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2013년 뒤흔들 정치권 5대 핫이슈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1.03 17: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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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과 몰락 갈림길 "첫끗발이 중요하다"

[일요시사=정치팀] 2012년은 그 어느 해보다도 다사다난한 해였다. 그만큼 2013년을 맞이하는 국민들의 기대감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 시대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과연 박근혜 당선인은 국민들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선정한 2013년 정치권 5대 이슈를 통해 박근혜 정권의 성공여부를 가늠해 보자.

선거운동 기간 내내 '민생'을 외쳐온 박근혜 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국민들은 박 당선인의 장밋빛 공약으로 기대치가 한껏 높아졌지만 국내외 상황은 그리 만만치가 않다. 유럽 재정위기의 장기화와 미국 재정절벽 가시화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경제 전문가들은 2013년 상반기에도 올해와 같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역시 새해에도 전반적인 경기 침체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게다가 더 심각한 문제는 경제 침체에 따라 세수입이 예상보다 대폭 줄어드는 상황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현재도 정부는 세수펑크에 따른 '돈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양극화와 빈곤의 확대, 중산층의 몰락, 가계부채의 폭발적 증가 등 박 당선인이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더미처럼 많지만 박 당선인이 선거기간 내세웠던 장밋빛 공약들을 실천하기엔 현실의 벽이 높기만 하다.

장밋빛 공약
현실의 벽

이처럼 다가올 2013년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정치권 이슈는 바로 박근혜 정권 1년의 성적표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넘어서는 성군이 될 것인지, 독재자의 딸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인지는 불과 1년 안에 판가름 날 것이다.

일단 전문가들은 박 당선인이 선거운동 기간 내세웠던 공약들을 모두 지키기엔 무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 당선인이 선거운동 기간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중심으로 쏟아낸 공약들만 무려 201개에 달한다. 그 공약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소요재원만 131조원에 이른다. 벌써부터 국회에선 새해 박 당선인의 공약 실천을 위한 6조원 예산을 놓고 실랑이가 한창이다.


보수 진영에선 박 당선인이 선거 기간 중 내세운 공약 중 우선 순위를 정하고 후유증이 예상되는 공약들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실에 맞게 국민의 기대치를 낮추지 못하면 임기 내내 박 당선인의 발목을 잡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 5년 성공 여부, 출범 첫해가 가늠자
경기침체 첫 관문…세수펑크로 공약차질 불가피

일례로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대통령을 표방하며 처음부터 실현 가능성이 낮았던 747 공약을 끝까지 고집하다 임기 내내 거센 비판을 받고, 종국엔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꼬리표까지 달아야 했다.

한편으론 불도저식 약속 이행이 더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평소 원칙과 신뢰를 강조해왔던 박 당선인이었던 만큼 국가재정 건전성의 하락을 감수하고서라도 공약을 지키려 들것이란 예상이다. 실제로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 측은 새해예산안 심사과정에서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공약 실천을 위한 6조원 예산을 반영해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박 당선인이 마음만 먹는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어찌됐든 그동안의 역대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박 당선인의 취임 1년 성적표도 국민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기는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두 번째 이슈는 풀리지 않은 박근혜 당선인의 각종 의혹이다. 대선 승리와 함께 박 당선인의 각종 의혹 역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있으나 전문가들은 오히려 박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함으로서 진실공방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약 말 바꾸기?
불도저식 공약이행?


지난 2007년 대선의 경우를 보더라도 선거 막판 불거졌던 이명박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의혹은 임기 시작과 함께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은 이외에도 수많은 의혹에 시달리며 국정장악력에 큰 타격을 받았으며 국정지지도 역시 곤두박질 치고 말았다.

박 당선인 역시 선거기간 동안 이 대통령 못지 않은 각종 의혹에 시달렸다. 때문에 2013년에는 박 당선인의 각종 의혹들이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오르며 정치권을 뜨겁게 달굴 것이란 예상이다.

