 있었다.
지난 2010년 박 전 구청장이 재선을 노릴 당시 공천의혹이 있었다. 박 전 구청장은 사랑의 교회 측에 신축부지 옆 참나리길 공공도로 지하 땅 1077.98㎡(약 326평), 즉 불법특혜를 내주면서 공천과 관련한 사전결탁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사랑의 교회는 도로지하 점용허가에 대한 당위성 및 근거확보를 위해 서초구청과 기부채납 계약을 했고, 하루 만에 ‘도로지하에 대한 점용허가를 받은 후 건축허가를 신청하라’ 조건부 승인이 났다. 승인의 조건이 된 ‘도로지하에 대한 점용허가’가 15일 만에 났다는 점도 충분히 의심을 살 수 있을만한 사안이었다. 한편 사랑의 교회 신축공사에 들어갈 비용은 총 22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직 구청장 해묵은 감정표출 지적
공천 의혹 등 진흙탕 싸움 수면 위로

다음해 2011년에는 진 구청장의 공천 의혹이었다. 그는 거액의 돈을 받고 마권장외발매소 허가를 내줬다는 의혹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마권장외발행소 설립은 지난 2009년 마사회의 설립 계획이 발표된 이후, 서초구민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온 서초구 최대 지역현안 중 하나다. 결국 무혐의로 마무리됐지만 진 구청장 측은 의혹을 제기한 발원지를 박 전 구청장으로 보고 있다. 박 전 구청장 측은 “박 전 구청장이 박근혜 당선자 대선캠프에서 일했는데 혹시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에 들어갈까봐 이를 막기 위해 진 구청장 측이 말도 안 되는 혐의로 고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해 진 구청장의 지나친 MB사랑이 특혜의혹을 불러일으키는데 한몫 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시절 서울시 문화관광국장과 환경국장 등을 역임한 대표적인 MB맨이다. 그런 그가 내곡동 사저 인근에 테니스장 건립을 추진하면서 “평소 테니스를 즐기는 이대통령을 의식한 게 아니냐”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진 구청장은 서울시로부터 받은 특별교부금 15억원 중 4억6000만원을 내곡동 생활체육시설 건립에 사용한다고 밝히면서 사용도 위법성 논란에 휩싸였고, 이 땅은 서초구 소유로 이 대통령의 사저가 들어설 곳과는 1.5㎞, 이상득 의원이 소유하고 있는 땅과는 불과 1.7㎞ 가량 떨어져 있어 청와대와 사전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진 구청장은 내곡동 1-16번지 유휴지에 8370㎡ 규모의 테니스장 6면과 다목적구장(1000㎡), 주말농장 및 쉼터(1300㎡) 등을 갖춘 생활체육시설을 조성하기로 하고 10월12일 착공식을 했다.

구청장 공천비리
썩은내 진동

청원경찰 돌연사가 서초구 의원들 간 공천비리의 어두운 이면을 낱낱이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이 됐다. 민심을 뒤로한 채 밥그릇 싸움에만 전전긍긍하는 서초구 의원들의 추악한 속내가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다. 
최호정 서초구 시의원은 “강남?서초 지역은 새누리당 공천만 받으면 무조건 당선되는 지역으로 여기니 공천을 둘러싸고 각종 마타도어가 판친다”며 “다른 자치구에서는 주민들 이목이 부끄러워서라도 이렇게까지 못한다”고 혀를 찼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