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스포츠> 지금은 퍼블릭 골프장 전성시대

회원제 불황 속 영업이익 30% 증가

지난 2003년 지방에서는 처음 억대 분양시대를 개막하며 소수 회원 중심 운영으로 각광받았던 27홀 규모의 순천 파인힐스가 625억원의 입회금을 모두 반환하고 퍼블릭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입회금 반환 요청이 쇄도하는 동시에 입장객 감소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자 과감하게 퍼블릭으로 변신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올해 들어 롯데스카이힐 성주에 이어 회원제로 개장을 준비하던 오너스CC가 이미 퍼블릭으로 탈바꿈했고, 제부도 아일랜드 역시 퍼블릭을 모색하고 있다. 그야말로 ‘퍼블릭 열풍’이다.

미래에셋·현대차 건설 가세 전국 40여곳 조성 중
회원권 시세 급락, 회원제의 퍼블릭 변신 예고?

회원제 골프장들이 이처럼 퍼블릭에 매력을 느끼는 건 바로 ‘입회금 반환 대란’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장기적인 불황, 신설골프장의 급증으로 골프회원권시세가 급락하면서 대다수 골프장들이 입회금 반환 요청에 시달리고 있다. 반환기간이 도래한 2005년에서 2011년에 개장한 회원제 골프장만 해도 111개에 육박한다.

당기수익률 낮지만
회원제보단 낫다

어차피 입회금을 반환해야 한다면 아예 퍼블릭으로 바꿔 보다 낮은 그린피로 경쟁력을 높여 경영 정상화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골프장의 한 관계자는 “퍼블릭으로 전환하면 골퍼들의 입장에서는 그린피는 낮아지고 코스 품격은 회원제 그대로이니 선호할 수밖에 없다”라고 퍼블릭 전환의 장점을 얘기한다.

퍼블릭의 메리트는 ‘2011년 골프장 경영실적분석’에도 나타난다. 지난해 전국 122개 회원제(제주도 지역 제외)의 매출액 대비 당기 순이익은 -3.7%, 영업이익률은 6.9%를 기록했다. 적자골프장이 늘고 있고, 지방 회원제는 특히 2010년 14곳에서 27곳으로 두 배나 급증했다.

반면 66개 퍼블릭은 당기 순이익률 15.3%, 영업이익률 36.7%로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렸다.

퍼블릭은 회원모집으로 건설비를 모두 충당하는 회원제와 달리 금융권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이후 수익금으로 갚아나가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30%대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해도 공사대금 상환이나 은행 차입금에 대한 금융비용 등이 꾸준히 발생해 당기 순이익률은 15%대로 낮아진다. 그래도 회원제보다는 낫다.

이 때문에 향후 신설골프장의 추이 역시 퍼블릭이 대세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는 퍼블릭이 오는 2016년에는 절반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개장이 예정된 골프장 121.3개 소 중 85.3개소를 차지하고 있고, 여기에 기존 회원제도 가세하고 있다.

서천범 소장은 “(회원제는) 입회금 반환에 대한 책임, 중과세율 적용 등으로 메리트가 줄어들고, 회원 모집 자체가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기존 회원제가 퍼블릭으로 변경하는 데는 걸림돌이 있다. 입회금을 반환할 자금력이다. 파인힐스는 회원 동의 절차를 거쳐 정회원과 주중회원 입회금 625억원을 모두 지급했다. 보성건설이라는 든든한 모기업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다. 롯데스카이힐 성주도 마찬가지다. 오너스는 회원모집 초기에 회원제를 포기해 부담이 적었다.

경기도 여주 C골프장은 회원들이 골프장을 상대로 인수소송까지 강행하고 있다. L회원은 “(골프장 측이) 입회금을 한 푼도 반환하지도 않은 채 일방적으로 (퍼블릭)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며 “소송을 통해서라도 회원들의 권익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입회금을 모두 날릴 바에야 회원들이 골프장을 인수해 ‘주주회원제’로 운영하겠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골프장 경영악화가 사회적인 파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시해야 되는 이유다. 현행 ‘체육시설이용 및 설치에 관한 법률’에는 회원제는 언제든지 퍼블릭으로(퍼블릭의 회원제 전환은 불가능) 돌아설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회원들의 동의와 함께 입회금을 전액 지불해야 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자금력이 없다면 입회금을 출자금으로 대치한 주주제 도입이나 세미-대중제 등 상생의 길을 찾아야한다.

