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한국경제 초비상' 10대그룹 총수 '2013로드맵'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1.04 16: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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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터널 지나니…혹독한 가시밭 험로

[일요시사=경제1팀]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국내 10대 그룹 총수들도 하나쯤은 걱정거리가 있기 마련이다. MB정부가 저물어가고 새 정부가 뜨는 이 시점에는 더욱 그러하다. 게다가 올해 경기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불투명해 총수들의 미간은 펴질 줄 모른다. 10대 그룹 총수들, 어떤 걱정거리를 가지고 있을까. 10대 그룹 총수의 어제와 내일을 비교해 봤다.


집안 문제로 뒤숭숭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2012년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한지 25주년이 된 해다. 이 회장 취임 이후 삼성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국가 경제에 큰 몫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지난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최대 호황을 누렸다. 삼성전자 영업이익 70%(15조원)이 휴대폰 사업을 통해 이뤄졌다. 장남 이재용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후계구도도 더욱 공고해졌다.

고민도 있다. 맏형인 이맹희씨와의 상속분쟁과 CJ그룹과의 갈등이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이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씨는 지난해 2월 동생인 이 회장과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삼성생명·전자 주직을 돌려달라는 상속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이 회장의 누나인 이숙희씨, 조카 며느리, 그의 자식들까지 가세한 삼성가 소송은 상속 소송으로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불거졌다. 소송금액만 4조원 규모다.

형제간의 감정대립은 선대회장의 추모식까지 파행으로 이어졌다. CJ측은 삼성이 정문 출입 요구를 계속 거부했다고 비난했고 삼성 측은 참배를 못하게 길을 막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추모식은 반쪽으로 치러졌다.

재계를 대표하는 기업이 삼성이라는 점도 이 회장을 난처하게 하는 부분 중 하나다. 경제민주화 열풍에 삼성이 그 주요 타깃이 되고 있는 것. 압도적인 1등이라는 점에서 담합 문제, 일감 몰아주기, 무노조 원칙에 대한 비판과 질타의 수위도 높다.

2013년 당장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사업 편중성이다. 무선사업부의 선전에 힘입어 승승장구 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다른 사업부와의 시너지 창출도 중요하다.


글로벌 침체 초비상 정몽구 현대차 회장

현대자동차그룹은 2012년 글로벌 700만대 판매를 돌파했고, 브라질 공장을 완공해 남미 시장 공략의 교두보로 삼는 등 충분한 성장을 이뤘다. 현대·기아차의 11월까지 세게 시장 누적 점유율은 3.4%, 2.7%로 지난해 대비 각각 0.5%p 올라 올해 6%대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걱정거리였던 지난해 10월 '미국 과장연비 사태'는 직접 미국 출장에 오른 정몽구 회장의 발 빠른 대처로 무사히 진화됐다.

문제는 내수시장이다. 하반기 들어 세제혜택 등이 맞물려 회복세를 보였지만 전반적으로는 하락세였다. 한-미 FTA와 한-EU FTA, 개별소비세 인하로 수입차의 가격이 낮아진 것이 이유다. 2013년 내수시장 판매목표는 아직 확정하지는 않았으나 현대차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기아차는 목표를 하향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내수 시장을 다지는 데 전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내수시장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더 이상 수입차들에게 시장을 내주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재판 결과 기다리는 최태원 SK 회장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12월 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김창근 부회장에게 의장직을 물려줬다.수펙스추구협의회는 1998년 선경경영협의회라는 이름이 바뀐 것으로 대기업의 사장단 회의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최 회장은 SK주식회사·SK이노베이션·SK하이닉스의 대표이사 회장직을 계속 유지하게 된다. 최 회장은 1년에 3분의 1정도는 해외에서 머물면서 해외사업에 매진할 예정이다. 수펙스 의장직을 내려놓은 것도 이와 맥락을 함께한다.

