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재계는 지금 '차남 전성시대'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1.11 10: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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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보다 잘나가는 ‘아우 회장’ 뜬다

[일요시사=경제1팀] 재벌가에선 장남이 곧 기업을 잇는다는 장자계승 공식이 있었다. 세월이 지나 조금 사정이 나아지긴 했지만 차남들은 늘 형보다 못한 2위 자리에 만족해야했다. 그러나 재계는 지금 ‘차남 전성시대’다. 누구의 동생, 누구의 둘째아들이라는 ‘꼬리표’에서 벗어나 경영수완을 발휘하며 경영전면에 나선 ‘실세 차남’들이 속속 배출되고 있다.

 

 

‘차남 경영시대’를 써가는 대표적인 인물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다. 서 회장은 새해 첫날 사장에서 회장으로 전격 승진하면서 오는 2020년까지 세계 7대 화장품 회사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고 서성환 창업주의 차남인 서 회장은 경성고-연세대 경영학과, 코넬대학교 경영대학원을 마친 수제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87년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전신인 태평양화학에 입사하면서 2세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탁월한 성과로
경영능력 입증

서 회장의 경영능력은 1992년 경영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던 태평양제약의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빛을 발했다. 붙이는 관절염 치료제 ‘케토톱’을 개발해 흑자로 전환시키는 등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것.

이후 그는 1994년부터 3년 동안 태평양 기획조정실을 총괄하면서 체계적인 경영 시스템을 만드는 등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부친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은 서 회장은 30대 초반의 나이였던 1997년에 일찌감치 후계자로 지명돼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사장 취임 후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을 세계로 뻗어 나가는 명품 기업으로 바꿔놓았다. 특히 설화수, 헤라, 라네즈, 아이오페, 마몽드 등 기존 제품을 잇달아 히트 브랜드로 변신시키며 업계의 부러움을 샀다.

이후 2002년 3월 글로벌기업으로서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영문 상호인 아모레퍼시픽 코퍼레이션을 처음 선보였고 2003년 1월 부친이 숙환으로 별세한 이후에는 자신만의 패러다임으로 회사를 이끌어 갔다.

그는 창업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기존의 보수적인 경영에서 벗 어나 능력급제 등 개혁정책을 펼치며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혁신은 곧 성과로 이어졌다. 서 회장은 사장 취임 후 12년 만인 2010년엔 회사 규모를 네 배로 키워냈다. 회사의 비약적인 성장과 함께 서 회장 자신도 지난해 말 자산 2조원 이상의 부자클럽에 이름을 올리는 경사를 맛봤다.

경영권 승계 ‘세컨드’바람…“내가 제일 잘나가”
형 그림자에 가려있다 뒤늦게 급부상 지휘봉 잡아

지난해 초 1조7950억원이었던 서 회장의 자산총액이 연말에 2조8380억원으로 58.1%나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상장 및 비상장 주식부자 100명 중 9위였던 서 회장의 순위는 1년 만에 4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반면 동생보다 5년 먼저 회사에 입사해 후계 경영수업을 받던 장남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은 탁월한 경영성과를 낸 동생에게 후계자 자리를 빼앗긴 뒤 종합산업, 금속, 용기 등 기술 소재분야를 물려받았으나, 서 회장이 이끌고 있는 회사에 비해서는 그 규모가 너무 초라한 수준이다.

국내 재계 5위 규모인 롯데그룹의 후계자 역시 신격호 총괄회장의 차남 신동빈 회장이다. 신 회장은 신 총괄 회장의 두 번째 부인인 일본인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미국 콜롬비아대에서 MBA를 마치고 1981년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 글로벌 감각을 키웠다.

롯데에 몸을 담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일본 롯데상사 입사 하면서 부터다. 2년 뒤 한국 롯데그룹에 합류해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입사했고, 코리아세븐 전무를 거쳐 1997년 그룹 기획조정실 부회장으로 임명됐다.

신 회장은 이때부터 사실상 롯데그룹의 후계자로 자리를 굳혔다. 2004년 기획조정실이 정책본부로 격상됐고 신 회장이 본부장을 맡으며 실질적 사령탑으로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해온 것이다.

신 회장은 노무라 증권에서 쌓은 국제 금융 감각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M&A를 단행하며 그룹의 외형 성장도 주도했다. 그의 공격적인 M&A는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중국과 인도네시아 대형마트 마크로, 벨기에 초콜릿 회사 길리안, 말레이시아 석유화학 기업 타이탄 등을 인수해 해외 시장을 지속적으로 개척해 나갔다.

롯데그룹은 나날이 덩치를 키우면서 2010년 사상 최대 규모인 61조원의 매출을 올렸고 매출 기준으로 삼성-현대기아차-SK-LG에 이어 국내 재계 5위 그룹의 자리를 확고히 굳혔다.

불리한 여건서
출발해 성공

이후 2011년 2월, 신 회장은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의 적통을 이어 받았다.
이에 반해 신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부회장은 한국롯데에 비해 규모가 10배 이상 작은 일본 롯데를 맡고 있다.

신 회장이 형을 제치고 한국롯데를 물려받을 수 있었던 배경은 그의 공격적인 경영스타일이 한 몫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인 신 부회장은 내성적인 성격에다 학자풍인 반면 신동빈 회장은 보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스타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리바게뜨로 유명한 SPC그룹 허영인 회장도 허창성 창업주의 차남이다. 삼립식품 창업주인 허창성 회장은 장남인 허영선씨에게 삼립식품을 물려주고, 차남 허 회장에게는 삼립식품의 자회사였던 샤니를 넘겨줬다.

당시 샤니는 삼립식품에 비해 회사 규모 등 모든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회사였다. 매출 규모도 삼립식품의 10%정도로 초라했다.

