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1.02 13:5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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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더니 역시나…깜짝 발탁 없었다

[일요시사=경제1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파격'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깜짝인물'은 없었다. 대선 캠프 '재탕 인사' 성격이 강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에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 등용됐다. '만 19세 고시 수석합격' '서울법대 수석졸업' '소아마비 출신 최초의 대법관'이라는 이색 이력을 갖고 있는 김 위원장은 누구일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2월27일 오후 2시 제18대 대통령 인수위원장에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했다. 박 당선인은 평소 김 위원장에 "제가 존경하는 분"이라며 "앞으로 새누리당이 지향하는 소중한 가치, 법치와 원칙, 헌법의 가치를 잘 구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인수위 부위원장에는 전북 고창 출신의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임명했다. 박 당선인은 이날 오전 외부 일정을 잡지 않고 인선작업에 몰두했으며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윤창중 수석대변인을 통해 인수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한 인수위 1차 인선안을 발표했다.

전북 고창 출신
"박 소신 뒷받침"

국민대통합위원장에는 전북 전주 출신인 한광옥 전 선대위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 국민대통합위 수석부위원장에는 전남 여수 태생인 김경재 전 민주당 의원을 각각 발탁하고 청년특위위원장에는 김상민 의원을 기용했다.

대선 과정에 참여했던 '파란 눈'의 전남 순천 출신인 인요한 연세대 교수와 윤봉길 의사의 손녀 윤주경 매헌기념사업회 이사, 김중태 전 서울대 민족주의비교연구회장은 국민대통합위 부위원장단에 합류했다.


전현호 전국대학총학생회모임 집행장과 윤상규 네오위즈게임즈 대표, KBS 2TV <남자의 자격> 합창단을 이끌면서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박칼린 '킥뮤지컬' 스튜디오 예술감독, 하지원 에코맘 코리아대표, 오신환 새누리당 중앙청년위원장, 이종식 채널A기자도 청년특위 위원으로 인수위에 합류했다. 하지원 대표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부모가 모두 전북 출신인데다가 목포대에서 약 3년간 겸임교수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 준 호남 출신으로 분류된다.

윤 대변인은 김 전 소장의 임명에 대해 "당선인의 법치와 사회 안전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뒷받침하고 대통령직 인수위를 통해 새 정부가 원활하게 출범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애 딛고 헌재소장까지…여의주 문 원로법조인
선대위 공동위원장으로 활동 "캠프 인사 재탕"

이와 관련 야권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지만 일부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정성호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에서 "나름대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 인사로 평가하며 박 당선인의 고뇌한 흔적이 엿보인다"며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비롯한 인수위원 모두 박 당선인이 국민에게 약속한 국민대통합시대, 100% 국민행복시대를 실현하는데 앞장서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정미 진보정의당 대변인도 기자회견을 통해 "박 당선인이 1차 인선안 발표를 통해 선거기간 때와 마찬가지로 국민대통합을 다시 간조하고, 특히 우리 사회 고통 받는 청년문제의 해결 의지를 밝힌 것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 인사에 대해서는 '국민 대통합'의 취지와 어긋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성호 대변인은 "대선시기에 극단적 언사를 일삼은 공로로 국민대통합위원회에 합류한 김경재 수석부위원장과 김중태 부위원장이 과연 48% 국민은 통합하는 데 얼마나 기여할 지는 의문이 든다"며 "윤창중 수석대변인은 단연 '옥에 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윤관석 원내대변인도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선대위 조직과의 별 차이가 없는 인수위 인사발표였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뇌 흔적 보이지만
'옥에 티'도 존재

이어 "특히 국민대통합위원회와 청년특별위원회의 경우 조직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인사까지도 선거 당시 선대위 인사들이 자리만 이동한 회전문인사였다"고 비판했다.

이정미 대변인도 "비도덕적 가치관과 저열한 발언으로 국민 분열과 상처를 불러일으킨 윤 대변인을 포함,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이민가겠다'고 한 김경재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부엉이 귀신'으로 비유한 김중태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 등 막말, 극언 인사는 국민대통합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93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만 3세 때 소아마비를 앓아 지체장애 2급을 받았고 학창시절을 어머니 등에 업혀서 보냈다. 이 때문일까. 학구열이 남 달랐던 김 위원장은 서울고 2학년 재학 중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 법대에 입학, 대학 3학년 때인 1957년 고등고시(현 사법고시)에 수석합격했다. 당시 그의 나이 만 19세, 최연소였다. 당시 언론은 '최연소 판사 탄생'을 앞다퉈 보도했다. 1960년에는 '최연소 판사'라는 타이틀로 법조계에 입문했다.