다만 오는 1월31일 선고공판이 예정되어 있어 결과에 따라 최 회장의 행보는 달라질 수 있다. 최 회장은 2008년 선물에 투자하기 위해 SK계열사 자금 497억원을 빼돌리고 2005년부터 5년여 간 그룹 임원들에게 지급하는 상여금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약 139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을 받고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최 회장의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최 회장과 공모해 자금을 횡령하는 등 총 1943억원의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5년이 구형됐다.

스마트폰에 사활 건 구본무 LG 회장

피처폰 시절 휴대폰 명가로 불렸던 LG전자는 스마트폰 시대에 들어서 부진을 거듭했다. 지난 2010년을 전후로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는 등 경영이 급격히 악화됐다. 구본무 회장은 조직 내부의 체질개선에서 해답을 찾았다. 지난해에만 6차례 임원들에게 체질개선을 주문했다.

LG그룹은 스마트폰 사업 정상화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 2011년 9월 '구본무폰'이라고 불리느 '옵티머스G'를 출시했다. '회장님폰'은 출시와 동시에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예전 '휴대폰 명가'의 명성을 되찾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따라서 LG그룹의 새해 경영화두는 '시장선도'와 '실천'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최근 열린 임원세미나에서 "시장 선도를 향한 실행이 더욱 강조되고 한층 강화되어야 할 것"이라며 "철저한 실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단지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룹 교통정리 골치 신동빈 롯데 회장

MB정권서 승승장구하던 롯데그룹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잠실 제2롯데월드 건축 허가' '맥주사업 진출' '유통 확대' 등 특혜에 가까운 수혜를 받으며 고속성장 해온 롯데는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중소상인들의 조준 대상이 되고 있다. 정권 말 '역풍'을 맞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신동빈 회장이 꺼내들 2013년 경영전략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롯데그룹은 그룹 재정비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2002년 이후 크고 작은 M&A만 30개에 육박할 정도로 롯데그룹은 그간 다양한 분야의 사업에 진출했다. 덩치가 커진 만큼 교통정리는 필수라는 얘기다.

지난해 2월 '부'를 떼고 '회장'으로 경영 일선에 나선 신 회장은 나이가 많거나 오래 머무른 임원들을 용퇴시키고 젊은 피로 수혈했다. 지난해 대대적 인사를 벌인 만큼 올해에는 눈에 띄는 조직개편과 인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계획보다는 단기계획에 힘을 쏟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적 경제불황 예고…외실 보단 내실 다지기
"지금이 기회다" 과감한 투자 등 신사업 발굴도


오너경영 강화한 허창수 GS 회장

허창수 회장의 고민은 GS그룹이 내수와 에너지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GS그룹은 매출 70% 정도를 GS칼텍스에 의지하고 있고 GS리테일과 GS홈쇼핑 등 대부분 내수 기반 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허 회장은 경기침체 속에서도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는 등 신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허 회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4분기 그룹 임원모임에서 "내년 사업계획에는 먼 미래를 보는 안목을 바탕으로 꼭 필요한 투자를 가려내고 과감하게 실행하는 '원대한 구상'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총수 일가의 이동도 허 회장의 뜻을 뒷받침한다. 허 회장의 친동생인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이 GS칼텍스 대표로 선임됐으며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GS칼텍스와 GS에너지 이사회 의장직을 맡아 신재생 에너지 등 신성장 사업에 집중하도록 했다.

KAI 아리송 행보 조양호 한진 회장

지난해 9월 대한항공은 인천국제공항급유시설 입찰에 실패했다. 급유시설 간부가 직원들에게 운영권이 한진 측에 내정됐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가능성은 불투명해졌고 한진과 MB정부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면서 강한 비난을 받았다. 결국 급유시설 운영권은 아시아나에 넘어갔다.


