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해외 원정낙태 실태

배 잡고 비행기 타더니 입국 땐 홀몸

[일요시사=사회팀] 원정출산에 이어 이젠 원정낙태다. 지난 3월 중국에서 밀반입한 낙태약을 국내에 유통시키고 불법 원정낙태수술을 알선한 브로커들이 경찰에 구속됐다. 이들은 일부 임신부들을 상대로 낙태약 유통과 중국 원정낙태수술을 알선하는 등 비윤리적 사업으로 거액을 챙겼다. 당시 피의자들은 구속됐지만 원정낙태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 실태를 조명해봤다.


“유명 미국제약사에서 생산되는 낙태약을 부모님 모르게 전달해드립니다.”

올해 초 중국 산동성에서 홈페이지를 관리하며 주요 포털사이트 게시판과 블로그 등에 이 같은 광고 문구를 내세워 현재 수입이 전면 금지된 낙태약을 나이·성별 관계없이 불특정다수에게 유통한 피의자들이 구속됐다. 이들은 낙태약 1세트당 35만원씩 약 300여 명에게 판매해 무려 1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 약에 있다. 이들이 판매한 낙태약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검증되지 않은 가짜 낙태약이었다. 많은 임신부들은 이들이 판매한 낙태약을 복용한 후 심한 복통을 일으키거나, 하혈을 호소하는 등 끔찍한 후유증을 겪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원정 낙태수술을 받은 여성들도 비교적 신뢰도가 적은 중국 의술과 비위생적인 수술환경에 대한 불안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혹시라도 수술이 잘못돼 감염이 생기거나 자궁 쪽에 이상이 생기지 않았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한 임신부는 원정낙태수술을 받고 돌아와 생리불순을 겪으며 장기적 후유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병원 없어 ‘동동’
다른 나라서 수술    

그렇다면 원정낙태가 성행하는 이유가 뭘까.


우선 원치 않은 임신에 있다. 아직 임신을 하기에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거나, 기형아 진단을 받은 경우 또는 미혼인 경우가 대다수다. 

대학생 박모씨는 임신 징후를 느낀 여자친구와 함께 국내 한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임신 13주째라는 사실을 듣게 됐다. 논의 끝에 낙태수술을 받기로 했지만 해당 병원에서는 시술을 거부했다. 당시 병원 측은 “최근 불법낙태 파장이 번져 시술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다른 국내 산부인과에 몇 차례 낙태시술을 문의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다급해진 박씨는 중국에서 유학 중인 친구를 통해 상하이의 한 중국 산부인과를 소개받았다. 결국 그는 지난달 여자친구와 함께 중국으로 출국해 낙태시술을 받고 돌아왔다. 항공료와 수술비 등으로 130만원 가량 들었다. 박씨는 “아기를 낳을 수 없는데 국내에선 낙태를 못하게 하니 원정낙태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임신 7개월이었던 직장인 이모씨는 헤어진 남자친구와 사이에 아이가 생겨 낙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었다. 이씨는 포털사이트를 통해 중국에서 들여온 불법 낙태약을 주문했다. 낙태약만 복용하면 쉽게 낙태가 될 줄만 알았던 이씨의 예상은 터무니없이 빗나갔다. 배는 점점 불러만 갔고 임신 7개월이 된 이상 국내 어느 병원도 이씨의 낙태수술을 반기는 이 없었다.

국내 임신 중절수술 단속 강화되자 ‘해외로’
‘풍선효과’우려 현실로…허술한 중국에 몰려

이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원정낙태수술을 결심했다. 그녀는 관광비자를 받아 중국으로 건너가 뒤, 산동성 예타이시 모 산부인과에서 낙태수술을 받았다. 수술비용은 약 150여만원에 달하는 거액이었지만, 이씨는 오히려 후련하다는 입장이다.

이씨는 “원치 않은 임신으로 마음고생, 몸 고생하는 것 보다 낫다. 아기한테는 미안하지만 낙태한 후 솔직히 한 시름 덜었다”며 낙태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흡족해했다.


임신 13주차에 접어든 직장인 김모씨는 임신 초기 태아에게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고 낙태를 하려 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낙태 자체가 불법으로 규정돼 있거니와 태아가 기형인 경우는 법에 규정된 허용 범위(본인 또는 배우자가 정신·신체질환을 앓고 있거나 강간으로 임신한 경우, 임신이 산모의 건강을 해칠 경우 등)에 들지 않아 병원에서 낙태를 할 수 없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아픈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었던 김씨는 망설임 끝에 중국 원정낙태를 결심했다. 원정낙태는 인터넷을 통해 쉽게 검색할 수 있었다. 임신 초기의 경우 60만원에 당일 퇴원이 가능했고 10주가 넘으면 최대 130만원의 비용에 5박6일 일정으로 입원해 수술 받을 수도 있었다. 심지어 출산 직전인 임신 28주까지 수술이 가능하다는 곳도 있었다.

한 중개업체는 김씨에게 “나이 어린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입원 기간 중 한국 예능프로나 드라마도 시청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서도 불법인
임신 8개월 낙태

국내 불법낙태가 감소하면서 되레 원정낙태는 급증하고 있다. 낙태를 위해 해외로 나가는 ‘풍선효과’가 현실로 확인된 것이다. 몇 년 전부터 각 지방경찰청의 사이버수사대가 원정낙태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음에도 검색만 하면 포털사이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원정낙태다. 

