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스포츠> 지금은 퍼블릭 골프장 전성시대

회원제 불황 속 영업이익 30% 증가

지난 2003년 지방에서는 처음 억대 분양시대를 개막하며 소수 회원 중심 운영으로 각광받았던 27홀 규모의 순천 파인힐스가 625억원의 입회금을 모두 반환하고 퍼블릭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입회금 반환 요청이 쇄도하는 동시에 입장객 감소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자 과감하게 퍼블릭으로 변신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올해 들어 롯데스카이힐 성주에 이어 회원제로 개장을 준비하던 오너스CC가 이미 퍼블릭으로 탈바꿈했고, 제부도 아일랜드 역시 퍼블릭을 모색하고 있다. 그야말로 ‘퍼블릭 열풍’이다.

미래에셋·현대차 건설 가세 전국 40여곳 조성 중
회원권 시세 급락, 회원제의 퍼블릭 변신 예고?

회원제 골프장들이 이처럼 퍼블릭에 매력을 느끼는 건 바로 ‘입회금 반환 대란’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장기적인 불황, 신설골프장의 급증으로 골프회원권시세가 급락하면서 대다수 골프장들이 입회금 반환 요청에 시달리고 있다. 반환기간이 도래한 2005년에서 2011년에 개장한 회원제 골프장만 해도 111개에 육박한다.

당기수익률 낮지만
회원제보단 낫다

어차피 입회금을 반환해야 한다면 아예 퍼블릭으로 바꿔 보다 낮은 그린피로 경쟁력을 높여 경영 정상화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골프장의 한 관계자는 “퍼블릭으로 전환하면 골퍼들의 입장에서는 그린피는 낮아지고 코스 품격은 회원제 그대로이니 선호할 수밖에 없다”라고 퍼블릭 전환의 장점을 얘기한다.

퍼블릭의 메리트는 ‘2011년 골프장 경영실적분석’에도 나타난다. 지난해 전국 122개 회원제(제주도 지역 제외)의 매출액 대비 당기 순이익은 -3.7%, 영업이익률은 6.9%를 기록했다. 적자골프장이 늘고 있고, 지방 회원제는 특히 2010년 14곳에서 27곳으로 두 배나 급증했다.


반면 66개 퍼블릭은 당기 순이익률 15.3%, 영업이익률 36.7%로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렸다.

퍼블릭은 회원모집으로 건설비를 모두 충당하는 회원제와 달리 금융권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이후 수익금으로 갚아나가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30%대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해도 공사대금 상환이나 은행 차입금에 대한 금융비용 등이 꾸준히 발생해 당기 순이익률은 15%대로 낮아진다. 그래도 회원제보다는 낫다.

이 때문에 향후 신설골프장의 추이 역시 퍼블릭이 대세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는 퍼블릭이 오는 2016년에는 절반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개장이 예정된 골프장 121.3개 소 중 85.3개소를 차지하고 있고, 여기에 기존 회원제도 가세하고 있다.

서천범 소장은 “(회원제는) 입회금 반환에 대한 책임, 중과세율 적용 등으로 메리트가 줄어들고, 회원 모집 자체가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기존 회원제가 퍼블릭으로 변경하는 데는 걸림돌이 있다. 입회금을 반환할 자금력이다. 파인힐스는 회원 동의 절차를 거쳐 정회원과 주중회원 입회금 625억원을 모두 지급했다. 보성건설이라는 든든한 모기업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다. 롯데스카이힐 성주도 마찬가지다. 오너스는 회원모집 초기에 회원제를 포기해 부담이 적었다.

경기도 여주 C골프장은 회원들이 골프장을 상대로 인수소송까지 강행하고 있다. L회원은 “(골프장 측이) 입회금을 한 푼도 반환하지도 않은 채 일방적으로 (퍼블릭)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며 “소송을 통해서라도 회원들의 권익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입회금을 모두 날릴 바에야 회원들이 골프장을 인수해 ‘주주회원제’로 운영하겠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골프장 경영악화가 사회적인 파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시해야 되는 이유다. 현행 ‘체육시설이용 및 설치에 관한 법률’에는 회원제는 언제든지 퍼블릭으로(퍼블릭의 회원제 전환은 불가능) 돌아설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회원들의 동의와 함께 입회금을 전액 지불해야 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자금력이 없다면 입회금을 출자금으로 대치한 주주제 도입이나 세미-대중제 등 상생의 길을 찾아야한다.

