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대선판 트러블메이커' 김성주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1.06 09:43:28
  • 댓글 0개

말만 하면 '막'…박근혜에 득? 실?

[일요시사=사회팀] 스스로 '트러블메이커'라 자평한 김성주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이 연이어 막말을 내뱉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의 바람대로 정말로 트러블메이커가 되고 만 것. 사태가 악화되자 뒤늦은 수습에 나섰지만 그에 대한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김성주 신화'라고 불릴 만큼 성공한 '커리어우먼'이 왜 정치권 한복판에 뛰어들어 고생일까.

지난달 11일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성주 위원장(성주그룹 회장)은 첫 기자회견 때부터 스키니진에 빨간 운동화 등 파격 패션을 선보이며 파란을 예고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난 재벌좌파다" "한국을 확 뒤집어 혁명을 일으키고 싶다" "박 후보에게 '그레이스 언니'란 별명을 지어줬다" 등 등장부터 파격적인 발언을 쏟아내 적잖은 논란을 일으켰다.

곧바로 새누리당 내부는 물론 보수 성향 인사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국회 안팎과 언론, 그리고 누리꾼들 사이서도 유명인사가 됐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김 위원장의 거침없는 입담은 멈추지 않았다.

"영계 좋아하는데 
가까이 와서 찍자"

결국 김 위원장은 3주도 못 버티고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닷새 후 "제 발언이 누가 됐다면 사과드린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한발 늦은 모양새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달 24일 사무처 2030 당직자 간담회 중 발생했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꽃다발을 받으며 사진을 찍던 젊은 당직자에게 "내가 영계 좋아하는데 가까이 와서 찍자"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된 것.


파문이 확산되자 김 위원장은 "회사에서는 (젊은) 사원들을 두고 '영계'라고 자주 지칭해왔다"며 "지난주 2030회의에서도 팀장급 실무책임자들이 모두 40대 초반이라 '영(Young)마인드'를 가진 분까지 다 오라는 의미로 '영계모임'이라고 지칭한 것"이라고 성희롱성 발언이 나오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같은 발언이 구설까지 오른 것을 보면 내가 공인이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며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야권은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연일 비상식적인 발언을 자처하는 분답게 하는 입만 열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김 위원장에 대해 새누리당은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역시 새누리당은 '성누리당'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후보 캠프 측 이정현 공보단장도 "김 위원장의 발언은 부적절한 농담"이라며 "작은 농담도 공인은 주의를 기울여서 해야 한다는 교훈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성희롱·여성비하 등 솔직 발언할 때마다 파문 
거침없이 말 쏟아내 당내·보수 인사들도 우려

김 위원장의 막말은 처음이 아니다. 특히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이 문제가 됐다.

먼저 김 위원장은 지난 2009년 연세대 특강에서 "입학생의 50%가 여성인데 들어와선 다 올 A로 졸업해놓고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썰렁하다"며 "사회기여도 안 되고 동창 동문회비도 안 걷히고 네트워킹도 안 되고 연세 미래를 너무 약하게 만든다. 두 가지 중 하나만 하자. 아예 여성을 입학시키지 말든가 아니면 확실히 기여할 사람만 뽑자"고 말했다. 이어 특강을 듣는 여학생들에게 "절대 농담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2010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제주 하계포럼에서도 "여성들은 약점이나 조금만 한계 있으면 다 눈물 찔찔 흘리고 도망간다. 다 알지 않나. 잘못하면 남자 탓하고 도망가는 것을. 그런 여자들을 내가 어떻게 (믿고) 일을 시키겠느냐"고 말했다. 또 "요즘 우리나라 여성들 겉은 아름다운데 속은 너무 나약하다"며 "장차 한국 사회를 이끌어갈 사람이 바로 여자들인 만큼 여자도 군대에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여성들이 집에 앉아있는 것이 문제"라며 주부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여성들이 왜 경제활동에 못 들어왔나. 물론 유교적인, 가부장적인 이유도 있지만 여성들이 남성 탓, 전통 탓하고 집에 있으려 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외국서 공부하고 자라왔기 때문에 서구 여성들이 부지런하며 우리나라 여성들보다 10배 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을 봐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청년들의 겪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무시한 채 의견을 피력해 비난을 샀다.

