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2인자' 날개 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2.10 14: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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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이건희…드디어 '이재용 시대'

[일요시사=경제1팀] '이재용 시대'가 개막했다. 연말 인사 중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했다.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바람으로 이 부회장의 승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단행된 인사여서 그의 등장이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휴대폰, TV, 카메라 등 삼성전자 주력 사업을 직접 총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다음달로 예정된 삼성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4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글로벌기업인 삼성전자의 2인자로 올라선 것. 입사 21년 차인 이 부회장은 앞서 지난 2009년 부사장, 2010년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바 있다.

업계 예상 뒤엎은
이건희 회장 결정

당초 삼성과 재계는 이 부회장의 승진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재벌개혁 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인사로 굳이 여론의 주목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부회장 스스로도 이 회장에게 "더 배우겠다"며 부회장직을 고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의 진급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선택은 달랐다. 삼성은 모든 예상을 뒤엎고 '아들'의 승진만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리는 등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현 시점에 이 부회장이 등장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회장은 이번 인사명단에선 빠졌다. ‘오너 일가’에 대한 외부 시선이 곱지 않을 것이라는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은 글로벌 경영 감각과 네트워크를 갖춘 경영자로서 경쟁사와의 경쟁과 협력관계 조정, 고객사와의 유대관계 강화 등을 통해 스마트폰·TV·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이 세계 1위를 공고히 하는 데 이 부회장이 큰 기여를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 측은 "이 부회장은 글로벌 경쟁사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최전선에서 삼성전자의 경영 전반을 지원, 창립 이래 최대 경영성과를 올리는 데 기여했다"며 "이 부회장은 앞으로 삼성전자의 사업 전반을 현장에서 더욱 강하게 지원할 것"이라고 승진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입사 21년 만에 부회장 승진 "경영수업 끝?"
글로벌 경영 감각 등 세계 1위 굳히기 기여

이 부회장은 앞으로 이 회장을 보좌해 내년부터는 삼성 그룹 전반에 걸쳐 경영보폭을 넓힐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최지성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전략실장으로 옮겨간 후 공석으로 남아있는 DMC(완제품) 부문도 이 부회장이 총괄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핵심 참모로 알려진 이상훈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사장)이 DMC 부문 경영지원실장으로 옮겨가게 된 것이 이를 뒷받침 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해외 CEO와 잦은 회동을 가지면서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자로서의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고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창업자 추모식 참석을 시작으로 인텔·GM·도요타·지멘스·폭스바겐 CEO를 잇따라 만나면서 자동차 부품, 2차 전지 사업 등 새로운 사업에 대한 협력을 논했다.

지난 6월에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시진핑 총서기·리커창 부총리와 면담을 가졌으며 왕치산 부총리와도 만났다. 세계 최대 부호인 멕시코 통신 재벌 카를로스 슬림 텔맥스텔레콤 회장과도 회동을 가진 바 있다. 8월에는 영국 제4이동통신사인 허치슨과 3세대통신(3G)과 롱텀에볼루션(LTE) 장비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10월에는 광통신장비와 태양광패널을 제조하는 미국 태양광기업 엠코어의 루벤 리터드 회장을 만나 사업현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1년에 100일 이상의 해외출장을 소화해 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새로운 비전 수립
기여할 것으로 예상


이 부회장은 대외 활동 외에도 새로운 비전 수립을 위해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은 이 회장이 1993년 신경영 선언을 한 지 만 20년이 되는 해인만큼 삼성그룹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밑그림을 그리는데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애플과의 특허소송을 어떻게 매듭짓느냐가 현안이다. 이 부회장이 경영전반을 관리할 것이라고 삼성이 밝힌 만큼 애플과의 소송 결과가 그의 입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삼성이 선정한 미래 먹거리 사업인 ▲태양전지 ▲자동차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 제약의 구체적인 성과도 이끌어 내야한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태양광 사업이나 전기자동차 시장의 개화 시기가 계속 미뤄지면서 이들 사업 분야의 매출은 미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 제약이나 의료기기 분야 역시 선두 업체와 기술 격차가 느껴진다. 2010년 5월 이 회장이 미래 먹거리 사업 비전을 내놓은 뒤 지금까지의 성적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경제민주화 등 삼성을 둘러싼 논란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삼성은 국내 대표 기업인 만큼 이제 대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털어버리는 데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을 발전시키려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삼성이 돼야 한다.

