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스포츠> '골프매거진' 세계 최고 홀 18개 선정 발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1.26 11:58:26
  • 댓글 0개

양쪽 모두 절벽인 ‘괴물 홀’이 베스트 홀?

꿈에 그리는 골프장이 있다. 골퍼라면 꼭 한 번은 가고 싶은 곳이다. 미국 골프전문지 <골프매거진>이 세계 최고의 홀 18개를 선정해 발표했다. 이들 홀을 1~18홀로 구성하면 일명 ‘베스트 와우(Best Wow!) 골프장’이 된다. 물론 세계 18대 홀은 평생에 한 번도 가보기 힘든 골프장에 속해 있다. 그러나 그 풍광을 눈과 가슴에 담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일 수 있다.

세계 각지의 베스트 와우(경이적인) 홀은 <골프매거진>과 이 잡지의 여행부문 담당기자 조 패소브가 중심이 돼 선정했다. 패소브는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경험했던 수천 개의 골프 홀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인상 깊었던 최고의 홀을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과연 세계 골프장의 어떤 코스의 어떤 홀이 18대 홀로 선정됐을까. 그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케이프 기드내퍼스 클럽
수평선상 그린 환상적

1위는 뉴질랜드 호크스 베이에 있는 케이프 기드내퍼스 골프클럽의 15번 홀(파5·650야드)이다. 톰 토크가 설계한 이 괴물 홀은 페어웨이 양쪽이 모두 깎아지른 절벽으로 벼랑 위에 높다랗게 자리 잡고 있다. 무엇보다 대양을 내려다보고 있는 수평선상의 그린이 자랑거리다. 페어웨이의 왼쪽이나 그린위의 가장자리에서 자세히 살펴보지 않는 한 지상에서 바라보는 이 홀의 풍경은 공중에서 보는 것만큼 극적이지 않을 수 있다. 헬기를 타고 이 홀을 살펴본 패소브는 “이런 곳은 세상 어디에도 다시 없었다”고 극찬했다.

베스트 와우 골프장의 2번 홀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의 사이프리스 포인트 골프클럽의 16번 홀(파3·231야드)이 꼽혔다. 바다 한가운데 코스가 둥둥 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패소브는 “솔직히 나는 이 코스의 15, 16, 17번의 3개 홀 전체를 모두 포함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모두가 엄청난 아름다움을 자랑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평가다. 하지만 이 3개 홀 중에서도 최대의 걸작은 파 3.5의 난이도를 갖고 있는 16번 홀이다.

사이프리스 포인트 골프클럽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같은 지역에 있는 페블비치 골프 링스크의 7번 홀(파3·106야드)이 3위로 평가됐다. 퍼블릭 골프장이지만 세계 3대 골프장 중 하나로 골퍼들 사이에 가장 많이 알려진 코스다. 길이는 짧지만 바닷가의 모래톱에 박혀있는 이 홀은 모래와 대양에 둘러싸여 찬란하게 빛난다. 전 세계의 많은 코스설계가는 이 홀에 대해 “페블비치의 시각적 아름다움을 집대성한 최고의 홀”이란 평가를 주저하지 않는다.


주변 환경 살리고, 코스는 티샷 쉽게
골퍼라면 꼭 한 번 가고 싶은 곳 Best 18

그 다음으로는 미국 조지아주 어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의 13번 홀(파5·510야드)이 4위에 올랐다. 이 골프장과 홀은 골퍼라면 누구나 다 아는 홀이다. 바로 매년 4월이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4대 메이저 대회의 첫 번째 대회인 마스터스가 열리는 곳으로 13번 홀은 ‘아멘 코너(11, 12, 13번 홀)’의 마지막 홀이기도 하다.

위험에 따른 보상이 가장 큰 홀임에도 불구하고 봄철에 이보다 더 아름다운 내륙의 홀은 지구상에서 찾을 수가 없다. 커다란 소나무와 진달래 언덕, 그린 앞의 작은 개울, 홀을 둘러싼 네 개의 놀라운 벙커는 사람들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하다.

또 아일랜드 킨세일에 소재한 올드 헤드 골프링크스의 12번 홀(파5·564야드)은 정말 색다른 느낌을 준다. 5위의 가치가 아깝지 않다. 이 홀은 ‘대양 코스의 연극 무대’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이 코스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놀라운 미적 경험을 갖게 된다. 대양을 중심으로 가로로 길게 조성된 코스는 마치 공연을 준비하는 무대 같다. 이 거친 파5 홀에서 펼쳐지는 가장 경이적인 이야기는 벼랑의 가장자리로 구사하는 오르막 드라이버 샷이다.

스코틀랜드 텐베리의 텐베리 아일사 리조트의 9번 홀(파4·449야드)과 미국 플로리다주 레칸토의 블랙 다이어먼드 랜치의 15번 홀(파4·371야드), 그리고 스코틀랜드 애버딘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링크스의 14번 홀(파4·445야드)은 각각 6, 7, 8위에 선정됐다. 1935년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진 사라센(미국)은 이 중에서도 텐베리 아일사 리조트의 9번 홀에 대해 “골프계에서 가장 위대한 파4홀이다”라고 찬사를 보낸 바 있다.

