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한국경제 초비상' 10대그룹 총수 '2013로드맵'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1.04 16: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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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터널 지나니…혹독한 가시밭 험로

[일요시사=경제1팀]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국내 10대 그룹 총수들도 하나쯤은 걱정거리가 있기 마련이다. MB정부가 저물어가고 새 정부가 뜨는 이 시점에는 더욱 그러하다. 게다가 올해 경기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불투명해 총수들의 미간은 펴질 줄 모른다. 10대 그룹 총수들, 어떤 걱정거리를 가지고 있을까. 10대 그룹 총수의 어제와 내일을 비교해 봤다.


집안 문제로 뒤숭숭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2012년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한지 25주년이 된 해다. 이 회장 취임 이후 삼성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국가 경제에 큰 몫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지난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최대 호황을 누렸다. 삼성전자 영업이익 70%(15조원)이 휴대폰 사업을 통해 이뤄졌다. 장남 이재용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후계구도도 더욱 공고해졌다.

고민도 있다. 맏형인 이맹희씨와의 상속분쟁과 CJ그룹과의 갈등이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이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씨는 지난해 2월 동생인 이 회장과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삼성생명·전자 주직을 돌려달라는 상속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이 회장의 누나인 이숙희씨, 조카 며느리, 그의 자식들까지 가세한 삼성가 소송은 상속 소송으로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불거졌다. 소송금액만 4조원 규모다.

형제간의 감정대립은 선대회장의 추모식까지 파행으로 이어졌다. CJ측은 삼성이 정문 출입 요구를 계속 거부했다고 비난했고 삼성 측은 참배를 못하게 길을 막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추모식은 반쪽으로 치러졌다.

재계를 대표하는 기업이 삼성이라는 점도 이 회장을 난처하게 하는 부분 중 하나다. 경제민주화 열풍에 삼성이 그 주요 타깃이 되고 있는 것. 압도적인 1등이라는 점에서 담합 문제, 일감 몰아주기, 무노조 원칙에 대한 비판과 질타의 수위도 높다.

2013년 당장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사업 편중성이다. 무선사업부의 선전에 힘입어 승승장구 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다른 사업부와의 시너지 창출도 중요하다.


글로벌 침체 초비상 정몽구 현대차 회장

현대자동차그룹은 2012년 글로벌 700만대 판매를 돌파했고, 브라질 공장을 완공해 남미 시장 공략의 교두보로 삼는 등 충분한 성장을 이뤘다. 현대·기아차의 11월까지 세게 시장 누적 점유율은 3.4%, 2.7%로 지난해 대비 각각 0.5%p 올라 올해 6%대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걱정거리였던 지난해 10월 '미국 과장연비 사태'는 직접 미국 출장에 오른 정몽구 회장의 발 빠른 대처로 무사히 진화됐다.

문제는 내수시장이다. 하반기 들어 세제혜택 등이 맞물려 회복세를 보였지만 전반적으로는 하락세였다. 한-미 FTA와 한-EU FTA, 개별소비세 인하로 수입차의 가격이 낮아진 것이 이유다. 2013년 내수시장 판매목표는 아직 확정하지는 않았으나 현대차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기아차는 목표를 하향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내수 시장을 다지는 데 전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내수시장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더 이상 수입차들에게 시장을 내주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재판 결과 기다리는 최태원 SK 회장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12월 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김창근 부회장에게 의장직을 물려줬다.수펙스추구협의회는 1998년 선경경영협의회라는 이름이 바뀐 것으로 대기업의 사장단 회의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최 회장은 SK주식회사·SK이노베이션·SK하이닉스의 대표이사 회장직을 계속 유지하게 된다. 최 회장은 1년에 3분의 1정도는 해외에서 머물면서 해외사업에 매진할 예정이다. 수펙스 의장직을 내려놓은 것도 이와 맥락을 함께한다.

