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불명예 퇴진한 한상대 전 검찰총장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1.30 19: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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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 부리려다…제 꾀에 넘어간 총장님

[일요시사=사회팀] 한상대 전 검찰총장의 사퇴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이번 사태를 두고 '검란' '내홍' '사상 초유'라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검사동일체 원칙'을 내세우는 검찰 조직 내에서 검찰총장과 대검 중수부장의 정면충돌이라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중수부 폐지'를 내건 개혁안에 반기를 들었던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에 대해 한 전 총장이 보복성 감찰을 지시하자 전국의 검사들이 들고 일어났다. 결국 일선 검사들이 자신의 수장을 내쫓아 버린 꼴이 됐다.

지난 29일 한상대 전 검찰총장(53·연수원 13기)과 최재경 대검중수부장(50·17기)은 볼썽사나운 싸움을 벌였다.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8층 검찰총장실 앞은 이른 아침부터 긴장감이 맴돌았다.

대검 소속 직원 10여 명은 총장실 앞에 대기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했고 일부 검찰 간부들은 총장실과 차장검사실 등을 분주히 오갔다. 이날 오전 9시께 채동욱 대검 차장검사(53·14기)를 필두로 최 중수부장을 제외한 대검 부장검사 전원이 총장실을 찾았다.

이들 참모진은 최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 착수 소식이 발표된 28일 오후 전국 각 검찰청에서 검찰총장사퇴요구가 빗발쳐 나오자 한 총장에게 용퇴를 건의하기 위해 온 것. 이들은 '검란'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일선 검찰청에 집단행동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해야 했다.

검찰총장 vs 중수부장
중수부 폐지 놓고 갈등

뒤이어 9시40분께 대검 소속 기획관과 단장 및 과장 등 부장검사급 중간간부들이 총장실에 도착했다. 이들은 "명예롭게 퇴진해 달라"며 용퇴를 건의했다. 그러자 한 전 총장은 "그런 얘기할 거면 너희들도 같이 사퇴하라”고 고성을 질렀다. 무너져가는 막장 검찰의 단면을 보여주는 웃지 못 할 한 장면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 전 총장은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그러자 서울중앙지검 소속 형사부장들을 주축으로 대표단을 꾸려 한 전 총장을 방문할 움직임이 일었다. 검사들의 의견이 '총장 퇴진 불가피' 쪽으로 모이면서 이날 정오까지 총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검란이 일어날 조짐도 나타났다. 사태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자 한 전 총장은 버티지 못하고 결국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 전 총장은 다음날인 30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 15층 회의실에서 사퇴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약 2분간 짧은 사퇴의 변을 남기고 물러났다.

한 전 총장은 "저는 오늘 검찰총장 직에서 사퇴합니다. 먼저 최근 검찰에서 부장검사 억대 뇌물 사건과 피의자를 상대로 성행위를 한 차마 말씀드리기조차 부끄러운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크나큰 충격과 실망 드린 것에 대하여 검찰총장으로서 고개 숙여 사죄를 드립니다"라고 말하며 단상에서 나와 허리를 숙였다.

이어 "저는 이제 검찰을 떠납니다. 떠나는 사람은 말이 없습니다. 검찰 개혁을 포함한 모든 현안을 후임자에게 맡기고 표표히 여러분과 작별하고자 합니다. 여러분,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라며 사퇴의 변을 마무리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 전 총장의 사퇴 기자회견과 관련한 보고를 받고 곧바로 사표를 수리했다. 한 전 총장은 애초 이날 오후 2시 검찰개혁안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대통령의 신임을 묻는' 조건부 사표를 제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날 밤 서울서부지검 평검사들이 회의를 열고 한 전 총장에게 개혁안 발표 중단을 촉구하는 등 검찰 내부의 반발이 거세지자 개혁안 발표를 취소하고 사퇴표명만 했다.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글을 쓴 뒤 기자에게 속마음을 드러낸 문자를 보내 물의를 일으킨 서울남부지검 소속 윤대해 검사에 대한 논란도 검찰개혁안을 발표하는데 있어 부담으로 작용됐다. 이로써 검찰의 자체 개혁은 일단 무산됐다.


중수부 폐지 두고 내홍…중수부장과 정면충돌
"제발 나가주세요" 검찰 초유 집단항명 사태

검찰총장과 중수부장이 정면충돌한 사상 초유의 사태의 주요 배경은 무엇일까.

