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2인자' 날개 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2.10 14: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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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이건희…드디어 '이재용 시대'

[일요시사=경제1팀] '이재용 시대'가 개막했다. 연말 인사 중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했다.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바람으로 이 부회장의 승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단행된 인사여서 그의 등장이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휴대폰, TV, 카메라 등 삼성전자 주력 사업을 직접 총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다음달로 예정된 삼성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4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글로벌기업인 삼성전자의 2인자로 올라선 것. 입사 21년 차인 이 부회장은 앞서 지난 2009년 부사장, 2010년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바 있다.

업계 예상 뒤엎은
이건희 회장 결정

당초 삼성과 재계는 이 부회장의 승진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재벌개혁 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인사로 굳이 여론의 주목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부회장 스스로도 이 회장에게 "더 배우겠다"며 부회장직을 고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의 진급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선택은 달랐다. 삼성은 모든 예상을 뒤엎고 '아들'의 승진만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리는 등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현 시점에 이 부회장이 등장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회장은 이번 인사명단에선 빠졌다. ‘오너 일가’에 대한 외부 시선이 곱지 않을 것이라는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은 글로벌 경영 감각과 네트워크를 갖춘 경영자로서 경쟁사와의 경쟁과 협력관계 조정, 고객사와의 유대관계 강화 등을 통해 스마트폰·TV·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이 세계 1위를 공고히 하는 데 이 부회장이 큰 기여를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 측은 "이 부회장은 글로벌 경쟁사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최전선에서 삼성전자의 경영 전반을 지원, 창립 이래 최대 경영성과를 올리는 데 기여했다"며 "이 부회장은 앞으로 삼성전자의 사업 전반을 현장에서 더욱 강하게 지원할 것"이라고 승진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입사 21년 만에 부회장 승진 "경영수업 끝?"
글로벌 경영 감각 등 세계 1위 굳히기 기여

이 부회장은 앞으로 이 회장을 보좌해 내년부터는 삼성 그룹 전반에 걸쳐 경영보폭을 넓힐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최지성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전략실장으로 옮겨간 후 공석으로 남아있는 DMC(완제품) 부문도 이 부회장이 총괄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핵심 참모로 알려진 이상훈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사장)이 DMC 부문 경영지원실장으로 옮겨가게 된 것이 이를 뒷받침 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해외 CEO와 잦은 회동을 가지면서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자로서의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고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창업자 추모식 참석을 시작으로 인텔·GM·도요타·지멘스·폭스바겐 CEO를 잇따라 만나면서 자동차 부품, 2차 전지 사업 등 새로운 사업에 대한 협력을 논했다.

지난 6월에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시진핑 총서기·리커창 부총리와 면담을 가졌으며 왕치산 부총리와도 만났다. 세계 최대 부호인 멕시코 통신 재벌 카를로스 슬림 텔맥스텔레콤 회장과도 회동을 가진 바 있다. 8월에는 영국 제4이동통신사인 허치슨과 3세대통신(3G)과 롱텀에볼루션(LTE) 장비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10월에는 광통신장비와 태양광패널을 제조하는 미국 태양광기업 엠코어의 루벤 리터드 회장을 만나 사업현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1년에 100일 이상의 해외출장을 소화해 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새로운 비전 수립
기여할 것으로 예상


이 부회장은 대외 활동 외에도 새로운 비전 수립을 위해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은 이 회장이 1993년 신경영 선언을 한 지 만 20년이 되는 해인만큼 삼성그룹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밑그림을 그리는데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애플과의 특허소송을 어떻게 매듭짓느냐가 현안이다. 이 부회장이 경영전반을 관리할 것이라고 삼성이 밝힌 만큼 애플과의 소송 결과가 그의 입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삼성이 선정한 미래 먹거리 사업인 ▲태양전지 ▲자동차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 제약의 구체적인 성과도 이끌어 내야한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태양광 사업이나 전기자동차 시장의 개화 시기가 계속 미뤄지면서 이들 사업 분야의 매출은 미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 제약이나 의료기기 분야 역시 선두 업체와 기술 격차가 느껴진다. 2010년 5월 이 회장이 미래 먹거리 사업 비전을 내놓은 뒤 지금까지의 성적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경제민주화 등 삼성을 둘러싼 논란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삼성은 국내 대표 기업인 만큼 이제 대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털어버리는 데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을 발전시키려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삼성이 돼야 한다.

