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일요시사> 선정 2013년 기대만발 8인

  • 박민우 pmw@ilyosisa.co.kr
  • 등록 2013.01.03 16:5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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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일요시사=경제1팀] 새해다. 집집마다 희망 가득한 새 대통령 얘기가 화두일 터. 그래도 한숨이 끊이지 않는다. 경제 상황이 너무 어두워서다. 작년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는데, 올해 더 경기가 안 좋다는 소식은 절망적이다. 이래저래 울적한 국민들은 무슨 낙으로 살까. 그나마 우울한 마음을 달래줄 이들이 있어 다행이다.

 

 

①칼 차고 돌아올 안철수

이번 대선에서 강력한 차기 대통령 감으로 국민에게 각인된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 지난해 대한민국 정치판을 뒤흔든 최대 이슈는 바로 '안철수 현상'이었다.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안철수 신드롬'이 확산됐고, 그는 결국 기업인에서 정치인으로 명찰을 바꿔 달았다. 안 전 후보는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릴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으나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대선레이스에서 이탈했다.

이렇게 끝난 게 아니다.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승리하면서 안 전 후보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그는 올해 중 귀국하는 대로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권교체에 실패한 민주당 정계개편에 안 전 후보가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안 전 후보가 직접 신당을 창당할 수도 있다. 대선 과정에서 정치 세력의 중요성을 절감한 만큼 신당 창당은 정해진 수순이란 분석이다. 이와 함께 4월 재보선 출마설도 나오고 있다.

 

②예능계 최대 변수 신정환

올 방송 예능계의 최대 변수는 신정환의 복귀 여부다. 특유의 입담과 재치를 보였던 신정환은 김구라·강호동 복귀에 이어 컴백이 기다려지는 스타 중 한명으로 꼽힌다. 얼마 전 케이블 방송에서 그의 근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신정환은 자신의 건강에 대해 "아직 다리에 쇠가 박혀 있지만 많이 좋아졌다. 수시로 등산도 하고, 산책도 많이 한다"고 전했다. 특히 방송 복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제가 지금까지 조용히 지내는 이유가 있다"며 "복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겠다. 내년이든 방송을 하게 되면 하는 것이고, 못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정환은 2005년 도박사건으로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불법 카지노 VIP룸에서 판돈 500만원을 걸고 속칭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된 것. 당시 재판부는 벌금 700만원의 약식기소로 사건을 마무리했고, 신정환은 방송복귀 후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2010년 해외도박 사실이 또 다시 드러났다. 도박 및 외환관리법, 여권법 위반 혐의를 받은 신정환은 홍콩, 네팔 등에서 도피 행각을 벌이다 5개월 만에 귀국, 곧바로 경찰에 연행됐다. 재판 결과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고, 수감 6개월 만에 성탄절 특사로 가석방됐다.

 

③차세대 국민MC 김기리

개그맨 김기리는 지난해 말 'KBS 2012 연예대상'에서 남자신인상 코미디 부문의 영예를 누렸다. 김기리는 "아버지, 어머니 사랑한다"며 "아무것도 아닌 나를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준 감독님들에게 감사하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KBS 25기 공채 개그맨인 김기리는 KBS 2TV <개그콘서트>의 '생활의 발견' '불편한 진실' '전국구'등의 코너에서 재치 넘치는 연기로 시청자에게 사랑받고 있다.

김기리는 코너 속에서 받쳐주는 역할을 주로 하면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했다. 그를 알아본 대형기획사 큐브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9월 김기리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비스트, 포미닛, 지나와 한솥밥 식구가 된 김기리는 '큐브 1호 개그맨'이 됐다. 홍승성 대표는 "김기리를 예능계의 숨겨진 원석이라고 판단했다"며 "개그맨을 넘어 차세대 MC 및 예능 주자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고, 그를 영입하게 됐다"고 전했다.

 

④충무로 블루칩 송중기

최근 한 발표가 눈길을 끈다. 한국소비자브랜드위원회가 조사한 '2013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전국 소비자평가단 700여명이 투표한 결과 2013년 대한민국을 빛낼 5대 브랜드로 삼성전자·유니클로 히트텍·카카오톡·YG엔터테인먼트 등이 선정됐다. 여기엔 유일하게 '사람'도 포함됐다. 바로 송중기다. 다른 제품과 회사 선정에 대해 "지난해 경쟁력 면에서 올해도 기대된다"는 평. 그렇다면 송중기는 왜 선정됐을까. 위원회는 "송중기는 드라마 <착한남자>와 영화 <늑대소년>의 연이은 흥행으로 국민배우로 거듭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성장이 기대되는 배우"라고 평가했다.