다만 오는 1월31일 선고공판이 예정되어 있어 결과에 따라 최 회장의 행보는 달라질 수 있다. 최 회장은 2008년 선물에 투자하기 위해 SK계열사 자금 497억원을 빼돌리고 2005년부터 5년여 간 그룹 임원들에게 지급하는 상여금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약 139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을 받고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최 회장의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최 회장과 공모해 자금을 횡령하는 등 총 1943억원의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5년이 구형됐다.

스마트폰에 사활 건 구본무 LG 회장

피처폰 시절 휴대폰 명가로 불렸던 LG전자는 스마트폰 시대에 들어서 부진을 거듭했다. 지난 2010년을 전후로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는 등 경영이 급격히 악화됐다. 구본무 회장은 조직 내부의 체질개선에서 해답을 찾았다. 지난해에만 6차례 임원들에게 체질개선을 주문했다.

LG그룹은 스마트폰 사업 정상화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 2011년 9월 '구본무폰'이라고 불리느 '옵티머스G'를 출시했다. '회장님폰'은 출시와 동시에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예전 '휴대폰 명가'의 명성을 되찾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따라서 LG그룹의 새해 경영화두는 '시장선도'와 '실천'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최근 열린 임원세미나에서 "시장 선도를 향한 실행이 더욱 강조되고 한층 강화되어야 할 것"이라며 "철저한 실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단지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룹 교통정리 골치 신동빈 롯데 회장

MB정권서 승승장구하던 롯데그룹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잠실 제2롯데월드 건축 허가' '맥주사업 진출' '유통 확대' 등 특혜에 가까운 수혜를 받으며 고속성장 해온 롯데는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중소상인들의 조준 대상이 되고 있다. 정권 말 '역풍'을 맞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신동빈 회장이 꺼내들 2013년 경영전략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롯데그룹은 그룹 재정비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2002년 이후 크고 작은 M&A만 30개에 육박할 정도로 롯데그룹은 그간 다양한 분야의 사업에 진출했다. 덩치가 커진 만큼 교통정리는 필수라는 얘기다.

지난해 2월 '부'를 떼고 '회장'으로 경영 일선에 나선 신 회장은 나이가 많거나 오래 머무른 임원들을 용퇴시키고 젊은 피로 수혈했다. 지난해 대대적 인사를 벌인 만큼 올해에는 눈에 띄는 조직개편과 인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계획보다는 단기계획에 힘을 쏟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적 경제불황 예고…외실 보단 내실 다지기
"지금이 기회다" 과감한 투자 등 신사업 발굴도


오너경영 강화한 허창수 GS 회장

허창수 회장의 고민은 GS그룹이 내수와 에너지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GS그룹은 매출 70% 정도를 GS칼텍스에 의지하고 있고 GS리테일과 GS홈쇼핑 등 대부분 내수 기반 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허 회장은 경기침체 속에서도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는 등 신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허 회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4분기 그룹 임원모임에서 "내년 사업계획에는 먼 미래를 보는 안목을 바탕으로 꼭 필요한 투자를 가려내고 과감하게 실행하는 '원대한 구상'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총수 일가의 이동도 허 회장의 뜻을 뒷받침한다. 허 회장의 친동생인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이 GS칼텍스 대표로 선임됐으며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GS칼텍스와 GS에너지 이사회 의장직을 맡아 신재생 에너지 등 신성장 사업에 집중하도록 했다.

KAI 아리송 행보 조양호 한진 회장

지난해 9월 대한항공은 인천국제공항급유시설 입찰에 실패했다. 급유시설 간부가 직원들에게 운영권이 한진 측에 내정됐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가능성은 불투명해졌고 한진과 MB정부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면서 강한 비난을 받았다. 결국 급유시설 운영권은 아시아나에 넘어갔다.