바로 '검찰 개혁안'을 둘러싼 의견충돌에 있었다. 최 중수부장은 한 전 총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한 전 총장은 중수부 폐지를 비롯한 검찰개혁을 통해 MB정권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연명해보려 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 전 총장은 궁지에 몰려 있었다. 서울고검 부장검사의 뇌물 수수, 동부지검 전모 검사의 성추문 사건, 여론 조작 논란을 부른 서울남부지검 윤대해 검사의 문자까지 대형사건이 연달아 터지자 한 전 총장에 대한 사퇴요구가 빗발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 전 총장이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봐주기 위해 법정 최저형인 4년으로 내리도록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 것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한 전 총장은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꼼수'를 생각해냈다. 코너에 몰리자 위기 돌파 수단으로 '중수부 폐지 카드'를 포함한 검찰개혁안을 꺼내 든 것이다. 또 한 전 총장은 의견충돌을 빚어온 최 중수부장에 대해 그가 보낸 문자메시지를 트집 잡아 감찰까지 지시했다. 현직 대검 중수부장이 감찰을 받는다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결과론적으로 이 판단은 '무리수'가 되어 오히려 총장 생명을 단축시킨 꼴이 됐다.

대검이 한 전 총장의 지시를 받고 최 중수부장 감찰에 들어간 표면적 이유는 최 중수부장이 김광준 검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였다. 김 검사가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 공보업무를 맡았던 최 중수부장에게 향후 언론대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묻자 최 중수부장이 문자로 조언했는데 이것이 검사의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중수부장 향해
보복성 감찰조사

한 전 총장은 지난달 28일 오후 이 문제를 보고받자마자 감찰 조사를 지시했다. 또 이준호 감찰본부장에게 긴급 브리핑을 열도록 해 이 사실을 언론에 공개토록 했다. 통상 감찰조사는 결과가 나온 뒤에 언론에 공개하는 것을 생각하면 매우 이례적인 조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총장이 제 뜻과 다른 최 중수부장을 솎아내기 위해 무리하게 감찰을 동원한 정황이 드러났다. 한 전 총장은 김수창 특임검사팀의 "최 중수부장이 보낸 문자메시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듣고도 직권으로 감찰본부에 감찰을 지시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겉으론 김 특임검사가 최 중수부장의 감찰을 의뢰한 것처럼 비춰지게 하면서 정작 한 전 총장 자신은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 모양새를 띠도록 하는 꼼수까지 부렸다.

한 전 총장이 본인의 임기를 연명하기 위해 중수부 폐지 카드를 꺼내고 최 중수부장까지 찍어 내리려 하자 일선 검사들까지 나서 한 전 총장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검찰 내부에서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던 최 중수부장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검찰의 잇따른 추문 이후 총장 진퇴 문제 등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 전 총장과 의견 충돌이 있었고 그것이 감찰 조사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며 "문제 될 행동을 일체 한 바 없으므로 이번 감찰조사를 승복할 수 없고 향후 부당한 조처에는 굴복하지 않고 적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히며 한 전 총장을 정면으로 겨눴다.


다만 한 전 총장이 사퇴하기로 결정하자 최 중수부장 역시 지난달 30일 대검찰청에 출근하면서 기자들에게 "감찰 문제가 종결되면 공직자로서 책임을 지겠다"고 말해 사퇴 의사를 내비쳤다.

중수부 폐지 문제는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검찰이 정치적으로 논란이 있는 수사를 벌일 때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권 차원의 하명 수사, 표적 수사를 일삼는 중수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검찰은 그때마다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중수부 폐지를 필사적으로 반대해왔다. 검찰은 중수부가 폐지되면 수사권이 약화로 이어지는 만큼 절대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검찰 수장이 직접 중수부 폐지를 언급하고 나서니 한 전 총장은 검찰 내부에서 '공공의 적'이 돼버린 것. 그런 한 전 총장이 최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조사 지시까지 내리자 전국 일선 검사들까지 들고일어나 사퇴까지 이른 것이다.

MB정권 승승장구
레임덕 맞자 찬밥

한 전 총장은 1959년 1월28일 서울에서 태어나 보성고등학교와 고려대 법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1981년 제23회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1983년 서울지검 남부지청 검사로 임용된 후 법무부 법무실장·검찰국장, 서울고검 검사장,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등을 역임하며 '독립기념관 부실시공 화재사건' '부산 항운노조 비리사건' 등을 수사했다.


