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총리 하마평' 떡시루 엎은 박준영 전남지사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1.14 15: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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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인데…‘나불나불’ 입이 방정

[일요시사=경제1팀] 박근혜 정부 첫 호남총리로 거론되는 박준영 전남지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호남 민심을 건드리는 발언으로 스스로 비난을 자초했다. 일부에서는 박근혜 당선인을 향한 머리 조아리기라는 비판도 쏟아진다. 평소 정치적으로 언행이 신중하고 세련된 원칙주의자로 정평이 나있던 그에게 다른 속내라도 있었던 것일까. 지금의 상황만큼이나 드라마틱한 박 지사의 정치인생을 들여다봤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본격 가동을 시작하면서 다음 관심사는 국무총리 인선에 쏠리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이 청와대 안주인이 되는 2월 25일 전까지 국무위원 인사청문회를 끝내려면 늦어도 이달 말 안에는 인선을 발표해야 하기 때문이다. 갖가지 분석을 토대로 정치권 안팎에선 국무총리 인선에 대한 하마평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
유력 총리로 물망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호남 출신’ 국무총리가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5부 요인 강창희 국회의장(충청), 양승태 대법원장(부산·경남),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대구·경북), 김능환 선관위원장(충청) 중 호남 출신이 아무도 없다는 점에서 지역 안배 차원에서라도 호남인사 등용은 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박 당선인이 ‘대통합’과 ‘책임 총리제 도입’ 방침을 세워 놓은 만큼 중량감 있는 인사가 배치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 같은 조건에 부합되는 인물로 박준영(67·전남 영암) 전남지사가 물망에 오른다. 민주당 소속인 박 지사는 전남에서 3선 지사 고지를 밟았다는 점에서 기용 시 지역화합과 야당 포용의 메시지를 담을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대표적인 ‘DJ맨’으로 국민정부 시절 국내언론비서관, 공보수석 겸 청와대 대변인, 국정홍보처장 등을 지내 국정 경험도 풍부하다.

1946년 전남 영암의 가난한 농촌집안에서 태어난 박 지사는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1972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언론인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박정희 독재가 극에 달했던 유신 체제에서 기자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이내 그의 인생에서 첫 번째 전환점을 맞게 된다. 1980년 5월18일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었고, 박 지사는 살육의 현장을 외면한 언론보도에 항의하며 신문제작 거부에 앞장서다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강제 해직됐다.

당선인 총리 인선 본격화…호남인 박 지사 거론
언론인→청와대 대변인→전남지사…‘DJ 계승자’

이후 박 지사는 미국으로 건너가 1985년 오하이오대학에서 신문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성균관대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두환 정권 말기인 1987년 <중앙일보> 외신부기자로 복직하고 뉴욕특파원을 거쳐 <중앙일보> 편집부국장까지 지내며 언론인의 길을 계속 걸었다.

1997년 12월 김대중 대통령이 사상 최초로 정권교체를 이뤄내며 당선되면서 그의 인생은 두 번째 전환점을 맞는다. 당시 그는 언론계를 떠나 대학 강단에 설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새 정부 출범 직전인 1998년 2월, 김대중 정부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연락을 받고 청와대행을 결심했다.


그가 맡은 첫 보직은 국내언론비서관(1급)이다. 이후 그는 공보수석 겸 청와대 대변인, 국정홍보처장을 거치며 국민의 정부 5년 동안 김대중 대통령의 ‘입’이자 국민의 정부 ‘얼굴’로 역할을 했다.

그는 잊을 수 없는 감격적인 순간으로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꼽는다. 남북간 화해의 장을 연 역사적 현장에 동행했고 그 상황을 외부에 알리고 기록하는 역할을 해 자부심이 크다. 특히 2000년 6월 15일, 훗날 ‘6·15 선언’으로 알려진 남북간 화해 합의문을 직접 발표했던 그 긴박하고 행복했던 순간을 잊을 수 없었다고 회고한다.

국민 정부 이후
정치인으로 대변신

국민의 정부 이후 그는 정치인으로 대변신했다. ‘윤태식 로비의혹’ 사건에 얽혀 곤욕을 치른 뒤 2002년 1월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지만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당 선대본부장을 맡으면서 정계에 들어왔다.

그해 4월, 박태영 전남지사의 자살로 우여곡절 끝에 6·5 보선에 출마해 열린우리당 후보를 물리치고 전남지사에 당선됐다.

당시 민주당은 열린 우리당과의 분당과 탄핵바람으로 2004년 치러진 총선에서 참패한 상황이었다. 후보 난을 겪던 민주당의 전략공천에 의해 전남지사 후보로 추대된 그는 열린 우리당 후보에 비해 지지율이 4배가량 뒤졌지만 상황을 대 역전 시키며 승리를 거둬 전국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어 2006년에는 박주선 현 국회의원과 경선 구도가 펼쳐졌지만 박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결국 단독후보로 결정돼 비교적 수월하게 재선에 성공했고, 주승용 국회의원과 이석형 전 함평군수의 협공에 경선 초반에는 순탄치 않을 것처럼 보였던 3선 도전에도 민주당 깃발을 확보해 성공했다.