특히 2007년 대선 경선 때부터 불거져 나온 고 최태민 목사와의 유착의혹은 최근 최 목사의 딸들이 강남 일대에 수백억원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그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박 당선인을 처음 만날 때까지만 해도 최 목사 일가는 이렇다 할 재산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외에도 민주통합당이 선거 과정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강탈된 4대 재산으로 규정하고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온 정수장학회, 육영재단, 영남재단, 한국문화재단을 둘러싼 의혹들도 여전히 남아있다. 또 박 당선인이 취임 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복권운동에 나설 경우 박 전 대통령 시절 벌어졌던 고 장준하 선생 암살 의혹 등과 같은 각종 의혹들도 중요한 정치이슈로 전면에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는 이명박 대통령의 운명이다. 역대 정권 교체기에는 늘 전직 대통령의 비리문제로 정국이 시끄러웠다. 박 당선인이 취임하는 2013년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정치 검찰이다 뭐다 하는데 정권이 바뀌고 나면 전 정권에 대한 비리 제보들이 줄을 잇는다. 제보가 있는데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니냐"며 억울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일각에선 박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을 지켜보며 이 대통령이 가장 크게 기뻐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지만 이는 지켜볼 일이다. 박 당선인이 취임 원년 여론의 거센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대통령을 지켜줄 이유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위태로운 MB
검찰 칼 빼들까?

또 최근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받고 바짝 독이 오른 검찰이 자체적으로 전 정권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해 폐지논란을 겪고 있는 중수부 등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려 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네 번째는 대통합의 성공 여부다. 이번 대선을 통해 우리나라는 세대 간, 진영 간, 지역 간으로 완벽하게 양쪽으로 나뉘어졌다. 박 당선인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탕평의 실현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과연 대탕평의 실현이 실질적으로 가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조선시대의 황금기로 꼽히는 영·정조 시대에도 제1의 국정철학은 '탕평'이었다.

특히 왕세제 시절 노론과 소론의 당쟁에 그야말로 '학을 뗀' 영조는 즉위하자마자 탕평을 제1의 국정철학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역사학자들은 영·정조 시대의 탕평도 결과적으론 성공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형식적인 안배와 산술적인 균형 유지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정작 필요한 인재를 등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게다가 탕평정책을 통해 등용된 정치세력이 제3, 제4의 당파를 만들어내면서 붕당정치의 폐해는 고스란히 남았다.

이 같은 역사를 되짚어볼 때 박 당선인의 대통합 역시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따라서 박 당선인의 내각 구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당선인의 첫 내각 구성은 대통합의 성공여부를 가늠할 척도가 될 것이다. 박 당선인이 취임 후 양쪽으로 나뉜 민심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다면 취임 첫 해는 의미없는 정쟁에 시달리다 끝맺을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는 야권의 재기 가능성이다. 대선 패배 이후 야권은 표류하고 있다. 2013년에는 민주통합당이 이대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기사회생해 5년 뒤 정권 교체 세력으로 다시 부상할 수 있을지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도 "민주당은 끝났다"는 말이 나온다. '발전적 해체'가 공공연히 거론될 정도다. 게다가 이번 대선에서 중도층으로 평가되는 상당수 유권자가 박 당선인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 내부에선 당의 우클릭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향후 당의 노선을 둘러싼 치열한 대립이 예상되는 이유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유지되어왔던 진보정당들과의 연대를 둘러싼 논쟁도 뜨겁다.

민주당의 운명은?
안철수에 쏠린 눈

이와 함께 현재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안철수 전 대선 후보가 귀국했을 때는 야권의 재편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후보의 신당창당이나 민주당 입당 등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특히 2013년 4월경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재보궐 선거는 향후 야권 부활의 가능성을 가늠해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야권의 재기 여부에 따라 2013년 정국은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2013년 정치권도 평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상 첫 여성대통령의 탄생으로 우리나라가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을지 국민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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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