1989년 법무부 국제법무심의관실을 시작으로 주미대사관 법무협력관, 법무연수원 기획과장, 법무부 국제법무과장, 법무심의관을 거쳤다. 특수와 공안 분야 경험이 다소 적은 편이지만, 검찰 최고 요직으로 꼽히는 '빅4' 중 법무부 검찰국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치면서 '대기만성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병풍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씨를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 기소한 것이 참여정부 당시 걸림돌로 작용해 한동안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3년 인사에서 대전고검 검사로 발령받은 뒤 참여정부동안 지방을 전전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그는 다시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고려대 출신으로 검찰 내 고대 인맥의 좌장격인 한 총장은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고검장,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요직을 두루 거친 뒤 대망의 검찰총장 자리까지 꿰찼다.

물론 그가 검찰총장이 되는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지난해 7월 검찰총장으로 내정될 당시 한 총장에 대해 스폰서, 군 면제, 논문표절,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등 온갖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저런 비리가 고구마 줄기 캐듯 계속 나오자 검찰 내부에서도 눈살을 찌푸리며 그의 임명을 반대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한 전 총장 임명을 밀어붙였고 당시 다수의석을 한나라당도 이에 동조해 지난해 8월 검찰총장으로 취임했다.

MB정부 들어 승승장구 "퇴임대비용 인사"
BBK·내곡동…의혹 모두 잠재운 '소방수'

당시 검찰과 정가에서는 '퇴임대비용 인사'라는 평가가 압도적이었다. 정권 말 레임덕이 오면 측근 및 친인척 비리가 줄줄이 터질 것을 예견하고 대비한 카드라는 것.

실제로 한 전 총장은 이 대통령과 보통 사이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이 대통령과 한 전 총장은 고려대 동문이다. 또 한 전 총장의 장인 박정기 전 한국전력 사장은 이 대통령 형 이상득 전 의원과 같은 TK 출신이자 육사 14기 동기로 절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장이 각종 의혹의 당사자임에도 MB정권의 마지막 검찰총장으로 임명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특수 관계 덕분이라는 게 당시 검찰 안팎의 중론이었다.

취임 후 한 전 총장은 'MB 지키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 전 의원 연루 의혹이 제기된 이국철 SLS회장 사건 등을 수사하면서도 정작 몸통으로 지목된 이 전 의원에 대해선 서면조사만 했다. 또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 건에 대한 봐주기 식 수사를 주도했다.

한 전 총장의 MB 지키기는 서울중앙지검장 시절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2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귀국하자 당시 한상대 검사장은 수사를 맡았다. 그리고 수사 착수 2개월 만에 한 전 청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한 전 청장이 갖는 무게감에 비하면 김이 빠지는 수사였다. 그림 로비를 통한 인사 청탁 혐의, 미국 체류 기간에 국내 주정 업체 3, 4곳으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 등이 전부였다.

한 전 청장을 둘러싼 의혹의 핵심이었던 이 전 의원 등 여권 거물급 인사에 대한 연임 로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살로 몰고 간 태광실업 표적 세무조사, 이 대통령 관련 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 등은 사실상 수사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한 전 청장이 미국 체류 시절 대기업 3곳으로부터 수억 원의 자문료를 받아 챙긴 것도 '대가성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한 전 청장 수사는 철저히 개인 비리 차원, 그것도 최소한의 선에서 이뤄진 것이다.

비슷한 시기 김경준 씨의 누나 에리카 김씨가 미군 산하 오산 미군비행장을 통해 귀국해 역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옵셔널벤처스(옛 BBK투자자문) 자금 319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에리카 김에 대해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이명박·에리카 김의 빅딜설'이 나왔다. 에리카 김씨가 BBK 의혹의 잔재를 눈감아주는 대신 검찰이 그의 비위를 눈감아 줬다는 내용의 의혹이었다.

BBK 소방수
초특급 승진

이처럼 이 대통령의 'BBK 의혹'은 한 전 총장에 의해 잠재워졌다. '소방수' 역할을 충실히 해낸 것이다. 두 사건을 깔끔하게 처리한 공로를 인정받은 한 전 총장은 중앙지검 부임 5개월 만에 검찰총장으로 임명됐다. 그리고 그는 2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1년3개월 만에 검찰총장 자리를 물러났다.

검찰 내부에서의 한 전 총장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업무 전반을 잘 파악하고 후배들을 다룰 줄 알아 조직 장악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하는 이가 있는 한편 "총장 취임 이후 너무 독단적으로 조직을 운영해 대검과 일선 지검에서 선후배 갈등이 커졌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김민석 기자 <ideaed@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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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