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속타는 속사정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1.07 16:41:36
  • 댓글 0개

15년 장기집권 목전 '입술이 바짝바짝'

[일요시사=경제1팀] '최장수 은행장'으로 유명한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의 5연임 여부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임기는 올 3월 말까지. 연임에 성공하면 15년 장기집권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은행 내부 불만과 고배당 지속 논란 등으로 성공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하 행장이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도 겸임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본사인 씨티그룹이 회장과 행장을 분리선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12년 장기집권'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하영구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 겸 씨티은행장의 5연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회장직은 5월31일, 은행장직은 3월31일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영대학원을 거쳐 1981년 씨티은행에 입행한 하 행장은 씨티은행 수석딜러, 자금담당 총괄이사 등을 거쳤다. 2001년 한미은행장에 오른 그는 2004년부터 한국씨티은행장과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을 맡아왔다. 2010년 3월 연임에 성공해 국내은행권 최초로 4연임에 성공한 첫 은행장이 됐다.

독주체제 장기화

호남계(전남 광양) 인사인 하 회장은 '경기고·서울대' 출신 인사라는 점을 볼 때 저물어가는 MB정부의 '역풍'으로부터 여타 금융권 CEO들과는 다르게 자유롭다. 하 행장을 대체할 마땅한 차기 후보가 없다는 점과 스티븐 버드 씨티그룹 아시아·태평양 대표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현재 한국씨티은행 수석부행장은 이흥주 부행장, 임연빈 부행장, 박진회 부행장 등 3명. 이들 모두 은행 내 영향력은 크지만 하 행장을 대체할 만한 역량은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버드 대표는 2010년 하 행장의 4연임 당시 힘을 실어줬고 하 행장도 우호적인 관계 유지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최근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어서도 버드 대표가 주관하는 행사에 목발을 짚고 참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독주체제 장기화로 은행 내부의 불만이 많고 실적악화에도 불구 고배당 지속 논란 등으로 '5연임 회의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회의론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본사 씨티그룹 새 수장에 오른 마이클 코뱃 회장이다. 지난해 10월 판디트 전 회장 후임으로 수장 자리에 앉은 그는 '구조조정 전문가'로 통한다. 취임 날짜와 코뱃 회장이 CEO 자리에 오르기 직전까지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총괄 CEO를 역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 행장과는 업무적 교류 기회가 많지 않았다. 향후 코뱃 회장의 행보에 따라 하 행장의 연임 여부가 판가름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 내부 하 행장의 입지도 위태롭다. 금융당국의 자제 요청을 무시하고 실시한 고배당 때문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2004년 씨티그룹 인수 후 2005년 916억원, 2006년 655억원, 2007년 917억원, 2010년 1002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2011년에는 당기순이익 4568억원 중 1300억원의 최대 배당을 실시해 눈총을 받았다. 지난해 말에는 800억원 가량의 중간배당을 결의하기도 했다. 한국씨티은행이 미국 씨티그룹의 현금입출금기(ATM)라는 말도 나오는 상황이다.

반면 사회공헌에는 소극적이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10년 한국씨티은행의 사회공헌 지원액은 78억9000만원. 당기순이익 대비 사회공헌자금은 시중은행 최저인 2.5%에 불과하다. 지방은행인 대구은행, 광주은행, 전북은행의 80억∼189억원 보다 낮았다.

오는 3월 임기 만료 "5연임 여부에 주목"
고배당 논란·실적 악화·노조 반발 발목?

실적도 신통치 않다.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의 2012년 3분기 순익은 전년 1392억원에서 371억원으로 73.3% 급감했다. 시장점유율도 2.3%에서 2.2%로 하락했다. 2008년 300명 가량의 직원을 내보낸 지 4년 만에 희망퇴직을 받아 199명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본사에 대한 고배당과 영업악화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서민살림에 떠 안겼다. 지난해 말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를 소폭 인상했고 올해부터는 카드 부가혜택을 기존보다 최대 30∼50% 줄일 예정이다.


은행 내부 분위기도 좋지 않다. 2011년 3월 한국씨티은행 노조가 인사 및 연봉체계 등에 대한 항의로 행장실을 점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노조의 행장실 불법점거는 이메일 한 통 때문에 시작됐다. 같은 해 3월23일 직원 인사를 단행한 후 한국씨티은행은 '인사정보'라는 이름으로 전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발송했다. "올해 한국씨티은행은 1급 승진자가 없다" "타 은행 중에는 3급까지 성과연봉제를 실시하는 곳들이 있는데 이는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한국씨티은행도 합리적 직급체계 운영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노조는 이를 사측이 성과연봉제를 확대하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로 받아들이고 3일 후 은행장실을 점거했다. 씨티은행은 1·2급에 한해 연봉제를, 그 외 3∼5급은 호봉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매년 시행하던 1급 승진자를 배출하지 않은 것은 1·2급 통합은 물론 연봉제 확대를 위한 사측의 작업이라는 것이 노조 측 설명이다.

하 행장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쫓겨나 9층 빈 방으로 출근해야 하는 굴욕을 맛봤다. 하 행장은 임연빈 부행장이 노조에 '노조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준 4월3일 저녁이 돼서야 집무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실시해온 임금단체협상도 희망퇴직 문제로 노사가 갈등을 보이면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이다. 한국씨티은행 노조는 "국내외 대외환경이 좋지 않아 성과급 지급 등을 놓고 사측과 의견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신중하게 요구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 불만 확산

하 행장이 내외적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지주사 회장 및 은행장 겸직 분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하고 있는 하 행장 입장에서는 은행장을 하지 않더라도 지주사 회장으로서 막강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고 장기 집권에 대한 부담감도 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배당, 실적악화, 장기집권 등 내외적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하 회장이 위기를 극복, 전무후무한 5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영구 라이벌' 리차드 힐은?

연임 성공…3년 임기 시작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리차드 힐 은행장을 지난달 17일자로 3년 임기 은행장에 재선임했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도 리차드 힐 대표이사 회장을 재선임했다.

리차드 힐 행장은 지난 2008년 1월 당시 스탠다드차타드제일은행 CFO 및 전략담당 부행장으로 한국 근무를 시작, 2009년 6월30일 한국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의 설립과 함께 금융지주 부사장을 겸임했다. 같은 해 12월17일에는 한국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 대표이사 겸 스탠다드차타드제일은행장으로 취임했다.


리차드 힐 행장은 이번 연임 결정에 대해 "이번 이사회 재선임을 통해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게 되어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6500여 임직원의 헌신과 열정에 대해 큰 자긍심을 느끼며 스탠다드차타드의 브랜드 약속인 Here for good의 기치 아래 도전적인 경제환경을 극복하면서 앞으로의 3년을 밝게 펼쳐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