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총리 하마평' 떡시루 엎은 박준영 전남지사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1.14 15: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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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인데…‘나불나불’ 입이 방정

[일요시사=경제1팀] 박근혜 정부 첫 호남총리로 거론되는 박준영 전남지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호남 민심을 건드리는 발언으로 스스로 비난을 자초했다. 일부에서는 박근혜 당선인을 향한 머리 조아리기라는 비판도 쏟아진다. 평소 정치적으로 언행이 신중하고 세련된 원칙주의자로 정평이 나있던 그에게 다른 속내라도 있었던 것일까. 지금의 상황만큼이나 드라마틱한 박 지사의 정치인생을 들여다봤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본격 가동을 시작하면서 다음 관심사는 국무총리 인선에 쏠리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이 청와대 안주인이 되는 2월 25일 전까지 국무위원 인사청문회를 끝내려면 늦어도 이달 말 안에는 인선을 발표해야 하기 때문이다. 갖가지 분석을 토대로 정치권 안팎에선 국무총리 인선에 대한 하마평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
유력 총리로 물망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호남 출신’ 국무총리가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5부 요인 강창희 국회의장(충청), 양승태 대법원장(부산·경남),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대구·경북), 김능환 선관위원장(충청) 중 호남 출신이 아무도 없다는 점에서 지역 안배 차원에서라도 호남인사 등용은 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박 당선인이 ‘대통합’과 ‘책임 총리제 도입’ 방침을 세워 놓은 만큼 중량감 있는 인사가 배치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 같은 조건에 부합되는 인물로 박준영(67·전남 영암) 전남지사가 물망에 오른다. 민주당 소속인 박 지사는 전남에서 3선 지사 고지를 밟았다는 점에서 기용 시 지역화합과 야당 포용의 메시지를 담을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대표적인 ‘DJ맨’으로 국민정부 시절 국내언론비서관, 공보수석 겸 청와대 대변인, 국정홍보처장 등을 지내 국정 경험도 풍부하다.

1946년 전남 영암의 가난한 농촌집안에서 태어난 박 지사는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1972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언론인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박정희 독재가 극에 달했던 유신 체제에서 기자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이내 그의 인생에서 첫 번째 전환점을 맞게 된다. 1980년 5월18일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었고, 박 지사는 살육의 현장을 외면한 언론보도에 항의하며 신문제작 거부에 앞장서다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강제 해직됐다.

당선인 총리 인선 본격화…호남인 박 지사 거론
언론인→청와대 대변인→전남지사…‘DJ 계승자’

이후 박 지사는 미국으로 건너가 1985년 오하이오대학에서 신문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성균관대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두환 정권 말기인 1987년 <중앙일보> 외신부기자로 복직하고 뉴욕특파원을 거쳐 <중앙일보> 편집부국장까지 지내며 언론인의 길을 계속 걸었다.

1997년 12월 김대중 대통령이 사상 최초로 정권교체를 이뤄내며 당선되면서 그의 인생은 두 번째 전환점을 맞는다. 당시 그는 언론계를 떠나 대학 강단에 설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새 정부 출범 직전인 1998년 2월, 김대중 정부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연락을 받고 청와대행을 결심했다.


그가 맡은 첫 보직은 국내언론비서관(1급)이다. 이후 그는 공보수석 겸 청와대 대변인, 국정홍보처장을 거치며 국민의 정부 5년 동안 김대중 대통령의 ‘입’이자 국민의 정부 ‘얼굴’로 역할을 했다.

그는 잊을 수 없는 감격적인 순간으로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꼽는다. 남북간 화해의 장을 연 역사적 현장에 동행했고 그 상황을 외부에 알리고 기록하는 역할을 해 자부심이 크다. 특히 2000년 6월 15일, 훗날 ‘6·15 선언’으로 알려진 남북간 화해 합의문을 직접 발표했던 그 긴박하고 행복했던 순간을 잊을 수 없었다고 회고한다.

국민 정부 이후
정치인으로 대변신

국민의 정부 이후 그는 정치인으로 대변신했다. ‘윤태식 로비의혹’ 사건에 얽혀 곤욕을 치른 뒤 2002년 1월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지만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당 선대본부장을 맡으면서 정계에 들어왔다.

그해 4월, 박태영 전남지사의 자살로 우여곡절 끝에 6·5 보선에 출마해 열린우리당 후보를 물리치고 전남지사에 당선됐다.

당시 민주당은 열린 우리당과의 분당과 탄핵바람으로 2004년 치러진 총선에서 참패한 상황이었다. 후보 난을 겪던 민주당의 전략공천에 의해 전남지사 후보로 추대된 그는 열린 우리당 후보에 비해 지지율이 4배가량 뒤졌지만 상황을 대 역전 시키며 승리를 거둬 전국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어 2006년에는 박주선 현 국회의원과 경선 구도가 펼쳐졌지만 박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결국 단독후보로 결정돼 비교적 수월하게 재선에 성공했고, 주승용 국회의원과 이석형 전 함평군수의 협공에 경선 초반에는 순탄치 않을 것처럼 보였던 3선 도전에도 민주당 깃발을 확보해 성공했다.