지난 9월 초 대부도에 가개장한 아일랜드CC(총 27홀)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먼저 조성된 18홀에선 연일 시범 라운딩으로 사람들이 북적였다. 최근 이곳은 회원제 골프장에서 대중 골프장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아일랜드CC 관계자는 “퍼블릭 골프장으로 전환한다고 해서 서비스나 골프장 질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골프마니아 입장에선 좋은 골프장을 저렴하게, 자주 이용할 수 있으니 더 이익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아일랜드CC 외에도 지난 3년간 회원제에서 퍼블릭으로 전환한 곳은 12곳이다. 특히 올해에만 롯데스카이힐 성주, 두미, 파인힐스 등 절반(6곳)이 퍼블릭으로 이름을 바꿔 달았거나 변경 예정이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05∼2011년 동안 개장한, 입회금을 반환해야 하는 회원제 골프장 111개 중 46개가 입회금을 반환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상당수는 퍼블릭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신규 투자도 퍼블릭 골프장이 대세다. 최근 1년새 문을 열었거나 현재 건설 중인 전국의 퍼블릭 골프장수는 40여 개가 넘는다. 위치, 시공사 등에 따라 사정은 다르다지만 통상 18홀 기준 골프장 조성비용은 500억~1000억원에 달한다. 단순 계산해도 이 불경기에 퍼블릭 골프장 공사로 적게는 2조원, 많게는 4조원짜리 프로젝트가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대중 골프장이 호황을 누리는 이유는 뭘까. 일단 돈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중 골프장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7%에 달했다.

코리아퍼블릭CC(9홀), 한탄강CC(18홀), 베어크리크CC(36홀), 리더스CC(27홀), 아리지CC(27홀) 등 7곳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50%를 넘겼다.

이렇게 벌 수 있는 배경엔 ‘박리다매’식 영업방식이 있다. 대중 골프장은 회원제처럼 거액의 회원권을 팔지는 못한다. 하지만 일반세율을 적용받아 골프장 이용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회원권이 없는 일반인이 회원제 골프장을 이용할 경우 그린피(입장료)로 15만~25만원을 내야 한다. 퍼블릭 골프장은 이보다 4만~5만원 정도 싸다. 경기도 포천 소재 락가든골프클럽의 경우 평일 7만원(2인 9만원), 주말 9만원에 불과하다. 락가든골프클럽의 한 관계자는 “캐디, 라커룸, 샤워장이 없는 대신 최적의 골프 코스를 제공했더니 일찌감치 2달치 이상 예약이 꽉 찼다”고 전했다. 락가든은 지난해 올린 매출 25억원 중 영업이익이 2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락가든이 아니더라도 수도권을 벗어나면 그린피가 10만원 미만인 대중 골프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대중 골프장
4만~5만원 저렴

대중골프장협회 추산 전국 회원제 골프장의 회원수는 약 10만명인 반면 국내 골프인구는 약 315만명이다. 골프는 치고 싶은데 회원권이 없는 사람들이 결국 퍼블릭 골프장으로 몰리다 보니 영업이익률이 이처럼 높은 것이다.

물론 퍼블릭 골프장은 영업이익률이 높지만 상대적으로 당기순이익률은 낮다.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회원권을 팔아 골프장 건설비에 보태다 보니 금융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 물론 이는 회원권이 많이 팔렸을 때 얘기다.

반면 퍼블릭 골프장은 자본력이 없는 시행사의 경우 금융권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 건설하고 운영 수익금으로 갚아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3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퍼블릭 골프장이라 하더라도 공사대금 상환, 은행 차입금에 대한 이자 비용 등이 꾸준히 발생한다. 그래서 당기순이익률은 10%대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자본에 민감한 사업가들이라면 당기순이익률 10%대라도 감지덕지다. 조성비용으로 1000억원이 들어간 퍼블릭 골프장이라지만 계속 이익을 내 원금을 5~10년내 상환하고 나면 말 그대로 ‘오너’ 경영자가 될 수 있기 때문. 전국에 퍼블릭 골프장 건설 열풍이 부는 이유다.

그렇다면 퍼블릭 골프장은 얼마나 늘어날까.
지난해 말까지 전국 골프장 440개 중 퍼블릭 골프장 비중은 32.2%(홀 수 기준) 정도다. 2001년 15.9%였던 점유율이 10년 만에 2배 정도 증가했다. 앞으로 이 비율은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퍼블릭으로 공사 중이거나 전환한 추이로 봐서 향후 5년 후엔 퍼블릭 골프장 비중이 48.6%로 회원제 골프장(47.9%) 비중을 제칠 것으로 전망(한국레저산업연구소 자료)된다.

