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철 기획] 대기업 임원 빛과 그림자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2.18 17: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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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달면 뭐하나 파리목숨인데…

[일요시사=경제1팀] 주요 그룹들의 연말 정기 인사가 속속 이어지면서 기업마다 수십∼수백명의 임원이 새로 탄생하고 있다. ‘샐러리맨의 꽃’이라 불리는 대기업 임원이 되면 어떤 호사를 누리게 될까. ‘임원이 되면 50가지가 달라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부장 시절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지만, 분명한 건 승진자 만큼의 현직 임원들이 옷을 벗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삼성그룹은 485명에 달하는 임원 승진인사를 실시했다. LG그룹도 지난달 29일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밖에 현대중공업, 신세계, 코오롱, KT 등이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연말 정기인사로 삼성그룹에서는 335명의 신규 임원이 탄생했으며 LG그룹에서도 76명이 새로운 임원이 됐다. 업계에서는 올 연말, 30대 대기업에서 약 500여명의 임원이 탄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누구나 동경하지만 아무나 될 수는 없는 임원. ‘부와 명예’를 동시에 움켜쥔 이들은 어떤 혜택을 받게 될까.

화려한 꽃?

우선 연봉 상승은 기본이다. 대기업 임원은 초임 상무라도 최소 연봉 1억5000만∼2억원(세전)은 보장받는다. 여기에 연봉의 절반에 이르는 초과이익분배금(PS)과 생산성 격려금(PI) 등 성과급을 포함하면 한 해에 받는 돈은 2억 원이 훌쩍 넘는다.


삼성그룹의 경우 고참 상무가 되면 연봉이 3억∼5억원으로 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무, 부사장 등 직급이 오를 때마다 연봉은 배 이상 오른다. LG그룹 역시 상무가 되면 연봉이 100% 인상된다. 또 성과급 부여 폭이 확대되기 때문에 성과만 좋게 올린다면 훨씬 많은 성과급을 챙길 수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직급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초임 임원인 이사 대우의 연봉은 1억6000만원선, 이사는 2억원 선을 받는다. 전무급부터는 대우가 많이 달라진다. 연봉이 3억원대로 오르고 각종 수당을 포함하면 4억원 선에 이른다.

SK그룹은 신임 임원의 평균 연봉이 1억5000만원 안팎이고 다양한 성과급 체계가 적용된다. 한화나 코오롱, 효성 등도 임원이 되면 연봉 100% 정도 인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삼성그룹은 임원이 되면 모두 전용차가 제공되며, 직급별로 배기량 기준으로 차등을 두고 있다. 사장은 전담 기사가 딸린 에쿠스430이나 뉴체어맨(4500cc 미만) 등을 고를 수 있고 부사장은 에쿠스380과 제네시스 등 4000cc 이하에서 선택할 수 있다.

전무는 K9과 오피러스 등 3500㏄ 이하, 상무는 그랜저TG 270, SM7, K7 등 3000cc 이하 차량이 나온다. 과속이나 주차위반 같은 범칙금을 빼고는 운전기사와 기름값, 보험료 등 기본 유지비 등도 회사가 부담한다. LG그룹도 3000cc급 차량이 지원된다.

그 외에도 복지 혜택이 좋아져 골프회원권과 법인카드가 나오고 항공편으로 출장을 갈 경우 비즈니스클래스 이용이 가능하다.

억대연봉·전용차·골프회원권·비즈니스클래스 기본
실적 나쁘면 퇴사 1순위…구조조정 ‘임원병’앓기도


삼성그룹의 경우 전무급 이상 임원에게는 별도의 비서와 독립 사무공간이 제공되고 상무급부터 부부 동반으로 건강검진을 받는다. 해외 출장 시 비행기 좌석이 비즈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되는 건 기본이고 대외업무 종사 임원인 경우에는 골프회원권도 받는다.

LG그룹도 골프회원권 사용권한을 주고 해외출장 시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부부동반 정밀 종합건강검진을 받는 혜택도 누릴 수 있다.

SK그룹은 별도의 집무실과 담당 비서도 지원된다. 어학능력 향상을 위해 영어, 중국어 원어민 강사와 일대일로 수업을 받을 수 있고 일부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1년간의 국외 연수과정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예우 때문일까. 대기업 임원이 되는 것은 로또당첨 만큼이나 어렵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2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신입사원이 임원이 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21.2년, 임원까지 오를 확률은 0.8%다.

그러나 화려하기만 하다고 해서 꽃은 아니다. 임원은 ‘임시직원’의 준말이라 불릴 정도로 매년 연봉 계약을 해야 하는 구조조정 대상 1순위다.

실적을 내지 못하면 자리가 위태로우며 연말 인사 때마다 승진이냐 유임이냐 탈락이냐의 세 갈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실제 실적 부진 등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임원으로 승진한 지 1∼2년 만에 회사를 떠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실적 뿐 아니라 불황 등으로 회사가 감원 등 구조조정을 할 때 도 임원이 1순위로 거론된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임원이 되면 그만큼 책임감도 커지는데, 조기 탈락하지 않기 위해 회사에 더 충성하고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며 “임원들 사이에서는 ‘임원’은 ‘임시직원’의 줄임말 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떠돌아 다닌다”고 말했다.

승진부담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임원이 된 지 6년가량이 지나면 승진을 해야 하는데 이때 승진을 하지 못해 회사를 떠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때문에 연말 인사시즌이 다가오면 불명증과 두통 같은 ‘임원병’을 앓고 있는 이들도 많다.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를 언제 꺾일지 모르는 ‘화려한 임시직’이라 부른다. 승진자 만큼의 현직 임원들이 옷을 벗고 있기 때문이다.

임시직원~

실제로 대기업의 한 인사담당자에 따르면 “100명이 새로 상무가 된다면 그와 비슷한 수의 임원이 회사를 떠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발표된 삼성그룹의 사장단 인사의 경우에서도 새로운 사장 7명이 탄생했지만 그 뒤에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기존 사장 4명이 있었다.

‘직장인의 별’ 임원이 탄생하는 12월. 누구에겐 ‘별’을 다는 축복의 계절이지만 다른 누구에겐 별을 떼어내야 하는 잔인한 계절일 수밖에 없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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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