하지만 무엇보다 조양호 회장의 가슴을 아프게 한 것은 KAI 인수 불발이다. 지난해 12월17일 진행된 KAI매각을 위한 본입찰 결과 현대중공업만 본입찰서를 제출해 2차 KAI매각이 유찰됐다. 조 회장은 인수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며 대한항공의 본입찰 불참 배경을 밝혔다. 수의계약으로 진행될 재입찰 참여 여부도 인수 가격 수준에 따라 불확실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10년을 기다렸는데 조금 더 못기다리겠느냐"며 인수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조 회장의 2013 경영전략은 '새 시장 개척'이다. 대한항공은 적극적인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글러벌 네트워크를 강화할 예정이며 한진은 동남아 신흥국가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으로도 진출을 확대할 방침이다.

창사이래 최대위기 김승연 한화 회장

한화그룹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신성장 동력인 태양광 사업이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공백까지 더해졌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다.

왕성한 활동을 벌이던 김승연 회장은 지난 8월 법정 구속이라는 큰 암초를 만났다. 10대 그룹 총수로는 처음이었다. 김 회장은 위장 계열사의 채무를 그룹 계열사가 대신 갚도록 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항소 중에 있다. 지난해 12월5일에는 김 회장의 보석 신청도 기각됐다.

지난해 5월 우리나라 해외건설 역사상 최대이자 해외 신도시 건설 노하우 수출 1호로 한화건설이 80억 달러에 수주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사업단 인력, 협력업체 직원, 제3국인 등이 거주할 캠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지만 앞으로 초대형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한화그룹의 경영공백이 조기에 해결돼야 한다고 건설업계가 지적하고 있다. 1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이라크 2, 3단계 프로젝트 수주활동에 힘을 실어줄 수 없기 때문이다.

M&A 후유증 겪는 박용만 두산 회장

두산그룹 주요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실적전망을 매출 10조28억원, 영업이익 8510억원으로 잡았다가 매출 9조2000억원, 영업이익 6700억원으로 수정했지만 이마저도 달성이 쉽지 않다. 2012년 3분기까지 매출 6조3823억원, 영업이익 3626억원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49억원을 투입해 인수한 미국 밥캣이 2012년 들어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M&A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에는 두산캐피탈 매각도 실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될 전망이다. 두산그룹은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회사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조항으로 2012년 내 두산캐피탈을 매각해야만 했다. 

10대 그룹 중 가장 큰 폭으로 시가총액이 떨어지는 굴욕도 맛봐야 했다. 지난 12월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그룹 시총은 2011년 15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1조4000억원으로 24.10% 하락했다.

박 회장은 이럴 때 일수록 인재경영과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2013년 경영스타일도 소통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대기업 경영자로는 드물게 총 14만9000여명의 팔로워가 뒤따르는 트위터 스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두산그룹 TV광고를 통해 강조하고 있는 '사람이 미래다'라는 문구 역시 박 회장이 직접 쓴 글이다. 그는 "사람이 자산인 기업은 업종이 바뀌어도 경영상황이 변해도 살아남는다"며 "두산그룹이 대표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재무구조 개선 진땀 강덕수 STX 회장

STX그룹은 유럽발 금융위기 이후 장기불황 국면에 접어들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강덕수 회장은 최근 STX팬오션을 매각키로 했다. STX팬오션은 STX그룹 성장의 발판이 된 주요 계열사 중 하나다. 그런데도 STX팬오션을 매각키로 한 것은 그만큼 STX의 위기가 뚜렷해졌다는 뜻이다. 이에 앞서 STX그룹은 유럽의 조선 자회사인 STX OSV를 이탈리아 조선업체에 매각을 확정했다.

강 회장은 STX팬오션 외에도 중국에 있는 조선계열사 STX다롄 자본 유치, STX메탈과 STX중공업의 합병, 해외 자원개발 지분 매각 등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는 STX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재무구조 작업이 모두 마무리된다면 부채감소와 더불어 2조원 이상의 현금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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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