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 갈비뼈 뽑고 귀 자르고…별난 '이색성형' 천태만상

개성 살리다 외계인 된다

[일요시사=사회팀] 성형은 이제 자기관리의 한 부분으로 인식되고 있다. 눈, 코 성형 등은 애교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성형이 대중들 사이에서 일반화됐다는 의미다. 이처럼 성형이 난무하는 와중에 일반적인 성형과 달리 이색 성형을 시도하는 이들이 있어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자칫 성형 중독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이색성형. 그 충격적인 실태를 공개한다.

“목둘레 축소하는데 얼마에요?”

요즘 성형외과 의사들이 받는 황당한 질문이다. 이처럼 성형부위는 시대가 변할수록 얼굴에서 보디라인이나 구체적인 신체부분으로 세부화 되고 있는 추세다. 이 때문에 지방과 강남의 몇몇 성형외과병원들은 이색성형 기법을 도입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기막힌 성형
여기 다 있다!

이색성형을 꿈꾸는 사람들은 개성을 살리고자, 좋은 관상을 얻고자 혹은 연예인 같은 아름다운 몸매로 변화시키고자 성형외과를 찾는다. 다양하고 기막힌 이색성형. 종류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숨어있을까.

40대 초반의 한 여성이 성형외과를 찾았다. 무릎성형을 위해서다. 몇 년 전 해외 톱스타 데미무어가 전 남자친구였던 에쉬튼 커쳐에게 잘 보이기 위해 4억원을 들여 20대 몸매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보도됐던 적이 있었다. 그 중 데미무어의 무릎성형이 특히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바로 나이로 인해 쳐진 무릎살을 끌어올려(리프팅) 탱탱하고 탄력 있는 무릎을 만드는 성형수술이었던 것.


그러나 타인에 비해 비교적 피부색이 어두운 편이었던 이 40대 여성은 무릎성형을 결국 포기해야만 했다. 무릎수술의 경우 늘어진 피부를 절개한 후 살을 끌어올리기 때문에 흉터가 남을 수밖에 없는데, 추후 수술한 부위가 재생을 하면 흉터부위가 밝아지면서 눈에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 얼굴이나 복부와는 달리 무릎 주위에는 흉터를 가릴 수 있는 별다른 모발이 없어 서양인보다 비교적 피부색이 어두운 동양인에게 취약한 성형으로 꼽히고 있다.

여성들의 쾌재를 불러일으키는 이색성형의 종류는 이것 외에도 무궁무진하다. 보형물이나 자가 지방을 골반부위에 이식해 신민 아처럼 섹시한 골반라인을 만들어주는 골반성형, 보형물을 넣어 쇄골을 도드라져보이게 만드는 섹시 쇄골성형, 출산과 비만으로 인해 쳐지고 퍼진 엉덩이를 리프팅하거나 불필요한 지방을 제거해 실리콘을 이식하는 기법인 힙업성형, 운동선수처럼 유난히 굵고 짧은 목을 보톡스를 이용해 근육을 축소시켜 얇고 길어보이게 만드는 목둘레 축소성형 등이 뭇 여성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골반뼈·쇄골·무릎성형·요정귀 성형수술 유행
안구 미백·귓불성형·목둘레 축소 등 세분화돼

남성들도 예외는 아니다. 남성들은 대부분 배우 소지섭, 남성그룹 2PM 같은 야성적인 몸매를 탐내는 경우가 많아 인위적인 가슴근육성형과 복부 식스팩 성형 등에 현혹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가슴근육성형은 성형만으로는 근육질의 울퉁불퉁한 가슴을 만들 수 없다고 알려졌다.

남성 가슴성형은 여성형 유방을 가진 부유방인 남성들에 한해서만 지방 흡입술을 이용해 일반적인 가슴을 만들어주는 성형일 뿐 근육질 가슴성형은 철저히 와전된 소문이었다. 식스팩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방송에서 식스팩 성형을 한 남성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전문의들도 웬만하면 환자들에게 권하지 않는다고 한다. 심하면 장기에 손상을 입힐 가능성도 있을 정도로 위험성이 크다고 알려졌다.