지난 9월 초 대부도에 가개장한 아일랜드CC(총 27홀)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먼저 조성된 18홀에선 연일 시범 라운딩으로 사람들이 북적였다. 최근 이곳은 회원제 골프장에서 대중 골프장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아일랜드CC 관계자는 “퍼블릭 골프장으로 전환한다고 해서 서비스나 골프장 질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골프마니아 입장에선 좋은 골프장을 저렴하게, 자주 이용할 수 있으니 더 이익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아일랜드CC 외에도 지난 3년간 회원제에서 퍼블릭으로 전환한 곳은 12곳이다. 특히 올해에만 롯데스카이힐 성주, 두미, 파인힐스 등 절반(6곳)이 퍼블릭으로 이름을 바꿔 달았거나 변경 예정이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05∼2011년 동안 개장한, 입회금을 반환해야 하는 회원제 골프장 111개 중 46개가 입회금을 반환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상당수는 퍼블릭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신규 투자도 퍼블릭 골프장이 대세다. 최근 1년새 문을 열었거나 현재 건설 중인 전국의 퍼블릭 골프장수는 40여 개가 넘는다. 위치, 시공사 등에 따라 사정은 다르다지만 통상 18홀 기준 골프장 조성비용은 500억~1000억원에 달한다. 단순 계산해도 이 불경기에 퍼블릭 골프장 공사로 적게는 2조원, 많게는 4조원짜리 프로젝트가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대중 골프장이 호황을 누리는 이유는 뭘까. 일단 돈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중 골프장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7%에 달했다.

코리아퍼블릭CC(9홀), 한탄강CC(18홀), 베어크리크CC(36홀), 리더스CC(27홀), 아리지CC(27홀) 등 7곳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50%를 넘겼다.

이렇게 벌 수 있는 배경엔 ‘박리다매’식 영업방식이 있다. 대중 골프장은 회원제처럼 거액의 회원권을 팔지는 못한다. 하지만 일반세율을 적용받아 골프장 이용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회원권이 없는 일반인이 회원제 골프장을 이용할 경우 그린피(입장료)로 15만~25만원을 내야 한다. 퍼블릭 골프장은 이보다 4만~5만원 정도 싸다. 경기도 포천 소재 락가든골프클럽의 경우 평일 7만원(2인 9만원), 주말 9만원에 불과하다. 락가든골프클럽의 한 관계자는 “캐디, 라커룸, 샤워장이 없는 대신 최적의 골프 코스를 제공했더니 일찌감치 2달치 이상 예약이 꽉 찼다”고 전했다. 락가든은 지난해 올린 매출 25억원 중 영업이익이 2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락가든이 아니더라도 수도권을 벗어나면 그린피가 10만원 미만인 대중 골프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대중 골프장
4만~5만원 저렴

대중골프장협회 추산 전국 회원제 골프장의 회원수는 약 10만명인 반면 국내 골프인구는 약 315만명이다. 골프는 치고 싶은데 회원권이 없는 사람들이 결국 퍼블릭 골프장으로 몰리다 보니 영업이익률이 이처럼 높은 것이다.

물론 퍼블릭 골프장은 영업이익률이 높지만 상대적으로 당기순이익률은 낮다.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회원권을 팔아 골프장 건설비에 보태다 보니 금융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 물론 이는 회원권이 많이 팔렸을 때 얘기다.

반면 퍼블릭 골프장은 자본력이 없는 시행사의 경우 금융권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 건설하고 운영 수익금으로 갚아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3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퍼블릭 골프장이라 하더라도 공사대금 상환, 은행 차입금에 대한 이자 비용 등이 꾸준히 발생한다. 그래서 당기순이익률은 10%대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자본에 민감한 사업가들이라면 당기순이익률 10%대라도 감지덕지다. 조성비용으로 1000억원이 들어간 퍼블릭 골프장이라지만 계속 이익을 내 원금을 5~10년내 상환하고 나면 말 그대로 ‘오너’ 경영자가 될 수 있기 때문. 전국에 퍼블릭 골프장 건설 열풍이 부는 이유다.

그렇다면 퍼블릭 골프장은 얼마나 늘어날까.
지난해 말까지 전국 골프장 440개 중 퍼블릭 골프장 비중은 32.2%(홀 수 기준) 정도다. 2001년 15.9%였던 점유율이 10년 만에 2배 정도 증가했다. 앞으로 이 비율은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퍼블릭으로 공사 중이거나 전환한 추이로 봐서 향후 5년 후엔 퍼블릭 골프장 비중이 48.6%로 회원제 골프장(47.9%) 비중을 제칠 것으로 전망(한국레저산업연구소 자료)된다.