지난달 1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여성문제와 청년 일자리 문제를 놓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저같이 작은 중소기업 사장도 30개국을 정복할 수 있는데 젊은이들이 정부에게 일자리를 창출하라는 것은 수동적인 자세"라며 비판 조로 말을 시작했다. 이어 그는 "20대 일자리 창출 문제를 국내에서만 보지 말라"며 "IT 시대에는 어마어마한 가상세계 안에 어마어마한 창업거리와 일자리가 있다. 한국의 훈련된 인원들이 일할 게 너무 많은데, 다만 요즘 청년들은 불평만 하기 때문에 취업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 육아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은) 애 젖 먹이면서도 주방에 앉아 '진생쿠키(인삼과자)'를 만들고 그것을 구글에 올려 전 세계에 팔았다"며 "요즘 젊은이들에겐 세계로 통하는 길이 열려있는데 왜 수동적으로만 대응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쏘아댔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발언들로 젊은이들이 노력은 하지 않고 불평만 일삼는다는 것.

"확 뒤집어 혁명 
일으키고 싶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에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서 "김성주의 망언 퍼레이드"라며 "언제까지 참아줘야 하나?"라고 쏘아붙였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도 "구조의 문제를 개인 문제로 치환하는 게 기득권자들의 흔한 수법"이라고 꼬집었다.

트위터리안 및 누리꾼들 역시 김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한마디씩 거들었다. 이들은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라'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망언과 필적한다" "진생쿠기가 아니라 진상쿠키" 등 김 위원장의 발언을 질타했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달 15일 김 위원장은 서울 홍익대에서 열린 경제민주화와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경제민주화를 강제하는 것은 역사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해 또 논란이 됐다. 당시 김 위원장은 "당이나 박근혜 후보가 반기업적 정책을 내세우는 것은 역사에 역행 한다"며 "반기업적 풍토는 젊은이들의 나아갈 길을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 위원장 측은 "당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관한 언급이 아니라 야권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한 언급"이라며 "박 후보야말로 경제민주화를 반기업적인 형태가 아닌 유연하게 실천할 분"이라며 말을 바꿨다.

지난달 24일 김 위원장은 당 사무처 당직자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과거사 문제 때문에 우리(새누리당)가 너무 당한다"며 "(정치판에) 깨끗한 사람이 어디 있느냐. 왜 우린 저격수가 없나"라고 말했다.

최근 인혁당 사건과 정수장학회 등 과거사 문제로 박 후보가 곤욕을 치르고 있는 데 대해 맞대응을 촉구한 것이다. 그는 또 "왜 야당은 박 후보를 두고 30∼40년 전에 일어난 일들을 가지고 물고 뜯느냐"며 "노무현 정부는 100%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가"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출근 첫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여성 비하' 논란에 대해서 해명하기도 했다. 이날 그는 "일생에 있어 첫 번째 사명이 여성의 권리를 높이는 것인데 내가 여성 비하를 할 리가 있느냐"며 반박했다.


구설수에 오른 자신의 발언들은 여성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실제 사업 세계에 들어가 보니 여기는 여성들이 빨리 실력과 체력, 그리고 근성을 채우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는 자기 자신의 고백일 뿐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여성은 섬세하고 제 일을 잘하지만, 여성의 한계는 어려움에 직면하면 눈물 흘리고 도망가는 것"이라며 "극기하는 사람만이 남을 지도할 수 있다는 것이며, 여성이 꼭 군대 가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좌충우돌 재벌좌파
새누리당과 코드는?

김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박 후보를 '화이트골드미스'라고 칭하기도 했다.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여유를 갖춘 미혼여성을 일컫는 표현 '골드미스'에, 깨끗함을 연상케 하는 단어 '화이트'를 붙인 신조어인 것.

그는 박 후보에게 "골드미스 리더십을 가진 박 후보는 여성취업 문제, 육아 문제, 고령자·은퇴자 등을 우선하는 '여성 대통령' '육아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기자들이 박 후보와 김 위원장이 겪어온 인생을 보면 결혼, 육아, 취업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오늘날 젊은 세대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적어 보인다고 지적하자 김 위원장은 "직장, 결혼, 육아를 포기하는 '3포 시대'라고 하던데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나도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제결혼을 강행했고 계획하지 않았던 임신과 출산을 하며 육아문제를 겪었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삶에 대해선 "(박 후보에게) 어느 남자가 용기 있게 결혼을 신청하겠느냐"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는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이어 "여성은 결혼하든 안 하든 본능적으로 모성애를 타고난다"며 "때문에 박 후보는 정부도 더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집안 살림하듯 이끌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 후보의 청렴을 강조하며 "요새 많은 정치인들이 배우자를 잘못 만나 잡혀 들어가는데 그런 가족이 없어 오히려 좋은 것 같다"며 배우자의 부동산 투기나 수뢰 등으로 구설에 올랐던 인사들을 꼬집었다.