샤니를 물려받은 허 회장은 미국 대학 경영학과(MBA)를 포기하고 한우물만 파기 시작했다. 미국 제빵학교에서 빵과 과자에 대해 배웠고, 귀국 후 파리크라상과 파리바게뜨를 설립, 태극당과 고려당이 장악했던 한국 제빵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허 회장은 손대는 브랜드마다 모두 1위로 만들어내는 능력으로 식품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샤니를 모태로 성장한 허 회장호 SPC그룹은 2000년 매출액이 4800억원이었던 작은 기업에서 3조 원을 넘어서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SPC그룹은 파리크라상,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빚은, 파스쿠찌 등 5000여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반면 삼립식품 본체를 넘겨받은 형 허씨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리조트 사업에 크게 투자했다가 부도를 막지 못했다. 1997년 부도 후 5년여에 걸친 법정관리 기간에 마이너스 성장과 적자를 지속하던 삼립식품은 결국 동생 허 회장이 운영하던 샤니가 2002년 말 인수했다.

대권 받은 동생
‘형제의 난’도

국내 주류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하이트-진로그룹의 경우도 박경복 조선맥주 창업주를 이어 차남인 박문덕 회장이 이끌고 있다. 박 회장은 만년 2위에 머물던 하이트맥주를 업계 1위로 올려 논 장본인이다.

1991년 박 회장이 회사 사장으로 취임할 당시만 해도 조선맥주는 시장점유율 20%, 부채비율 1600%로 회생가능성이 없는 부실회사였다. 그러나 박 회장은 사장 취임 2년 만에 회장에 오르며 하이트맥주를 개발, 시장에 선보였고 조선맥주를 완전히 변모시켰다.

그 결과 업계1위던 OB맥주를 밀어내고 선두 자리에 올라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 회장은 2005년 소주 시장 1위 업체 진로를 인수하면서 소주와 맥주 시장 최강자 자리에 올라서게 됐다.

반면 박 회장의 형인 박문효 하이트산업 대표는 동생의 성공으로 덕을 본 케이스다. 하이트산업은 맥주병과 포장제조 등을 담당하고 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고 정인영 창업주가 설립한 한라그룹 역시 차남인 정몽원 회장에게 경영권이 넘어갔다.

정 회장은 1979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곧바로 한라해운에 입사, 일찌감치 경영 수업을 쌓아온 인물이다. 그는 만도기계 차장, 한라공조 대표, 만도기계와 한라건설 대표이사 사장을 거치면서 1992년 그룹 부회장직에 올랐다.

그러나 당시 한라그룹의 전체 총괄 책임자는 형 정몽국 회장의 몫이었다. 1989년 부회장에 오른 뒤 한라중공업, 한라시멘트, 한라레미콘 등의 그룹 주요 계열사를 지휘해 정 회장이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었다.

세대교체·위기극복 두 마리 토끼
경영능력 시험 통해 회사 대물림

그러나 1995년 3월 창업주는 돌연 정몽국 회장을 샌프란시스코 지사장으로 내보내고 정몽원 회장을 총괄 경영자로 새롭게 선임하면서 그간 그려온 후계구도를 뒤엎었다. 정 회장이  임원인사 및 경영상의 문제로 실점을 한 것이 창업주의 눈 밖에 난 원인이었다. 

장자 승계가 돌연 차남인 정 회장에게 돌아가자 형제간의 앙금은 소송으로 번졌다. 경영악화에 의해 한라시멘트 등 부도처리된 계열사를 정리하는 와중에 벌어진 일 때문이다.

형은 동생으로부터 한라시멘트 등 주식반환 소송을 제기하며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지만 2009년 9월 한라건설 주식을 전량 처분 하면서 일단락됐다.

이 밖에도 형을 제치고 그룹 대권을 차지한 재계 케이스는 무수히 많다. 우선 참치캔으로 잘 알려진 동원그룹의 경우 김재철 회장의 차남인 김남정 부사장이 동원엔터브라이즈를 이끌며 실질적인 식품분야 후계자로 낙점을 받은 상황이다.

반면 김 회장의 장남인 김남구씨는 그룹의 비주류인 금융분야를 물려받아 현재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로 재직 중이다.

우루사로 유명한 대웅제약도 장남이 아닌 차남 윤재훈 부회장이 그룹 후계구도에서 유리한 위치에 올라 있다.

이 회사 창업주인 윤영환 회장이 장남에게는 대웅식품을 맡기고, 차남인 윤재훈 부회장에게는 그룹의 중추인 제약부문을 일임한 것이다. 반면 윤 회장의 삼남인 윤재승 부회장은 지주회사와 신규·해외사업을 담당하고 이다.

삼형제간 경영권 경쟁구도가 명확하게 드러난 효성그룹의 경우도 장남인 조현준 사장보다는 차남인 조현문 부사장이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조현준 사장은 미국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세간의 질타를 받은 것은 물론 등기이사로 재직 중이던 진흥기업이 워크아웃에 처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또 6개의 IT기업을 엮어 만든 ‘갤럭시아그룹’도 지난해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며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조현문 부사장은 그룹의 주력사업인 중공업 부문장으로 재직하며 지난해 말 눈에 띄는 경영성과를 일궈 냈다.

‘형이냐 아우냐’
그것이 문제로다

특히 그는 2006년부터 중공업 부문을 도맡아 오며 매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는데, 중국 남통우방 변압기 기업 인수나 750kW 및 2MW 급 풍력발전시스템 국내 최초 인증 등은 업계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섬유와 중공업, 산업자재 등 2세들이 각자 맡은 부문을 잘 이끌어가고 있지만 특히 조 부사장은 그룹 전체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이었던 중공업 부문의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경영능력에 대한 재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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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