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테마2> 부패의 덫에 빠진 사람들

뇌물에 ‘죽고’ 뇌물에 ‘살고’


원칙과 도덕성을 강조했던 참여정부의 부정부패가 양파까지듯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큰형인 노건평씨가 구속되고 자신의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나이키 하청생산) 회장이 노 대통령의 큰형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도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은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됐다가 지난해 12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여기에 남중수 전 KT 사장도 납품업체 등으로부터 수억원을 상납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조영주 KTF 사장도 뇌물혐의로 영어의 몸이 됐다. 이들은 모두 노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부패 공화국’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청렴위’를 만들어 재벌과 사회단체에 ‘청렴’을 강조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재계 인사들의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참여정부 인사들은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세종캐피탈과 상장회사인 H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캐기 위해 검찰이 김형진 전 세종증권 회장을 체포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05년 H사의 주식 308만주(14.7%)를 매수해 2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앞서 세종캐피탈과 대부업체 5~6곳을 압수수색해 김 전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자료를 이미 확보했었다. 그러나 검찰이 정작 예의주시한 부분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김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의혹이었다.

세종증권은 2006년 1월 농협에 인수됐다. 농협은 세종증권의 지주회사격인 세종캐피탈이 보유한 세종증권 지분 1160만주(47.6%)를 주당 8910원, 총 1039억원에 인수했다. 농협은 이후 세종증권에서 NH투자증권으로 이름을 바꿨다. 거액의 비자금과 로비 의혹이 제기된 것도 이때부터다.
이름을 바꾸면서 주가는 무려 10배 이상이 폭등했고, 김 전 회장은 거액을 챙겼다. 이 무렵 증권가에서는 NH투자증권의 주가가 오른 배경에 참여정부 인사들이 연루됐고 이익금을 배분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에 개입해 내부정보를 이용,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농협 회장은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 부지 매각과 관련해 현대·기아차그룹으로부터 3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2006년 5월 검찰에 구속 기소돼 5년형을 선고받은 정대근씨였다. 정씨는 노 전 대통령은 물론 참여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인사로 검찰은 참여정부 인사들의 개입 여부를 수사하기 위해 정씨를 소환조사했다.
게다가 검찰은 농협의 자회사인 휴켐스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특혜를 받아 300억이나 할인된 헐값에 매입했다는 혐의를 수사했다. 농협은 2006년 6월 휴켐스 주식 46%를 태광실업에 넘기는 과정에서 두 차례에 걸쳐 177억원과 127억원씩 금액을 낮췄다. 박연차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으로 부산·경남 지역에서 거물급으로 통한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노 전 대통령 일가와 경남 김해 같은 마을에 살면서 예전부터 알고 지낸 남다른 인연으로 관심을 모이기 시작한 박 회장은 2002년 대선에서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지역에선 ‘박연차 인생도 고속도로처럼 뻥 뚫렸다’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살고 있는 봉하마을 부지도 박 회장의 측근이 노 전 대통령의 형인 건평씨에게 판 땅이다.
휴켐스 주식 헐값 매각 혐의로 박 회장을 수사하던 검찰은 이후 정관계 로비 의혹을 포착,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의 시작이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지휘 아래 이뤄진 ‘박연차 게이트’ 수사로 노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가 구속됐다.
대검 중수부는 정 전 회장에게 세종증권 매입을 청탁해주는 대가로 홍기옥 세종캐피탈 대표로부터 정씨 형제와 함께 29억6000여 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노씨를 기소했다.
노씨는 이후 법정에서 정화삼씨 형제의 부탁으로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 세종증권 인수 청탁을 하고 대가성으로 3억원을 받은 부분과 정원토건 회사 돈으로 차명주식과 부동산을 구입한 사실을 인정했다. 또 5억여 원의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조세범처벌법 위반)에 대해서도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했다.
이후 박 회장 수사과정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거나 로비를 벌인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일각에선 ‘박연차 게이트’로 시작한 수사가 ‘노무현 게이트’로 마감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참여정부 인사들 가운데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광재·서갑원 민주당 의원 등이 구속 및 소환 조사를 받았다. 게다가 노 정부 시절 각각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의전비서관 등을 지낸 이호철씨와 정윤재씨 등 ‘부산파 386’까지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노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의 비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3년 노 전 대통령 후원회장이던 이기명씨의 땅을 처음으로 사들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 전 대통령 후원자로 이름을 알린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도 친노 핵심인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또 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한 뒤 경남 김해 봉하마을 주변 친환경 사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주)봉하에 70억원을 투자한 경위와 자금출처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받고 있다.