한 언론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의 모 병원은 한국인들을 상대로 낙태수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 상담원을 두고 예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A병원의 경우 조선족 상담원이 한국인 낙태 상담을 전담하고 있다. 상담원에게 “임신 6주인데 낙태가 가능하나”라고 묻자 그는 “별도의 절차 없이 예약만 하면 진찰 후 수술이 가능하다”며 “7주 이하의 경우 비용은 보통 4000위안(약 67만원)선”이라고 밝혔다. 그는 “낙태수술 일정이 많아 일주일 후에 예약이 가능하다”며 “중국에 와서 진찰 후 수술까지 며칠 대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본지 기자가 찾은 한 블로그에는 자신을 린지라고 소개한 한 원정낙태 브로커가 ‘한국낙태수술 요금이면 중국옌타이에서 2박3일 관광 겸 수술가능!’이란 글귀와 함께 버젓이 원정낙태를 광고하고 있었다. 광고글에는 날짜, 비자 받는 법, 비용 등이 상세하게 기재돼 있었고, 8개월 이상인 임신부도 가능하다며 당당하게 원정낙태를 유도했다.

“8개월도 가능”브로커 인터넷 활개
한국인 전문상담원 두고 불법 영업

‘수술할 병원에서는 토·일요일에도 휴무일 없이 매일 진찰, 접수, 수술합니다. 한국인 전문 상담원 마련돼 있습니다. 중국에 오려면 여권의 유효기간을 확인하고 중국대사관을 통해 비자를 받아야 합니다. 5일 전 5박6일치 왕복 항공권을 예매해야 합니다. 여의사는 중국인이지만 간호사들은 모두 조선족이라서 한국말 가능하며 한국식음식도 제공합니다. 중국도 임신 27주부터는 법으로 수술을 금지하고 외국인도 받아주지 않으나 위 두 가지를 모두 말끔하게 해결해 드립니다. 10주 이하는 당일 수술해드립니다. 수술비용은 10주 이하일 경우 65만원, 10주∼32주(8개월)까지는 왕복 티켓값을 제외한 총 130만원으로 입원비, 수술비, 식대, 간병인비, 수수료 등이며 이외에는 일절 없습니다.’

마지막에는 자신의 연락처와 함께 원정낙태의 안전함을 강조했다. 광고글에 의하면 많은 한국 여성들이 중국으로 원정낙태를 떠나는 이유는 낙태에 대한 중국의 사회적 인식이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관대하기(처벌조항 없음) 때문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구 탓에 아직도 산아제한 정책(한 가족 1명)을 시행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한 해 1300만건 가량 낙태시술이 이뤄지고 있어 부산과(한국의 산부인과) 의사들은 한국 의사들보다 훨씬 수술 경험이 많아 믿고 수술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거리가 가깝고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점 또한 빼놓지 않았다. 이러한 장점들이 중국원정낙태가 증가하는 원인이라며, 원정낙태를 할 사람들은 365일 언제든지 환영한다는 노골적인 메시지를 남겼다. 한 중국 유학생은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중국 병원들이 낙태로 돈을 벌기 위해 한국 의사들을 일종의 ‘영업맨’으로 고용한 후 낙태를 전담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시중유통 낙태약
수술보다 안전?

기승을 부리는 건 비단 원정낙태만은 아니다. 2년 전 중국에서 밀반입한 불법 낙태약이 처음 국내 임부들에게 접촉된 후 올해 초 충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유력 피의자 3명을 검거했지만, 아직도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미프프렉스-낙태약 왜 수술보다 안전한가?’ ‘낙태약 판매합니다’ 등 낙태약 홍보마케팅을 하며 원활한 문의를 위해 자신의 이메일을 남기기도 했다.

이 같은 불특정다수를 향한 홍보가 위험한 이유는 누구든지 불법낙태약을 복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낙태약 사용을 허가한 미국을 포함한 일부 선진국에서도 의사의 처방과 지속적인 진단을 받은 후 낙태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는데, 이는 낙태약을 복용한 후 사망한 여성들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에서처럼 온라인상에서의 검증되지 않은 낙태약 불법거래를 마냥 방치할 경우 어린 나이의 청소년들도 낙태약을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의사의 처방 없이 무단약물복용은 훗날 임신부에게 합병증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높다. 성장기인 청소년 때부터 낙태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한다면 나중에 불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낙태약이 청소년을 포함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성행하는 이유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낙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의 몇몇 산부인과에서는 음성적으로 낙태수술을 진행하고 있지만 비용이 100만원대에 이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성들은 경제적 부담이 덜한 낙태약을 선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치 않은 임신
피임으로 예방


경찰 및 의료계에 따르면 낙태반대 운동이 활발해진 2010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국내 불법낙태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지만 중국원정낙태는 확연하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불법낙태로 입건된 건수는 2010년 78건에서 지난해 34건으로 감소한 반면 중국 원정 낙태는 성행하고 있었다.

의료계 관계자는 “2005년 34만 건이었던 국내 낙태 건수가 2010년 17만 건으로 반토막 난 점을 감안하면 중국, 몽골 등 해외 원정 낙태가 최대 10만여 건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모 산부인과 의료진은원정낙태 현상에 대해 “국내 낙태가 한 해 수십만 건임을 감안할 때 급하고 불가피한 사람들은 중국 등으로 낙태 원정을 떠나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며 “임신부가 낙태를 전후로 쉬지 못하고 비행기를 타는 등 무리하게 움직이면 건강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의는 “검증되지 않은 해외 의료기관에서 낙태를 하다 적절한 조치를 못 받아 골반염에 걸려 불임이 되거나 자칫 사망까지 이를 수도 있다”며 “국내보다 의료시설이 낙후된 중국에서 낙태수술을 받다 보니 질 입구나 자궁이 찢기거나 감염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파다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낙태는 한 생명을 잃는 것이기도 하지만 산모의 건강에 큰 해를 끼친다. 사전에 철저한 피임으로 원치 않은 임신을 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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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br>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