수요 역시 퍼블릭 골프장 쪽으로 쏠릴 전망이다. 강배권 대중골프장협회장은 “골프가 사치성 운동이라고 하지만 국내 골퍼들은 그린피 가격에 상당히 민감하다. 국내 경기 침체, 가처분소득 정체 등 경기 침체 조짐이 보이면 회원제 골프장을 이용하던 비회원 중산층도 퍼블릭 골프장으로 옮겨올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했다.

반면 회원제 골프장은 하락세가 뚜렷하다. 일부 회원제 골프장은 골프회원권 가격 폭락에 따른 입회금 반환 사태, 신규 회원권 분양난, 운영 적자 폭 확대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해 회원제 골프장의 평균 당기순이익률은 처음으로 마이너스 3.7%를 기록, 손해를 봤다.

서천범 소장은 “회원을 보호하기 위해 회원 승계의무를 명시한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제27조(체육시설업 등의 승계) 조항이 있는데 역설적으로 이 조항 때문에 부도난 회원제 골프장이 퍼블릭으로 전환하거나 인수합병(M&A)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그로 인해 법 취지와 달리 회원들의 권익도 침해되고 있으므로 삭제를 검토할 때”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퍼블릭 골프장의 ‘나 홀로 호황’은 얼마나 갈까. 당장은 아니지만 암운이 슬쩍 비친다. 우선 회원제 골프장 세제 개편안을 대중골프장 업계에선 ‘당장 꺼야 할 불’로 여긴다.

지난 8월 정부는 회원제 골프장의 그린피에 붙는 개별소비세(개소세) 면제 일몰제 시행안을 발표했다. 골퍼들은 9월 현재 회원제 골프장에 입장할 때마다 1인당 2만1120원(교육세, 농어촌특별세, 부가가치세 포함)을 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한시적으로 이를 면제받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가격이 인하된 만큼 회원제 골프장이용객이 늘어나면서 내수 경기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대중 골프장은 반발이 거세다. 그간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영업해왔는데 가격차가 4만~5만원에서 2만~3만원 차로 좁혀지면 집에서 가깝거나 시설이 상대적으로 좋은 회원제 골프장에 손님을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강배권 회장이 “2만여원을 깎아주는 것이 당장은 골퍼들 부담을 줄여 골프 대중화에 기여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과는 그와 반대로 나올 것이다. 대중 골프장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경영압박을 받게 될 것이 뻔하다. 그러면 대중 골프장은 점점 줄어들고, 회원제 골프장만 더 늘어나게 된다. 요컨대 우리나라는 부자층인 회원권 보유자들만의 골프천국이 조성될 것”이라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불어 공급과잉 우려도 있다. 2016년 이후 절반을 넘어선다면 그때부터는 출혈경쟁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 서천범 소장은 “사실상 지금도 골프인구의 연간 라운딩 횟수가 8.8회(2009년)에서 8.4회(2011년)로 줄어들고 있다. 어떤 골프장이 저렴하게 좋은 서비스를 제시하는가에 따라 승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회원제 골프장의 그린피에 부과되는 개소세가 내년부터 폐지될 경우 대중 골프장들은 이용객수가 감소하고 경영실적이 악화되는 등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개소세 폐지되면
퍼블릭 죽는다

최근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표한 ‘개소세폐지시 골프장산업 전망’자료에 따르면 개소세가 내년부터 폐지되면 회원제 골프장들의 당기순이익률은 올해 -10.7%에서 내년에는 -5.9%로 호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중 골프장들의 당기순이익률은 올해 10.7%에서 내년에는 -1.7%로 떨어져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2008년 10월부터 2010년 말까지 지방회원제 골프장에 세금을 감면해 주는 조세특례제한법이 시행됐을 때 회원제 골프장과 대중 골프장의 경영실적을 근거로 계산한 추정치다.

당시 지방 회원제 골프장의 그린피가 3만1000원 인하되면서 지방 회원제 골프장의 경영실적은 호전된 반면 대중  골프장은 악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개소세가 폐지되지 않을 경우 회원제 골프장의 당기순이익률은 내년에 -17.1%로 떨어지지만 대중 골프장은 6.4%로 감소폭이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다.

이용객수에서도 개소세가 폐지되면 회원제 골프장은 내년에 5.1% 증가하지만 대중 골프장은 15.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서천범 소장은 “개소세 폐지는 해외골프 여행객들의 억제나 내수 활성화 효과가 없고 회원제-대중 골프장의 세율 균형을 깨트리는 조치”라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