불교와 유교사상을 이어받은 아시아권 사람들의 경우 팔자를 고치기 위해 성형을 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귓불성형과 손금성형이 있는데, 이는 꼭 필요하지 않은 성형임에도 사람들은 재물복을 얻고자 혹은 사고 없이 건강하게 장수하고자 성형을 시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먼저 귓불성형의 경우 관상학적으로 금전운을 좋게 만드는 넓은 귓불은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취업난에 허덕여 돈 몇 푼으로 창업이라도 해볼까하는 심산에서 재물복의 상징인 두툼하고 넓은 귓불로 성형하곤 한다. 귓불성형은 자가지방을 이식하거나 귀 뒤의 피부를 들어 올리는 수술법을 이용해 도톰하게 만들 수 있다.


관상·주름성형도
선풍적인 인기

손금성형은 대부분 팔자를 고치려 20∼30대 젊은이들과 중년남성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예전에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100억 부자 할머니의 손금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할머니의 손바닥 중앙에는 일자선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었고, 이러한 손금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손금과도 같다는 소문이 퍼져 ‘성공한 사업가의 손금’이란 명칭을 얻게 됐다.

손금성형은 손금에서 약한 부분에 의학용 실 등으로 선을 넣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러나 시술 후 환자가 원하는 손금형태가 아니거나 부자연스러운 선 또는 삐뚤거리는 선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전문의들은 손금성형을 만류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나이가 들수록 주름은 온몸을 휘어 감는다. 눈가 주름은 물론이고 나이테를 말해주는 목주름, 심지어 손 주름도 배제할 수는 없다. 통통하고 예쁜 손을 갖고자 손등과 손바닥 성형을 선택하는 여성들도 하나둘씩 생겨났다. 그러나 얼굴 주름을 펴는 것처럼 손 주름 성형도 같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손 주름 성형은 주름진 피부와 함께 근육을 팽팽하게 잡아당긴 뒤, 여분의 피부를 잘라내고 봉합하는 형식의 일반적인 주름제거 수술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 손의 경우 손등과 손바닥의 피부색깔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제거·봉합수술을 하면 흉터가 고스란히 남아있어 이 수술방식은 피하고 대신 손등에 지방을 이식해 손의 탄력을 생생하게 불어넣어주는 지방이식술을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손바닥 성형도 손 주름 성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손바닥을 잘라내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절개수술 대신 대체로 손바닥 지방 흡입술을 이용한다.

두툼한 손바닥이 보기 싫어 손바닥 지방 흡입술을 받았다는 20대 유모씨는 “마른 외모와는 달리 솥뚜껑같이 무식하게 생긴 손바닥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았다. 숱한 고민 끝에 부모님의 동의를 얻어 손바닥 성형을 하게 됐다”며 “지금은 날씬해진 손바닥을 갖게 돼 콤플렉스도 사라지고 사람들 앞에서도 자신 있게 손을 보여줄 수 있어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고 말했다.

범접할 수 없는
기막힌 성형도

안구미백 성형은 성형마니아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안구미백은 극도로 충혈된 눈이나 선천적으로 타고난 눈 점, 습관적 술·담배로 누렇게 변색 돼버린 흰자위를 다시 하얗게 만드는 성형술이다. 이 성형은 다른 성형과는 달리 안과나 한의원에서 시술하기도 한다.

직장인 이모씨는 “컴퓨터 없이는 업무를 할 수 없어 항상 모니터를 바라보는 습관 때문에 나도 모르게 매일 눈이 충혈돼 있었다. 사람들이 눈병났냐고 물어볼 정도로 충혈이 심해 안구미백술을 선택하게 됐다”며 “시술 후 안구건조증이 동반됐다는 후기를 보면서 할까 말까 망설였지만 토끼눈보다 낫다는 생각에 바로 안구미백시술을 결정했다”고 했다.