도청 이전, J프로젝트, F1대회, 기업유치 등 8년간 전남 도정을 이끌어 오던 그는 지난해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계승자를 자임하며 제 18대 대통령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그러나 낮은 인지도와 지지율을 제고할 기회를 쉽게 찾지 못하고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그는 직접적인 사퇴 배경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친노 세력이 중심이 된 민주당 내에서 대립과 갈등 국면을 넘지 못한 것으로 풀이했다.

당시 그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가장 가슴 아팠던 부분은 ‘호남 후보는 안 된다는 데 왜 그러냐’는 질문이었다”며 “지역주의와 정치공학적 접근이 정치를 후퇴시키고 있다”고 민주당 내 ‘비호남 후보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대선 경선 출마한 이후 아직까지도 민주당과 어색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민심 폄하 발언에
정치인생 최대 위기


이런 갈등의 골 때문인지 그는 18대 대선에서 표출된 호남 민심에 대해 “무겁지 못했고 충동적인 선택”이라고 발언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그는 지난 8일 광주 MBC라디오 <시선집중 광주>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답했다.

대선 후 호남 고립이 우려된다는 진행자 질문에 그는 “시도민들이 스스로 선택한 결과다. 무거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때그때 감정에 휩쓸리거나 어떤 충동적인 생각 때문에 투표하는 행태를 보이면 전국하고 다른 판단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대중 대통령처럼 이 지역 출신으로 오랫동안 지지를 해 준 값어치 있는 분이라면 호남인들이 압도적인 지지를 했어도 그럴만하다고 얘기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호남인 스스로 정치를 잘못했다고 평가한 세력에 대해서 몰표를 몰아준 것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역발전 측면에서 좋은 투표행태는 아니라고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것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친노세력에 대해 “참여정부는 실패했다. 갑작스런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로 국민들은 동정은 했지만 지지는 아니었다. 그것을 착각해 선거를 치렀다”고 비판한 뒤, “지난 대선에는 참여정부에 종사한 사람들이 출마 안했으면 했는데 거슬러 올라갔다. 국민들이 얼마나 무섭고 냉정한지를 인식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충동적 표심’ 발언에 호남 발칵
친노세력과 고질적 갈등 빚기도

민주당 패인에 대해서도 “과거 민주당이 보여줬던 행태가 불안했으며 그것 때문에 국민들이 표를 안줬다. 국민들의 깊은 마음을 읽지 못했고 자성이 없었다”면서 “민주당은 좀 무거운 당이 돼야 한다. 너무 가볍다고 생각한다”며 거듭 힐난했다.


반면 그는 DJ 가신인 한광옥·한화갑 전 의원의 박근혜 지지에 대해선 “평소 존경했던 분들로 그분들의 선택을 존중하며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면서 “민주당내에서 그분들의 역할이 없고, (민주당) 패권주의 때문에 그분들이 그러한 선택을 내렸다”고 감쌌고, 박근혜 당선인에 대해서도 “박 당선인이 약속을 잘 지키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희망을 갖고 있고, 믿는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단결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기회를 잘 활용하면 선진국이 될 것”이라고 박 당선인 중심의 단결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의 발언에 민주당과 호남은 발칵 뒤집혔다. 민주당과 전남북·광주 3개 시도당은 합동논평을 통해 “매우 유감스러운 발언”이라고 비난했고, 호남지역 사람들 역시 “전남도지사라는 분이 호남의 선택을 잘 못이라고 규정하며 몰아붙일 자격이 있는지 묻고싶다”며 강한 배신감을 표출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그가 이 같은 발언을 하게 된 배경과 저의를 의심했다. 언론인 출신인 그가 자신의 발언에 대한 파장을 예견하면서도 이 같은 발언을 한데는 다른 속내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3선 도지사로 더 이상 도지사를 할 수 없는 그는 지역민들의 심판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작심발언’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선으로 더 이상
도지사는 못해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 첫 총리 물망에 오른 그가 언론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신의 정치관을 밝혔다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그는 이명박 정권 때 4대강사업 적극 지지 입장을 밝히는 등 민주당 당론과 배치되는 어깃장을 놓아 논란을 빚었던 전력이 있다.

파문이 확산되자 그는 하루만에 “이는 민주당 변화를 요구한 원론적 발언”이었다며, “(박근혜 정부 첫 총리 기용설에 대해서는) 남은 임기동안 도지사직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소명”이라고 해명했지만 그를 향한 비판여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자진사퇴 압박을 권유받는 등 정치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이런 시점에서 그가 어떤 ‘한 수’를 둘지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박준영 지사는?

▲전남 영암(1946년)
▲인창고
▲성균관대 정치학 박사
▲<중앙일보> 편집국 부국장
▲대통령 공보수석 비서관 겸 대변인
▲국정홍보처장
▲전남지사(3선)
▲민주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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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