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X파일]카드사 무이자할부 중단 노림수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1.14 17: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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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 역풍' 맞고…꼬리 내렸나 숨겼나

[일요시사=경제1팀] 신용카드의 '꽃' 무이자 할부 서비스가 잇따라 중단되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의 힘겨루기에 애꿎은 소비자만 불편을 겪고 있다. 금융당국은 여유로운 모습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대형 가맹점에 제공한 무이자 할부 이용실적은 연간 67조원 규모. 2009년 46조5000억원이던 무이자 할부 규모는 2010년 58조9000억원, 2011년 66조9000억원으로 최근 3년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2009년 전체 카드 할부 이용 실적 66조7000억원 중 69.7% 수준이던 무이자 할부 비중도 2010년 전체 실적 76조7000억원 중 76.8%, 2011년 전체 86조원 중 77.8%를 차지했다.  

혜택 무더기 축소

그런데 오는 2월17일을 마지막으로 국민, 롯데, 현대, 하나SK, 신한 등 주요 카드사들이 카드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중단한다.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고수하던 삼성카드도 내달 28일부로 중단에 동참할 예정이다.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인 대형 할인점, 백화점, 면세점, 항공사, 통신사, 온라인쇼핑몰, 보험 등에서 진행되던 가입자 유치용 무이자 할부 서비스가 그 대상이다.

이들 카드사들은 본래 이달부터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중단했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거센 비난 여론에 놀라 무이자 할부 서비스 중단에 한달 가량의 한시적 유예기간을 두기로 한 것이다. 설 명절을 맞아 '이벤트' 성격을 내세워 명분도 세우고 무이자 중단까지 연착륙하겠다는 의도로 읽혀진다.


무이자 할부 서비스 중단은 카드사들과 대형 가맹점들의 알력 다툼에서 촉발됐다.

지난 12월22일 개정·시행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따라 전체 68%를 차지하는 영세중소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1.5%로 0.3%p 내려갔고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은 2%대로 높아졌다. 카드사들은 이 때문에 수익이 감소됐다고 주장, 여전법에 있는 또 다른 항목인 '대형 가맹점은 판촉행사 비용의 50%를 초과하는 비용부담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항목을 들어 대형마트 등 대형 가맹점과 무이자 할부 비용을 나누자고 요구했다. 카드 무이자 할부에 따른 수수료율은 2개월에 2.0%, 3개월에 4.3%. 카드업계에 따르면 2011년 카드사는 이 비용으로 약 1조2000억원을 지출했다. 전업카드사 총 마케팅 비용 5조1000억원의 24%에 달하는 규모다. 이 중 6000억원 정도는 대형 가맹점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형마트는 이를 거절했다. 무이자 할부 마케팅 비용은 카드사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들어간 비용이지 판촉행사 비용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한 수수료율 변경에 따른 수익 감소를 무이자 할부 비용 감축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향후 수수료율 협상에 유리한 입지를 점하려는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감소된 수익은 카드사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설명이다.

대형 가맹점의 이 같은 반응에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 서비스 중단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금융당국은 기름을 붓고 있다. 사태해결에 앞장서기 보다는 방관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무이자 할부가 점차 축소되는 게 옳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무이자 할부에 따른 비용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무이자 할부로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리는 대형 가맹점이나 카드사가 일부 분담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무이자 할부 중단으로 소비자가 불편을 겪는 것은 인정하지만 개정된 여전법의 정착을 위한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할부 서비스 개편…우수고객에 혜택 몰빵
가맹점·카드사 기싸움에 소비자만 '울상'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 간의 마찰과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의 금융당국 사이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목돈을 지불하기도, 고액 할부 수수료를 물기도 부담스러운 서민이다. 설상가상으로 카드사들은 무이자 할부 서비스 중단 외에도 연초부터 부가 혜택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전체 고객이 절반 가량 쓰는 주력 카드들에 대한 전월 실적을 기존보다 최대 300% 올렸다. 포인트와 할인 적립률은 줄이고 매월 받을 수 있는 한도도 만들었다. 실적에 포함됐던 항목을 대폭 줄이고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되던 서비스도 중단했다.


이와 관련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가뜩이나 경기도 어려운데 서민들만 더 살기 어려워 졌다" "카드사와 가맹점의 손해 비용을 왜 소비자에게 전가하나" "일시불로 결제하기 힘든 서민들은 앞으로 비싼 이자까지 부담해야 하나" 등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소비자 단체도 일침을 가하고 나섰다.

금융소비자연맹도 보도자료를 통해 "무이자 할부 종료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라며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게 아니라 카드사와 가맹점은 협의를 통해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카드사들의 출혈경쟁을 막아 절감된 비용을 중소 가맹점들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로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결과가 애꿎은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카드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무이자 할부 거래를 이용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별도의 상품을 내놓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신한카드는 최근 무이자 할부를 쓴 이력이 있는 회원 300만명에게 올 3월 말까지 모든 가맹점에서 2∼3개월 무이자 할부 행사를 진행한다. KB국민카드도 3월 말까지 홈페이지에서 응모한 후 2∼3개월 할부로 거래하면 수수료 전액을 면제해 주는 '3·6·9·12 할부수수료 BIG 할인이벤트 시즌1' 행사를 진행한다.

현대카드는 3월까지 홈페이지에서 신청한 후 해외에서 이용금액이 5만원 이상일 경우 2∼3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한다. 롯데카드는 내달 말까지 '훈훈한 슬림다운 할부 이벤트'를 이용해 2∼3개월 할부를 이용하면 수수료를 감면해준다.

대력 마련 했지만

하지만 이른바 우수 고객들에게 훨씬 많은 혜택을 제공해 역효과를 낳고 있다. 신한카드는 우수 고객(톱스 클럽)에게 가맹점, 보유카드와 상관 없이 등급에 따라 2∼3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한다. KB국민카드도 연 2회 VVIP를 비롯한 우수 회원들에게 전 가맹점에서 2∼3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나SK카드는 최우수 VIP 고객을 대상으로 2∼4개월 무이자 할부를, 롯데카드는 골드웨이브카드 회원에RP 200만원 한도에서 6개월 무이자 할부를 각각 제공하기로 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무이자 할부 서비스 중단으로 논란이 커지자 카드사들이 대책을 내놓았지만 부가 혜택 축소와 고객 차별 정책으로 오히려 외면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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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