이어 김 위원장에게 박 후보를 선택한 연유를 묻자 "정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한 사람"이라면서도 "박 후보가 세 후보 중엔 최선이다.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바타인 것 같고, 안철수 후보는 이론에 밝아도 현실정치엔 한계가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의 반이 여성이고 5000년 역사를 자랑하는데, 지금쯤은 여자 대통령이 나올 때"라며 박 후보 캠프에 합류한 이유를 밝혔다.

대성그룹 창업주 김수근 전 회장의 막내딸인 김 위원장은 1997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선정한 '차세대 글로벌 지도자 100명'에 들면서 세계적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2004년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주목할 만한 여성기업인 50인'에 선정되는가 하면, 지난 7월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이 주최한 'DNA 회의(Decide Now Act Summit)'에선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비전을 가진 101명의 리더'에 선정되기도 했다.

성공한 커리어우먼이 정치판 뛰어들어 생고생 왜?
"정치엔 무식하나 세 후보 중 박근혜가 최선이라"

김 위원장은 이화여고를 나와 연세대에서 신학을 전공했고, 미국 애머스트대에서 사회학을, 하버드대에선 경영학을 전공했다, 또 런던 정치경제대(LSE)도 거쳤다. 하지만 국제결혼에 반대한 아버지로부터 재정 지원이 끊어지면서 유학을 중단해야 했고 돈이 궁해 고생을 시작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외국인과 결혼을 고집하면서 유산을 일절 받지 못해 곤궁한 신혼생활을 해야 했다. 미국 유학시절엔 뉴욕 뒷골목에서 1센트를 아끼려고 걸어 다녔고 블루밍데일 백화점에서 근무할 때는 월 18만원을 받으며 상자를 날랐다고 한다.

1990년 한국으로 돌아온 김 위원장은 성주인터내셔널(현 성주그룹)을 세워 패션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20여 년간 패션산업에 종사하면서 2005년 독일 유명브랜드인 MCM 본사를 인수해 세계 30개국에 300여 개 매장을 두는 등 성주그룹을 글로벌 패션회사로 키웠다. 그에 따르면 여자의 몸으로 혼자 애를 키우면서도 1000여 명의 한국 직원과 15개 국적의 외국 직원을 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시켰다고 한다. 또 김 위원장은 여성의 사회활동 확대, 빈곤가정 학생과 탈북 주민을 돕는 일에도 열성을 보여 왔다. 노무현 정부 인수위 글로벌자문위원을 맡기도 했다.

이에 많은 여성들은 세계적인 '커리어우먼'으로 성공한 김 위원장을 롤 모델로 삼았다. 김 위원장의 말 대로면 그는 재벌가 출신이라는 자신의 배경을 버리고 바닥부터 '홀로서기'를 통해 차근차근 실력을 다져 세계적인 최고경영인으로 우뚝 선 것. 이에 '김성주 신화'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런데 일각에선 김 위원장을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자수성가한 경영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1990년 아버지 회사로부터 3억원을 빌려 '패션사업'을 시작한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또 1998년 외환위기로 경영 상황이 악화되면서 김 회장은 대성의 지급보증을 받고 30억을 대출받기도 했다. 그동안 대성그룹과의 관계가 얼마나 밀접했는지까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관계가 지속해 온 것이다.

재벌가 막내딸의
자수성가 코스프레

이를 요약하면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고, 미국과 영국의 명문대에서 공부할 기회를 가졌으며, 사업을 시작할 때 아버지 도움을 받았고, 경영난을 겪자 아버지 회사의 지급보증으로 돈을 빌렸다는 얘기가 된다.

이를 두고 대다수 누리꾼들은 "김 위원장은 밑바닥 경험이라고 해봐야 유학 시절 아버지로부터 자금이 끊긴 것 아니냐"며 "재벌2세로 태어나 혜택을 받을 만큼 받은 그가 청년들에게 왜 자신처럼 못하냐고 구박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어느 날 갑자기 정치권 한복판에 나타나 거침없는 입담으로 조용할 날이 없는 그.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을 각오가 됐고, 그걸 칭찬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자칭 재벌좌파 김 위원장. 그의 앞길은 어떨지 우려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기대된다.

김민석 기자 <ideaed@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