1968년 6월23일 서울에서 태어난 이 부회장은 서울 경기초교, 서울 청운중, 서울 경복고를 졸업하고 87학번으로 서울대 동양사학과(인문학)에 입학했다. 전공으로 인문학을 택한 배경에는 고 이병철 선대회장과 이 회장의 '경영을 알기 전에 사람을 먼저 공부하라'는 뜻이 반영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마디로 풀이되는
'이재용 스타일'

이 부회장의 학창시절은 여느 학생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등 재벌자제 티를 내지 않았으며 매사에 성실하고 리더십이 강해 당시 정·재계 인사들의 자제가 많이 다니는 것으로 유명했던 경복고에서 반장으로 활동했다.

1992년 서울대를 졸업한 이 부회장은 일본 게이오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났고 1995년 '일본 제조업의 산업공동화에 대한 고찰'이라는 논문으로 석사과정을 마쳤다. 미국보다 일본을 먼저 선택한 것에도 이 회장의 "미국을 먼저 보고나서 일본을 나중에 보면 일본문화의 섬세함과 일본인의 인내성을 알기 힘들다"는 뜻에 따른 것이다. 이후 2001년에는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로 입사하면서 이 부회장은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1년에 100일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는 생활을 시작했다. 이런 공격적 행보로 2002년에는 낸드플래시 메모리가 세계 1위에 오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는 이후 2003년에는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로 승진하면서 진정한 임원의 길로 들어섰다. 2007년에는 최고고객 총괄책임자(CCO) 전무로 승진했다. CCO는 삼성전자의 거래처나 최종 소비자 등 모든 고객 접점에서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였다.

그러던 중 2008년 '삼성 특검'이 불거졌고, 삼성은 이 회장의 경영퇴진이라는 중대 위기에 몰렸다. 이 부회장은 '백의종군'하겠다는 입장 표명과 함께 보직을 내려놓고 해외순환 근무에 나섰다.

당시 애플·IBM·AT&T·소니·닌텐도 등 전자·통신업계 CEO들과 친분을 쌓아가며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실적 향상에 기여했다. 이외에도 엘 고어 전 미 부통령,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 등 미국 정계의 중요 인사들과도 모임을 통한 만남을 해왔다.

2009년 부사장 승진 이후부터는 삼성전자의 핵심 현안에 깊숙이 관여하는 등 본격적 경영에 참여했다. 휴대폰·반도체·LCD·가전 등 주요 사업부 경영을 지원하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삼성전자 사업 확대에 나서기도 했다. 2010년에는 삼성전자 사장으로 선임돼 경영전면에 나서게 됐다.


점점 넓어지는 경영보폭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

이 부회장의 경영스타일은 한마디로 풀이된다. 바로 '모범생'이다. 학창시절 이 회장에게 "너무 공부에만 매달리지 말라"는 조언을 들었다는 일화는 이 같은 면을 잘 보여준다.

이 부회장은 6시에 기상하고 업무 시간은 보통 오전 7시에서 저녁 10시경까지 이어진다. 저녁 11시 전후에 퇴근하는 일이 잦고 토요일, 일요일까지 근무하는 날도 다반사다.

일본과 미국에서의 유학생활로 겸손을 몸에 익혔고, 미국식 합리주의에도 익숙하다. 대외행사에서는 웃어른들에게 항상 깍듯하게 인사를 하는 겸손한 모습을 보이며, 출근할 때는 출입 사원증을 찍고 출근할 정도로 원칙을 지키려고 한다.

