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수장들 좌불안석 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2.06 11:4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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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바뀌면 물갈이 될라 '끙끙'

[일요시사=경제1팀] 새 정부 출범이 불과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정권 교체 때마다 그랬듯 대규모 인사 태풍이 불어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사 수장들은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대선후보들과 가까운 관계인 금융지주 회장들은 발 빠른 대응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카드는 없다. 실적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뚜렷한 성과도 없다.

2008년 6월 임명된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경남 하동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정통 'MB맨'이다. 이 회장의 임기는 정권이 바뀌어도 1년 반이 남는다.

하지만 우리금융지주는 정부 소유 은행으로 인사철마다 외풍에 시달려왔다. 정권 교체까지 앞두고 있는 지금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회장은 민영화를 최대 핵심과제로 내세워왔지만 임기 중 벌써 2차례나 무산됐고 민영화를 대비한 체질개선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뚜렷한 성과 없어

이 회장은 현재 동남아시아 은행 인수 및 '매트릭스' 체제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다. 카드사 분사도 내년 1월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금융당국은 종전과는 달리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우리은행 노조 등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아 잡음을 불가피하다.


LA한미은행 인수 실패도 뼈아프다. 인수 주체인 우리은행 미국 현지법인의 경영등급 미달이 이유였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노리는 인사들이 수두룩하다는 얘기도 공공연하다.

'MB노믹스'의 대표아이콘이라는 이유로 '킹만수'라고 불리기도 하는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13년 3월까지다. 다만 차기 정부가 MB 정부의 전철을 밟는다면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강 회장은 MB 정권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았고 퇴임 후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 활동했던 대표적인 MB맨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강 회장의 오랜 숙원이었던 기업공개(IPO)는 국회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고 HSBC(홍콩상하이은행) 서울지점 인수작업도 돌연 중단됐다.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추진했던 우리금융지주 인수도 답보상태다. 3년 임기 내에 산은지주 민영화를 완료하겠다며 큰 소리 치던 강 회장은 민영화 반대론자가 됐다. 취임한 지 벌써 1년8개월이 지났지만 정권 교체 후 임기를 보장받을 마땅한 카드가 없는 것이다.

취임부터 낙하산 논란에 휩싸이며 출근 저지까지 받았던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출신이다.

취임한 지 150일이 넘었지만 의욕만 앞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는가 하면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경영도 부실하다. 농협의 대표상품을 만들겠다며 출시한 'New Have 카드'와 '나눔리스'는 소비자들의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1인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와의 사이도 불편하다. 지난 6월 신 회장의 취임식에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이 불참했고 양측의 신경전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농협 노조의 견해를 적극 수용하면서 최 회장의 심기를 건드렸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초특급 인사태풍에 잔뜩 웅크린 금융권 초긴장
MB정권 인사 밥그릇 뺏길까…회장들 가시방석

의혹은 농협금융의 조직개편 과정에서도 불거졌다. 지난 7월 지주와 농협은행 일부 본부를 통합·축소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금융지주와 농협은행 홍보부 조직이 해체돼 중앙회 산하 전략기획본부로 들어갔다.

농협 측은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일반적으로는 한 금융지주사의 은행, 보험, 증권 등 계열사마다 홍보실이 개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농협은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농협회장과 임직원의 고액연봉, 방만 경영, 지역농협의 비리와 각종 금융사고 등으로 곤욕을 치러 왔다. 교체된 정권이 칼을 들이밀 수 있는 상황인 것. 농협이 향후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다만 문재인 대선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강 회장과 신 회장의 임기 보전이 용이하다. 문 후보와 강 회장 그리고 신 회장은 경남고라는 파워 인맥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강 이남 최고 명문고로 불리던 경남고는 정·관계에 수많은 인사를 배출한 만큼 동문 간 결속력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이명박 대통령과 연이 없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문 후보와 경남고 25회 동기다.  김 회장은 문 후보와 학연이 있는데다 다른 금융지주회장과는 다르게 MB맨으로 분류되지도 않는다. 정권 말에도 리더십을 유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2015년 3월까지의 임기는 보장 받을 것으로 보인다.

5연임에 도전하는 하영구 씨티금융지주 회장은 실적악화에도 불구 고배당 지속 논란 등으로 성공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하 회장을 이을 마땅한 후임자가 없다는 점에서 연임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고 있다. 본사인 씨티그룹이 한국 내 여론을 감안해 회장과 행장을 분리선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내부출신인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2014년 3월이 임기만료다. 지난 2010년 라응찬 전 회장과 주요경영진이 물러나면서 '한 회장-서진원 신한은행장' 투톱체제를 구축하고 조직을 재정비한 바 있어 정권 초 인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인사제도 고쳐야

금융지주사 회장은 막강한 인사권과 많은 돈을 자랑한다. 이것저것 사업도 많이 벌인다. 재벌 회장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때문에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지주사 회장은 자리를 위협받는다. 최근엔 부산은행을 모태로 한 BS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을 중심으로 설립된 DGB금융지주까지 새로 등장해 노릴 수 있는 자리는 더 많아졌다.

일부 수장들은 벌써부터 유력 대선후보 진영에 줄대기에 나섰다는 소문이 있고 수장 자리를 꿰차기 위해 각 지주사 임원들은 물 밑 작업에 한창이라는 얘기도 들려온다.


연말 인사 태풍이 몰아칠 때마다 금융지주사 인사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부행장급 인사 전망>

대대적 문책성 물갈이 예고

 

부행장급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인사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12월을 전후해 부행장급 임기가 대거 만료되고, 금융사고와 실적부진 등에 따른 문책성 인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과 농협은행을 제외한 우리, 신한, 하나, KB, 산업은행 등 5개 대형은행의 부행장급 61명 중 41명의 임기가 올해 말과 내년 초에 걸쳐 만료된다. 외환은행은 올해 3월 하나금융지주에 편입되면서 부행장급이 모두 교체됐으며, 농협은행은 농협금융지주로 새롭게 출발하면서 역시 경영진이 모두 바뀐 상태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수석부행장, 집행 부행장, 준법감시인 등 15명 가운데 11명의 임기가 12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동대 기업부문 부행장, 오세일 CIB그룹 부행장 등 부행장급 12명 중 9명의 임기가 내년 초 만료된다.

하나은행은 부행장 6명, 부행장보 8명 등 14명 전원의 임기가 올해 말까지다. 산업은행은 10명 가운데 절반인 5명의 자리가 바뀔 것으로 예상되며, KB국민은행은 다른 은행보다 인사폭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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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