송중기는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여심'을 흔들었다. 충무로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오른 송중기는 영화 <늑대소년>을 통해 한국 멜로 사상 최다인 700만 관객을 불러 모아 흥행 배우로 우뚝 섰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소재와 스토리를 잘 표현해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송중기는 이 영화로 한국갤럽이 남녀 1700명을 대상으로 '2012년을 빛낸 영화배우'설문 결과 이병헌(37.6%)에 이어 15%의 지지로 2위를 차지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2012년을 빛낸 탤런트'에서도 KBS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로 1위에 올랐다. 뿐만 아니다. 송중기는 각종 설문에서 2013년 기대주로 선정되고 있다.

 

⑤국민에 희망 던질 류현진


IMF 때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에서 시련에 잠긴 국민들에게 희망을 던졌다. 1997년 14승(8패), 1998년 15승(9패), 1999년 13승(11패), 2000년 18승(10패), 2001년 15승(11패)으로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따냈다. 이 시기 우리나라는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박찬호의 빛나는 활약이 국민에겐 한줄기 희망과도 같았다. 이제 그 자리에 '괴물' 류현진이 선다. 공교롭게도 국내 경제 상황이 IMF 때와 오버랩 될 만큼 어렵다.

류현진은 박찬호가 처음 뛰었던 LA다저스와 입단 계약을 맺었다. 계약기간은 6년으로 연봉 총액은 3600만 달러(약 390억원)다. 이닝 보너스 등을 충족시키면 6년 간 최대 4200만 달러(약 454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LA다저스에서 3선발을 책임질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마운드에 혜성처럼 등장한 류현진은 그해 한화에서 18승6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23으로 프로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MVP와 신인상은 당연히 그의 차지였다.

유독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한 지난 시즌에선 9승을 거두는데 그쳤지만 2.66의 평균 자책점으로 여전한 위력을 뽐냈다. 국내 프로야구 7시즌 통산 성적은 98승52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80이다.

 

⑥박지성과 바통터치 손흥민

박찬호의 바통을 류현진이 이어받았다면 박지성의 바통은 손흥민이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함부르크)은 국가대표 출신의 부친(손웅정)에게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배웠다. 동북고를 다니던 중 2008년 함부르크에 스카우트돼 자퇴하고 유스 아카데미를 거쳐 2010년 1군에 입단했다. 그해 11월 쾰른전에서 터뜨린 유럽 데뷔골이 123년 함부르크 구단 역사상 최연소 골로 기록됐다.

2011년까지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지 못했지만 지난 시즌 내내 함부르크의 최전방을 이끌었다. 전반기 17라운드까지 16경기에 나서 6골을 넣었다. 전 시즌 자신의 최다골인 5골(27경기)을 이미 넘어섰다. 팀내 득점 공동 1위, 전체 9위에 올랐다. 손흥민의 맹활약에 유럽이 주목하고 있다. 빅클럽들이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리버풀과 아스날 등 명문 구단들이 손흥민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⑦눈부신 체조요정 손연재

'피겨 여왕' 김연아가 숨을 고르는 사이 요정이 등장했다. 바로 손연재다. 올해 '체조요정' 손연재의 활약도 기대된다. 6세부터 리듬체조를 시작한 손연재는 일찌감치 국내 대회를 싹쓸이 하고 2010년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처음으로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시리즈에서 동메달을 따는 등 세계무대에서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다. 요정의 존재감이 드러난 것은 지난해 런던올림픽. 손연재는 5위에 입성, 대한민국 리듬체조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의 인기는 A급 연예인 못지않다. 눈부신 미모 때문이다. 각종 제품의 광고모델로 나선 손연재는 이미 CF계에서 '제2의 김연아'로 불린다. 손연재는 한국갤럽이 발표한 '2012년을 한국을 빛낸 스포츠 선수' 설문조사에서 37.1%의 지지율로 박태환(29.1%), 박지성(23.7%), 김연아(23.0%)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손연재는 아직 정점에 오르지 못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과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가장 높은 시상대에 오르는 것이 목표다. 우선은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5위 내에 들어야 한다.

 

⑧박세리 키즈 김효주

"박세리 언니처럼 LPGA 투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고 싶어요."

다부진 꿈을 꾸고 있는 '수퍼 루키' 김효주는 올해 '김효주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아마추어 시절 펄펄 난 김효주는 지난해 10월 롯데와 5억원의 스폰서 계약을 하고 프로에 데뷔했다. 이후 곧바로 열린 프로 데뷔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하나외환 챔피언십(총상금 180만달러)에서 공동 15위(71타)에 그친 뒤 12월 현대차 차이나 레이디스 오픈(총상금 40만 달러·우승상금 8만 달러)에서 정상(205타)에 올랐다.

김효주는 프로 전향 후 최단 기간인 2개월11일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기록을 작성했다. 종전 기록 보유자는 1996년 미도파 여자 오픈에서 2개월18일 만에 우승한 김미현(은퇴)이다. 박세리와 신지애로 이어진 한국여자골프의 계보는 김효주가 이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골프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신력이 강한 김효주는 드라이버와 퍼팅만 가다듬으면 박세리, 신지애처럼 세계무대를 호령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평이다.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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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