도청 이전, J프로젝트, F1대회, 기업유치 등 8년간 전남 도정을 이끌어 오던 그는 지난해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계승자를 자임하며 제 18대 대통령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그러나 낮은 인지도와 지지율을 제고할 기회를 쉽게 찾지 못하고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그는 직접적인 사퇴 배경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친노 세력이 중심이 된 민주당 내에서 대립과 갈등 국면을 넘지 못한 것으로 풀이했다.

당시 그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가장 가슴 아팠던 부분은 ‘호남 후보는 안 된다는 데 왜 그러냐’는 질문이었다”며 “지역주의와 정치공학적 접근이 정치를 후퇴시키고 있다”고 민주당 내 ‘비호남 후보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대선 경선 출마한 이후 아직까지도 민주당과 어색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민심 폄하 발언에
정치인생 최대 위기


이런 갈등의 골 때문인지 그는 18대 대선에서 표출된 호남 민심에 대해 “무겁지 못했고 충동적인 선택”이라고 발언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그는 지난 8일 광주 MBC라디오 <시선집중 광주>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답했다.

대선 후 호남 고립이 우려된다는 진행자 질문에 그는 “시도민들이 스스로 선택한 결과다. 무거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때그때 감정에 휩쓸리거나 어떤 충동적인 생각 때문에 투표하는 행태를 보이면 전국하고 다른 판단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대중 대통령처럼 이 지역 출신으로 오랫동안 지지를 해 준 값어치 있는 분이라면 호남인들이 압도적인 지지를 했어도 그럴만하다고 얘기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호남인 스스로 정치를 잘못했다고 평가한 세력에 대해서 몰표를 몰아준 것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역발전 측면에서 좋은 투표행태는 아니라고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것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친노세력에 대해 “참여정부는 실패했다. 갑작스런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로 국민들은 동정은 했지만 지지는 아니었다. 그것을 착각해 선거를 치렀다”고 비판한 뒤, “지난 대선에는 참여정부에 종사한 사람들이 출마 안했으면 했는데 거슬러 올라갔다. 국민들이 얼마나 무섭고 냉정한지를 인식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충동적 표심’ 발언에 호남 발칵
친노세력과 고질적 갈등 빚기도

민주당 패인에 대해서도 “과거 민주당이 보여줬던 행태가 불안했으며 그것 때문에 국민들이 표를 안줬다. 국민들의 깊은 마음을 읽지 못했고 자성이 없었다”면서 “민주당은 좀 무거운 당이 돼야 한다. 너무 가볍다고 생각한다”며 거듭 힐난했다.


반면 그는 DJ 가신인 한광옥·한화갑 전 의원의 박근혜 지지에 대해선 “평소 존경했던 분들로 그분들의 선택을 존중하며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면서 “민주당내에서 그분들의 역할이 없고, (민주당) 패권주의 때문에 그분들이 그러한 선택을 내렸다”고 감쌌고, 박근혜 당선인에 대해서도 “박 당선인이 약속을 잘 지키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희망을 갖고 있고, 믿는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단결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기회를 잘 활용하면 선진국이 될 것”이라고 박 당선인 중심의 단결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의 발언에 민주당과 호남은 발칵 뒤집혔다. 민주당과 전남북·광주 3개 시도당은 합동논평을 통해 “매우 유감스러운 발언”이라고 비난했고, 호남지역 사람들 역시 “전남도지사라는 분이 호남의 선택을 잘 못이라고 규정하며 몰아붙일 자격이 있는지 묻고싶다”며 강한 배신감을 표출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그가 이 같은 발언을 하게 된 배경과 저의를 의심했다. 언론인 출신인 그가 자신의 발언에 대한 파장을 예견하면서도 이 같은 발언을 한데는 다른 속내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3선 도지사로 더 이상 도지사를 할 수 없는 그는 지역민들의 심판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작심발언’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선으로 더 이상
도지사는 못해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 첫 총리 물망에 오른 그가 언론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신의 정치관을 밝혔다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그는 이명박 정권 때 4대강사업 적극 지지 입장을 밝히는 등 민주당 당론과 배치되는 어깃장을 놓아 논란을 빚었던 전력이 있다.

파문이 확산되자 그는 하루만에 “이는 민주당 변화를 요구한 원론적 발언”이었다며, “(박근혜 정부 첫 총리 기용설에 대해서는) 남은 임기동안 도지사직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소명”이라고 해명했지만 그를 향한 비판여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자진사퇴 압박을 권유받는 등 정치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이런 시점에서 그가 어떤 ‘한 수’를 둘지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박준영 지사는?

▲전남 영암(1946년)
▲인창고
▲성균관대 정치학 박사
▲<중앙일보> 편집국 부국장
▲대통령 공보수석 비서관 겸 대변인
▲국정홍보처장
▲전남지사(3선)
▲민주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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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