1968년 6월23일 서울에서 태어난 이 부회장은 서울 경기초교, 서울 청운중, 서울 경복고를 졸업하고 87학번으로 서울대 동양사학과(인문학)에 입학했다. 전공으로 인문학을 택한 배경에는 고 이병철 선대회장과 이 회장의 '경영을 알기 전에 사람을 먼저 공부하라'는 뜻이 반영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마디로 풀이되는
'이재용 스타일'

이 부회장의 학창시절은 여느 학생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등 재벌자제 티를 내지 않았으며 매사에 성실하고 리더십이 강해 당시 정·재계 인사들의 자제가 많이 다니는 것으로 유명했던 경복고에서 반장으로 활동했다.

1992년 서울대를 졸업한 이 부회장은 일본 게이오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났고 1995년 '일본 제조업의 산업공동화에 대한 고찰'이라는 논문으로 석사과정을 마쳤다. 미국보다 일본을 먼저 선택한 것에도 이 회장의 "미국을 먼저 보고나서 일본을 나중에 보면 일본문화의 섬세함과 일본인의 인내성을 알기 힘들다"는 뜻에 따른 것이다. 이후 2001년에는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로 입사하면서 이 부회장은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1년에 100일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는 생활을 시작했다. 이런 공격적 행보로 2002년에는 낸드플래시 메모리가 세계 1위에 오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는 이후 2003년에는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로 승진하면서 진정한 임원의 길로 들어섰다. 2007년에는 최고고객 총괄책임자(CCO) 전무로 승진했다. CCO는 삼성전자의 거래처나 최종 소비자 등 모든 고객 접점에서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였다.

그러던 중 2008년 '삼성 특검'이 불거졌고, 삼성은 이 회장의 경영퇴진이라는 중대 위기에 몰렸다. 이 부회장은 '백의종군'하겠다는 입장 표명과 함께 보직을 내려놓고 해외순환 근무에 나섰다.

당시 애플·IBM·AT&T·소니·닌텐도 등 전자·통신업계 CEO들과 친분을 쌓아가며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실적 향상에 기여했다. 이외에도 엘 고어 전 미 부통령,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 등 미국 정계의 중요 인사들과도 모임을 통한 만남을 해왔다.

2009년 부사장 승진 이후부터는 삼성전자의 핵심 현안에 깊숙이 관여하는 등 본격적 경영에 참여했다. 휴대폰·반도체·LCD·가전 등 주요 사업부 경영을 지원하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삼성전자 사업 확대에 나서기도 했다. 2010년에는 삼성전자 사장으로 선임돼 경영전면에 나서게 됐다.


점점 넓어지는 경영보폭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

이 부회장의 경영스타일은 한마디로 풀이된다. 바로 '모범생'이다. 학창시절 이 회장에게 "너무 공부에만 매달리지 말라"는 조언을 들었다는 일화는 이 같은 면을 잘 보여준다.

이 부회장은 6시에 기상하고 업무 시간은 보통 오전 7시에서 저녁 10시경까지 이어진다. 저녁 11시 전후에 퇴근하는 일이 잦고 토요일, 일요일까지 근무하는 날도 다반사다.

일본과 미국에서의 유학생활로 겸손을 몸에 익혔고, 미국식 합리주의에도 익숙하다. 대외행사에서는 웃어른들에게 항상 깍듯하게 인사를 하는 겸손한 모습을 보이며, 출근할 때는 출입 사원증을 찍고 출근할 정도로 원칙을 지키려고 한다.