노 대통령과 직·간접적 관련 인사들 줄줄이 검찰행
친형·후원자·동기·선배 등 거미줄처럼 연결된 인맥

7선 의원 출신이며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인 신상우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도 사정의 칼날을 피해갈 순 없었다. 신 전 총재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부산지역 후원회장을 맡았고 그 인연으로 전 정권에서 열린우리당 상임고문을 지낸 바 있다.
검찰은 지난 1월14일 KTF와 KTF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신 전 총재를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날 검찰은 신 전 총재가 조영주 전 KTF 사장의 인사 문제를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아들을 KTF 납품업체에 서류상으로만 취업시켜 놓고 2년간 매달 500만~600만원의 월급을 받게 하는 등 억대의 금품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또 신 전 총재가 조 전 사장으로부터 거액의 현금 등을 상납 받은 단서도 확보했으며 KTF 납품업체로부터 법인카드를 제공받아 2년간 수천만원을 사용한 혐의도 포착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남중수 전 KT사장은 조 전 KTF사장으로부터 납품업체 선정이나 인사청탁 명목으로 수년간 매달 200만~500만원씩을 차명계좌로 받고 하청업체에서도 현금 수천만원을 받는 등 총 3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조 전 사장은 납품 업체 대표로부터 납품 청탁과 함께 24억여 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각각 구속기소됐다. 이후 지난 2월12일 남 전 사장은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2억7000여 만원을, 조 전 사장은 징역 3년에 추징금 24억여 원을 각각 선고 받았다.
백종헌 프라임 그룹 회장도 400억원대 횡령과 배임 혐의 등 각각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백 회장은 참여정부 실세인 이모씨와 절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프라임그룹도 참여정부 때 동아건설을 인수하는 등 급성장세를 보였다.
백 회장은 지난 2003년 1월 프라임개발의 자금 30억원을 주주·임원·종업원 대여금 명목으로 빼내 자신의 펀드 투자금으로 사용하는 등 2002년 10월부터 올 4월까지 그룹 계열사 자금 300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06년 동아건설을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뒤 동아건설 자금을 끌어다 인수대금을 갚는 변형된 형태의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동아건설에 4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치는 등 모두 800억여 원을 배임한 혐의도 받고 있다. 현재 백 회장은 법원이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어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역대 대통령 친인척 비리
정권 교체되면 실체 ‘기지개’

대통령 친인척의 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떤 정권도 예외는 없었다. 정권교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실체가 드러나곤 했다. 전두환 정권에서는 동생 전경환씨가 구속됐다. ‘리틀 전두환’으로 불릴 만큼 실세 중의 실세였던 전씨는 새마을 왕국을 건설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정권 핵심부였다. 하지만 새마을 운동본부 공금횡령 사건으로 구속됐다.
처삼촌 이규광씨와 사돈 장영자·이철희씨 부부, 처남 이청석씨 등도 비리를 저질렀다. 노태우 정권에선 고종사촌 처남인 박철언씨가 구속됐다, ‘황태자’ ‘실세 중의 실세’로 불렸던 박씨는 당대에는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정권의 풍운아 중 한 사람이었지만 결국 슬롯머신 사건으로 정치인생의 막을 내려야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에는 차남 현철씨가 재임 중 구속됐다. 현철씨는 정권 말기인 1997년 한보사건으로 정권 핵심인사들과 함께 구속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 중에 차남 홍업씨와 3남 홍걸씨가 구속됐다.
각각 조세포탈 혐의와 알선수재 혐의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노 전 대통령의 큰형인 건평씨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로비관련 금품수수혐의로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마약·연예인 매춘 등 검찰 수사 5차례 받아

현재 불법 정치자금 논란 한 가운데 서 있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지난 1990년 큰 파장을 일으켰던 ‘재벌2세 마약·매춘사건’ 당사자 중 한 명이다.
박 회장은 모델, 탤런트 등 여성 연예인 수명과 함께 필로폰을 흡입하고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그해 2월 검찰에 수배됐다. 박 회장과 검찰의 첫 악연이다. 당시 잠적했던 박 회장은 같은 달 20일 검거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방탕한 재벌2세’로 낙인찍혔던 박 회장은 사건 이후 ‘건실한 사업가’로 변신, 김영삼 정부 임기 말인 97년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2000년 2월에는 과학기술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다는 취지에서 자신의 호를 딴 ‘정산장학재단’을 만들어 10억원을 출연하기도 했다. 2003년에는 베트남 정부로부터 ‘베트남에 가장 크게 기여한 한국인’으로 뽑혀 훈장을 받았다.
사업가로 승승장구하던 그의 이름이 다시 언론에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 소유 부동산을 매입한 이후다. 노 대통령과 특별한 관계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박 회장의 셋째 딸이 당시 청와대에 근무한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2004년에는 2002년 당시 노무현 민주당 대선 후보 정무팀장이었던 안희정 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7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2006년에는 지방 선거를 앞두고 열린우리당 의원 20여명에게 300만~500만원씩의 정치자금을 차명으로 후원한 혐의로 벌금 700만원에 약식 기소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술에 취한 채 비행기 안에서 난동을 부려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승무원과 기장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비행기 출발을 1시간가량 지연시키는 소란을 피운 혐의다. 부산지법은 지난 5월22일 박 회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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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