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통계] C형간염 전염경로 추적하니…

혈기왕성 아랫도리 남발하다 ‘헉!’

[일요시사=사회팀] 결혼하기 전 상대의 건강기록부부터 떼어보라는 말이 있다. 건강 상태를 보면 상대가 얼마만큼 자기관리를 잘 하고 있는지, 자신의 건강에 해를 끼치진 않을지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잦은 성관계가 C형간염을 유발·전염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시선을 끌고 있다. 모든 간질환의 원인인 C형간염. 그 감염경로와 위험성을 알아봤다. 

“C형간염 걸린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맺었는데….”

한 여성 네티즌이 온라인커뮤니티 사이트에 고민과 함께 상담을 요청해왔다. 그녀는 본인의 남자친구가 C형간염에 걸린 것을 뻔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남자친구의 요구를 뿌리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해오다가 C형간염에 전염됐다.

당시 그녀는 C형간염 위험성에 대한 지식도 현저히 부족했던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소변을 볼 때마다 피가 섞여 나오고, 하는 것도 없이 피로감이 몰려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어렵사리 온라인에 고민을 털어놓았던 것이다.

간암 발전 가능성

대개 40대가 되면 걸린다는 C형간염이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전염수치가 높아지는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C형간염 감염 위험도를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무분별한 마약과 여러 사람과의 성관계, 문신, 피어싱 등이 지목됐다.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정숙향 교수팀은 서울과 부산지역의 5개 대학병원에서 치료중인 C형간염 환자 11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생 성관계 파트너가 4명 이상인 환자가 무려 253명(28%)에 달했다고 밝혔다. 모든 사람들이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전염경로에 정액과 질 분비물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반면 C형간염이 없는 환자 206명 중 평생 성관계 파트너가 4명 이상인 경우는 19명(10.3%)에 그쳤다. ‘4명 이상의 성관계 파트너’를 둔 사람의 C형간염 감염 위험도는 성관계 파트너가 평생 1명이었던 경우에 비해 3.2배나 오른 셈이다. 파트너가 2∼3명인 경우도 감염 위험도가 2.1배로 높아지는 수치를 보였다.

직장인 이모(34·남)씨는 “건강검진 때 C형간염 판정을 받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간염이라는 질병을 처음에는 우습게 생각했는데 A·B형간염과 달리 완벽한 백신이 없어 간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무서웠다”며 “20대 때 왕성한 혈기로 유흥업소 아가씨들 뿐 아니라 원나잇 여성들과 무분별하게 관계를 가진 적이 있는데, 그게 원인이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때늦은 후회가 밀려온다”고 말했다.

C형간염의 경우 혈액과 체액을 통해서 전염되는데, 오래전에는 수혈이 C형간염 바이러스 감염 경로였지만 시대가 발달함에 감염원인과 경로도 다양하게 늘어났다. 원인모를 감염도 있을 정도니 말이다. C형간염의 감염 경로에는 바늘 찔림(4.7배), 수혈(3배), 치과치료(2.9배), 문신(2.1배) 등이 있었고, 이들이 성관계 외 감염에 중점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패션에 민감한 젊은이들의 경우 대부분 문신과 피어싱 등을 통해 C형간염에 전염됐다. 문신과 피어싱을 전문으로 하는 다수의 업체들은 직접적으로 피부에 닿는 바늘을 제대로 소독하지도 않고 비용절감만을 위해 재사용해왔다. 이는 간염 전염에 중점적인 원인으로 작용했고,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C형간염은 쉽게 걸릴 수 있는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보균자 30% “평생 성관계 파트너 4명 이상”
수혈 줄고 정액·질 분비물 통해 감염 늘어

마약 투약도 C형간염 감염과 상관성을 보였는데 전체 환자의 59명(5%)이 마약을 투약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마약은 유독 부산에서 C형간염과 큰 연관성을 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부산지역의 환자들은 마약투약율이 10.3%에 달해 전국 평균치를 2배나 웃돌았다. 마약 경험이 있는 C형간염 환자의 80%는 모두 남성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 소재의 한 30대 남성은 “주위에서 마약 한 번 접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성행했다. 나도 호기심에 친구 따라서 마약을 처음 접하게 됐지만 그것이 결국 몸과 정신을 모두 황폐하게 만들었다”며 “솔직히 C형간염 정도는 무섭지 않았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 체력과 의욕도 없어지는 내 자신을 돌아보며 과거의 문란했던 나날을 후회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정숙향 교수는 “국내에서 마약 주사 남용자들과 C형간염의 상관성은 크지 않다는 게 기존 조사결과였지만 이번에 부산지역의 환자를 포함시킨 결과 상황이 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는 부산지역에 한정되긴 했지만 마약이 C형간염의 주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는 미국, 유럽의 추세를 따라가고 있는 것, 즉 서구화 돼가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C형간염은 혈액이나 체액을 매개체로 전염된다. 과거에는 C형간염 바이러스의 가장 빈번한 감염경로가 수혈이었지만 1990년대 초반부터 수혈, 혈액 투석 등에 대한 위생관리가 되면서 수혈 감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형간염이 해마다 증가하는 것은 이번 연구결과처럼 수혈 외에 C형간염의 감염경로가 다양하다는 반증이다. 실제 미국과 이탈리아에서는 급성 C형간염 환자의 약 40%가 감염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는 보고도 있다.

일부는 마약 경험

C형간염은 대부분 초기에 증상이 없으며 성인에게 감염되면 75% 이상에서 만성화된다. 간경화 환자의 12%, 간암 환자의 15%가 만성화된 C형간염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현재까지 C형간염에 대한 백신이 없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 교수는 “C형간염의 감염원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 C형간염의 조기진단에 대한 인식도를 높이는 것”이라며 “C형간염도 다른 질환처럼 일찍 발견하면 어느 정도 치료가 되는 만큼 정기적인 검진습관을 가지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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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