이 외에도 출산 후 늘어진 유두를 원래 상태로 탈바꿈시켜주는 유두 축소술, 급격하게 불은 살을 단기간에 빼느라 선명하게 남겨진 튼살을 감춰주는 튼살 성형도 여성들의 위시리스트상에 올라와 있다.

해외에서는 이보다 더 개성 넘치고 별난 성형이 인기리에 성행하고 있다. 발볼 축소성형과 요정귀 성형이 바로 그것. 해외, 특히 다국적 인종이 살고 있는 미국과 영국에 거주하는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이색성형이 먼지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예쁜 하이힐을 신기위해 멀쩡한 발볼 뼈를 제거해 발볼 축소 수술을 감행하는가 하면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엘프(요정)의 귀가 탐나 귀 끝이 뾰족한 엘프귀로 성형하는 엘프족이 늘고 있다고 한다. 엘프귀는 귀 뒤의 연골을 뺀 후 귀 끝에 이식해 만들어지는데, 일반 사람들은 그 귀를 보며 예쁘다고 판단하기보다는 외계인 귀로 평가한다고 전해지기도 했다.


효과 검증 안 돼 일부 병원만 시술
노력 않고 쉽게 선택해 중독 우려

바비인형 몸매가 부러워 갈비뼈를 제거한 여성도 있었다. 캐나다의 한 여성은 어릴 때부터 동경해왔던 한 손에 잡힐 듯한 바비인형의 가는 허리가 탐나 자신의 갈비뼈 중 일부를 제거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인간이 소유할 수 없는 바비인형같은 허리다”라고 말하면서도 “갈비뼈를 제거하면서까지 바비인형이 돼야 했나. 몸매는 예뻐졌을지 몰라도 건강은 어떨지 심히 걱정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일명 ‘도넛헤드’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마취 않고 이뤄지는 시술인 만큼 시술 장면만 봐도 끔찍하고 엽기적이다. 도넛헤드성형은 이마 한 가운데에 주사 바늘을 꽂은 뒤 식염수를 채워 넣는 시술이다. 식염수가 다 채워진 후 완성된 이마의 모형은 한마디로 가관이다. 이마 한 가운데는 움푹 파이고 그 외에는 빵빵하게 부풀어 올라 마치 도넛의 형상처럼 보인다. 이 도넛헤드성형은 개성파 젊은이들이 쉽게 접하는 성형 중 하나로서, 인체에는 덜 해롭지만 성형 후의 모습이 꽤 혐오스러워 “얼굴 갖고 장난 하느냐”며 개성을 중시하는 일본 내에서도 지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유지기간은 약 15일 정도라고 한다. 

연예계 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성형 열풍은 대단하다. 이색성형까지 생겨날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이색성형은 자칫 큰 부작용과 후유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이색 성형은 성형 부위 자체가 일반화되지 않은 세세한 부위이기 때문에 이를 시술·수술하는 병원은 전국에서도 몇몇 병원으로 한정돼 있고, 이색성형 경력을 가진 전문의가 국내에는 거의 없기 때문에 성공적인 수술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강남의 모 성형외과 원장은 “미용성형 의학기술이 발전해가면서 성형부위도 점점 더 다양해지고 세분화되고 있다. 그러나 과장광고에 현혹돼 검증도 안 된 성형외과를 무턱대고 찾았다가 심한 부작용과 후유증으로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다”며 “특히 독특한 부위를 성형하고 싶다면 원하는 부위를 전문적으로 수술 혹은 시술하는 병원을 방문하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검증된 병원서
시술 받아야

개성을 존중하는 시대가 도래 하면서 이색성형도 개성의 한 부분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타인과 다른 매력을 살리고자 선천적으로 타고나지 않은 부분을 변화시키는 것과 달리 노력하면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것도 성형이라는 수단을 통해 단기간에 얻으려 하는 점은 문제가 있다. 전문의들은 무분별한 성형이 자칫 성형중독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성을 살리거나 외모를 가꾸는 것도 좋지만 지나치게 성형에 기대려는 사고방식은 지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