대구지법 판사로 법조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서울가정법원, 광주고법, 서울고법 등에서 부장판사 생활과 서울가정법원장을 거쳐 1988년 대법관에 임명됐다. '최초 장애인 대법관' 타이틀까지 거머쥔 것이다. 1994년부터 2000년 임기를 채울 때 까지 6년간은 헌법재판소장으로 근무했다.

헌법재판소장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김 위원장은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 헌법재판소 자문위원장, 대검찰청 공안자문위원장,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등으로 왕성한 사회활동을 해왔다.

현재는 법무법인 넥서스에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다.

박 당선인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인연도 있다.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직후 군사정부의 '병역 미필 공직자 추방' 방침에 따라 지체장애로 군대를 안 갔다는 이유로 쫓겨날 위기에 처했으나 당시 법조 출입 기자들이 문제를 제기해 판사직을 유지했다.

활동·예산사용
백서로 공개한다

김 위원장은 '소신판결'로도 유명하다. 판사 재임 중이던 1963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를 반대하는 글을 써 구속됐던 송요찬 전 육군 참모총장을 구속적부심에서 석방시키면서 달게 된 타이틀이다. 헌법재판소장 재임 시절에는 과외 금지, 군제대자 가산점제, 택시소유상한제, 영화 사전검열, 동성동본 혼인 금지 등 국민 기본권 침해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헌법에도 '능력에 따라서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돼 있다"며 "그 규정을 만든 전두환 정권 시절엔 금지가 맞을 진 모르지만, 20년이 지났고 시대에 따라 국민의 법의식도 변한다. 법은 그 의식에 맞춰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가족으로는 아내 서채원씨와 2남 2녀의 자녀가 있다. 두 사위와 장남이 김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법조인의 길을 걷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1년 6월 보수 성향의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함게 "동북아의 냉전과 북한의 중국화를 막고 새로운 통일의 시대를 열겠다"는 선진통일연합에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정치권과는 거리를 둬 온 김 위원장은 대선을 두 달여 앞둔 지난해 10월11일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정몽준 전 대표, 황우여 대표와 함께 박 당선인의 중앙선대위 공동위원장에 임명돼 선거를 도왔다.

김 위원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인수위원장으로서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해 박근혜 당선인이 선거 기간 국민들께 반드시 지키겠다고 한 민생 대통령, 약속 대통령, 대통합대통령 등 세 가지 약속 공약을 지킬 수 있도록 보좌하겠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법에 의한 지배가 확립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당선인 민생 약속 지키도록 보좌"
권한 살펴보니 "당선인 부럽지 않다"


김 위원장은 법조인답게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활동할 계획"이라며 법치주의를 기조로 인수위를 운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또 "위원회는 위원회 활동이 끝난 후 30일 이내에 위원회 활동 경과와 예산사용 명세를 백서로 정리해 공개할 것"이라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그는 "인수위원장, 부위원장, 위원, 직원 등은 맡은 바 업무에 전념하되, 직권을 남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밀을 누설하거나 대통력직 인수업무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추가 인선에 대해서는 "위원장, 부위원장, 24명 이내 위원의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 업무이니까 나와 아무 관계가 없고 당선인이 의견을 물어보면 이야기할 수는 있다"면서 "위원회 업무 수행에 적절한 인물을 당선인이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위원장은 무보수 명예직이다. 이들 중 공무원이 아닌 사람들도 위원회 업무와 관련해서 형법 등 벌칙을 적용할 때는 공무원으로 본다. 따라서 직무에 전념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활동비만 지급되고 실비로 소요되는 비용만 법 시행령에 근거해 지원받게 된다. 하지만 권한은 '막강'하다. 특히 전례를 비춰볼 때 '박근혜 정부' 내각 등 핵심 요직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인수위원장은 박 당선인을 보좌해 차기 정부의 조직, 예산, 정책기조, 취임행사 등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모든 사항을 관장한다. 업무수행을 위해 정부 각 부처 파견근무도 요청할 수 있다. 필요 시 정부기관 직원을 소속기관장 동의를 얻어 전문위원, 사무직원 등으로 차출할 수 있고 자문위원회도 둘 수 있다.

요청을 받은 관계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요청에 따라야 하며, 위원회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자료, 정보, 의견 제출 등 필요한 협조에도 응해야 한다.

명예직이지만
'막강' 권한

행전안전부 장관은 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산정해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예비비 등 협조를 구하고 위원회의 효율적인 업무수행을 위해 사무실, 비품, 통신서비스, 차량 등 필요한 업무지원을 하게 된다.

각 분과위원은 위원회 회의에 참여하면서 위원장의 명을 받아 업무를 지휘·감독한다. 전문위원은 위원장, 부위원장, 위원을 보좌하고 소관분과위원회의 업무를 수행한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김용준 위원장 약력>

서울 출생(74)
서울대 법대
고등고시 9회
서울가정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소 소장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법무법인 넥서스 고문
새누리당 중앙선대원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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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