이 회장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는 튀지 않으려고 하며, 각종 회의에서 자신의 뜻과 다른 의견이 있더라도 일단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난 뒤 의사를 전달한다. 상명하달보다는 적극적인 질문과 토론으로 공감을 이끌어내는 하의상달식이다.

이 부회장을 평가 절하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영능력에 대한 의심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승진이 이 회장의 장남에게 힘을 실어주는 성격으로 보고 있다. 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후계 체제 강화라는 설명이다.


사장 7명 승진 등 세대교체…측근들 전진 배치
그룹 "이건희 회장 건재…경영권 승계와 무관"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이하 경개연)은 '이재용 사장의 부회장 승진보다 경영능력 검증이 먼저다'라는 논평을 통해 "이 사장의 부회장 승진이 시기상조가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개연은 "삼성특검 수사의 핵심이었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인수 등을 통해 승계를 위한 지분 확보 작업은 끝났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의 경영능력은 여전히 미지수다"고 지적했다.

경개연은 또 "삼성그룹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기업이자 글로벌기업으로서 경영승계를 추진하고자 한다면 시장에서 납득할 만한 수준의 검증이 전제되어야 함은 당연하다"며 "만일 제대로 된 경영능력 검증 없이 이재용 체제로 경영승계가 이뤄진다면, 결코 존경받는 CEO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10년이 넘게 지난 'e삼성'의 실패도 이 부회장의 '족쇄'다. 세계적으로 '정보기술(IT) 열풍'이 불어 닥친 1990년대 말께 이 부회장은 자본금 100억원으로 e삼성을 설립했다. 그러나 의욕적으로 시작했던 이 사업은 2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본데 더해, 그 부실을 계열사들에게 넘겼다는 혐의로 법정공방까지 벌였다.

삼성그룹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는 것.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매주 2회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그룹 경영 현안을 챙기는 등 경영활동이 여전하다"며 "경영권 승계 가속화라고 이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회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9년 뒤에야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한편 삼성은 이 부회장 외에도 16명에 대한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이 부회장 다음으로 주목을 받았던 박근희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박 부회장은 삼성생명이 시장지배력을 확대해 제2 도약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박원규 삼성코닝정밀소재 부사장과 박대영 삼성중공업 부사장은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부 승진했다. 윤용암 삼성생명 부사장은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으로, 이돈주 삼성전자 부사장은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담당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고 홍원표 삼성전자 부사장은 미디어솔루션센터장 사장으로 승진했다.

임대기 삼성미래전략실 부사장은 제일기획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한 단계 승진했다. 이인용 미래전략실 부사장도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으로 승진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기존 DS부문장과 함께 종합기술원장을 겸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은 맡지 않게 됐다. 이 자리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이 앉는다. 조수인 삼성디스플레이 OLED 사업부장은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사장으로 자리를 바꾼다.

성과주의 인사원칙
경험·참신성 조화

윤주화 삼성전자 DMC부문 경영지원실장은 제일모직 패션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으로 이동한다. 김종중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지원실장은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으로 이동한다.

노인식 삼성중공업 사장과 박준형 삼성자산운용 사장은 각각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산업담당과 인적자원개발담당 사장으로 옮긴다.

삼성은 이번 연말 사장단 인사에 대해 성과주의 인사원칙에 경험과 참신성의 조화를 가미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각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열어 이번 사장단 인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약력]

▲1968년 서울 출생
▲1981년 서울 경기초등학교 졸
▲1984년 서울 청운중학교 졸
▲1987년 서울 경복고등학교 졸
▲1992년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졸
▲1995년 일본 게이오대학원 석사과정 졸
▲2001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
▲2003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
▲2007년 삼성전자 최고고객총괄책임자(CCO) 전무
▲2009년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
▲2010년 삼성전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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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