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 성매매 특별법 위헌 논란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1.15 10:4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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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매춘은 개인의 자유?

[일요시사=사회팀] 업계 종사자 14만명, 연간 건수 4500만건, 시장규모 8조원. 학계에 보고된 국내 성매매 산업의 현주소다. 재판을 받던 한 성노동자는 "우리만 처벌을 받을 수 없다"며 법원에 위헌심판을 청구했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위헌 여부를 판가름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성매매는 계속되고 있다.

성매매 여성의 처벌 여부를 놓고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위헌 여부를 판가름하는 핵심 쟁점은 자발적 성매매를 국가가 간섭할 수 없는 '개인의 자유'로 인정할 것이냐는 부분이다. 현행법상 자발적 성매매자는 국가의 처벌을 받지만 비자발적 성매매자에게는 보호 조항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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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 21조1항에 따르면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규정돼있다.

그러나 같은 법 6조에는 성매매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처벌특례와 보호 조항이 따로 명시돼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제3자의 강요에 의한 비자발적 성매매를 한 자는 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구별되고 있다.

자발적 성매매를 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A(41)씨는 법원에 위헌심판을 요청했다. 자발적 성매매 여성만을 처벌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었다.


지난 9일 서울북부지법 형사4단독 오원찬 판사는 A씨의 위헌심판 요청을 받아들였다. 오 판사는 "착취나 강요가 없는 성인 간 성행위는 개인의 자기결정권에 맡겨야 하고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됨에도 이 법률 조항은 변화된 사회 가치관을 모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로 법률 판단을 맡겼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서는 이른바 '성매매 특별법'을 둘러싼 각기 다른 해석들이 줄을 이었다.

대검찰청 공식 트위터 계정인 대검찰청 대변인(@spo_kr)은 관련 기사를 링크하면서 "웬만큼 공부한 사람들도 쉽게 결론내리기 어려운 논쟁적인 사안이죠"라는 코멘트를 달았다. 이어 "성매매를 노동으로 볼 것인가의 여부, 성매매 종사자의 자기결정권을 개인의 자유로 존중할 것인가의 여부, 처벌의 실효성 여부 등 하룻밤을 꼬박 새워도 모자랄 쟁점"이라며 이번 사안의 첨예한 논쟁점을 시사했다.

법철학 연구가인 홍성수(@sungsooh) 교수도 "성매매를 합법화하면 일부 성매매 여성들이 법적 보호를 받게 되는 것은 어느 정도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홍 교수는 "성매매를 합법화한 나라들의 사례를 볼 때 합법 성매매 시장, 불법 성매매 시장 가릴 것 없이 커져서 결국 전체 성매매 시장 규모가 확장되었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며 합법화 반대쪽 의견에 힘을 싣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인 박경신 교수(@unbeatenpath)는 "자유로운 성인들 간의 성행위를 돈을 주고받았다 해서 금지할 유일한 합법적 근거는 돈을 받는 쪽이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몸까지 판다는 것, 즉 인권침해"라며 "그래서 복지국가들에서는 (성매매가) 합법"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박 교수는 "성매매금지법이 인권침해방지법의 성격이 있다면 돈을 받는 쪽을 처벌해선 안 된다"고 해석을 내렸다.


아이디 @sonso*********는 "포주들은 처벌하고 자발적으로 성매매 하시는 분들은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게 하면 되지 않냐"며 "인터넷 성매매 시대에 오피스텔 하나 빌리면 되는 것 아니냐"고 답글을 달았다. 이어 "꼭 집창촌이 필요하다면 성매매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거기서 콜센터 형식으로 운영하면 어떻겠냐"고 절충안을 제시했다.

재판 받던 성노동자 법원에 위헌심판 청구
불법? 합법?…넷서 각기 다른 의견 쏟아져

성매매 특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 또한 고개를 들었다. 아이디 @stn***은 "초단기 계약 성매매는 처벌하고 중기계약 동거와 장기계약 혼인은 처벌하지 않는 게 이상한 거다"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닉네임 Jaso****는 "성매매 특별법은 우리사회에서 이해 못할 법"이라며 "양성화하고 관리해야 할 부분을 법의 테두리로 막아 거래비용을 증가시키고 음성 주택화를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남성연대를 지지하는 트위터러 아이디 @sjdml*****도 "창녀만 무죄여선 안 된다. 성을 사는 사람도 무죄여야 한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아이디 @marr****는 "성매매가 뭔 노동이냐"면서 "매춘은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불법인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어 "만약 사는 건 불법이고 파는 건 합법이면 법이 웃긴 거고 둘 모두 불법이 아니라면 자발적 장기매매도 합법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아이디 @leei****는 "성매매는 옛날부터 인륜, 천륜에 반하는 행위였다"며 "위헌제청은 사회 통념상으로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아이디 @eyedoc*******는 "대부분의 남성이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는데 만약 20년 후 당신 딸이 성매매 업소에 합법적으로 면접 보러 간다고 하면 기분이 어떻겠냐?"고 꼬집었다.

반면 닉네임 뚝섬플***은 "성매매를 합법화하자는 남자들이 다 성매매를 할 것이라고 추측하는 건 근거가 없는 일"이라며 "난 합법화하자고 한 게 아니라 국가에서 왜 처벌 하냐고 묻는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페이스북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 Choi****씨도 "성매매는 사회 필요에 따라 발생한 직업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며 "성매매 여성을 손가락질 하고 성매매 방지만 외칠 것이 아니라 성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공공연한 비밀


이처럼 성매매 특별법을 둘러싼 찬반양론이 첨예한 가운데 아이디 @hi_****는 이번 논란에 대해 "사랑과 묶인 현대의 성이 매매(산업) 차원에서 거래되는 것이 옳으냐에 대한 시민들의 견해차가 있다"고 분석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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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