조금 아쉬운 것은 골프의 발상지로 평가받고 있는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의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의 18번 홀(파4·361야드)이 9번째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패소브는 “17번 홀이 올드 코스에서 반드시 플레이해 봐야할 홀이란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깎아지른 절벽의 장관을 원한다면 놀라운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18번 홀(티)이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나머지 9개 홀에 얽힌 얘기는 숱하게 많다. 각 골프장의 탄생 배경과 각각의 홀에 감춰진 골퍼의 개인사(라운드 경험)까지 들춰낸다면 그 스토리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물론 혹자는 이 선정 순위가 못마땅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음의 문을 열고 베스트 와우 골프장의 18홀을 플레이해 보면 어떨까.


친환경 골프장서 쉽고 재밌는 골프 즐기자
“골프 치는 게 오히려 스트레스 되선 안 돼”

또 이런 사람도 있다. 미국의 팝 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31)는 골프광으로도 유명하다. 핸디캡 6의 골프실력을 자랑하는 팀버레이크는 자신의 이름을 붙인 미국프로골프 투어인 ‘저스틴 팀버레이크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을 개최할 만큼 열성이 대단하다. 팀버레이크가 미국 골프계에서 더 주목을 받게 된 계기가 있다. 2009년 매각 위기에 처했던 낙후된 골프장을 인수해 재건에 성공하면서다.

그가 선택한 전략은 ‘친환경 골프장에서 쉽고 재미있는 골프를 즐기자’는 것이었다. 그는 이 골프장을 1600만달러(약 160억원)를 들여 친환경 골프장으로 완전히 바꿔놓았다. 또 골프를 치는 동안만큼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쉬우면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코스를 만들었다.

팀버레이크식 골프장
국내 새로운 트랜드

당시 팀버레이크는 인터뷰에서 “내게 골프장은 바쁘고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가장 편안한 휴식을 즐기는 공간이었다. 골프를 치는 게 오히려 스트레스가 돼서는 안 된다. 깨끗한 자연 속에서 마음껏 골프를 즐기는 곳이 가장 좋은 골프장이다”라고 말했다.

팀버레이크식 골프장이 국내에서도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2012년 9월을 기준으로 최근 2년 이내에 개장한 신설 골프장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곳이 강원도 춘천에 있는 휘슬링락 골프장(27홀)이다.

휘슬링락은 최근 <골프다이제스트 코리아>가 발표한 ‘대한민국 베스트 뉴코스 10선’에서 별 다섯 개로 최상위에 올랐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살린 골프장으로 ‘심미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코스는 산봉우리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데 유독 소나무가 많아 원래 이름은 위스퍼링 파인즈(Whispering Pines·속삭이는 소나무)였다. 그런데 공사를 진행하던 중 코스 주변의 멋들어진 암벽들을 많이 발견하게 됐고 이를 코스에 그대로 활용하면서 골프장 이름이 휘슬링락(Whistling Rock·휘파람 바위)으로 바뀌었다. 또 27홀 전체를 감아 도는 총 2.5km의 계류는 에코 공법을 적용해 자연 개천의 모습을 그대로 실현시켰다.

쉬운 골프장의 등장도 늘고 있다. 여기서 ‘쉽다’는 말은 정확히 ‘티샷이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설 코스들은 기존의 골프장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페어웨이를 넓게 조성하고 OB(아웃오브바운스)를 없애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 티샷 미스를 유발할 만한 벙커의 수도 줄이고 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러 온 골프장에서 적어도 첫 샷은 속 시원히 시작하자는 의도다. 대신 두 번째 샷부터 본격적인 골프의 묘미를 느낄 수 있도록 그린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멀리 치는 골프보단
정확히 치는 골프

코스 설계의 새로운 핵심 트렌드는 바로 그린 공략의 전략 수립이다. 요즘 신설 골프장의 그린은 밋밋한 곳이 없다. 언듈레이션(굴곡)이 심하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그린을 공략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이 같은 개념에 잘 들어맞는 골프장으로는 경남 거제의 드비치(18홀)와 충북 충주의 킹스데일(18홀)이 있다. 이 코스를 설계한 코스디자이너 송호(55)씨는 “쉬운 골프는 시대의 흐름이다. 과거에는 멀리 치면 골프를 잘 친다고 했지만 이제는 정확히 전략적으로 치는 골프가 더 각광받는다. 그래서 코스도 티샷은 쉽게 만들고 그린 주변의 플레이는 전략을 세우면서 재미를 느끼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샷의 가치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다. 휘슬링락과 함께 대한민국 베스트 뉴코스 10선에 최고 점수를 받은 골프장이 하나 더 있다.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이다. 미국의 골프 전설 잭 니클라우스(72)가 직접 설계한 이 코스는 샷 가치(코스 공략법에 대한 다양성)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자료제공 : <월간골프>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