하지만 무엇보다 조양호 회장의 가슴을 아프게 한 것은 KAI 인수 불발이다. 지난해 12월17일 진행된 KAI매각을 위한 본입찰 결과 현대중공업만 본입찰서를 제출해 2차 KAI매각이 유찰됐다. 조 회장은 인수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며 대한항공의 본입찰 불참 배경을 밝혔다. 수의계약으로 진행될 재입찰 참여 여부도 인수 가격 수준에 따라 불확실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10년을 기다렸는데 조금 더 못기다리겠느냐"며 인수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조 회장의 2013 경영전략은 '새 시장 개척'이다. 대한항공은 적극적인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글러벌 네트워크를 강화할 예정이며 한진은 동남아 신흥국가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으로도 진출을 확대할 방침이다.

창사이래 최대위기 김승연 한화 회장

한화그룹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신성장 동력인 태양광 사업이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공백까지 더해졌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다.

왕성한 활동을 벌이던 김승연 회장은 지난 8월 법정 구속이라는 큰 암초를 만났다. 10대 그룹 총수로는 처음이었다. 김 회장은 위장 계열사의 채무를 그룹 계열사가 대신 갚도록 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항소 중에 있다. 지난해 12월5일에는 김 회장의 보석 신청도 기각됐다.

지난해 5월 우리나라 해외건설 역사상 최대이자 해외 신도시 건설 노하우 수출 1호로 한화건설이 80억 달러에 수주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사업단 인력, 협력업체 직원, 제3국인 등이 거주할 캠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지만 앞으로 초대형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한화그룹의 경영공백이 조기에 해결돼야 한다고 건설업계가 지적하고 있다. 1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이라크 2, 3단계 프로젝트 수주활동에 힘을 실어줄 수 없기 때문이다.

M&A 후유증 겪는 박용만 두산 회장

두산그룹 주요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실적전망을 매출 10조28억원, 영업이익 8510억원으로 잡았다가 매출 9조2000억원, 영업이익 6700억원으로 수정했지만 이마저도 달성이 쉽지 않다. 2012년 3분기까지 매출 6조3823억원, 영업이익 3626억원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49억원을 투입해 인수한 미국 밥캣이 2012년 들어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M&A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에는 두산캐피탈 매각도 실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될 전망이다. 두산그룹은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회사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조항으로 2012년 내 두산캐피탈을 매각해야만 했다. 

10대 그룹 중 가장 큰 폭으로 시가총액이 떨어지는 굴욕도 맛봐야 했다. 지난 12월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그룹 시총은 2011년 15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1조4000억원으로 24.10% 하락했다.

박 회장은 이럴 때 일수록 인재경영과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2013년 경영스타일도 소통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대기업 경영자로는 드물게 총 14만9000여명의 팔로워가 뒤따르는 트위터 스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두산그룹 TV광고를 통해 강조하고 있는 '사람이 미래다'라는 문구 역시 박 회장이 직접 쓴 글이다. 그는 "사람이 자산인 기업은 업종이 바뀌어도 경영상황이 변해도 살아남는다"며 "두산그룹이 대표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재무구조 개선 진땀 강덕수 STX 회장

STX그룹은 유럽발 금융위기 이후 장기불황 국면에 접어들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강덕수 회장은 최근 STX팬오션을 매각키로 했다. STX팬오션은 STX그룹 성장의 발판이 된 주요 계열사 중 하나다. 그런데도 STX팬오션을 매각키로 한 것은 그만큼 STX의 위기가 뚜렷해졌다는 뜻이다. 이에 앞서 STX그룹은 유럽의 조선 자회사인 STX OSV를 이탈리아 조선업체에 매각을 확정했다.

강 회장은 STX팬오션 외에도 중국에 있는 조선계열사 STX다롄 자본 유치, STX메탈과 STX중공업의 합병, 해외 자원개발 지분 매각 등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는 STX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재무구조 작업이 모두 마무리된다면 부채감소와 더불어 2조원 이상의 현금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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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