수요 역시 퍼블릭 골프장 쪽으로 쏠릴 전망이다. 강배권 대중골프장협회장은 “골프가 사치성 운동이라고 하지만 국내 골퍼들은 그린피 가격에 상당히 민감하다. 국내 경기 침체, 가처분소득 정체 등 경기 침체 조짐이 보이면 회원제 골프장을 이용하던 비회원 중산층도 퍼블릭 골프장으로 옮겨올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했다.

반면 회원제 골프장은 하락세가 뚜렷하다. 일부 회원제 골프장은 골프회원권 가격 폭락에 따른 입회금 반환 사태, 신규 회원권 분양난, 운영 적자 폭 확대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해 회원제 골프장의 평균 당기순이익률은 처음으로 마이너스 3.7%를 기록, 손해를 봤다.

서천범 소장은 “회원을 보호하기 위해 회원 승계의무를 명시한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제27조(체육시설업 등의 승계) 조항이 있는데 역설적으로 이 조항 때문에 부도난 회원제 골프장이 퍼블릭으로 전환하거나 인수합병(M&A)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그로 인해 법 취지와 달리 회원들의 권익도 침해되고 있으므로 삭제를 검토할 때”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퍼블릭 골프장의 ‘나 홀로 호황’은 얼마나 갈까. 당장은 아니지만 암운이 슬쩍 비친다. 우선 회원제 골프장 세제 개편안을 대중골프장 업계에선 ‘당장 꺼야 할 불’로 여긴다.


지난 8월 정부는 회원제 골프장의 그린피에 붙는 개별소비세(개소세) 면제 일몰제 시행안을 발표했다. 골퍼들은 9월 현재 회원제 골프장에 입장할 때마다 1인당 2만1120원(교육세, 농어촌특별세, 부가가치세 포함)을 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한시적으로 이를 면제받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가격이 인하된 만큼 회원제 골프장이용객이 늘어나면서 내수 경기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대중 골프장은 반발이 거세다. 그간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영업해왔는데 가격차가 4만~5만원에서 2만~3만원 차로 좁혀지면 집에서 가깝거나 시설이 상대적으로 좋은 회원제 골프장에 손님을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강배권 회장이 “2만여원을 깎아주는 것이 당장은 골퍼들 부담을 줄여 골프 대중화에 기여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과는 그와 반대로 나올 것이다. 대중 골프장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경영압박을 받게 될 것이 뻔하다. 그러면 대중 골프장은 점점 줄어들고, 회원제 골프장만 더 늘어나게 된다. 요컨대 우리나라는 부자층인 회원권 보유자들만의 골프천국이 조성될 것”이라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불어 공급과잉 우려도 있다. 2016년 이후 절반을 넘어선다면 그때부터는 출혈경쟁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 서천범 소장은 “사실상 지금도 골프인구의 연간 라운딩 횟수가 8.8회(2009년)에서 8.4회(2011년)로 줄어들고 있다. 어떤 골프장이 저렴하게 좋은 서비스를 제시하는가에 따라 승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회원제 골프장의 그린피에 부과되는 개소세가 내년부터 폐지될 경우 대중 골프장들은 이용객수가 감소하고 경영실적이 악화되는 등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개소세 폐지되면
퍼블릭 죽는다

최근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표한 ‘개소세폐지시 골프장산업 전망’자료에 따르면 개소세가 내년부터 폐지되면 회원제 골프장들의 당기순이익률은 올해 -10.7%에서 내년에는 -5.9%로 호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중 골프장들의 당기순이익률은 올해 10.7%에서 내년에는 -1.7%로 떨어져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2008년 10월부터 2010년 말까지 지방회원제 골프장에 세금을 감면해 주는 조세특례제한법이 시행됐을 때 회원제 골프장과 대중 골프장의 경영실적을 근거로 계산한 추정치다.

당시 지방 회원제 골프장의 그린피가 3만1000원 인하되면서 지방 회원제 골프장의 경영실적은 호전된 반면 대중  골프장은 악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개소세가 폐지되지 않을 경우 회원제 골프장의 당기순이익률은 내년에 -17.1%로 떨어지지만 대중 골프장은 6.4%로 감소폭이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다.

이용객수에서도 개소세가 폐지되면 회원제 골프장은 내년에 5.1% 증가하지만 대중 골프장은 15.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서천범 소장은 “개소세 폐지는 해외골프 여행객들의 억제나 내수 활성화 효과가 없고 회원제-대중 골프장의 세율 균형을 깨트리는 조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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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