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특집] '김정은 체제' 대북관계 핵심포인트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2.26 15: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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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뭉치' 꼬마지도자와는 대화하지 않겠다?

[일요시사=경제1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직면한 대외과제 가운데 가장 큰 난제는 남북관계다. '김정은 체제' 출범 1년 북한은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3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선거기간 박 당선인이 수차례 얘기한 김정은과의 대화가 쉽지 않으리라는 방증이다. 오히려 북한이 향후 남북관계에 대한 태도 변화를 촉구하며 압박해 올 것으로 예측된다. 임기 초부터 난항이 예상되는 대북관계. 핵심포인트는 뭘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북정책 핵심포인트는 '신뢰'다. '비전 코리아 프로젝트'로 이름 붙여진 박 당선인의 대북정책은 인도적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 사회·문화교류, 그리고 서울 평양 간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 등을 주 내용으로 한다. 개성공단 국제화 개발도 이에 포함되어 있다. 

세부내용으로는 북한의 자생력 제고를 위한 전력·교통·통신 분야 등에 대한 인프라 구축, 국제금융기구 가입 및 국제투자 유지 지원, 나선 특구 등 북한의 경제특구에 대한 진출 모색, 남북중·남북러 협력을 통한 3각 협력 강화 등이 제시됐다.

'신뢰' 전제 '강경'

또한 남북 간 호혜적 경제협력과 사회문화 교류의 업그레이드 차원에서 보건·의료 협력과 녹색경제(농업, 조림, 기후변화) 협력 체계화, 개성공단 국제화 및 지하자원 공동개발, 남북 가스관 부설, 송전망 구축사업,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학술·종교 등 다방면의 교류 내실화 등을 들기도 했다.

남북 간 대표부 역할을 할 남북교류협력사무소를 서울과 평양에 설치하는 방안도 중요 공약이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대북정책 기조는 '강경'이다. 박 당선인은 새누리당 대선 후보 수락연설에서 "우리의 주권을 훼손하거나 안위를 위협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한반도 평화와 동아시아 협력시대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당선인의 대북정책을 가장 잘 함축하고 있는 발언이다. 북한과의 대화는 분명히 필요하지만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사건, 금강산 관광객 피격 등에 대해 북한이 먼저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선을 긋고 있다. 남북 간에 신뢰가 쌓이고 북한의 비핵화에 진전이 이뤄지면 국제사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경제협력 방안으로 신뢰프로세스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10·4 공동선언과 6·15 공동선언 등도 이런 전제가 충족돼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박 당선인이 선거 기간 동안 수차례 얘기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만남도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경우'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북한을 믿을 수 있을 때 진전된 남북관계가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퍼주기'를 통한 평화 유지는 아닌 것이다.

특히 박 당선인은 북핵 문제만큼은 확실한 강경입장이다. 박 당선인은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나는 북한의 핵무장만큼은 반드시 막아야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에서 핵은 완전히 폐기돼야 한다"며 "북핵문제 해결에 관한 나의 원칙 또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과 없으면 대화도 없다" 도발 강력대응
첫 외교행보, 미·일·러·중 대사 회담 의미는?

따라서 당분간 한반도 정세는 '급랭' 전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에 대한 제재에 반기를 들고 있는 것도 이에 한 몫 한다. 현재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제재 논의가 한창이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로켓 발사에 이어 8개월 만에 또다시 국제법을 어기고 도발한 북한에 안보리가 가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제재인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은 이에 대해 반기를 들고 있다. "한반도 긴장 격화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국들은 사태를 확장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유다.

북한도 최근까지 새누리당의 재집권에 대해 노골적 반감을 드러내왔다. 북한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9일자 논평을 통해 "남한의 여당인 새누리당이 승리하면 이명박 정권하의 혹독한 시기가 되풀이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새누리당은 민족의 재앙거리이고 온갖 불행의 화근"이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장거리 로켓 발사를 예고한 지난 1일에는 공개 질문장을 통해 "최근 새누리당 후보 박근혜는 대북정책 공약에서 앞뒤가 맞지 않고 서로 모순되는 소리들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야당후보를 지지하는 태도를 보인 셈이다.

새누리당은 이에 대해 "북한은 대한민국 선거에 신경 쓰지 말고 북한 주민의 생활고와 인권을 개선하는 데 더 신경 쓰기 바란다"고 반박,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 4개국의 '리더 교체'로 동북아 정세도 급변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에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연임을 성공했고 중국에는 시진핑 체제가 들어섰다. 일본에서는 지난 16일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가 내각을 이끌기 시작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5월 3선에 성공했다.

'4강 외교' 본격화

박 당선인은 지난 20일 주한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대사와 연쇄 면담을 가졌다. 박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각국 대사들에게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따른 동북아 안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주변 4강과의 협력과 공조가 긴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의 통일 시나리오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전제로 '남북 평화정착' 단계에서 '경제통일'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정치통일'에 이른다는 이른바 '3단계 평화통일'이다. 박 당선인은 '신뢰외교와 새로운 한반도'란 주제로 가진 외교안보통일 정책 발표에서 "국민 여러분이 공감하고, 국제사회가 환영하며, 한반도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며 "국민들의 역량을 결집하고 국제사회와 협력을 통해 통일을 실질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과연 박 당선인의 통일 시나리오는 실현될 수 있을까?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박근혜 국방정책은?>

복무기간 단축하고 월급 인상

박 당선인은 군심을 잡기 위한 공약도 내세웠다. 병사들에 대해서는 ▲병사 군복무 기간 단축 및 월급 인상이다. 사병의 군복무기간을 현재 21개월에서 18개월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초급장교와 부사관들에 대해서는 ▲장기복무 선발비율 단계적 확대 ▲2년제 대학에 부사관 학군단 신설 검토 ▲4단계에서 5단계(준위)로 계급구조 변경 등 내용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또 국방민원 업무 개선, 군내 여성인력 비율 확대, 불의사고 시 국가보상금 외에 1억원을 지급하는 '전우사랑 상해보험제도' 도입 등도 약속했다.

또 ▲예비군 수당 인상 ▲전역병 희망준비금 신설 ▲제대군인 일자리 5만개 마련 ▲참전·유공자 수당 증액 ▲국군포로 귀환 추진 ▲사회적 관심자원 병역 집중 관리 등을 제시했다.


여기에 새로운 급식·수송·정비·복지시설 운영 등 비전투분야를 담당하는 민간군사기업을 설립해 장병들은 전투임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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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