이 회장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는 튀지 않으려고 하며, 각종 회의에서 자신의 뜻과 다른 의견이 있더라도 일단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난 뒤 의사를 전달한다. 상명하달보다는 적극적인 질문과 토론으로 공감을 이끌어내는 하의상달식이다.

이 부회장을 평가 절하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영능력에 대한 의심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승진이 이 회장의 장남에게 힘을 실어주는 성격으로 보고 있다. 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후계 체제 강화라는 설명이다.


사장 7명 승진 등 세대교체…측근들 전진 배치
그룹 "이건희 회장 건재…경영권 승계와 무관"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이하 경개연)은 '이재용 사장의 부회장 승진보다 경영능력 검증이 먼저다'라는 논평을 통해 "이 사장의 부회장 승진이 시기상조가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개연은 "삼성특검 수사의 핵심이었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인수 등을 통해 승계를 위한 지분 확보 작업은 끝났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의 경영능력은 여전히 미지수다"고 지적했다.

경개연은 또 "삼성그룹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기업이자 글로벌기업으로서 경영승계를 추진하고자 한다면 시장에서 납득할 만한 수준의 검증이 전제되어야 함은 당연하다"며 "만일 제대로 된 경영능력 검증 없이 이재용 체제로 경영승계가 이뤄진다면, 결코 존경받는 CEO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10년이 넘게 지난 'e삼성'의 실패도 이 부회장의 '족쇄'다. 세계적으로 '정보기술(IT) 열풍'이 불어 닥친 1990년대 말께 이 부회장은 자본금 100억원으로 e삼성을 설립했다. 그러나 의욕적으로 시작했던 이 사업은 2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본데 더해, 그 부실을 계열사들에게 넘겼다는 혐의로 법정공방까지 벌였다.

삼성그룹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는 것.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매주 2회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그룹 경영 현안을 챙기는 등 경영활동이 여전하다"며 "경영권 승계 가속화라고 이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회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9년 뒤에야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한편 삼성은 이 부회장 외에도 16명에 대한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이 부회장 다음으로 주목을 받았던 박근희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박 부회장은 삼성생명이 시장지배력을 확대해 제2 도약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박원규 삼성코닝정밀소재 부사장과 박대영 삼성중공업 부사장은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부 승진했다. 윤용암 삼성생명 부사장은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으로, 이돈주 삼성전자 부사장은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담당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고 홍원표 삼성전자 부사장은 미디어솔루션센터장 사장으로 승진했다.

임대기 삼성미래전략실 부사장은 제일기획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한 단계 승진했다. 이인용 미래전략실 부사장도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으로 승진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기존 DS부문장과 함께 종합기술원장을 겸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은 맡지 않게 됐다. 이 자리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이 앉는다. 조수인 삼성디스플레이 OLED 사업부장은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사장으로 자리를 바꾼다.

성과주의 인사원칙
경험·참신성 조화

윤주화 삼성전자 DMC부문 경영지원실장은 제일모직 패션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으로 이동한다. 김종중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지원실장은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으로 이동한다.

노인식 삼성중공업 사장과 박준형 삼성자산운용 사장은 각각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산업담당과 인적자원개발담당 사장으로 옮긴다.

삼성은 이번 연말 사장단 인사에 대해 성과주의 인사원칙에 경험과 참신성의 조화를 가미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각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열어 이번 사장단 인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약력]

▲1968년 서울 출생
▲1981년 서울 경기초등학교 졸
▲1984년 서울 청운중학교 졸
▲1987년 서울 경복고등학교 졸
▲1992년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졸
▲1995년 일본 게이오대학원 석사과정 졸
▲2001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
▲2003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
▲2007년 삼성전자 최고고객총괄책임자(CCO) 전무
▲2009년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
▲2010년 삼성전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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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